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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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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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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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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26. 블라인드 인터뷰 1

DUMMY

1.


글로리 컨벤션센터 로즈홀.

화요일.

13시 45분.


무대의 한가운데를 향하고 있는 방송 카메라들.


환한 걸 넘어 뜨겁게까지 느껴지는 조명들.


그리고 웅성대는 기자들.


로즈홀은 호기심, 조바심, 그리고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신 기자는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금쯤이면 무대 뒤에라도 도착해 있어야 할 시간인데.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조금씩 커져만 갔다.


몇몇 기자는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하기도 한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


예스 패치의 맛보기 기사에서 언급된 한류 스타 OOO에 대한 추측이 온 나라를 휩쓸던 어제오늘이었다.


혹자는 그게 ‘신주미’라고 했고, ‘최안나’라던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줄리 한’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지만.


한 메인 포털에는 벌써 그럴싸한 가짜뉴스까지 걸리기도 했다.


==============

사진이 유출되었다.


사진을 촬영한 자가 파일이 든 외장하드를 한 카페에서 잃어버렸는데, 그걸 주운 누군가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모자이크가 덮인 뿌연 사진이지만, 얼굴 윤곽을 보건대 걸그룹 출신 배우 △△△임이 틀림없다.

==============


당연히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은 오늘 다 가려질 것이다.





컨벤션 센터 지하 주차장.


운전석에 앉은 앙드레는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옆에 앉은 건우가 흘리는 식은땀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앙드레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상하게 집중이 안 돼요. 장거리까지 도술을 쓸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지금 이 건물 안에 모여 있는 방송 장비들 때문에 방해전파가 심해서 그러나 봐요.”


건우는 손에 쥔 부적이 땀으로 흥건히 젖자 얼른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심호흡을 여러 번 하는 데도 불안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차분히 눈을 감고 원래의 계획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았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에게 부적을 날려 최면을 건다.


미리 이메일로 보내 두었던 합성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게 한다.


이어지는 그들의 멘트는 “사실, 찍은 사진은 이거였습니다. 우리가 사진 속 주인공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신 기자가 자기 기사를 스스로 삭제하게 한다.


아, 그런데···.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니···.


“그럼 어떡해?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앙드레의 얼굴은 사색이 되기 직전이었다.


“방법이 없어요. 제가 안에 들어가야겠어요. 직접 사진 파일을 덮어씌우고 부적도 붙일 거니까··· 시간을 최대한 벌어줘요.”


작전수정이라!


그것도 인터뷰가 시작되기 십오 분 전에.

앙드레는 순간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시간을 벌라니? 어떻게?”


반면 차분한 심호흡으로 평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건우.


애써 웃으려고까지 한다.


“전화해서 무슨 얘기든 오래 하세요. 최대한 오래. 질질 끌면 끌수록 좋다고요.”


말을 마친 건우가 핸드폰과 사진이 든 USB 스틱, 그리고 부적 몇 장을 챙겼다.


차에서 내려 앙드레를 보고 빙긋 웃어 보인 건우는 컨벤션 센터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2.


지하 주차장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건우가 갑자기 1층에서 내렸다.


복도 구석에 붙어있는 직원 화장실로 직원 하나가 들어가는 게 보여서였다.


건우는 그 직원을 보자 무슨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얼른 그를 따라 들어간다.


화장실 안에는 방금 들어간 직원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유니폼을 입지 않은 걸 보니 외부인이거나 거래처 사람인 듯했다.


건우는 그가 나갈 때까지 태연히 소변기 앞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화장실 안에 직원과 단둘인 상황이 되었다.


건우는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어깨를 툭 쳤다.


“누구?”


당황한 그는 건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우는 다짜고짜,


“나야, 나! 모르겠어? 고등학교 때!”


하며 악수를 청하는 척 남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반으로 접힌 채 건우에 손안에 들려있던 부적이 그의 손에 찰싹 달라붙었다.


“어··· 어···!”


남자는 금세 눈이 풀리더니 건우 앞으로 픽 쓰러졌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건우는 컨벤션 센터 직원의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건우는 직원들의 서비스 동선을 따라 걸으며 로즈홀 무대의 뒤쪽 비상구에 도착했다.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들어 시계를 보았다.


두 시 칠 분 전!


얼른 앙드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들어왔어요. 시작해 주세요.”


지하 주차장에서 건우와 통화를 마친 앙드레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신 기자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신호음이 울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앙드레지만,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로 속이 타들어 갔다.


- 여보세요!


마침내 신 기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건우가 사진을 바꿔치기하고 부적을 붙일 시간 말이다.


앙드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고 말로··· 응?”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더듬거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 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왜 이러세요?


신 기자의 목소리에는 빈정거림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계단을 오르다가 멈춰 서는 소리도 들렸다.


반가운 소리였다.


앙드레는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금액을 좀··· 조정했으면 해서 말이야.”


돈 얘기를 꺼내자 솔깃했던 걸까.


신 기자가 침을 꿀꺽 넘기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넘어왔다.



3.


로즈홀 무대 뒤의 문을 살짝 열어보니 기자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게 보였다.


역시나 생방송 중계용 카메라도 여러 대 보였다.


건우는 슬쩍 고개를 밀어 넣어 무대 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과감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건우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직원 복장인 걸 확인하자 관심은 금세 흩어져 버린다.


아마도 무대 시설을 확인하러 온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건우는 태연히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에서 사진 파일을 찾았다.


건우의 손에서 금세 땀이 솟았다.


그런데 그때,


“어이! 신 기자는 왜 안 와?”


테이블 옆 블라인드 안에서 나는 소리에 건우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스나이퍼 박의 목소리였다.


그가 신 기자보다 먼저 와 있었던 거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하는 사이, 이번에는 그가 블라인드를 살짝 젖히면서 건우를 내다봤다.


묘한 각도였다.


기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건우는 볼 수 있는 각도.


“어이, 신 기자는?”


그가 다시 묻는데 제대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꾸 얼마 전 블루호텔에서의 일이 생각나서였다.


하지만 그리 떨 필요 없다.


태연하게 대응하면 된다.


이 사람은 아직 건우의 얼굴을 모르지 않나?


건우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후 침착하게 말했다.


“기자님은 밖에서 전화 중이세요. 마지막으로 시설 점검해 보라고 하시네요.”


한 번도 더듬거리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마지막에 여유로운 미소까지 보여줘서였을까.


스나이퍼 박은 특별히 건우를 의심하지 않는 눈초리였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블라인드 안으로 사라진다.


“휴-!”


건우는 가는 숨을 내쉬면서 얼른 노트북 안에서 사진 파일을 찾아 삭제했다.


그러고는 바로 그 자리에 준비해 온 사진 파일을 옮겼다.


물론 파일명은 똑같이 바꿔주었다.


고개를 힐끔 돌려보니 블라인드 뒤 스나이퍼 박은 조용했다.


잠시 잠이라도 청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앉았던 자리 방석 밑에 부적 한 장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다시 블라인드 앞에 서서 조용히 스나이퍼 박을 불렀다.


“왜?”


스나이퍼 박은 조금 전 건우를 부를 때처럼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저 다름이 아니라···.”


건우는 귓속말을 하려고 다가가는 척하다 그의 셔츠 안으로 부적 한 장을 밀어 넣었다.


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건우는 쓰러지는 그를 붙들어 의자에 바로 앉혔다.


그러던 중이었다.


의자 앞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메신저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지퍼가 활짝 열린 사이로 사진 하나가 반쯤 나와 있었다.


줄리와 자신이 찍힌, 바로 문제의 그 사진이었다.


건우는 사진이 든 그 메신저 가방을 냉큼 어깨에 둘러멨다.


무대 뒤 집기를 보관하는 좁은 공간에 나와 시계를 보니 두 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4.


신 기자가 무대 위로 올라온 시간은 두 시 십 분경이었다.


앙드레가 십 분이나 더 시간을 끌어준 거였다.


건우는 앙드레를 생각하며 양 볼에 땀을 훔쳤다.


신 기자는 무대 위에서 기자들을 향해 꾸벅 허리를 굽힌 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앉자마자 바로 고개를 푹 떨구더니 눈을 감아버리는 게 아닌가.


방석 밑에 묻어둔 부적에 제대로 반응한 것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었다.


“자, 고개 들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다.”


무대 뒤에 숨어있던 건우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두 사람 다 고개를 들면서 눈을 번쩍 떴다.


“그럼, 신 기자 먼저···.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우의 소곤대는 말대로 신 기자는 앵무새처럼 입을 벌렸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어딘가 좀 기계음 같아서 그런 걸까.


기자들의 표정이 다들 야릇했다.


하지만 그런 톤이 계속 이어지자 기자들은 이제 말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실은, 오늘 저희가 간절히 밝히고 싶었던 사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숨겨왔고 참아왔던 일이었던지라··· 어떤 방법으로 어떤 장소에서 밝히는 게 좋을지···.”


기자들이 타이핑하는 소리가 로즈홀을 울렸다.


신 기자의 말이 중간에 잠시 끊길 때마다 기자들은 고개를 슬쩍슬쩍 치켜들었다.


그것만으로도 긴장감은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았다.


“저 블라인드 안에 있는 사람은···.”


생중계에 여념이 없는 방송 카메라가 신 기자의 입을 크게 클로즈업했다.


“저와 사귀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기자들이 타이핑을 중지하고 전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방송 카메라를 들여다보던 카메라 기자도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의 용기를 응원해 주시고···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건우는 이제 노트북에 준비된 사진을 열도록 지시했다.


무대 위쪽에 붙은 대형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화면을 꽉 채우는 사진이 떴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 사진이었다.


건우가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합성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사진.


그때였다.


기자들 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예스 패치의 국장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흥분한 그는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야! 씨발···, 신 기자 이 새끼 기사발송 예약 걸어놨지? 그거 빨리 취소하고··· 기사 삭제해 버려, 빨리!”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로즈홀을 천천히 구경하던 건우는 슬그머니 뒷문으로 몸을 내뺐다.


그러고는 앙드레가 기다리는 곳으로 힘껏 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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