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나는 트릭스터다.
콘 아티스트(con-artist)라고 해도 좋고, 사기술사, 마이직꾼, 접시꾼이라 해도 상관없다.
한마디로, 사기꾼이다.
그것도 그 세계에서 일가를 이룬 마스터다.
나는 남들보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을 안다.
그게 내 잡(Job)이고, 남들과 다르게 타고난 재능이다.
사업과 사기는 글자 하나 틀릴 뿐, 같은 족속이다. 한 피를 가지고 태어났다. 속성이 같다.
코에 걸면 사기고, 귀에 걸면 사업이다.
법망에 걸리면 사기고, 걸리지 않으면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은 골이 쑤신다.
눈 뜨면 자금에 후달리고, 세금 걱정에, 매입 단가, 판매 걱정, 거기다 노조가 각종 이유를 들어 파업이라도 하면 머리털 빠지고, 수명 팍팍 깎인다.
기업 대표, 사장들, 회장들, 속 좋은 인간들이다. 나 같으면 엎어버리고 만다.
“머슴 놈들이 주제를 모르고 말이야.”
골 아픈 건 딱 질색이다.
쉽게 버는 쪽을 선호한다.
그래서 나는,
내 직업에 더 없이 만족한다.
돈(money).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다.
돈에도 종류가 있고, 급이 있다.
사람도 상전과 상놈, 격조 있는 인간과 개후레새끼 종자가 있듯, 돈도 마찬 가지다.
시장 판 생선 냄새 나는 돈이 있고, 매미의 샅을 핥고 나온 돈, 뇌물 냄새 나는 돈, 피 묻은 돈이 있는가하면, 사회 환원 같은 고매하고 우아한 돈도 있다.
분명한 건,
냄새나고 피 눈물 뭍은 돈일수록 나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
엄마 같아서 접시 돌리지 못하고, 아버지 같아서 공사 외면하고, 친구 같아서 빨대 못 박고.
동생 같아서,
지인 같아서,
차버린 애인 같아서 사기질 못하면—.
이 바닥에 발붙이고 살 놈 못된다.
우아한 세상에서, 비루하게 빌붙어 살아라.
“너무 비정하지 않냐고?”
어설픈 온정은 패자의 덕목이다.
가난이 창문 틈새로 파고 들면, 사랑은 대문을 박차고 나간다.
비정하지 않으면 파멸이 문을 두드리는 법이다.
세상은 정글이고, 전쟁터다.
상대를 왜 죽이냐는 이유 같은 건 없다.
내가 살기 위해 짓밟고 죽이는 것뿐.
나는 그 매뉴얼에 충실해 성공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사기술을 익혔다.
이 세계 마스터가 되었다.
그런데.
운명이 장난질을 친다——!
-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을, 통쾌한 사기꾼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사기의 세계에서 정점을 찍은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하면서,
저 밑바닥의 야바위부터, 하이 클래스의 빅 스토어까지,
교과서와 현장에서 사용되는 사기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물고 물리는 활극의 대장정이 펼쳐집니다.
케이퍼 작품.
특히, 사기물에서 독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뭘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사기물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발한 수법과 두뇌싸움, 허를 찌르는 반전’이 아닐까 합니다.
당연히 우선순위를 거기에 두고 진행을 합니다.
때문에, 선량한 자들의 고혈을 빠는 사기꾼들에 대한 본격적인 응징과 통쾌한 복수는,
주인공 건이 ‘자신의 <샤킹패밀리>’를 구축한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처음부터 복수 대행하지 않냐?’ 하시는 분들, 살짝 기다리고 달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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