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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잇펀치 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대행 사기공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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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잇펀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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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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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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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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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필드 현장 학습 3

DUMMY

“그런 큰 기술 하나를 완성시키려면 밑바닥 잔기술들이 필수불가결이야. 언제 어디서 찐빠(잘못 된 상황)가 날지 모르고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거든. 그때마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게 잔기술들이지.”


앤드류가 나를 보며 씩 웃어준다.

이번엔 내가 냉큼 고개를 돌렸다.

앤드류의 PT가 한쪽 귓구멍으로 비집고 들어와 다른 쪽 귓구멍으로 흘러나간다.


“때문에 공사꾼들에겐 바닥 잔기술들은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패시브 스킬이야. 쓰리(소매치기)라든지, 각종 자물통이나 도어락같은 디지털 잠금장치, 금고 따는 뚜룩(도둑) 기술이나, 네가 조금 전 싸가지에게 시전 했던 자잘한 바닥 기술 같은 것들 말이야.”


다 알고 있거든.

지겹다.

내가 양 손가락으로 귓구녕을 털어대던지 말던지 지, 할 말 마무리까지 해대는 앤드류.


“하긴 지금 이런 얘기를 해봤자 공염불이지. 지금은 뭔 소린지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그냥 하나 하나 경험하다보면 언젠간 제대로 된 기사가 되겠지. 이따금씩 제대로 된 현장 체험 한방 맞으면 쑥쑥 자라날 것이고.

에효··· 갈 길이 멀구나. 여튼, 축복받은 재능이다. 그랜드 마스터 감이라니까. 핫.”


부우우우웅―

그랜저가 속도감 있게 코너링을 했다.




앤드류가 나를 끌고 들어간 곳은 곱창 집이었다.

배도 고픈 참이었고 곱창도 제법 맛이 있어서 1인분을 더 시켜먹었다.

맛이 있어서인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4시경인데도 손님들이 들어 차 있었다.


곱창을 다 먹고 밥을 비벼 먹으면서 소주는 반주로 딱 한 잔씩을 마셨다. 접시꾼은 근무 중엔 술을 절제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나머지를 미련 없이 남겼다.

앤드류가 전혀 아메리카 교포답지 않은 모습으로 들러붙은 누룽지까지 숟가락으로 벅벅 긁어먹으며 말했다.


“곱창은 제법 맛있지?”


내가 누룽지를 오물거리며 끄떡였다.


“이 집은 곱창 맛있는 거 빼곤 진짜 개 싸가지라고 소문 난 집이야. 손님이 많으면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친절을 베풀 줄 알아야 하는데, 불친절하고 손이 작기로 유명해. 우리가 3인 분 먹었는데도 양이 욧다만 하잖아? 게다가 가격도 졸나 비싸게 받아 처먹어요.”


아닌 게 아니라 곱창 양도 다른 집에 비해 적었고, 가격도 비쌌다. 손님들에게 대하는 친절한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예전에 학수하고 같이 먹었는데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었거든. 사장을 불러 말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며 우리들 거라고 박박 우기더라고.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해서 그냥 알았다고 넘겨버렸는데···”

“그래요? 못됐네.”

“못 됐지? 그러니 우리가 이 곱창을 돈 내고 먹어야 되겠냐, 안 되겠냐?”

“예?”

“우리 계산이 얼마냐?”


내가 계산서를 보고 셈을 하며 말했다.


“십 이만 구천 원이요.”

“알았어. 기다려 봐.”


앤드류가 허리를 숙여 바닥에서 뭔가를 줍는 척 하더니 벌떡 일어나 계산대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장을 불렀다.

무뚝뚝해 보이는 50대 남자가 다가오며 퉁명하게 물었다.


“왜 그러시는데요?”

“내가 테이블 바닥에서 이걸 주웠는데···.”


앤드류가 사장에게 반지 하나를 보여준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앤드류가 무슨 스킬을 보여주려는 지 감을 잡았다.

<비둘기 앞에 먹이 떨어트려주기>!

교과서에 나오는 간단한 기본 스킬이다.

사장이 반지를 유심히 보면서 별 일 아니라는 듯 퉁명하게 말했다.


“그래요? 이리 주세요. 우리가 보관하고 있다가 잃어버린 손님이 오시면 돌려드릴 게요.”


하면서 반지를 받으려고 손을 뻗는데, 앤드류가 반지를 움켜쥐면서 말했다.


“당신을 어떻게 믿어?”

“?”


앤드류의 냉담하고 단호한 말투에 사장의 인상이 굳어졌다.


“플라티늄에 다이아도 박혀 있고 척 봐도 가격이 장난 아닌 귀한 반지구만. 내가 가지고 있다 반지 임자가 나타나면 건네줄 테니까 이리로 연락 주쇼.”

“아, 아니 그게···”

“됐습니다. 나는 뭐든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안 그러면 찜찜해서 잠을 못잡니다.”


앤드류가 메모지에 자기 휴대폰 전번을 적어주고, 현찰로 우리가 먹은 음식 계산을 하고는 칼 같이 돌아섰다.

앤드류의 태도가 워낙 단호해서 무뚝뚝하고 인상 더러운 사장도 더 이상 어떤 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봤다.


“하~ 나 원 참.”

“김대리, 가자.”


나는 별 표정관리도 하지 않고 그저 앤드류와 사장을 번갈아 보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업소 카운터에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예, 뿔난 황소곱창입니다.”


사장이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며 앤드류가 나를 끌고 현관 밖으로 나갔다.

앤드류가 가게 밖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주차장으로 여유 있게 걸어가며 나에게 말했다.


“뒤 돌아보지 마라 사장 놈 튀어 나올 때 됐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사장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요! 잠깐만!”


헐레벌떡 달려온 사장이 다급히 말했다.


“반지 주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요? 그런데요?”

“반지를 주시면 저희가 가지고 있다 주인이 오면 돌려주겠습니다.”

“내가 직접 전해 준다니까 그러시네. 언제 온데요?”


앤드류가 단호하게 뻗대자 주인의 험상궂은 얼굴이 더욱 구개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가게까지 도착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립 답니다.”

“예? 한 시간? 그럼 안 되는데?”


앤드류가 눈을 부릅뜨더니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김대리 우리 몇 시까지 도착해야 되지?”

“?”


앤드류가 느닷없이 물어보자 내가 장단을 맞춰줬다.


“지금 가도 늦어요. 30분 안에 도착 못하면 우리 짤립니다.”


앤드류가 ‘어쭈 제법?’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그렇지?” 하며 고민을 하는 척 한다.


“어떡한다?”

“그러지 마시고 그 반지를 우리에게 맡기시면.”

“사장님. 나 누군지 기억 안 나시죠?”

“?”


앤드류가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한 달 전쯤에 이 가게에서 곱창을 먹다 머리카락이 나와서 따졌는데 미안하다고 말하기는커녕 우리 머리카락이라고 우겼잖아요. 기억 안 나요?”

“그, 글쎄요. 잘···”

“그런 사람을 믿고 이 귀한 반지를 맡기라고요? 척 봐도 기천은 나가겠는데.”


앤드류의 단호한 말에 사장이 달리 대꾸도 못하고 입맛만 다셨다.


“됐구요. 반지 주인에게 나한테 직접 전화 하라고 하세요. 확실하게 돌려준다고. 내 전화 번호 적어줬죠? 그럼.”


앤드류가 돌아서가자 얼굴이 벌개진 사장이 다시 달려와 다급히 말했다.


“그 반지 주인이 결혼식 반지고 귀한 거라 사정 사정을 하면서 한 시간 안에 도착 할 테니까 잘 가지고 있으면 사례비로 50만원을 준다고 했어요.”

“그래요? 50만원? 흥. 그걸 당신이 슬쩍 해 드실라 그랬군.”

“아, 아니. 사례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난···.”


앤드류가 말꼬리를 잘랐다.


“그것 보슈. 내가 귀한 반지라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직접 전화를 하라고 전하세요.”

“공항으로 가는 도중 차를 돌려서 온다는 겁니다. 시간이 다급하대요.”

“나도 마찬가집니다. 늦으면 회사 짤려요. 책임 질 겁니까?”

“하··· 사람 참 나.”


사장이 한숨을 터트렸다.

그때, 내가 잔뜩 뻐팅기고 있는 앤드류와 남감해 하고 있는 사장을 향해 어르듯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반지 주인이 50만원 사례비 준다고 했다면서요?”


사장이 시쿤둥하게 답했다.


“예.”

“그걸 그냥 반씩 나눠가지세요.”


무슨 소린가 싶은 두 사람이 나를 봤다.


“그 반지를 사장님한테 맡기고, 반지 주인이 준다는 사례비 50만원을 25만원 씩 나눠 가지세요.”


내가 앤드류에게 말했다.


“과장님도 고집 그만 부리시고 내 말대로 하세요. 어차피 그 반지, 식당에서 주운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장님도 사례비의 절반을 받을 권리는 있죠.”


앤드류가 버럭 한다.


“내가 사례비 때문에 그러냐?”

“알아요. 알아. 그런데 우리도 시간 없다구요. 반지 주인도 공항에서 온다고 하잖아요. 세상을 유두리 있게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내가 사장을 보며 다그치듯 말했다.


“사장님도 괜찮죠?”

“그, 그야 난 뭐 상관없습니다.”

“뭐해요. 그럼 빨리 25만 원 건네주세요.”

“아, 알았습니다.”


하고서는 뒷주머니 지갑에서 5만 원 권 5장을 꺼내서 나에게 줬다.

내가 돈을 받고서 앤드류에게 반지를 건네주라고 하자 앤드류가 마지못해 반지를 나에게 건네준다.


“하··· 자식 내가 직접 전해준다니까 그러네. 내 스타일 알면서.”


나에게 반지를 건네받은 사장이 앤드류를 위 아래로 흘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게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리도 노상 주차장에 있던 차에 올라 가열차게 출발시켰다.

곱창 가게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앤드류가 냉큼 물었다.


“이야~ 내가 그렇게 음식 값 그렇게 작업 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냐?”

“앤드류 형이 곱창 집 들어가기 전에 어떤 여자에게 전화를 하면서 곱창 가게 상호를 말해줬던 게 번뜩 떠올랐어요. 그리고 비둘기 앞에 먹이를 떨어트려준다고 했던가?”

“으흥··· 반지는? 그 반지가 어떤 건 줄 알고 그 사장에게 주라고 했어?”

“그 반지가 진짜라면 내가 사장에게 주라고 해도 형이 절대 안 줬겠죠. 내가 헛다리짚은 거니까 형이 다르게 치고 나갔을 테고.”

“핫.”


앤드류가 헛웃음을 지으며 나를 봤다.


“<비둘기 앞에 먹이 떨어트려주기>! 저금통(클라이언트) 앞에 먹잇감을 떨어트려 주고 작업을 친다는 저 유명한 고전적 수법 타이틀 아닙니까.”

“레지도 아니고, 선수네. 아니 그런 머리로 왜 사기를 당했어?”

“사람을 믿었으니까요.”

“그래? 앞으론 사람 믿지 마라. 세상을 순수하게 보되, 순수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그래야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쯧쯧.”


「세상을 순수하게 보되, 순수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명언이었다.


“그 반지, 남대문 시장 리어카에서 산 만 원짜리야. 이미테이션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화려하다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야. 공사 치면 우리 같은 이미테이션이 더 진짜 같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거고. 안 그래?”

“말 됩니다. 헐.”

“그런 반지 몇 개 있는데 하나 줄까? 가끔 써 먹어 봐. 싸가지 없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 공짜로 먹고 싶을 때.”


그때, 앤드류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앤드류가 전화를 받고 다급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 왜? 어디? 그, 그래, 지금? 알았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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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개강-복수의 작전이 개시되다 3 23.05.29 54 0 12쪽
42 42화. 개강(開講), 복수의 작전이 개시되다 2 23.05.28 51 0 12쪽
41 41화. 개강(開講), 복수의 작전이 개시되다 1 23.05.28 57 1 12쪽
40 40화 가마를 태운다 23.05.27 58 1 12쪽
39 39화. 안면철판 스킬 23.05.27 57 1 11쪽
38 38화. 타깃의 정체 23.05.26 57 1 11쪽
37 37화. 첫 번 째 타깃 1 23.05.26 6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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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자해 공갈단 소녀의 선물 2 23.05.25 60 1 12쪽
34 34화. 자해 공갈단 소녀의 선물 1 23.05.24 68 1 12쪽
» 33화. 필드 현장 학습 3 +2 23.05.24 73 1 11쪽
32 32화. 필드 현장 학습 2 23.05.23 69 1 12쪽
31 31화. 필드 현장 학습 1 23.05.23 72 1 13쪽
30 30화. 사기꾼이 갖춰야 할 덕목들 23.05.22 75 1 13쪽
29 29화. 접시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23.05.22 72 1 13쪽
28 28화. 서교수와의 새로운 서막 23.05.21 77 1 14쪽
27 27화. 드디어 다시 만난 서교수 2 23.05.21 76 1 13쪽
26 26화. 드디어 다시 만난 서교수 1 23.05.20 76 1 13쪽
25 25화. 과연 서교수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2 23.05.20 72 1 10쪽
24 24화. 과연 서교수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1 23.05.19 79 1 9쪽
23 23화. 나는 아직 멀었다 23.05.19 76 2 13쪽
22 22화. 꼬이는 운명 2 23.05.18 75 2 10쪽
21 21화. 꼬이는 운명 1 23.05.18 76 2 11쪽
20 20화. 네다바이 수법 2 23.05.17 80 2 12쪽
19 19화. 네다바이 수법 1 23.05.17 8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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