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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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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15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20 09:03
조회
24,133
추천
79
글자
8쪽

폭염의 용제 - 15

DUMMY

그날 저녁, 돌아오는 백작 일행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기사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아닌데도 그랬다.

"무슨 일 있었나요, 여보?"

백작 부인이 말에서 내리는 백작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원래 그녀는 백작이 치는 사고들에 질려서 항상 거리를 두고 대했지만, 루그가 나타난 후로는 조금이라도 친밀하게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래야 백작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루그를 마빈과 경쟁시키는 얼토당토않은 짓을 벌이지 않을 것 아닌가?

"홀렌과 자이더가 죽었소."

"아……."

그 말에 백작 부인은 백작과 기사들이 침울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백작을 모신지 10년이 넘는 베테랑 기사들이었고, 다른 기사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죽었으니 다들 침울해할 수밖에.

"내일 정식으로 장례를 치를 거요. 오늘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 술잔을 들어야겠지."

백작은 그렇게 말하고 연회장으로 들어가다가 루그를 발견했다. 백작이 웃으면서 물었다.

"루그, 잘 지냈느냐?"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멈칫했다. 그러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널 볼 때마다 이런 이야기만 하는 것 같구나."

"힘든 일을 하고 오시니 당연한 일이죠.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없구나. 마물들이 무섭긴 해도 나는 꽤 강하단다."

루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스탈 백작은 적어도 기사로서는 모두에게 존경받을만한 이였다.

그는 넓지만 척박한 땅에서 영지민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고, 이런 촌구석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무력을 가졌다. 루그는 예전에 아스탈 백작이 눈이 뒤집혀 폭주하는 오우거를 일격에 죽이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적도 있었다.

'사나이답고 좋은 사람이긴 한데 철만 좀 들었어도.'

루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백작은 결코 심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루그에게도 잘해주려고 노력했었다. 사생아가 찾아온 그날, 예전에 며칠 동안 스쳐가듯 빠져있었던 여성에게 준 정표를 가졌다는 것과 자신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들이라고 인정하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가 그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루그는 그를 계속 백작님이라고 불러야했을 것이고, 백작 부인과 마빈이 무슨 짓을 하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흔히 신들은 공평하다고들 말한다. 극단적인 강점과 약점을 함께 갖고 있어서, 결국 사생아와 후계자의 다툼 때문에 가문을 말아먹었던 그를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긴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다마는.'

루그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스럽고 현명하게 처신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항상 격정적으로 살았고, 그래서 후회하고 아파한 적이 많았다. 어쩌면 그런 부분은 아스탈 백작을 닮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루그가 말했다.

"몸은 괜찮으셔도 마음을 다치신 것 같군요."

"……."

뜻밖의 말에 아스탈 백작은 멈칫했다. 루그는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끔은 술을 마시고 시름을 잊기보다는 사람한테 기대서 우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상처받고 눈물을 흘릴 수 있으니까요."

"루그, 너……."

"저도 돌아가신 어머니한테 그러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루그는 죽은 리나르 앞에서는 항상 밝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그녀 앞에서는 아파도 웃었고, 힘들어도 웃으면서 아들이 불행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후에는 한번쯤 그녀에게 안겨서 펑펑 울면서 속내를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가 남았다.

"오늘은 백작 부인과 마빈에게 양보하죠.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루그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복도를 돌아서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멍청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스탈 백작이 중얼거렸다.

"정말로 알 수 없는 녀석이구나. 리나르, 너는 저 녀석을 어떻게 키운 거지?"

백작은 알 수 없는 루그의 행동거지와, 또 한가지를 간파했다. 그것은 바로 루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강체력의 파동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도대체 누가 저 녀석에게 강체술을 가르쳤나?'

아무리 루그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이미 그가 먼 훗날에 도달해야 할 영역에 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적어도 무술에 관한 한 그는 탁월한 재능과 기량의 소유자였다. 그렇기에 루그가 특별히 힘을 발휘하지 않았어도 그는 루그가 강체술을 익히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당분간 지켜봐야겠어."

백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4


그날 밤, 루그가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볼카르가 불쑥 물었다.

<아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지?>

"음? 그거야… 슬프고 아프고, 힘들지."

루그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잃었다.

생각해보면 죽도록 단련하고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지켜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번 잃고, 잃고, 또 잃다가 결국엔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복수만을 바라며 목숨을 내던졌다.

백작 역시 같은 아픔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는 약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워왔지만, 그 과정에서 죽어간 친구들을 보며 슬퍼하고, 상처받아왔을 것이다.

<그런가. 인간은 그래서 동족을 죽인 자에게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거군.>

"그건 당연한 것 아냐?"

<너희들에게는 당연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사실 내가 너희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 나에게는 인간들이 그토록 귀하게 여기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고, 심지어 다른 드래곤이 죽었다는 것을 알아도 별로 슬픔을 못 느끼니까.>

"어……."

<나는 인간들의 반응을 생존과, 번성을 위한 욕망으로 이해해왔다. 사회가 파괴당하고,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파괴되면서 종족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에 그들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볼카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묵했다. 대화가 그렇게 끊어지자 거북함을 느낀 루그가 물었다.

"드래곤은 자손을 낳지 않는다고 말했지?"

<그렇다.>

"그럼 용족이라는 것들은 대체 뭐야? 와이번이라던가, 드레이크라던가, 드래코니안이라던가 하는 것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물들 중에서 용족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씩 드래곤을 닮은 형상을 갖고 있으며, 다른 마물들과 비교할 때 강력한 힘을, 혹은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볼카르가 대답했다.



*****

원래 연말에는 작년처럼 일본여행이나 갈 생각이었는데 이러저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좌절. 눈여겨보고 있는 새 노트북 평가가 괜찮으면 그거나 살까 생각중입니다. 아, 왜 11.6인치는 맥북 에어처럼 잘 빠진 녀석이 안 나올까. 역시 울트라 슬림 모델은 13인치대로 가야만 하는가.

오타, 오류 지적은 언제나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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