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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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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471

작성
10.12.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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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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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글자
8쪽

폭염의 용제 - 14

DUMMY

1단계를 완성하는데 26일이 걸린 이유는 체내의 기운을 일정량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감의 존재를 알고, 최적의 강체술 운용법을 알고 있는 루그는 예전에 반년이 걸렸던 일을 7배나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다.

2단계의 진도가 빠른 이유도 비슷하다.

2단계는 강체술을 익힐 때 가장 중요한 기초다. 강체술은 강체력이 어떤 패턴으로 흐르냐에 따라서 다른 효력을 발휘하고, 그렇기에 여러 가문들과 유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적인 흐름을 완성해왔다.

그렇기에 이 흐름을 명확하게 알고, 체내의 강체력이 항상 같은 패턴으로 흐르게 안정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스승이 아무리 말로 잘 설명해준다고 해도 본인이 경험하기 전에는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루그는 이미 그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허무할 정도로 쉽게 2단계를 완성해가는 중이었다.

"예전의 1년 8개월 과정을 이번에는 50일도 안 되어서 끝내게 생겼군. 하긴, 내 몸이 예전에 비해 어린것도 이런 차이를 만드는 원인이겠지."

<나이가 어리면 강체술을 익힐 때 유리한가?>

"아무래도 다 자란 후에 시작하는 것보다는 한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편이 유리해. 스승님 말씀으로는 어릴 때는 머리가 굳어지지 않아서 학습력도 뛰어나고, 또 체내의 기운도 오염되지 않고 깨끗해서 강체력을 키우기 좋다는군. 내가 알기로는 마빈 그놈이 다섯 살 때부터 강체술을 익히기 시작했을걸. 무가의 자식이라면 대체로 그 정도에는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인간의 몸은 정말 성능이 나쁘고 불안정하군. 수명이 짧아서 그런지 지나치게 변화무쌍해.>

"오래 살아서 좋겠수. 근데 넌 몇 살이야?"

<내 나이 말인가?>

"드래곤들은 다 수천 년을 산다고 하잖아. 정말이야? 나무도 천년을 살기 어렵고, 오래 산다는 엘프나 드워프도 고작해야 2, 300년을 사는데……."

<내 삶이 시작된 후 시공회귀주문을 쓰기 직전까지의 시간만을 이야기한다면 8347년 7개월하고도 6일이다.>

"……."

루그는 기가 막혀서 입을 쩍 벌렸다.

세상에. 수백 년을 살아간다고 해도 놀랄 판인데 천년도, 2천년도 아니고 8000년 이상을 살았다고?

"지, 진짜 오래 살았네."

<인간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 드래곤의 나이는 다들 그 정도 된다.>

"다들이라니, 새로 태어나는 어린 드래곤들도 있을 거 아냐?"

<없다.>

"응?"

<너는 우리들에 대해서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 아니면 인간 전체의 착각인가? 드래곤은 인간처럼 짧은 수명 동안 뭔가를 기록하고, 자손을 남겨 후대에 이어가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로서 완전한 개체이며, 그렇기에 자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처음 다수가 태어난 시기 이래로는 지금까지 조금씩 줄어들기만 했지 늘어나지 않았다.>

"잠깐. 그럼 언젠가는 드래곤이 모두 사라진다는 말이야?"

<그렇게 될 거다. 물질계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물질계를 수호할 필요가 없어지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 의미지. 언젠가 이 세계는 안정되어 차원의 균열이 사라질 것이고, 마족들도 함부로 이 세계를 넘볼 수 없게 되면, 그러고 나서 천년쯤 지나면 아마 인간들은 드래곤을 전설 속의 존재로만 기억하게 될 거다.>

"그런……."

루그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자손도 남기지 않고 혼자 존재하다가, 언젠가 할 일이 끝나면 사라져간다니 그건 마치…….

"도구 같잖아."

<올바른 표현이군. 별로 듣기 좋진 않다만.>

볼카르는 흥 하고 웃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기다리던 루그는 한숨을 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하긴 드래곤이 모두 사라진다 한들 슬퍼해줘야 할 이유가 없군. 어차피 나는 그중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 입장이고."

<개인적으로, 지금 이 순간 나와 동일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 매우 불쾌하니 네가 그놈을 죽이는 것을 허락하마. 영광으로 생각하고 가서 죽이도록.>

"…그거 뭔가 자살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의 대사 같아."

<자살이라. 신선한 이야기다. 타인에 의해 또 다른 내가 죽는 것을 자살이라고 정의하고, 그걸 도와서 성취할 수 있다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친 드래곤 같으니."

루그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훈련에 매진했다.



3


마빈과 백작 부인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루그는 백작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단 한번도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놀라울 정도로 신체를 단련시켰다.

"이 정도면 슬슬 마빈 그놈이랑 해볼만 하겠는데."

루그는 연못의 수면에 얼굴을 자신을 비춰보며 미소지었다.

지난 52일간 하루 10시간 가까이 강체술과, 맨손격투술을 연마한 결과 루그의 몸은 상당히 튼튼하게 변해 있었다.

성장기의 소년답게 키도 좀 자란 것 같았고, 빈민가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잘 먹고 지내서 그런지 빼빼 말랐던 몸에 살이 붙으면서 그것이 근육으로 변했다. 강체술은 이미 2단계를 완성해서 3단계에 진입했고 신체능력도 놀랍도록 상승해 있었다.

물론 아직도 신체능력만 보면 마빈이 루그보다 훨씬 위일 것이다. 루그는 강체술의 기술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켰을 뿐, 그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강체력은 여전히 일천했기 때문이다. 52일간 쌓아올린 것을 5살 때부터 8년 이상, 그것도 무가의 후계자답게 효능 좋은 비약까지 먹어가면서 훈련한 것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싸움이란 힘만 갖고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닌 법."

<널 남들이 보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뭐? 왜?"

<그야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꽤 심각하게 들었으니 말이다. 인간 기준으로 보면 그게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지 않았던가? 요즘은 딱히 나한테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아도 혼자서 중얼중얼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헉! 그렇단 말야?"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신의 변화에 루그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볼카르의 영혼이 루그의 몸 속에 있다고 하나 둘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말을 통해 이루어졌다. 볼카르는 루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고, 루그도 볼카르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이따금씩 서로의 감정이 미미하게 전달되긴 했지만 그뿐이다. 루그는 육성으로, 그리고 볼카르는 정신파로 '말한다'는 행위를 거쳐야만 서로에게 뜻을 전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루그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볼카르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 많아졌고, 그것이 점점 혼잣말을 하는 버릇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잘 생각해보니까 요즘 그냥 생각만 해도 될 것을 혼잣말로 중얼중얼거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던 루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볼카르가 말해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남들 앞에서 실수할 뻔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네. 끄응."

루그는 일찌감치 훈련을 마치고 벗어뒀던 웃옷을 걸쳤다.

오늘은 백작이 마물 토벌을 마치고 성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그를 반기는 정도의 성의는 보일 생각이었다.



*****

실은 이제 진짜 한편 체제로 들어가야지 했다가 13은 별로 느낌이 안 좋으니까 한편은 더 올려야지 하고 하나 더. 뭔가 매번 핑계를 붙여서 2회 연재를 하게 되는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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