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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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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10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5 06:22
조회
23,793
추천
82
글자
8쪽

폭염의 용제 - 07

DUMMY

"물론 그런 사정을 이해한다고 내가 호락호락 당해줄 수는 없었지. 그쪽에서 나를 죽이려고 하니 나도 울컥했고, 또 없던 욕심이 생겼어."

아스탈 백작은 어머니로 하여금 자신을 낳게 만들었으면서도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난 속에서 병들어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그런 어머니를 지켜본 루그는 아스탈 백작에게 부정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를 아버지라고 여겨본 적도 없었다. 다만 고된 삶을 어떻게든 해줄 실낱같은 희망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백작 부인이 독살스럽게 자신을 죽이려고 하니 마음 속에서 분노와 증오가 끓어올랐다. 잘못의 원흉은 아스탈 백작이거늘 어찌 죄 없는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와 마빈을 망쳐버리고 싶어졌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녀와 싸웠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어떻게 되긴. 사이좋게 다 망했지."

<망해?>

"해도 되는 일, 안 되는 일을 안 가리고 9년 정도 싸우다 보니까 사람들은 죽고, 외부의 승냥이 같은 놈들을 끌어들여서 이것저것 뜯어먹게 하고, 그러다가 결국 옆동네 영주한테 다 털려서 가문이 완전히 몰락했어. 아버지가 마물토벌을 나갔다가 큰 부상을 입어서 긴 침대 생활을 하게 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지. 생각해보면 나도 정말 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할 지경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뒷골목의 애송이가 귀족가문을 차지하겠다고 아등바등 9년이나 싸울 수 있었다니.

<내가 보기엔 별로 신기하진 않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너는 인간의 몸으로 드래곤인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하려고 한 인간이 고작 그런 일을 못하겠다고 도망칠 리는 없겠지.>

"그러고 보니 그렇네."

루그는 픽 웃고 말았다. 그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드래곤을 죽이려고 했던 인간이었다. 비록 과거로 돌아와서 없던 일이 되긴 했지만, 이제부터 또 같은 일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시키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드래곤을 죽이는 일에 비하면 백작 부인과의 암투는 하찮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아, 정말 우습군. 그 일들이 다 없던 일이 되어버리다니… 이렇게 되면 내가 너를 미워하는 것조차 이상해."

루그가 겪은 모든 비극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백작 부인과의 암투조차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도 살아계셨다면…….'

과한 욕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좀 더 과거로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이나 3년 전으로만 돌아갔어도 자신은 어머니가 병들어 죽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나도 얼마나 과거로 돌아갈지는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아니, 그 부분은 너를 탓할 일은 아니지. 어쨌든 지금도 네 이름을 생각하면 울화가 끓어오른다만, 이런 기회를 준 것만은 감사하도록 하마."

루그는 복잡한 기분으로 볼카르에게 감사했다. 그에게 감사를 할 날이 오다니, 정말이지 지금까지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볼카르가 말했다.

<딱히 감사를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다. 나는 나의 과오를 지우고 싶었을 뿐이니.>

"흥. 뻣뻣하긴. 너 같은 놈이랑 한 몸에 동거를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짜증이 나는군."

확실히 남의 영혼이 자신의 몸 속에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일이다. 무슨 일을 하건 혼자만의 비밀 따윈 간직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루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린 다음, 할 일을 정했다.



4


아스탈 백작 부인은 요즘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갑자기 열 다섯 살이나 된 백작의 사생아가 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녀는 집사의 보고를 받고 불쾌한 듯 물었다. 집사가 대답했다.

"네. 분명히 음식을 먹은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았다는군요."

"약을 분명히 탔고?"

"네. 그 점은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백작 부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저녁이면 백작이 성으로 돌아온다. 그렇기에 그녀는 약한 독으로 루그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서 주제파악을 하게 만들고, 백작에게는 나쁜 인상을 심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분명히 약을 먹었을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혹시 그 녀석이 강체술이라도 연마했나?"

주로 무가에 비전으로 내려오는 비술, 강체술을 연마하면 초인적인 육체능력을 갖게 된다. 신체가 보통 인간보다 훨씬 강건해지는 만큼 약한 독 따위는 별 영향 없이 이겨내는 것도 가능했다.

집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빈민가에서 굴러먹고 자란 천한 것이 어떻게 강체술을 익히겠습니까?"

"그 이가 가르쳐줬다거나……."

"그러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강체술은 기초를 터득하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리니 며칠만에 독을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몸이 되었을 리는 없지요. 며칠 전에는 마빈 도련님께 맞아서 그 다음날까지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고 하던데요."

"마빈이 그런 일을?"

백작 부인이 눈썹을 치켜떴다. 집사는 자신이 말을 실수했다 싶어서 움츠러들었지만, 그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역시 내 아들다워. 뭘 해야하는지 알고 있군. 그럼 어떻게 된 거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음식을 먹으려다가 변덕이 생겨서 그냥 창 밖에 버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군.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아직도 음식을 먹을 만한 상태가 아닌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창밖에 새들이 있는 걸 보고 줬다거나…… 좀 말도 안 되는 가정 같기는 합니다만, 달리 생각할 만한 가능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습긴 하지만 확실히 그런 것 같아."

천한 것 주제에 우유에 벌레라도 빠진 것을 못마땅해하며 버렸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백작 부인의 가슴 속에서 불쾌감이 끓어올랐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내일 다시 약을 탈까요?"

"그만둬. 그이가 있는 동안엔 눈에 띄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백작은 기사들을 이끌고 영지에 나타난 마물들을 토벌하러 나갔다가 돌아오고 있었다. 또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한동안 성에 머물 것이고, 루그에게 신경을 쓸 테니 그동안에는 아무런 수작도 부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한숨을 쉬는 백작 부인에게 집사가 물었다.

"그럼 그 약만 탈까요?"

"그렇게 해."

집사가 말하는 약은 효과가 아주 미미하지만, 먹을 때마다 몸에 누적되어서 서서히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독이었다. 한두 번 먹어서는 아무런 효과도 없고 몇 년에 걸쳐서 계속 먹여야 하긴 했지만 확실한 살해수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작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

"천한 것 주제에 제법 운이 좋구나. 하지만 그 운이 언제까지 갈까?"



*****

치과 가서 실밥을 뽑고 왔는데 여전히 아프군요. 에구구, 언제 상처가아물어서 이 신경 거슬리는 통증이 사라질까;

오타, 오류 지적은 언제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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