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06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6 09:14
조회
23,309
추천
80
글자
9쪽

폭염의 용제 - 08

DUMMY

5


그 날 저녁, 영지를 어지럽히던 마물들을 토벌한 아스탈 백작이 귀환하자 성에서는 기사들을 위한 연회가 열렸다. 이 연회에는 아스탈 백작의 친족들 모두가 참여했기에 루그 역시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의젓한 차림으로 나가야 했다.

"별로 달갑지 않은데."

<연회에 나가는 것이 말인가?>

"아버지라는 사람을 보는 것이. 대충 13년만에 다시 보는군."

아스탈 백작은 호탕하고 남자다운 성격이었지만 집안을 관리하는 능력은 형편없는 이였다. 그와 결혼한 부인의 마음고생은 정말 이만저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백작 부인의 입장이 이해되면서 동정심이 일었다.

"하아. 지나가고 나면 다 추억이란 건가. 그때는 정말 필사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기만 하니."

그 후에 겪은 일들이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백작가에서 보낸 9년은 그냥 좀 나쁜 기억 정도로만 여겨졌다. 이제는 백작 부인과 암투를 벌일 생각도 없었다.

'저쪽에선 나를 그냥 놔두고 싶지 않겠지만. 되도록 빨리 어떻게 할지 정해야겠군.'

루그는 가문의 재산과 권리에는 전혀 욕심이 없었다. 이곳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이후 세상에 나가 성장한 그에게는 그 정도는 하찮은 것이 불과했으니까.

비록 지금은 그때 가졌던 힘도, 재산도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힘을 얻었나 하는 과정이 기억되어 있었고, 힘을 키우는 것은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지름길을 가는 거야. 그리고 더 큰 힘을 가져서 볼카르를 죽인다.'

전생에 22년에 걸쳐 손에 넣었던 힘을 빠르게 되찾고, 그 이상의 힘을 손에 넣는다. 그래야만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막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아스탈 백작가 따윈 신경 쓸 가치도, 여유도 없었다.

"오, 루그, 잘 지냈느냐?"

루그가 연회장에 들어서자 곧바로 백작이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는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불그스름해져 있었다.

백작이 루그에게 말을 걸자 연회장에 있던 이들이 모두들 시선을 던졌다. 그들이 수군거렸다.

"정말 백작님과 닮긴 했군. 백작님 어렸을 때랑 판박이야."

"그러게. 마빈 도련님보다도 훨씬 더……."

"골치 아프게 됐어."

연갈색 머리칼에 청록색 눈동자를 가진 루그는 확실히 백작과 많이 닮았다. 백작 부인이 낳은 아들 마빈보다도 훨씬.

'확실히 내 얼굴이랑 닮았군.'

루그는 13년만에 보는 아버지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22년 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이를 먹고, 상처 입은 자신의 얼굴은 분명 백작의 것과 닮아있었다. 다만 백작보다 훨씬 험란한 삶을 살아왔고, 지쳐있다는 느낌이 들 뿐.

백작이 물었다.

"그래, 지내기는 어땠느냐? 다들 잘 해주더냐?"

"네. 아버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에 다들 많이 배려해주어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백작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의아함을 느끼던 루그는 순간 아차 했다. 15살일 때의 자신은 빈민가에서 굴러먹던, 예의는커녕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애송이였다. 그런데 성에 들어온지 일주일만에 이렇게 점잖은 말투를 사용하니 백작이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백작이 허허 웃었다.

"그새 예법을 좀 배운 모양이구나. 적응이 빠른걸. 역시 내 아들다워."

물론 루그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예법 따윈 배운 적도 없었다. 백작의 명령에 따라 시중들 하인들이 붙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철저하게 방치상태였다.

루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백작 부인께서 많이 신경 써주신 덕분입니다."

"오, 당신이 루그를 챙겨주었나보구려."

백작이 놀랍다는 듯 백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뒤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루그를 쏘아보던 백작 부인은, 루그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자 당황해하고 있었다. 루그는 그녀에게 씩 웃어주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마빈.'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 기사들 사이에 있었다.

이때의 마빈은 루그보다 두 살 어린 열세 살이었다. 하지만 귀족답게 잘 먹고 자랐고, 또 일찌감치 기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루그와 비슷할 정도로 키가 컸다. 그리고 체격은 훨씬 더 균형 잡혀 있었다.

어려서부터 가주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온 마빈은 루그의 존재가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았다. 그렇기에 자신을 따르는 하인들과, 기사들까지 동원해서 몇 번이나 루그를 폭행해가면서 쫓아내려고 시도했었다.

'뭐, 이제는 그런 일을 당해줄 이유가 없지.'

예전에는 마빈을 미워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태어나면서부터 가주가 되기 위해 교육받으며 자라서, 자신을 적대하게 되는 그 녀석이 우습게 여겨질 뿐이었다.

'당분간은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겠군.'

백작 부인은 당분간 손을 쓰지 않지만, 마빈은 다르다. 보는 눈이 없을 때, 혹은 자신과 백작 부인의 입김이 강한 이들만 있을 때 루그와 마주치면 무조건 붙잡아서 폭행했다. 마빈에게 맞아서 사경을 헤맸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겨우 살아났다 싶으면 하인들에게서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았을 거라는 소리나 들으면서 속에서 시커먼 증오를 키웠다.

지금 이 몸으로는 절대 마빈과 대적할 수 없었다. 이 몸은 비쩍 마른 데다가, 제대로 단련도 안된 몸이고, 강체술은 전혀 연마하지 않은 상태니까.

그에 비해 마빈은 몇 년 동안 강체술을 연마하여 이미 성인 장정을 우습게 볼 정도의 완력을 가진 상태였다. 제대로 맞서려면 루그도 한동안 강체술에 매진해야만 했다.

'골치 아픈데. 문제는 시간이야.'

이미 루그는 이곳에 오기 전 몇 시간 동안 강체술 연마를 시작했다. 시공회귀 전의 그는 왕국의 이름난 기사들 중에도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체술을 연마한 강자였다. 그렇기에 원래는 기본적인 단련법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두 달은 지나야 한다는, 체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기운을 감지하는 기감(氣感)을 각성하는 단계에 한나절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기초 단계를 빠르게 터득한다고 해도 몸을 강하게 만드는 강체력을 쌓고, 그것을 응용하는 기술을 터득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다고 해도 허약한 몸이 한순간에 과거의 것처럼 강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내일 아침에 여길 나가버릴까?'

그럼 백작 부인과 싸울 일도 없을 테니 골치 아픈 일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루그는 그 생각을 곧바로 철회했다. 9년 동안이나 백작 부인과 싸웠던 그는 그녀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백작 부인은 철두철미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마 자신이 나가버리면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한 인원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들의 위협에서 몸을 지킬만한 힘이 없었다.

'정말 싫지만 당분간은 이 사람의 비호 아래 있어야 한단 말이지.'

루그는 술에 취해 기사들과 웃고 떠드는 아스탈 백작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가 아버지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지만, 어쨌거나 최소한의 힘을 기를 때까지는 신세를 져야만 할 것 같았다.



6


<왜 그런 조악한 기술에 매달리지?>

연회 다음날, 루그가 방에서 강체술 기초훈련을 하고 있는데 볼카르가 불쑥 말했다. 루그가 눈썹을 치켜 뜨며 물었다.

"조악한 기술?"

<그렇다. 내게 마법을 배우면 될 것을, 왜 그런 기술에 매달리나?>

"이봐. 마법이 대단한 기술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째서 강체술이 조악한 기술이라는 거야? 이 힘이 아니었으면 너랑 싸울 마음을 먹지도 못했어."

<마법사들이 잔뜩 모여서, 그것도 한 도시 규모로 마법진을 만들고 운용하지 않았다면 너는 나한테 다가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당초 싸움이 성립하지 않았겠지. 적에게 다가갈 수조차 없는 기술에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지?>

"큭……."

루그의 말문이 막혔다.






*****

볼카르 : 마법 배워!

루그 : 배, 배우겠습니다.

볼카르 : 필요없어!


.........


날씨가 진짜 와방 춥군요. 아, 겨울이 싫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폭염의 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메이즈와 티아나 일러스트 월페이퍼 공개 중 +9 11.11.22 3,496 3 1쪽
19 메이즈와 티아나 라이트노벨풍 일러스트 공개 중 +8 11.11.21 2,631 5 1쪽
18 폭염의 용제 10권 마감했습니다 +9 11.11.09 2,082 7 2쪽
17 폭염의 용제 3권 마감했습니다. +25 11.02.22 3,253 9 1쪽
16 폭염의 용제 1,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79 11.01.28 8,590 32 2쪽
15 폭염의 용제 - 15 +30 10.12.20 24,133 79 8쪽
14 폭염의 용제 - 14 +26 10.12.19 22,506 82 8쪽
13 폭염의 용제 - 13 +21 10.12.19 21,819 75 7쪽
12 폭염의 용제 - 12 +29 10.12.18 22,439 75 8쪽
11 폭염의 용제 - 11 +23 10.12.18 22,528 74 8쪽
10 폭염의 용제 - 10 +33 10.12.17 22,950 80 8쪽
9 폭염의 용제 - 09 +21 10.12.17 22,853 74 7쪽
» 폭염의 용제 - 08 +32 10.12.16 23,310 80 9쪽
7 폭염의 용제 - 07 +27 10.12.15 23,793 82 8쪽
6 폭염의 용제 - 06 +20 10.12.15 24,507 80 8쪽
5 폭염의 용제 - 05 +31 10.12.14 26,254 83 8쪽
4 폭염의 용제 - 04 +24 10.12.14 27,262 80 7쪽
3 폭염의 용제 - 03 +17 10.12.14 28,931 63 7쪽
2 폭염의 용제 - 02 +20 10.12.14 32,206 65 8쪽
1 폭염의 용제 - 01 +34 10.12.14 53,964 8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