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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17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7 09:02
조회
22,950
추천
80
글자
8쪽

폭염의 용제 - 10

DUMMY

"독약이라는 게 종류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거든. 먹을 때는 별 효과가 없지만 조금씩 누적되어가면서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몸상태를 악화시키는 것도 있고, 죽이지는 않고 그냥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일으키는 것도 있어. 아니면 몸살을 일으킬 수도 있고. 워낙 그런 수작을 자주 당했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고. 백작 부인은 나를 괴롭혀서 기를 꺾어놓고 여기서 나가고 싶게 만들고 싶어하니까."

<인간들은 몸이 허약하다 보니 별 걱정을 다해야 하는군.>

"허약해서 미안하네. 드래곤은 병에 걸리거나 건강이 나빠지는 일이 없나?"

<없다. 모자라고 허약한 인간들과 달리 우리의 몸 상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언제나 완전하게 관리되지.>

"진짜 편리하겠군."

루그는 혀를 차며 성 뒤에 있는 숲 속으로 향했다. 9년 동안이나 이곳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비밀장소 한두 군데 정도는 갖고 있었고, 이번에도 같은 장소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딱 좋아."

산책용으로 터놓은 길 대신, 풀숲을 지나고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한 루그가 미소를 지었다. 볼카르가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군. 특별히 기운이 강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세상에는 간혹 마법사들이 '기운이 강하다'고 표현하는 땅이 있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북쪽의 추운 지방에는 빙설의 기운이 강하고, 화산지대는 불의 기운이 강하다. 그런 장소들은 특정한 마법을 터득하거나, 강체술을 연마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말로 평범하기 그지없는데 뭐가 좋다는 건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좋은 거야. 누구도 오지 않을 테니까."

그 말대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그저 나무들 사이에 절묘하게 형성된 공터일 뿐.

하지만 남의 눈을 피해 강체술을 연마하고, 몸을 단련해야 할 루그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일단 기감을 찾는 것은 하루만에 됐어. 몇 번만 반복하면 이제 완전히 자리잡겠지.'

기감을 활성화하고, 체내에 존재하는 기운을 일정량까지 증폭시키는 것이 제1단계.

그리고 그 기운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여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2단계였다.

루그는 과거에 아스탈 백작으로부터 처음 강체술을 배웠을 때 기감을 얻는데 2개월 정도가 걸렸고, 1단계를 완료하는데 반년 이상이 걸렸다. 그리고 2단계를 완료하는데는 거기서 다시 1년 이상이 걸렸다.

루그의 설명을 들은 볼카르가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그럼 제3단계는 뭔가?>

"3단계는 응용이야. 2단계의 성과가 단순히 증폭되고, 누적된 기운이 일정한 흐름으로 흐르면서 신체를 강화시켜주는 것이라면 3단계에서는 그 흐름의 일부를 섬세하게 조작해서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하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지?>

"가장 알기 쉬운 효과를 말하라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가 허공에서 한번 더 뛰어오르는 게 가능하지. 그게 아니면 물 위를 달리거나, 아니면 벽을 거꾸로 걸어 올라갈 수도 있고. 이것도 저것도 꽤 많이 연습해야 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마법도 안 쓰는 인간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다 그런 기술 덕분이었군. 그럼 제4단계도 있는가?>

"제4단계는 보통 강검(强劍)이라고 부르지."

강체술의 효과는 인간이 가진 본연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제4단계에 이르면 신체에 접촉한 물건 도 강화할 수 있었다.

강체술을 터득한 이들 중 가장 수가 많은 것이 기사들이었고, 그들이 가장 즐겨 쓰는 무기가 검이었기에 이 기술은 보통 강검이라 불린다. 검의 강도와 예리함을 놀라울 정도로 증폭시켜서 바위조차도 무 썰 듯이 베어 넘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이었다.

<딱히 마법이 안 걸린 검으로도 그런 파괴력을 내는 것이 그 기술 덕분이었나. 그럼 제5단계는?>

"그건 기격(氣擊)이라고 불러. 체내의 기운을 밖으로 뽑아내서 목표를 자극하는 기술을 쓰는 경지지. 내가 이전에 도달했던 경지이기도 해. 존재하지 않는 자극을 느끼게 만들거나, 혹은 타인의 강체력을 뒤틀어놓는 기술이지. 반대로 뒤틀린 강체력을 안정시켜줄 수도 있고. 그걸 잘 이용하면 나는 딱히 상대를 때리지 않았는데 상대는 내가 때렸다고 느낀다던가, 뭐 그런 효과를 낼 수 있어."

<흥미롭군. 왠지 마지막 싸움에서 경험해본 것 같기도 한데. 혹시 제6단계도 있나?>

"물론. 6단계는 속성력을 다루는 것이야. 자신이 다루는 힘에 마치 마법처럼 불이나 냉기, 뇌전의 힘 등을 부여할 수 있지. 물론 거기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고 언제든지 속성력을 쓰지 않는 상태로 전환할 수도 있고. 이게 현실적으로는 강체술의 최고경지로 일컬어지곤 해."

<그렇다는 것은, 사실은 그 윗단계가 있다는 소린가?>

"7단계가 존재해. 6단계를 터득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는 있지. 하지만 7단계는 그저 역사로만 기록된 전설적인 경지야. 적어도 당대에 7단계에 도달한 인간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어."

<그 7단계가 어떤 경지이기에?>

"자신의 기운으로 심상에 그려낸 것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심상구현의 경지. 하지만 이게 실제로 어떤 형태인지는 나도 몰라.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살아서 활동하는 이 중에서 그 경지에 오른 놈은 못 봤거든."

<그 경지에 오르는 것은 가능하긴 한가?>

"내 스승님께서 그 경지에 거의 근접하셨지만 완성하기 전에 돌아가셨지. 그리고 기록을 보면 그 경지에 오른 이들이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대단하군.>

볼카르가 웬일로 진지하게 감탄했다.

<그 정도면 내게 배울 마법의 중급 수준은 되겠어.>

"……."

루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짜 이놈을 어떻게 한 대 팰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누군가 그런 방법을 가르쳐준다면 그 사람에게 감사의 절을 천 번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역시 궁극적인 도달점이 그곳이라면 거기까지 가는데만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 게다가 과거의 너도 고작 5단계에 머물렀다고 하지 않았나. 마법을 배우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고, 궁극적인 도달점 역시 높다.>

과거 루그의 강체술 경지는 제5단계였다. 백작가에 머무르는 동안 아스탈 백작에게서 3단계까지 배웠고, 이후에 스승을 만나 혹독한 교육을 받은 끝에 5단계에 도달했다.

울컥했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루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물었다.

"그런데 나도 마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더니, 그건 어떻게 해야 하지?"


*******

볼카르의 성별은 무성입니다. 폭염의 용제 세계관에서 드래곤들은 생명체라기보다는 '거의 비슷한 스펙으로 만들어진 슈퍼스펙 생명체 시리즈' 같은 거라서 성별이라는 개념도 없고, 번식이라는 개념도 없고, 성장이나 노화라는 개념도 없지요.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나올 것이고...

하지만 드래곤들이 성별을 가진 존재의 감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역시 진행되면서 나올 이야기.

그나저나 어제 집안 보일러가 나가는 바람에 진짜 추워서 덜덜덜. 전기장판은 인류문명의 혁명이에요. 전기장판의 개발자가 노벨상을 못받다니 이건 너무 슬픈 일이야, 흑흑.(결론 : 이불속에 들어가서 갤탭 갖고 놀며 하루를 보냈음)

연재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전작들 연재할 때의 초반보다 훨씬 호응이 커서 놀라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선작해주신 분들, 리플 달아주신 분들, 추천 눌러주신 분들, 추천해주신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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