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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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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07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4 06:38
조회
27,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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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
7쪽

폭염의 용제 - 04

DUMMY

<내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이라면 모를까, 굳이 상관도 없는 인간들에게 악의를 가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실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살아온 편이지. 내가 너희들에게 보인 악의는 천년에 걸쳐 차원의 균열 너머에서 나를 해치울 준비를 하고 있던 마족들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그들은 내 몸을 지배하여 차원의 균열을 문으로 바꾸고자 했지만 그것은 실패했고, 대신 내 의식을 완전한 마성으로 물들여버렸지. 그래서 나는 마성에 사로잡힌 채 파멸의 의지를 불태우게 되었던 것이다.>

볼카르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마족들에게 살해당했다면 모를까, 그들의 술수에 걸려서 폭주하다니. 드래곤으로서의 자각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마족들이 바라는대로 몸을 지배당했다면 결국 수십만의 마족 군대가 쏟아져 나와 세상을 파멸시키고 말았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루그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래서 지금 동정해달라는 건가? 천년도 넘게 마족에게서 세상을 보호하느라 고생했고, 그러다가 술수에 걸려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그랬으니 죄가 없는 거라고?"

루그는 이를 갈았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몸이 덜덜 떨린다. 볼카르가 눈앞에 있다면 힘껏 주먹을 날려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역시 자결 밖에 답이 없나?'

볼카르의 영혼이 자신의 몸 속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가 술수를 부려서 이 몸을 장악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자신이 살아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몸을 빼앗기는 사태만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볼카르는 루그의 위험한 생각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정도로 구차하진 않다. 다만 지금 상황을 머리 나쁜 너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한 설명이었을 뿐이다.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느냐?>

"그건… 우리가 너에게 패했고, 그리고 너는 거대한 파괴의 마법으로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고 했지."

<그 전에, 너는 내게 닿는데 성공했다. 그 자리에 있던 천명도 넘는 인간 중에서 유일하게 너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지.>

"하지만 그건 그냥 건드리기만 한 거였어. 아무런 타격도 못 줬다고."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기적이었지. 인간들이 만들어낸 쓸데없이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마법진이 나의 진신(眞身)인 드래곤의 육체와 환신(幻身)인 인간 형태의 육체를 장시간 분리시켜둔 덕분에 나는 잠시동안 마성에서 벗어난 상태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의 용어를 써서 말하자면 인격이 일시적으로 분리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지.>

"인격이 일시적으로 분리돼? 그게 말이 되나?"

<우리처럼 정신용량이 큰 존재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 벌어진 덕분에 나는 내게 접촉한 너를 통해서 한 가지 도박을 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를 살렸다는 건가? 네 힘으로?"

<비슷하다.>

"비슷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루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죽었어야 할 자신이 살아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호흡하고 있었고, 생각하고 있었고, 세상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볼카르의 말은 그 모든 것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볼카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네게 사용한 것은 시공회귀주문이다. 이름 그대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주문이지. 이 주문에 비하면 멸망의 별 따윈 하잘 것 없을 정도로 위대한, 신들이 정한 섭리마저 거역하는 궁극의 이적을 일으키는 주문이다. 나조차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도박이라 표현한 것이다.>

"시공회귀주문? 과거?"

루그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볼카르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 주문은 성공했다. 그러니 지금의 너는 되살아난 게 아니다.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거울을 보았으니 알겠지? 몇 년이나 거슬러왔는지 알겠는가?>

"……."

루그는 할말을 잃었다.

시공회귀주문으로 과거로 돌아왔다고?

드래곤의 마법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궁극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인간의 대마법사들조차 볼카르 앞에서 장난처럼 쓰러졌으니 그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게 가능하다니…….

루그는 한참 동안 망연자실해있었다. 그러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무리 거울을 들여다봐도, 아무리 얼굴을 만지작거려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확실히 몸을 움직이는 감각이 달랐다.

'강체력(强體力)이 없다.'

루그는 신체를 강화하는 강체술(强體術)을 극한까지 연마했고, 그 결과 초인적인 힘을 얻었다. 한번 도약하면 높은 건물 위에 올라설 수 있었고, 맨손으로 바위를 부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일을 가능케 했던 힘, 강체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항상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려주던 초감각 역시 없었다.

질리도록 거울을 들여다보고, 수십 번이나 스스로의 몸을 확인한 뒤, 수십 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검토한 루그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젠장. 인정할 수밖에 없군. 볼카르!"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솔직히 아직도 믿기 힘들어.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 정말로 과거로 돌아오다니……."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진리였다. 그런데 볼카르는 그러한 진리를 송두리째 엎어버린 것이다.

볼카르가 말했다.

<또 한 가지 첨언해야겠군.>

"또 뭐지?"

<시공회귀주문은 분명 너를 과거로 되돌렸다.>

"방금 전에도 말했잖아?"

<하지만 이 과거에는 네가 이제는 사라진 일이 되어버린 미래에 대한 기억을 가졌다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

"그게 뭐지?"

<그건 바로 내 영혼이 네 안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구차한 꼴로 네놈하고 떠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 따윈 나도 질색이다.>

"오호라, 그러셔? 그럼 당장 꺼져주시지 그래? 설명도 다 들었으니 너 필요 없는데?"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만 그럴 수가 없군. 어쨌든 볼카르라는 드래곤은 분명히 이 과거에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영혼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볼카르의 투덜거림 섞인 말에 루그의 안색이 굳었다. 루그가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을 물었다.

"설마 볼카르라는 드래곤이, 그러니까 정확히는 영혼이 둘 존재한다는 건가?"




*****

하지만 드래곤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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