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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09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4 06:39
조회
26,254
추천
83
글자
8쪽

폭염의 용제 - 05

DUMMY

<그렇다. 이 과거에도 마성에 지배당한 나는 존재하고 있으며, 아마 이 시점에 하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군. 그럼……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

루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볼카르가 물었다.

<뭘 할 생각인가?>

"또 하나의 네가 재앙을 일으키기 전에 없앤다. 내가 알기로 너는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까지 봉인된 상태였어. 네 봉인을 풀기 위해 암약하던 비밀조직을 쳐부수고, 내가 겪었던 일들을 없애버리겠어."

루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했다. 지금 자신이 살아 숨쉬는 것이 과거라면, 자신이 겪었던 비극들이 미래에 또다시 일어난다는 의미다. 그런 일을 두 번 겪는 것은 사양이었다. 반드시 모든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고, 볼카르가 재앙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기 전에 죽여버려야겠다.

<너와 나의 이해가 일치하는군.>

"뭐?"

<내가 시공회귀주문을 쓰면서 이렇게 구차한 모습으로 존재를 유지한 것은 너를 통해 나의 과오를 바로잡고자 함이었다. 루그 아스탈, 마족의 흉계에 넘어간 과거의 나를 막아서 네가 기억하는 모든 참극을 없애라.>

그 말에 루그는 볼카르가 시공회귀주문으로 자신을 과거로 보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그저 연민이나 감사 때문에 행한 일이라면 루그는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볼카르가 루그를 도구로 삼아 미쳐버린 자신이 벌일 짓을 막고자 하는 것은 루그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였다.

루그가 물었다.

"왜 나였지?"

<뭐가 말인가?>

"어째서 미래의 기억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올 존재로 나를 선택한 거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결국 네게 패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천 명이 덤볐는데도 너를 어쩔 수 없었지."

<하지만 오로지 너만이 내게 닿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접촉을 매개로 나는 너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는 말이군."

<그렇다.>

"후우. 네 말대로 우리의 이해는 일치하는 것 같군. 그렇다면 그걸 위해서 너도 협력해줘야겠어. 지금 이 과거에 너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지?"

<그건 모른다.>

"……."

루그는 순간 볼카르를 머리 속에서 끄집어내서 두들겨 패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볼카르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능이 낮은 인간과는 달리 드래곤은 망각을 모르는 존재이기는 하다만, 문제는 내가 마성에 사로잡힌 것은 100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의 기억은 아주 흐릿하게 남아있다.>

"도움이 안 되는군."

루그는 이를 갈았다. 볼카르의 기억이 온전했다면 쉽게 비밀조직을 찾아서 궤멸시키고, 아직 봉인에 갇힌 본체까지 찾아서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근데 널 봉인한 것은 누구지? 다른 드래곤인가?"

<드래곤들은 다들 차원의 균열 막느라 바빠서 남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마성에 물든 내가 인간들하고 싸우고 있는 것도 모르는 놈들이 태반이었을 거다.>

"그럴 수가 있나? 나라가 둘이나 망하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는데?"

<드래곤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백만이 죽든 천만이 죽든 여전히 개미떼처럼 많은 존재에 불과하지. 인간이 정말 멸종직전이라면 신경을 쓰겠다만, 그렇지 않으면 별로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어쨌든 가끔 평온할 때는 정신을 나누어서 분체를 만들어서 외유하는 놈들이 있긴 하다만. 나는 외유해본 게 400년 전이 마지막이군.>

"다들 자기 거처에만 처박혀 있는 게 그런 이유인가?"

<드래곤의 삶이라는 것은 거처에서 뒹굴거리며 마족이랑 싸우고 차원의 균열을 막고 마법 연구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짓이 없다. 덕분에 2700년 전쯤 다르커스가 외유방법을 만들었을 때 우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

그 외유방법이란 지성체를 닮은 마법의 그릇을 만든 뒤에 거기에 의식의 일부를 나누어서 조종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드래곤의 정신력은 워낙 거대해서 자신의 몸과 동시에 인간의 몸 하나를 다루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나?

<내가 봉인되어있었던 것은 내 스스로 한 일이다. 마성에 지배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완전히 지배당하기 전에 취한 조치지. 아마 그 봉인의 조각들이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고, 그것을 모아서 봉인을 풀었을 것이다.>

"그럼 그 봉인의 조각들을 찾아서 선점하면 되겠군. 파괴해도 되나?"

<무작정 파괴하면 봉인이 풀린다. 그래도 빼앗기는 것보단 파괴하는 편이 낫긴 하다. 온전한 절차를 밟아서 봉인을 푸는 것에 비해 많은 힘이 소실되니까.>

"생각해볼 문제로군. 봉인의 조각들의 위치는 아나?"

<모른다. 하지만 찾는 방법은 안다.>

"뭔데?"

<특정한 마법을 쓰면 된다. 하지만 내가 마법을 쓸 수 없는 상태니 네가 나한테 마법을 배워서 쓰면 되겠지.>

"…나보고 마법을 배우라고?"

루그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물었다.

마법을 배우는데는 선천적인 소질이 필요했다. 마력을 타고난 인간만이 마법을 배울 수 있었고, 또 학자 이상으로 머리가 똑똑해야만 대성할 수 있었다. 루그는 둘 중 어느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 점을 이야기하자 볼카르가 말했다.

<그건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 우매한 인간들의 기준이고, 드래곤 기준에서 인간이 마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내가 마법을 쓸 수 없으니 약간 귀찮은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흠. 마법이라… 좋아. 너를 죽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익히는 게 좋겠지."

<그 말은 내 심경을 복잡하게 만드는군. 하지만 내 업보니까 관대하게 들어주지.>

"알면 됐다."

루그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자 볼카르가 덧붙였다.

<내게 마법을 배우면 너는 인간의 마법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대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 힘으로 과거의 내가 일으킬 과오를 막아라. 내 가르침을 모두 소화해낼 수만 있다면 봉인을 찾아서 파괴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을 통해서 내 힘을 최대한 소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의 너는 미쳐있어서 그런지 제 발로 함정에 걸어들어오는 멍청한 짓을 하긴 했어도 그 힘은 끔찍한 수준이었지. 그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

루그는 그렇게 말한 뒤 우유잔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잔을 한동안 들여다보더니 슬쩍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삼키지는 않고 입에 머금고 있노라니 예상했던 반응이 왔다. 혀는 물론이고 입 안이 살짝 찌릿찌릿한 느낌이.

루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창문을 열고 입에 머금었던 우유를 뱉었다. 그리고 잔에 남은 것도 밖에다가 부어버렸다.

<왜 아까운 음식을 버리지?>




*****

한편 저는 잠을 청하려다가 얼마 전에 사랑니를 뺀 자리가 욱신욱신(오늘 실밥 빼는데 그럼 좀 나아질 것인가;), 배가 꼬르륵 소리를 내서 멘유를 열광시켰다는 초코파이를 먹고 있습니다. 우유를 곁들이면 매력이 두 배!(어이)

그나저나 오랜만에 새연재를 하다보니... 그동안 문피아에는 게시물당 추천시스템이 매우 흥하고 있었군요. 이거 또 신선한데?



루그 : 이 우유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볼카르 : 무슨 전설인가?

루그 : 뭐?

볼카르 : 전설이 있다고 했잖은가? 무슨 전실이지?

루그 : 난 전설이 싫어.

볼카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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