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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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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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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1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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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폭염의 용제 - 01

DUMMY

폭염의 용제





프롤로그



루그는 불타는 도시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가 서 있는 도시, 바레스 왕국의 왕도 바라지아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번화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러나 몇 시간 전의 모습이 마치 환상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참혹하게 파괴되어 불타고 있었다.

"볼카르!"

루그는 그 대파괴의 원흉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이질적일 정도로 선명한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청년이 있었다.

화르르륵…….

청년, 볼카르의 눈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해지는 붉은 빛이 맺혀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악귀 같은 얼굴로 루그를, 아니, 정확히는 자신을 포위한 천 명의 인간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감히 잔재주를 부리다니……."

"볼카르, 드래곤 형체를 봉인당했으니 더 이상 멋대로 굴 수 없을 거다!"

루그가 쏘아붙였다.

볼카르의 정체는 레드 드래곤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뼛속까지 인간에 대한 혐오와 파멸의 의지로 가득 찬 그는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두 개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이곳 바레스 왕국마저도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루그에게 볼카르는 용서할 수 없는 원수였다. 루그는 그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이나 잃었다. 처음 잃었을 때는 괴로움에 몸부림쳤고, 또 한번 잃었을 때는 남은 인생을 모두 볼카르를 죽이는 데만 쓰겠다고 결의하여 여기까지 왔다.

'라나.'

그가 사랑했던 첫 번째 여자는, 아직 둥지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볼카르를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애쓰던 놈들에게 죽었다.

'칼리아.'

그가 사랑했던 두 번째 여자는 볼카르가 죽였다.

루그의 어머니는 루그가 소년이었을 때 가난으로 고생하다가 병으로 죽었고, 아무 생각 없이 루그라는 이름의 사생아를 만들었던 아버지와는 결국 혈육의 정 따윈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라나와 칼리아는 루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볼카르가 으르렁거렸다.

"벌레 같은 것들이 똑똑한 척 굴다니, 정말로 나를 화나게 하는구나."

살기를 뿜어내는 그를 호박색 불길이 휘감고 있었다. 물론 그의 몸을 태우는 것은 아니었다. 불의 일족이라 불리는 레드 드래곤인 그는 의지만으로도 인간을 숯덩이로 만들 수 있는 폭염을 발생시키는 게 가능했다.

루그가 말했다.

"볼카르, 너는 우리를 몰살시키기 전에는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볼카르는 악몽 같은 힘을 가졌지만 도시 전체를 휘감을 정도의 규모로 설치된 마법진의 힘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의 습격을 예상한 인간들은 드래곤의 최대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형태를 봉인하는 마법진을 설치해두었던 것이다.

"저주받을 드래곤 녀석, 여기서 끝장을 내주겠다!"

볼카르에게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는 것은 루그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마찬가지였다.

볼카르가 모습을 드러낸 후 죽인 사람들의 숫자만 백만이 넘는다. 그는 두 개의 나라를 멸망시켰고, 바레스 왕국까지 궤멸 직전으로 몰아넣었다. 오늘 여기서 죽이지 않는다면 인간이 몰살당할 때까지 악몽의 나날이 계속될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 때문에 덫 속으로 걸어 들어온 지금이라면 승산이 있었다. 마법진의 힘이 지속되는 동안 볼카르는 드래곤 형태로 돌아갈 수도, 바리지아를 벗어날 수도 없다. 인간의 모습이라도 그 강력함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 형태일 때에 비하면 마력도, 그가 다루는 불의 힘도 현저하게 저하된다.

그리고 지금 볼카르를 포위하고 있는 천 명은 인간들 중에는 손꼽히는 강자들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볼카르를 죽이겠다고 결의한 루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그의 존재를 힘있는 자들에게 알리고, 그를 칠 동료들을 모아왔다. 결국 각국의 권력자들조차 볼카르를 좌시할 수 없게 되자 이름난 강자들 천명이 한자리에 모여 볼카르와 자웅을 결하게 된 것이다.

"건방진 것들! 벌레들이 수천이 모인들 나를 어쩔 수 있을 것 같으냐!"

인간들의 의지를 읽은 볼카르가 분노했다. 그로부터 강력한 마법들이 연달아 쏟아져 나오고, 인간들이 그에 맞서면서 처절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전투는 전설로 남을 만한 것이었다.

완전히 폐허로 변해 불타는 도시 한가운데서, 인간들이 고르고 고른 천 명의 강자들은 볼카르와 사투를 벌였다. 무수한 사선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도 볼카르의 강대한 마법 앞에 하나씩 쓰러져가고, 거대한 도시 규모로 펼쳐진 마법진조차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 시간이 지났을 때, 숨이 붙어있는 이는 채 30명이 못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지에 발붙이고 서 있는 것은 루그 한 사람 뿐이었다.

"으윽……."

루그는 비틀거리며 볼카르를 노려보았다.

볼카르는 그와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드러나 있었지만 그뿐,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그가 불길을 피워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벌레들치고는 제법이었다."

"개자식……!"

루그가 그를 노려보며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법으로 발생시킨 진공파를 얻어맞은 루그의 몸에도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거기서 흘러내린 대량의 피가 기력을 앗아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말하는 볼카르의 호흡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마법진에 의해 힘을 억압받으면서 10시간 이상 싸웠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볼카르가 손을 들어올렸다. 지상에서 타오르는 불꽃에서 연기와 열기가 올라가서 혼탁하게 물든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너희들은 상상도 못할 대파괴의 이적으로 이 지긋지긋한 놀이를 끝내주지. 감사하게 생각하거라. 너는 마지막을 목격하는 영광된 역할을 맡았으니."

쿠구구구구……!

하늘이 울리며 거대한 힘의 파동이 퍼져나간다. 루그는 지금까지 볼카르가 무수히 사용했던 막강한 마법들을 한차원 뛰어넘는 대파괴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볼카르!"

루그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볼카르와의 거리는 고작 10미터 가량.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남은 힘을 모조리 불태워서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다.

"멈춰라."

루그가 땅을 박차는 순간, 볼카르의 목소리가 강력한 마력을 담고 울려 퍼졌다. 그로써 하나의 마법이 완성되며 보이지 않는 힘이 루그의 행동을 구속했다.

"웃기지마!"

루그는 주먹을 강맹하게 내질러서 그것을 뿌리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크윽……."

"승패는 이미 갈렸다. 너희들은 졌다. 남은 것은 잠자코 멸망을 받아들이는 것뿐."

볼카르가 오만하게 단언했다. 하지만 루그는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스스로도 힘이 없어서 술주정뱅이처럼 비틀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가 눈앞까지 다가오는데도 볼카르는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루그는 코앞에서 타오르는 불길의 열기를 느끼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죽어……!"

바람이 새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커다란 바위도 단번에 부수는 그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툭.

그러나 주먹이 닿은 곳에서 울려퍼진 소리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볼카르가 말했다.

"네 몸에는 나를 해할만한 힘이 없다. 가련해서 못 봐주겠군."

그 말대로 루그에게는 한줌의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는데도 그냥 손을 가져다대는 것 같은 수준의 충격 밖에 주지 못했다.

구구구구구……!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루그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보니 혼탁한 하늘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득한 고대에 국가를 멸하는 대파괴를 불러왔다는 전설적인 마법, 멸망의 별이었다.

"이제 지저분한 손을 치우고 최후를 맞이하거라."

볼카르가 말하자 그를 휘감고 타오르던 불길이 거세졌다. 불길이 덮쳐오는 순간, 루그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크게 증폭되어 울리는 것을 들었다.

두근!

'뭐지?'

루그는 불길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보면서도 멍하니 의문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눈앞에서 덮쳐오는 불길이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보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잡아늘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내게 도달하는 운명을 가진 인간이여.>

지루할 정도로 느릿하게 다가오는 불길 속에서 루그의 마음 속으로 전달되어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루그가 그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말을 맺었다.

<네 운명에 도박을 걸겠다.>

그리고 눈앞에서 새하얀 빛이 일어나 모든 것을 뒤덮었다.

급속도로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루그는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멸망의 별이 지상에 떨어져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거대한 폭음이.

그 소리가 고막을 찢어버릴 듯이 울려퍼지고, 새하얀 빛속에서 루그의 의식이 끊어졌다.





******

마검전생 끝내고 나서 진이 빠져서 흐느적거리면서 한동안 쉴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새연재를 시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네. 아직은쉴 팔자가 아닌 모양입니다.(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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