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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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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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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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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471

작성
10.12.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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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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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7쪽

폭염의 용제 - 13

DUMMY

제2장

용제의 의미



1


루그가 성에 들어온지 한달 보름, 그러니까 회귀한지는 한달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마빈이 백작 부인에게 말했다.

"어머니, 그놈이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그놈 진짜 검술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배운 놈 맞아요?"

"빈민가에서 굴러먹은 놈이 뭘 알겠느냐? 아마 글도 모를 게다."

"그렇겠죠?"

마빈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백작 부인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느냐?"

"그러니까……."

마빈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지금까지 자신이 루그를 혼내주려고 했던 일들을 백작 부인에게 털어놓았다.

마빈은 루그가 성에 들어온지 사흘째 되는 날, 그를 흠씬 두들겨패서 먹은 것을 다 게워놓게 만들었다. 그 후 다른 이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직접 마주쳐서 혼내주려고 했던 것이 세 번, 그리고 하인들을 시켜서 매질을 하려고 했던 것이 두 번이었다.

"그런 일을 했단 말이냐?"

"네. 어머니께 허락을 받지 않고 한 것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놈이 우리 가문의 일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은 볼 수가 없어서……."

"아니, 나무랄 생각은 없다. 눈치 없는 목격자가 생겨서 구설수에 오르지만 않는다면 잘한 일이다."

백작 부인은 오히려 마빈을 칭찬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기에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냐?"

"그게… 처음 이후로는 한번도 당하질 않았습니다."

마빈은 맨 처음 루그를 두들겨 팼던 때 이후로는 루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루그는 놀랍도록 날렵하게 마빈의 공격을 피해서 달아났고, 언제나 성질 돋구는 말을 남기며 사라져버렸다.

하인들을 동원했을 때는 좀 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처음에는 세 명의 하인들을 상대로 한 명의 콧등을 주저앉힌 뒤에 달아났다. 그리고 열흘 후, 이번에는 네 명의 하인들을 전부 때려눕힌 후 유유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

"전문적으로 무술을 훈련받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두들겨 맞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었는데……."

루그를 혼내주기 위해 동원된 하인들은 다들 힘깨나 쓴다는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루그의 털끝 하나 건드려보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

백작 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하구나. 정말 이상해. 네 말대로라면 잠깐 사이에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벌벌 떨면서 그만해달라고 사정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에 봤을 때는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루그의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마빈은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빠르게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 나한테 맞았을 때는 연기를 한 것일까?'

가장 납득이 가는 답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때는 반항도 못하고 신나게 두들겨 맞으면서 눈물 콧물을 쥐어짰던 것이다.

백작 부인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놈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놈 같구나. 네 아버지가 생각 없이 일을 벌리기 전에 어떻게든 치워버려야 할 텐데……."

"아버지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빈이 한숨을 쉬었다.

어려서부터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힘든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는데, 아버지가 사고를 쳐서 태어났다는 천한 것이 떡하니 나타나서 주제도 모르고 한자리 해먹겠다고 하는걸 보니 살의가 끓어올랐다. 아버지가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백작 부인이 마빈의 볼을 쓰다듬었다.

"걱정 말거라. 그래봤자 천한 것의 씨앗이다. 네 아버지가 좀 앞뒤 가리지 않고 생각하시는 분이긴 하다만, 최소한의 분별력은 있으시니 걱정하는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혹시 아버지께서 미리 그놈의 존재를 아시고 손을 쓰셨던 것이 아닐까요? 만약 이곳에 오기 전에 아버지가 따로 사람을 보내 훈련을 시켰다거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구나. 그렇다면 처음 본 날 덥석 아들로 인정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아스탈 백작은 원체 충동적인 행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루그를 받아들인 것은 너무 심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미리 루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가문에 들이기 위해 준비를 했다면 납득이 간다.

"네 아버지가 그렇게 수완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만, 만약 그렇다면 큰일이다. 정말로, 진지하게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결심이라면……."

"어머니, 걱정 마세요. 만약 아버지께서 그런 뜻을 갖고 계신다고 해도 그놈이 가문의 재산과 권리를 더럽히도록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마빈이 흉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백작 부인은 한숨을 쉬며 마빈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마빈은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충동적으로 사고를 치고, 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아버지. 기사로서는 존경스러운 인물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실격이었고 어머니가 마음고생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마빈은 이가 갈렸다.

'아버지, 언젠가 대가를 치르실 때가 올 겁니다.'

자신이 가문을 잇고 나면 더 이상 아버지가 멋대로 행동하게 놔두진 않을 것이다. 마빈은 그렇게 결의를 다졌다.



2


쉬쉬쉬쉬쉭!

한적한 숲 속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웃통을 벗은 소년이 허공에다가 주먹질을 하고 있는데 그 속도와 예리함이 보통이 아니었다. 한방만 제대로 맞아도 머리통이 날아가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후우! 이제 좀 각이 잡히는군."

한동안 다채로운 권격을 날리던 소년, 루그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숨을 골랐다.

회귀한지 대략 40일 정도 지났다. 루그는 목표한 한달보다 나흘이나 빠른 26일만에 강체술의 1단계를 완료했고, 2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이전에 2단계를 완료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년 정도를 잡고 있었는데, 정작 2단계를 연마하기 시작하자 그것이 터무니없는 오산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거 참. 미리 '안다'는 게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차이를 낳을 줄이야."

놀랍게도 루그는 이미 강체술 2단계를 거의 완성해가고 있었다.

예전에 2개월이 걸렸던 기감을 일깨우는 과정이 한나절만에 끝난 이유는 간단하다.

본래 인간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 능력을 믿고, 그것을 자신이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루그는 이미 한번 기감을 가졌기 때문에 그 과정을 쉽게 건너뛰어버렸던 것이다.



******

2장 시작입니다. 제목을 폭염의 용제~라고 지어놓고 정작 용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장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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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폭염의 용제 1,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79 11.01.28 8,590 3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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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폭염의 용제 - 14 +26 10.12.19 22,507 82 8쪽
» 폭염의 용제 - 13 +21 10.12.19 21,820 75 7쪽
12 폭염의 용제 - 12 +29 10.12.18 22,440 7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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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폭염의 용제 - 03 +17 10.12.14 28,931 63 7쪽
2 폭염의 용제 - 02 +20 10.12.14 32,207 65 8쪽
1 폭염의 용제 - 01 +34 10.12.14 53,966 8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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