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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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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9,508
추천수 :
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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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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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
7쪽

폭염의 용제 - 09

DUMMY

볼카르의 말은 사실이었다. 바레스 왕국의 왕도 바라지아 전체를 휘감을 정도의 규모로 설치된 마법진으로 볼카르의 드래곤 형태를 봉인하고, 그를 도시 안에 묶어두지 않았다면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드래곤 형태의 볼카르가 쓰는 궁극마법들은 산을 날려버리고 수백 명의 인간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자랑했으니까.

<위대한 마법에 비하면 그런 기술 따윈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젠장. 잘났다. 하지만 나는 마법을 익힐 수 없는 체질이고, 지금부터 네게 마법을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언제 제대로 된 마법을 쓸 수 있게 될지 몰라. 그리고 나는 몸을 써서 싸우는 타입이라고. 이제 와서 비리비리한 마법사짓 따윈 못해."

<아무래도 너는 내가 가르쳐주려는 마법을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

"뭐?"

한숨 섞인 볼카르의 말에 루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볼카르가 말을 이었다.

<위대한 마법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인간의 유치한 기술, 인간의 마법 같지도 않은 마법으로 할 수 있는 일 따위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 네가 내게 마법을 배운다면 너는 그 조악한 기술… 강체술이라고 하던가? 그것을 극한까지 연마하는 것보다 더욱 육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고, 정신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위력을 내면서 동시에 섬세한 제어력까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이상으로 삼는 모든 것을 갖추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마법으로 그런 게 된다고? 그게 말이 돼?"

<나는 마법의 종사인 드래곤. 내 마법과 인간의 마법 따윌 비교하지 마라.>

"……."

너무 오만하게 단정지으니 뭐라고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볼카르는 대마법사라고 불리던 이들을 장난처럼 쓰러뜨렸고, 일거에 도시를 파괴해버렸던 무시무시한 힘의 소유자였다. 드래곤 형태를 봉인하고 그 마력을 크게 제약시킨 후에도 그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반박을 못한다고 해서 그의 말에 수긍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랜 시간 고련하여 자부심 가득한 강체술을 무시하는 볼카르의 말에 루그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볼카르가 눈앞에 있었으면 당장 멱살 잡고 주먹 한방 날리고 싶을 정도로.

그런 루그의 감정이 전달된 것일까? 볼카르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조금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다.

<뭐, 강체술이라는 기술도 나름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마법과는 다른 관점에서 힘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간은 날 때부터 허약하니 체내의 기운을 그런 식으로 증폭시킨다는 발상은 괜찮아 보인다. 인간 자체는, 마력을 타고나는 몇몇 특이한 개체를 제외하면 에너지를 인식하고 다루는 능력이 없지. 그런데 특이한 방법을 개발해서 없던 에너지 인식 능력을 갖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흥미로워.>

"흠. 그래. 마법이 아무리 잘났어도 강체술은 인간의 특성에 맞춰서 발전해온 심오한……."

<마치 벼룩이 하늘을 나는 것을 보는 것 같아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웬일로 삐뚤어진 소리 안 하고 잘나가나 했다. 젠장. 근데 드래곤은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잖아. 원소력도 쓰고. 강체술도 그거하고 비슷한 맥락 아닌가?"

루그가 혀를 차며 물었다. 볼카르가 대답했다.

<전혀 다르다. 드래곤은 마력을 인식하고 다루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 속성력도 마찬가지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할 뿐. 너희들처럼 특정한 방법을 이용해서 몸에 잠들어있는 기능을 일깨운다는 것은 아주 생소한 방식이다.>

드래곤에게는 마력이나 속성력을 인지하고 다루는 것이 특별히 신경 써서 개발할 필요가 없는, 말하자면 오감처럼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은데 훈련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가지게 되니 신기할 수밖에. 그것은 볼카르 입장에서 보면 귀머거리가 훈련을 통해서 청각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런가? 하긴 날 때부터 터무니없이 강할 테니 더 강해지기 위한 방법은 마법말고는 필요 없겠군."

루그는 어깨를 으쓱한 다음 다시 훈련에 들어가려고 했다. 볼카르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마법을 익히면 필요 없는 기술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마법을 익혀라. 내가 직접 마법을 쓸 수 없으니 좀 돌아가게 되긴 하겠지만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시끄러워. 난 당장 써먹을 기술이 필요하다고. 네게 마법을 배우는 것은 내가 쌓아올렸던 것을 되찾고 나서나 생각할 일이야."

루그는 더 이상 볼카르가 마법에 대해서 뭐라고 하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볼카르는 계속 투덜거렸지만 묵묵히 몸을 움직이는 데만 열중했다.

열다섯 살의 그는 강체술을 터득하지 않은 것은 물론, 체력적으로도 형편없었다. 그렇기에 강체술의 기초동작과 호흡을 반복하여 체내의 기운을 인지하고, 증폭시키는 훈련을 끝내고 나면 체력단련을 해야 했다.

"하아, 죽겠군. 진짜 약해빠졌네."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고, 사흘밤낮을 싸우고도 여력이 남았던 37살의 그와는 달리 15살의 몸은 정말 약하기 그지없었다.

팔굽혀펴기를 스무 번쯤 하니 팔이 후들거려서 더 이상 할 수 없었고, 주먹질과 발차기를 10분쯤 하니 숨이 턱까지 차서 죽을 것 같았다. 유연성도 부족해서 다리를 찢으려고 하니 반 조금 넘게 벌려질 뿐, 그 이상은 가랑이가 찢어질 것처럼 아파서 벌릴 수가 없었다.

이런 몸을 단시간 내에 쓸만하게 만들어놓을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도 없지.'

루그는 오전에는 강체술을 연마하고, 하녀가 가져다주는 점심을 먹는 척한 뒤에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방은 2층에 있었고, 아래는 풀밭이었기에 창틀을 잡고 매달린 후에 뛰어내리면 다치지 않고 착지할 수 있었다.

"도둑놈도 아니고 이것 참."

문을 놔두고 이런 식으로 나온 이유는 마빈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마빈은 아마 성 안에서 자신과 만나기를 벼르고 있을 터였다.

루그는 주변에 사람이 없나 살펴본 후에 조용히 주방 쪽으로 향했다. 점심때의 바쁜 시간이 지나갔을 테니 지금은 별로 사람이 없을 터였다.

"역시 빵은 많이 남네."

루그는 주방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빵과 고깃조각, 그리고 마실 것을 갖고 나왔다. 볼카르가 물었다.

<왜 갖다주는 식사를 하지 않고 음식을 훔치지?>

"그야 갖다주는 식사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니까 그렇지. 어제만 해도 물에 약 들어있었다니까 그러네."

<백작의 눈이 있으니 독약은 못 넣을 것 아닌가?>



******

오타, 오류 지적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어제는 집 보일러가 고장나서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아서 못 봤어요;

일일 1편 체제로 계속 가려고 했지만, 10편이 눈앞이니 그냥 하나 더 올려서 10편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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