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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서재

폭염의 용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김재한Z
작품등록일 :
2011.11.22 18:43
최근연재일 :
2011.11.22 18:43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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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글자수 :
54,471

작성
10.12.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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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7쪽

폭염의 용제 - 03

DUMMY

2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다시 입을 연 것은 루그였다.

"죽었다니, 그럼 너는 망령이란 말인가? 왜 나한테 말을 건 거지? 그리고 이 상황은 대체 뭐지?"

<루그 아스탈, 내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생각하나?>

"……."

그 말에 루그는 소름이 끼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는 다른 어디도 아닌 루그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것이었으니까.

"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기가 막히는군. 루그 아스탈. 나를 그토록 죽이고 싶어했던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니 나는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구나.>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했다고?"

<기억을 되새겨봐라. 머리 좀 아프다고 생각하길 포기하지 말고. 지금 기억을 되새기지 않으면 영영 그 기억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네가 그 기억과 끈을 이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당장 내 머릿속에서 나가."

<나도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유감스럽지만 불가능해서 문제지. 어쨌든 기억력이 좀 모자라 보이는 네가 기억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내 이름을 말해주마. 내 이름은 볼카르.>

"볼카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루그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루그는 이내 화내기를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가슴속에서는 활화산 같은 분노가 끓어오르는데 도대체 그 이름이 누구의 것인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으으……!"

루그는 침대에 앉은 채 머리를 붙잡고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강해졌지만 멈추지 않는다. 조금 전이었으면 쉽게 포기했겠지만 볼카르라는 이름을 들은 이상, 그리고 그 이름이 가져다준 분노를 느낀 이상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아!"

한참 동안 진땀을 흘리던 루그는 마침내 두통 너머에 있는 기억을 붙잡고 탄성을 질렀다. 막힌 둑이 터지고 물이 쏟아지듯이 기억이 홍수처럼 범람했다.

그 속에서 루그는 볼카르라는 이름의 주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자신이 어째서 볼카르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는지, 그리고 볼카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볼카르! 네놈이 어째서 내 머릿속에서 떠들고 있는 거냐! 이건 무슨 수작이지?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영혼을 가둬두는 사악한 마법이라도 부린 것이냐?"

물질계의 수호자라 불리는 드래곤이면서 사악에 물들어 세상에 거대한 재앙을 불러왔던 볼카르. 역사상 드래곤과 인간이 반목했던 일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볼카르 만큼 거대한 파괴를 일으킨 존재는 없었다.

그 때문에 루그는 쓰레기처럼 살던 자신을 아껴주었던 스승을 잃었고, 사랑했던 여자를 잃었으며, 상처입고 방황하던 자신을 치유해준 또 한 명의 여자마저 잃었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볼카르에게 복수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살아서 이런 낯선 방에서 눈을 뜨고, 머릿속에서 볼카르가 떠들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볼카르가 대답했다. 한숨 섞인 어조였다.

<어리석은 의문이군. 살아서 숨쉬면서도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가?>

"헛소리로 나를 현혹시키려고 하지 마라. 내가 마법에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정신계 마법 중에는 인간의 꿈을 조작하거나 인식을 망가뜨리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어. 드래곤인 네놈이 그런 마법을 쓰지 못할 리가 없지."

<…….>

지극히 이성적인 루그의 지적에 볼카르가 침묵했다. 루그는 왠지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끼곤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럽고 이질적인 이 감정은 자신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머릿속에다 대고 감정이라는 것을 흘려 넣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마음이 타인의 마음에 물드는 것 같은 이 감각을 루그는 알고 있었다.

"정신감응? 너 지금 나랑 정신감응을 하고 있는 거냐?"

전투시에 정신감응마법을 사용, 동료들의 의식을 하나로 묶어서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만들면 언어화되지 않는 감정도 날아들게 된다. 억제되지 않는 타인의 감정이 자신을 자극할 때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잠시 후 볼카르가 대답했다.

<…그런 상태에 가깝다.>

"이 감정은 설마… 너 진짜로 생각 못한 거냐?"

<흠.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네 지혜를 시험해보기 위해서…….>

"변명을 하려면 좀 그럴 듯한 변명을 하던가. 진짜 어이가 없군. 네 반응을 보니까 네 말이 사실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루그의 말에 볼카르가 재빨리 말했다.

<너는 살아있고, 나의 영혼은 네 몸 속에 함께 하고 있다.>

"네놈의 영혼이 내 몸 속에 있다고?"

순간 루그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증오스러운 원수의 영혼이 자신의 몸 속에 있다니!

동시에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자각이 찾아들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볼카르는 루그 안에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한 루그가 떠올린 생각은 볼카르가 알았으면 기겁했을만한 것이었다.

'그럼 저놈을 죽이려면 자살하는 수밖에 없겠군. 수를 쓰지 못하도록 한번에 죽어야할텐데…….'

루그가 그것을 실행에 옮길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볼카르가 말을 이었다.

<넌 인간이니까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당연하겠군. 난 관대하니까 너의 작은 머리로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상황을 설명해주지.>

"관대한 게 아니고 할 일이 그것밖에 없는 것 아냐?"

<…일단 너를 죽인 볼카르와, 지금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나는 같은 존재이면서도 다른 존재다.>

루그의 비아냥에 머릿속에서 울리는 볼카르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하지만 볼카르는 루그의 말을 못들은 척 무시하고 말을 이었고, 루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장난을 하려는 거지?"

<말장난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너는 드래곤이 물질계의 수호자라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알고 있다. 고대에 맺어진 맹약에 의해 마계의 마족들이 지상을 침범할 수 없도록 차원의 균열을 지키는 파수꾼이지. 하지만 그것은 인간을 지킨다는 뜻은 아니며, 그렇기에 인간과 드래곤이 반목하는 경우는 많다. 다만 역사상 너처럼 명확한 악의를 갖고 많은 인간을 죽인 드래곤은 없다, 볼카르."

루그는 볼카르의 최종결전에 출전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의 소유자였고, 그 힘을 얻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모르는 세계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드래곤에 대한 상세한 지식 역시 그 일부였다.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나의 뜻이 아니었다. 건방지게도 내 정신에 마성을 심은 마족의 뜻이었지.>

"마족의 뜻?"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루그가 눈을 크게 떴다. 볼카르가 말을 이었다.




******

이번 새연재는 롯데마트 통큰치킨 판매중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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