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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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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05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05.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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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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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19화 - 맥주, 아이스크림 그리고 함정

DUMMY

“평문? 누가 교신할 때 평문을 보내라고 했지?”


차라리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면 두려움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싸늘한 표정, 얼음장 같은 말투로 나지막하게 참모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물론 서릿발 같은 그의 질책에 누구 하나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무전기를 교체하면서 암호집과 난수표를 지참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적의 감청 위험은 없으니 별다른 위험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작전 후 엄히 문책...!”


침묵을 깨고 스가이 중좌가 나서 사태를 수습하려다 후지모토 대좌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카라사와 연대와 교신할 때 암호문을 쓰지 않은 것은 부득이한 사정 때문이네. 적군이 감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 아닌가?”


후지모토 대좌의 추궁에 스가이 중좌를 비롯한 이들은 모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명심하게.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


카라사와 연대와 작전 공조를 위해 통신을 보냈을 때도 후지모토 대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정황상 중국군이 아군의 통신을 감청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시간 차를 두고 각 방위를 찌르는 후지모토 연대의 기동전은 각 부대 간의 긴밀한 교신이 바탕이 되었다.


만약 중국군이 후지모토 연대의 통신을 엿들었다면 그런 식으로 허무하게 휘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청은커녕 정찰도 제대로 하지 않아 후지모토 연대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규모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군.


행군 도중 암호집을 분실해 암호로 교신할 수 없는 카라사와 연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암호가 아닌 평문으로 교신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지모토 대좌는 약간의 가능성조차 배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모든 이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하지만 며칠 사이 중국군이 감청반을 운영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번에 저들의 대응에서 감청 활동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런 논리는 후지모토 시게루에게 통하지 않았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절대 없다.’


이것이 후지모토의 생각이었으며,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소는 하나라도 남겨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항상 견지하는 태도였다.


게다가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수많은 변수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전장’이라는 곳.


후지모토 대좌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그토록 꺼리는 ‘불확실성’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작전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 후지모토 대좌는 마음 한구석이 못내 불편했으나 언제까지 결정을 주저할 수는 없었다.


“... 좋다. 작전대로 측방 침투를 개시한다.”


이윽고 연대장의 입에서 작전 시행 명령이 떨어지자 스가이 중좌를 비롯한 참모들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저 띨띨이들이 또 평문으로 교신을 하네.”


김우진 대위는 후방으로 우회한 마에다 소좌의 부대가 평문으로 교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더니 혀를 끌끌 찼다.


“설마 이거 저놈들이 머리 굴리는 건 아니겠죠?”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 가만 그런데 정말 덫이라도 놓은 거라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는데요?”


김우진 대위의 말에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던 포술장 박차돌 상사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한데... 아무튼 정황상 왜놈들이 우리가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것을 거꾸로 이용한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대장의 판단을 믿어볼 수밖에 없죠.”


“아, 대장 나리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응당 그런 것이겠지요.”


이청천 대령의 판단이라는 말에 나이가 지긋한 포술장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가만 보면 포술장은 대장을 거의 신처럼 받든다는 말이지.’


김우진 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자, 저놈들이 물을 만한 먹이를 놓아두어야겠지요? 병기는 전부 치웠습니까?”


원래라면 이곳은 중국군 제25사단의 예비대가 사용할 각종 지원 화기들이 보관된 곳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기습하는 일본군으로서는 타격 목표로 잡고 중국군 제25사단을 흔들기에는 적당한 지점이라는 것이다.


“이미 중국 좌익군이 모두 옮겨갔습니다.”


“준비는 끝난 셈이군요... 아, 아까 말씀하셨던 ‘그것’은 설치했습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일본군이 보급품을 조달하지 못하게 무기고를 비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포술장 박차돌 상사는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내놓았다.


어두컴컴한 무기고 한쪽 귀퉁이에 타이머로 설정된 지연신관이 달린 폭약을 설치하자는 것.


익히 알려진 것처럼 보급난에 허덕이는 일본군은 결코 이곳, 예비 무기고를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여분의 무기를 취하기 위해 무기고에는 다만 몇 명이라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박차돌 상사는 이 부분을 노리기로 했다.


이곳으로 접근한 일본군은 무기고를 뒤지다가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대신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타이머를 발견하고 기겁할 것이다.


그리고 ‘쾅!’


“포술장, 우리 내기할까요?”


“내기요? 아, 좋습니다.”


박차돌 상사는 뜬금없는 김우진 대위의 진의를 곧장 파악하더니 껄껄대며 웃었다.


“신관은 제가 설정했으니 저는 당연히 왜놈들이 무기고를 뒤질 때 터질 것에 걸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저는 왜군이 무기고를 나섰을 때 터지는 것에 걸도록 하죠.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에게 맥주 다섯 병을 사는 것으로, 어떻습니까?”


“시원한 맥주라! 듣기만 해도 좋군요! 거기에 아이스크림은 어떻습니까?”


“오호, 그거 좋군요!”


미 해군으로 보급된 여분의 아이스크림을 받아 처음 맛본 박차돌 상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달콤한 맛도 맛이지만,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것을 대체 어떻게 가져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보게 된 거대한 구조물,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잿빛의 선박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미 해군의 아이스크림 수송선인 ‘콰르츠호(Quartz)’,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미국은 유럽은 물론 심지어 북극과 남태평양 일대에까지 아이스크림 분말을 보급했고, 그 효과는 행정부가 상상한 이상이었다.


오죽하면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 냉장고 문짝을 뜯어내어 아이스크림을 구출(?)하기도 했고, 추락한 항공기 파일럿을 구조한 미 해군 구축함, USS 키드의 승조원들이 ‘항공모함을 구출’했으니 아이스크림을 더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겠는가?


다른 국가의 군대는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아이스크림을 보급하는 미국, 그들의 보급 능력은 문자 그대로 압도적인 것이었고, 박차돌 상사의 뇌리에 기억된 것은 아이스크림의 달콤함보다 한 국가의 지배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왜놈들이 무기고에 들어갔을 때 터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아닙니까?”


김우진 대위와 박차돌 상사의 여유로운 대화를 듣던 빅터 부대원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이거. 너무 편파적이잖아! 포술장, 이거 아무리 봐도 내가 불리한 내기가 아닙니까?”


우려에 김우진 대위가 툴툴대자 그가 더욱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이 아닙니다. 차라리 충격신관으로 바꿔서 무기고에 놈들이 진입한 다음 안전하게 날려버리시지요.”


심각한 표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대원을 보며 김우진 대위와 박차돌 상사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더니 김우진이 입을 열었다.


“뭐, 무기고에 들어갔을 때 터지면 가장 좋긴 하지만, 저놈들이 진입하기 전에, 아니면 내부 수색이 끝난 다음에 터져도 큰 상관은 없어. 어차피 폭약이라고 해봤자 폭발력이 크지도 않을 것이니 설령 안에서 터진다고 해도 몇 사람이 다치는 수준에서 끝날 거야.”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김우진 대위의 말에 부대원은 눈을 끔뻑이며 그를 멍하게 보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폭약을 설치한 것이란 말인가?


“생각해봐. 여분의 무기가 있으리라 생각한 곳이 텅 비어있어. 근데 갑자기 구석에서 뭔가 번쩍하더니 ‘펑’하고 터지네. 너라면 어떻겠냐?”


“그야... 깜짝 놀라겠지요.”


“그렇지. 그리고 폭음을 들은 밖의 놈들은 또 어떨까?”


“그놈들도 오줌을 지릴 만큼 놀라겠죠. 그래서 그렇게 놈들이 화들짝 놀라서 허둥지둥하면 공격을 하겠다 뭐 이런 구상인 겁니까?”


“잘 아네!”


두 사람이 예측한 그림을 부대원이 정확히 그려내자 김우진 대위와 박차돌 상사가 흡족한 듯 웃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굳이 그런 수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무기고를 수색하고 있을 때 기습 공격하면 허둥지둥할 것은 매한가지 아닙니까?”


부대원의 지적에 이번에는 박차돌 상사가 눈을 끔뻑였다.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옳지 않은가?


“뭐, 그렇긴 하네.”


“예? 그러면 왜 저런...”


김우진 대위의 심드렁한 반응에 부대원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재밌자고 하는 거지. 펑! 어머, 깜짝이야! 생각해봐, 재밌잖아? 하핫.”


낄낄대는 김우진 대위를 보며 사내는 어이없다는 헛웃음을 흘렸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재밌자고 하는 건 맞지만, 바깥에서부터 공격이 이루어지면 무기고를 벙커처럼 활용해 저항할 수도 있잖아. 근데 만약 안에서 뭔가 터지기 시작한다면 최소한 안에서 버틸 생각은 못 하겠지, 안 그래?”


“오, 그런 생각이 깔린 줄은 몰랐습니다!”


“지대장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 효과까지 염두에 두시다니 대단합니다! 최고의 용장(勇將, 용감한 장수)인줄 알았더니 지략도 상당하십니다, 그려. 허허.”


“얼레, 지략? 아주 부대 전체가 나를 바보 등신으로 알고 있었구만, 쳇.”


“자자, 이제 놈들이 오는지 지켜보시지요.”


박차돌 상사는 툴툴거리는 김우진 대위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약속된 매복지로 몸을 숨겼다.


‘풀숲에서 기다리는 게 일이네...’


무기고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 무리의 매복군과 함께 몸을 숨긴 김우진이 성가시게 달라붙는 날벌레를 쫓았다.


정글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었다.


의약품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일본군보다는 형편이 나았지만, 인도와 버마 정글에서 출몰하는 독충 그리고 말라리아 모기로 인하여 빅터 부대 역시 적지 않은 비전투 손실을 겪고 있었다.


“옵니다!”


전투적으로 벌레를 쫓던 김우진 대위는 누군가의 나지막한 외침에 허둥지둥 쌍안경을 들어 적이 오고 있다는 쪽을 응시했다.


길에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접근하는 두어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들의 손짓에 족히 수십은 넘어 보이는 일본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놈이... 대가리 같은데?”


쌍안경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던 김우진 대위는 붉은 바탕에 네 개의 노란 줄 그리고 하나의 별, 소좌 계급을 확인하더니 그가 기습하러 나타난 일본군을 이끄는 지휘관임을 알아챘다.


일본군 소좌는 무기고 주변에 병력을 배치하더니 예닐곱 명을 지정해 무기고 안으로 투입했다.


“자, 그러면 맥주랑 아이스크림은 누가 사게 될지 한번 지켜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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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화 - 호구들 왔는가? 23.05.27 161 3 14쪽
123 122화 - 치명적인 오판(2) 23.05.24 156 2 11쪽
122 121화 - 치명적인 오판(1) 23.05.22 167 2 11쪽
121 120화 - 입 벌려, 가스 들어간다! 23.05.18 174 3 11쪽
» 119화 - 맥주, 아이스크림 그리고 함정 23.05.17 171 3 12쪽
119 118화 - 어긋난 공조 23.05.15 167 2 13쪽
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6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7 3 13쪽
116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9 3 12쪽
115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5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112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09 4 11쪽
111 110화 - 구세주 23.04.25 204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89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8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7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8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5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98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8 4 12쪽
97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7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3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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