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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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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04.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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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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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DUMMY

“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대규모 부대를 규합하여 사단 본부를 방어하기 위해 직접 출전한 리둥하이 소장은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에서 린가오위안 중교를 보며 물었다.


“연막탄을 뿌리며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으나 이제 끝입니다. 곧 토벌될 것이니 심려치 마십시오.”


사단장의 질문에 엉뚱한 답을 늘어놓은 린가오위안 중교는 일부로 말미의 ‘토벌’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좋아, 어서 진행해.”


남부 교전 지역으로는 사단 최고 정예 부대를 보냈고, 사단 본부를 급습한 적은 이미 수많은 중국군에게 둘러싸인 상태, 변변한 전과를 올리지 못한 리둥하이 소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승리를 거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좌익군을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린가오위안 중교는 가늘게 뜬눈으로 뤼펑 중교를 보며 말했다.


‘규모 파악도 안 된 마당에 저 연막 속으로 부하들을 밀어 넣으라고? 제정신인 건가?’


속내가 뻔한 린가오위안의 말에 뤼펑 중교는 이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린가오위안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는 사단장은 그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상황은 뤼펑 중교가 예상한 바를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리둥하이 소장은 포위 상태를 유지한 채 뤼펑 중교의 좌익군에게 연막으로 들어가 도사리고 있는 적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키지 않았지만, 명령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뤼펑 중교는 부대원들과 함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뿌연 연막으로 옮겼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 시각이 차단된 뤼펑 중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긴장된 것은 좌익군 부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적군이 어디에 숨어 있고,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 총을 쏠지 모르는 상황 속에 중국군 병사들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천천히 움직였다.


- 사삭


“2시 방향!”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뤼펑 중교는 재빠르게 총구를 돌리며 부대원에게 사격 준비 명령을 내렸다.


‘차라리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나을까? 만약 위치를 교란하려는 수작이면 어쩌지?’


적의 위치, 규모와 같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시각마저 무력화됐으니 뤼펑 중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방금 움직인 것이 아군의 눈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이라면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난 적군에 의해 연막 속으로 들어온 병사들은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한 발짝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은 지금 상황, 뤼펑 중교는 자신의 판단에 부대원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목숨마저 달려 있다는 사실이 불현 듯 떠오르자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 사삭


“사격...?”


희뿌연 연막에서 별안간 나타난 그림자, 뤼펑 중교는 격발 명령을 내리려다 어딘가 익숙한 그림자의 모습에 말을 멈추고 말았다.


“자네는... 사단 본부 소속이 아닌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뤼펑 중교는 언젠가 사단 본부에서 마주쳤던 왜소한 덩치의 전투지원대대 소속 부사관을 떠올렸다.


“옛, 그렇습니다! 사단장님의 명령에 침투한 적군을 수색 격멸하던 중이었습니다.”


뤼펑 중교는 하마터면 아군을 향해 발포할 뻔했다는 생각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단 본부의 피해 상황은”


연막 속에 숨은 적군이 뤼펑과 그의 부대원들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한숨 돌린 뤼펑 중교가 기습당했다는 사단 본부의 상황에 관해 물어보았다.


“기습이라고는 하지만 부속실 몇 군데가 유탄 공격을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피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주요 지점은 나름 경계가 삼엄한 상태였으니 저놈들도 섣불리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겨우 부속실 몇 개라니.


리둥하이 소장과 린가오위안 중교가 호들갑을 떤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피해였다.

“그렇군. 침투한 놈들은 어떻게 되었나?”


뤼펑 중교의 질문에 전투지원대대 소속 부사관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다는 듯 말했다.


“사단 본부가 습격받았다는 소식에 출동하긴 했는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놈들은 왔던 길을 거슬러 달아난 후였습니다. 쉬지도 않고 달려왔는데 금세 내뺐더군요.”


부사관은 뤼펑 중교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빨리 온 것임을 유달리 강조하며 말했다.


‘사단 본부로 온 적군은 시선 돌리기용이었던가? 역시 습격한 적의 규모를 파악한 다음 대응해도 늦지 않았어. 젠장, 그러면 남쪽으로 간 병력은...’


뤼펑 중교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위아래를 두드리며 혼을 빼놓은 일본군의 교란 작전에 한바탕 놀아난 꼴이었다.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방어하러 온 사단 본부에는 이미 적군이 빠져나간 뒤였으며,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남부 전선으로 간 리쉐펑 소교가 이끄는 정예병들, 그것도 지칠 대로 지쳐 녹초가 된 병력들.


뤼펑 중교는 사단 본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남부 전선을 습격한 적들도 중국군 병사들이 도착하기 전 일찌감치 달아났을 것이라는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보았다.


스스로도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는 그 ‘기대’ 말이다.


이곳에서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을 만큼 요란했던 교전의 증거들, 필히 남쪽에서는 리쉐펑 소교와 일본군의 격전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기습입니다! 사단장님이.”


지금쯤 리쉐펑 소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우울한 생각을 하던 뤼펑 중교에게 병사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기습? 갑자기 기습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사단장님은 후방 중앙군에 계시지 않나?”


뤼펑 중교는 보고하는 병사가 뭔가 단단히 착각한 것이라 생각했다.


적은 탄약고를 습격한 다음 식량 저장고가 아니라 곧장 사단 본부를 노렸다.


물론 소득이라고는 쓸모없는 부속실에 유탄 몇 개 던진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중앙군이 기습을 받았다니, 그게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이란 것인가?


“중앙군으로 향하려면 사단 본부와 이중 삼중으로 배치된 병력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남쪽에서 줄곧... 남쪽?”


틀림없는 착오라 단정하고 병사를 타박하던 뤼펑 중교는 문득 적군이 남쪽을 아예 완전히 장악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천여 명이 훨씬 넘는 병력이 알아채지 못하게 귀신처럼 통과해 습격했다는 것보다는 타당한 추론이었다.


“당장 복귀한다! 서둘러!”


명령을 내린 뤼펑 중교는 무전병이 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프를 출발시켰다.


린가오위안이라는 오물 덩어리에게 놀아나기는 하지만 어쨌든 리둥하이 소장은 제25사단의 최고 지휘관, 그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무엇보다 큰 타격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뤼펑 중교는 빠르게 달리는 지프의 운전병을 재촉했다.


처음부터 삐걱거렸던 작전, 뤼펑은 이제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기 시작했다.


*


“뭐야? 저 미친 새끼들, 왜 다짜고짜 총질이야? 무전은? 설마 교신도 안 한 거요?”


중국군 제25사단 본영에 가까워지자 난데없이 날아온 총알에 김우진 대위는 기겁했다.


다행히 피격된 사람은 없었지만, 중국군은 빅터 부대를 일본군으로 착각한 것인지 사격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요! 도착 예상 시간까지 알려줬어요. 혹시 의심할까 봐 저기 리쉐펑이란 중국군 장교한테 직접 교신하라고 했던 말이에요.”


중국군이 파놓은 교통호에 몸을 숨긴 엠마 중위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대답했다.


“우리를 적군으로 착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이청천 대령이 총알이 탄착되는 곳을 살피더니 총격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재빠르게 이동해 중국군 제25사단과 직접 무전 교신을 시도했다.


“그 와중에 총은 드럽게 못 쏘네, 새끼들.”


재빠르게 흩어져 엄폐하긴 했으나 이쪽으로 날아오는 총알보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총알이 많다는 것을 본 김우진 대위가 혀를 끌끌 찼다.


이청천 대령의 교신을 마치자 다행히 빅터를 향하는 총격은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양옆으로 제법 많은 병력을 대동하고 나타난 땅딸막한 체격의 나이 지긋한 중국 장교, 한눈에 봐도 그가 중국군 제25사단을 지휘하는 사람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땅꼬마가 이 엉망진창 부대의 지휘관인가 봅니다, 윽!”


“쉿! 그러다 듣겠어요.”


가감 없는 김우진 대위의 말에 엠마 중위가 티 나지 않게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들과의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다.


리둥하이 소장을 비롯해 그가 대동한 병력 중 중국말 외에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고, 빅터 내에서도 이춘삼 중사만이 유일하게 약간의 중국말을 할 수 있었으나 화북 출신인 리둥하이 소장의 말을 이춘삼 중사가 알아듣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리둥하이 소장이 말하면 리쉐펑 소교를 통해 이춘삼 중사가 통역을 해주었고, 이청천 대령의 말은 역순을 거치며 다시 리둥하이 소장에게 전달되는, 꽤 복잡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상투적인 몇 마디 대화가 오가던 중 리둥하이 소장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리쉐펑 소교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춘삼 중사는 왜 바로 통역해주지 않냐는 듯 몇 마디 말을 하지 눈을 이러저리 굴리던 리쉐펑이 겨우 입을 열었다.


“저... 허 참, 이 말씀을 올려야 할지.”


“저 땅딸보가 뭐라고 하던가요?”


무슨 내용인지 리쉐펑 소교의 말을 들은 이춘삼 중사 역시 안절부절못하자 김우진 대위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 조선의용군의 도움은 고마우나 이곳의 소란은 자기들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하며, 조선의용군과 합동작전을 펼칠 생각은 없으니 서둘러 돌아가라고 합니다.”


“뭐? 조선의용군? 돌아가?”


난감한 듯한 이춘삼 중사의 말에 김우진 대위의 표정이 대번에 험악해졌다.


분명 대한 광복군으로 연합군 소속 특수임무부대라는 사실을 말했음에도 굳이 ‘의용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의도가 분명했다.


정식 군대가 아닌, 민병대나 잡군 정도로 취급한다는 것.


“일본놈들한테 탈탈 털리고 있던 새끼들이 구해주니까 뭐가 어째?”


잔뜩 흥분한 김우진 대위는 금방이라도 거드름을 피우는 리둥하이 소장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 기세였다.


분위기가 험악한 것은 부대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적반하장의 태도에 수틀리는 말이 한마디라도 더 나온다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만, 아직 적군이 근처에 있어.”


이청천 대령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김우진 대위를 비롯한 부대원들을 제지하더니 이춘삼 중사를 보며 말했다.


“통역하시오. 우리는 조선의용군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광복군이며,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 또한, 본 부대는 하달된 임무에 배정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것이며, 이를 통제할 권한은 귀 사단에 없음을 명확히 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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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화 - 맥주, 아이스크림 그리고 함정 23.05.17 170 3 12쪽
119 118화 - 어긋난 공조 23.05.15 167 2 13쪽
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5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6 3 13쪽
116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8 3 12쪽
115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5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09 4 11쪽
111 110화 - 구세주 23.04.25 203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88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7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6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7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4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98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7 4 12쪽
97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6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2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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