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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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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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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DUMMY

한편, 시시각각 다가오는 리둥하이 소장의 중국군 제25사단 중앙군과 마주치기 직전인 카라사와 다이치 대좌는 카이치로 향하는 길목 옆에 있는 강의 물속에 병사들을 매복시킨 채 오매불망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지나놈들이 다른 길로 가면 곤란한데...’


연대 참모 중 일부는 갈래 길 중 카차이로 향하는 길에만 부대를 배치한 카라사와 대좌의 선택에 우려를 표했다.


물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이는 누구 하나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카라사와 다이치 역시 군중에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모를 리 없었다.


처음에 그는 적이 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부대를 나누어 갈래 길로 진격해 올 수 있다는 말을 ‘쓸데없는 소리’ 정도로 치부했으나 모습을 드러내야 할 중국군이 아직도 보이지 않자 그는 나머지 길에도 병력을 배치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두 갈래 길 중 한 곳에만 병력을 배치한 카라사와의 판단은 참으로 단순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고안한 묘안, 즉 물속에 병력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볼렌 쿠키로 난 길에 병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


그 길은 산기슭으로 난 길, 말하자면 자신이 기껏 내놓은 묘책이 무용지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우려처럼 중국군이 볼렌 쿠키로 난 길을 선택했다면 카라사와 다이치는 참으로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중 그의 신경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탄약과 식량을 공여받았던 후지모토 시게루였다.


얼굴조차 보기 싫은 미천한 종자에게 큰소리친 것이 불과 며칠 전이 아니던가?


- 길목에서 지나군을 섬멸하고 빌린 보급품을 갑절로 내놓을 것이니 걱정 말게!


그런데 자신이 예상하지 않은 길로 중국군이 지나쳐 임팔로 가 버린다면 후지모토 그 천한 것에게 면이 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이곳을 무사통과해 아군 2개 사단의 퇴로를 차단하기라도 한다면 향후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나누어야 하는 것인가...’


초조함에 때가 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던 카라사와 대좌에게 반가운 보고가 날아들었다.


“적군이 접근 중입니다!”


“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군!”


조금 전까지 좌불안석이던 카라사와 다이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만면에 웃음을 짓더니 병력의 매복 상태를 다시 한번 살폈다.


“볼렌 쿠키로 향하는 길에는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입구에 임시 초소를 세워 막아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또 다른 길로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카라사와 대좌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지나군이 이쪽으로 오리라는 것을 정확히 예측하셨습니까?”


내막을 알 리 없는 장교 하나가 카라사와 대좌이 마치 적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한 것처럼 놀라워하자 그는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적 판단 없이 본인이 짜낸 계책을 적용하기 위한 카라사와 다이치의 병력 배치.


그리고 카라사와 다이치가 병력을 이동하던 중 실수로 중국군 제25사단 정찰병에게 위치가 노출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것이 마치 자신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이라고 판단한 리둥하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얼간이의 판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상황이 기이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물속에 배치한 병력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의 모래톱에 수풀이 우거져 굳이 물속에 병력을 매복하지 않더라도 다른 장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만...”


중위 계급장을 단 장교는 지금이라도 연대장이 물속에 병력을 배치한 것을 철회하고 인근 정글에 부대를 재배치할 것을 간절히 기원했다.


카라사와 대좌는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절묘한 계책을 고안해 시행하게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물속에 몸을 절반쯤 담그고 있다가 적이 다가오면 때에 맞추어 잠수한 채 적을 기다리는 것이 작전의 요지인데, 처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카라사와 대좌의 작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선 강이 깊지 않고 유속이 빠르지 않아 익사하거나 급류에 휩쓸리는 병사들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강에 서식하는 각종 벌레와 파충류 그리고 이름조차 모를 육식 어종들이 카라사와 연대 병사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습지에 서식하는,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작은 벌레의 습격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병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파충류에게 물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장시간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카라사와 대좌의 신출귀몰한(?) 작전에 동원된 병력은 대부분은 피부에 가려움을 호소하거나 붉은 반점이 발진하는 일이 생겼으나 이를 진단하고 처방할만한 전문 인원이 연대에는 배치되지 않았다.


작전에 투입된 병력 중 상당수는 피부가 괴사하고 썩어들어가는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의약품마저 부족한 연대에서는 민간요법에 의지해 정글에 서식하는 풀을 채집한 후 으깨어 환부에 바르기 시작했으나 이름조차 모르는 풀을 바른다고 그들의 상태가 호전될 리가 없었다.


결국 본격적인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카라사와 연대는 또다시 적지 않은 병력을 비전투 손실로 잃어야 했으니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카라사와 다이치의 속이 타들어 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곧 지나군이 몰려올 것이다. 이번 작전의 핵심 지역에 배치된 병력은 현 위치에서 대기하도록 한다.”


얼마 전까지 병력 배치를 재검토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카라사와 대좌는 중국군이 자신이 예측한 길로 온다는 보고에 비전투 손실은 까맣게 잊고 물속에 대기하던 병력에게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게 했다.


연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중위 계급을 단 장교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스쳐 갔다.


‘오늘은 또 몇 명의 병사를 잃게 될 것인가...’


돌아서서 눈을 질끈 감은 그는 차라리 첫 교전에서 중국군에게 밀려 전군에 퇴각 명령이 내려지기를 기원했다.


어느 정도 사상자는 나오겠지만 더는 이런 미련한 작전을 지속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전투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처진 그의 어깨 위로 서서히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이걸로 숨을 쉴 수 있다는 건가...”


절반쯤 몸을 물에 담근 채 중국군 제25사단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에 이시카와 군조(중사)는 연대 본부에서 받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호흡용 막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자칫 물이라도 들어오면 큰일이 아닙니까?”


이시카와 군조 곁에 있던 병사 한 명이 역시 지급된 나무 막대를 불안한 표정으로 보았다.


“물이라...”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이시카와 군조는 덜컥 겁이 났다.


불과 이틀 전 교대조로 편성되었던 병사 중 두 사람이 호흡용 막대로 숨을 쉬는 훈련을 하다 물을 들이마신 일이 있었는데, 그들은 훈련 직후 복통과 함께 설사, 극심한 탈수 증상을 호소했다.


변변한 의약품과 의료 인력이 없는 연대에서는 그들을 치료할 수 없었고, 중국군 몰래 매복하고 있는 시점에 후송이라는 조치조차 할 수 없었다.


영양 보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열에 시달리던 그들은 결국 오늘 아침 야전 침대가 아닌 풀숲에서 병사했고, 뚜렷한 원인을 밝혀낼 수 없던 연대에서는 그들이 오염된 강물을 마셨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흉흉한 소문이 퍼지는 마당에 병사들이 강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며, 하필 운이 나쁘게도 자신의 차례에 물에 들어가는, 그것도 완전히 잠수해야 하는 이시카와 군조와 병사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하긴, 이런 물을 조금이라도 마셨다가는...’


이시카와 군조는 몸을 담그고 있는 탁한 물을 슬쩍 내려다보더니 몸서리를 쳤다.


전투 중에 전사한다면 모를까 이런 물을 마시고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비단 이시카와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허술한 나무 막대 하나에 내 목숨을 의지해야 한다니...’


이시카와 군조는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군이 지척까지 다가왔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든 전투가 벌어질 것이고, 이번 한 번만 잘 버텨내면 이 끔찍한 매복을 다시 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살아남았을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


문제는 물속에서 버티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시카와 군조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물에 젖다 못해 흙탕물에 푹 우려내다시피 한 제식 소총을 내려다보았다.


연대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처럼 밀랍으로 총구를 막기는 했으나 물속에서 이 소총이 방수되리라는 기대를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물속에서 잘 버티다가 적이 나타났을 때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는데 불발이 된다면?


이시카와 군조를 비롯한 불쌍한 목숨들은 저항이라고 할 것도 없이 벌집이 된 채 물귀신이 될 운명인 것이다.


“전원 위치로!”


연대장의 지시를 받고 핏기 없는 얼굴로 돌아온 소대 지휘관의 명령에 이시카와 군조를 비롯한 병사들이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나무 속을 파내 만든 호흡용 막대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건 미친짓이다...’


이시카와 군조는 눈을 질끈 감고 마지못해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작전을 구상한 연대장은 물속에서도 눈을 뜨고 소대 지휘관의 지시를 정확히 확인하라고 했지만, 이시카와는 분명 연대장이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기는커녕 이 흙탕물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흙탕물에서 무슨 재주로 눈을 뜨고 기다린다는 말인가?


어차피 눈을 감고 있더라도 소대 지휘관이든 누구든 몸을 일으킨다면 소리 정도는 분간할 수 있을 것, 이시카와 군조는 매복한 병력이 물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를 듣는다면 적이 온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연대장의 지시를 어긴 것이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이행하느라 자신의 소중한 눈을 잃고 싶지 않았다.


탁류의 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온 신경을 청각에 곤두세우고 있을 무렵, 누군가 물속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고 연이어 같은 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적이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했고, 이를 감지한 소대 지휘관 그리고 부대원들이 몸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었다.


“퉤.”


이시카와 군조는 흙탕물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물고 있던 호흡용 나무 막대를 뱉어버렸다.


다행히 몇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물’은 입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듯했고, 다만 탁류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간 것인지 눈을 뜨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눈을 질끈 거리며 이물질을 털어낸 이시카와 군조는 겨우 뜬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그의 눈앞에 드러난 하천 옆길로 걸어가다 갑자기 나타난 카라사와 연대의 매복군을 보고 놀란 중국군 한 무리, 그리고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그들을 향해 소총을 겨누고 있는 부대원들.


이시카와 군조는 허겁지겁 소총을 들어 전방의 적을 조준했다.


“전원 격발!”


소대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시카와는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힘을 줘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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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5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6 3 13쪽
»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8 3 12쪽
115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5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112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09 4 11쪽
111 110화 - 구세주 23.04.25 204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89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7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6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8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4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98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7 4 12쪽
97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6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2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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