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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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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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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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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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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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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0화 - 구세주

DUMMY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


삼면에서 포위한 채 맹렬히 공격을 퍼붓는 적군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지원군.


리쉐펑 소교는 이보다 절망적인 상황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퇴각로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일본군 한 무리는 후퇴하는 리쉐펑 소교의 부대를 세차게 공격해 수십 명이 넘는 전사자를 남겼다.


이제 남은 병력이라고 해봐야 겨우 서른 명 남짓, 이미 전멸에 가까운 피해였으며, 남은 자들 역시 지치고 다친 상태라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이중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는 뛸 힘도 없어 보이는 병사들, 무거운 상처를 입은 채 응급조치조차 받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병사들을 둘러보던 리쉐펑 소교는 절망적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퇴로 전방에 또다시 적군입니다!”


울부짖는 듯한 첨병의 보고에 리쉐펑 소교는 차라리 진영 한가운데로 포탄이라도 떨어져 고통 없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는 사단장마저 포기한 부대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서른 명의 목숨을 책임져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


“정면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여 포위를 뚫는다. 후방은 내가 남아 적병을 저지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리쉐펑 소교는 쫓아오는 백여 명이 훨씬 넘는 적은 혼자서 막아낼 계책도 장비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야말로 최후의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라 판단했다.


‘남은 녀석들이라도 살려 보낼 수 있다면...’


결심을 굳힌 리쉐펑 소교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의 고향, 충칭에 남은 연로한 부모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았으나 그는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서른 명의 지휘관으로 책무를 다해야만 했다.


“안 됩니다! 차라리 제가 남겠습니다!”


리쉐펑 소교가 전사한 중국군 병사들의 탄약과 유탄을 긁어모으는 모습을 본 초급 장교 한 사람이 자신이 남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웨이젼 소위,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아직 앳된 티를 벗지도 못한 얼굴이었다.


“부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적군은 제가 저지하겠습니다.”


리쉐펑 소교는 고집을 피우는 젊은 장교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더는 조국의 젊은이들이 피어나지도 못한 채 꺾이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미래의 조국에는 나보다 자네 같은 젊은 사람들이 더 필요할 것이네.”


“그렇지만...!”


“명령이다, 웨이젼. 남은 부대원을 수습해 전력으로 퇴로를 확보하라... 반드시 살아남아 귀환하라, 알겠는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젊은 장교가 흐느끼자 리쉐펑 소교가 조용히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정도면 저승길은 지루하지 않겠어.”


웨이젼 소위를 다그쳐 보낸 후 가지고 있던 수류탄 몇 개를 물끄러미 내려 보던 리쉐펑이 허탈한 듯 웃었다.


가까워지는 총소리, 일본군의 추격대가 벌써 도착한 모양이었다.


리쉐펑 소교는 ‘끙차’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몸을 돌려 엄폐물 사이로 소총을 조준한 채 총성이 울린 곳을 노려보았다.


드디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누런 군복을 입은 무리.


리쉐펑 소교는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 다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타타타탕!


리쉐펑 소교의 톰슨 기관단총이 불을 뿜자 다가오던 일본군 병사 한 사람이 풀썩 쓰러졌다.


저항하는 중국군이 없을 것으로만 여기던 일본군은 총성과 함께 아군이 쓰러지자 재빠르게 엄폐물을 찾아 흩어졌다.


‘어디냐...’


리쉐펑 소교는 천천히 총구를 돌리며 신중하게 다음 목표를 찾았으나 빠르게 엄폐물을 찾아 이동한 일본군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일본군이 숨은 곳을 훑던 리쉐펑은 갑자기 오른쪽 수풀에서 누군가 빠르게 이동하는 기색이 보이자 얼른 총구를 돌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 틱틱


‘아차!’


탄창이 모두 바닥난 것을 이제야 알아챈 리쉐펑 소교가 황급히 탄창을 갈아 끼우려 할 때였다.


- 탕!


“윽!”


리쉐펑이 탄창을 결합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 그 탄환은 리쉐펑의 왼쪽 어깨로 날아왔다.


피탄 되면서 총을 떨어뜨린 그는 재빨리 왼팔을 뻗어 총을 집으려 했으나 팔을 뻗자마자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팔을 움츠렸다.


오른손으로 움켜쥔 왼팔에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고, 왼팔은 나무토막이라도 된 것처럼 서서히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상황에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아직 정신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 리쉐펑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냐, 전부 데려가 주마.’


더는 총을 쏠 수 없다고 판단한 리쉐펑 소교는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어차피 모두 예상했던 일, 그는 애초에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된 것뿐이다.


리쉐펑 소교는 일본군이 다가오면 안전핀을 뽑아 모조리 저승길 길동무로 삼을 요량이었다.


- 사박사박


멀리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일본군이 풀을 밟는 소리가 마치 확성기를 탄 듯 크게 들려오는 기분이 들자 리쉐펑 소교는 이미 무감각해진 듯한 왼팔에 온 힘을 다해 움직였다.


어깨부터 팔목까지 모든 뼈가 한 번에 으스러지고 모든 핏줄이 터져나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 속에 겨우 왼손에 수류탄을 거머쥔 리쉐펑.


그는 엄폐한 바위 위로 일본군의 그림자라도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안전핀을 뽑을 요량으로 머리 위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 펑!


- 탕, 타탕, 탕탕!


그가 숨죽여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폭음과 함께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지금인가?’


드디어 마지막 순간이 왔다고 생각한 리쉐펑 소교는 눈을 질끈 감으며 안전핀 고리를 쥔 오른손가락에 힘을 주려 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음과 총성이 들린 곳은 일본군 추격대가 다가오는 방향, 모두가 죽고 남은 병력은 철수한 마당에 그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올 까닭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설마, 설마 지원군이 도착하기라도 한 것인가?’


분명 지원군은 없다고 했었다.


리쉐펑 소교가 받은 무전에는 ‘위치를 사수하며 적을 격퇴하라’는 무성의한 지시만 있을 뿐이었다.


리쉐펑을 비롯한 부대원을 버렸던 사단 본부가 상황을 수습한 후 지원군을 보냈다는 말인가?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숨겼던 바위 위로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추격하던 일본군은 우왕좌왕,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이들의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장교 한 사람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그가 가리킨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돌린 리쉐펑 소교,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불길과 함께 수십 개의 섬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지원군이다!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사단에서 급파한 지원군임을 확신한 리쉐펑은 갑자기 힘이 솟는 듯했다.


그는 목숨을 끊으려는 용도로 생각했던 수류탄을 오른손으로 바꿔 쥔 후 안전핀을 뽑았다.


그리고 속으로 둘을 센 다음 등을 돌린 채 사단 지원군과 교전이 벌어지는 장소로 이동하려는 일본군을 향해 수류탄을 힘껏 던졌다.


- 쾅!


피할 틈도 없이 날아온 수류탄이 공중에서 폭발하자 파편을 그대로 뒤집어쓴 일본군 셋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휴...”


아직도 이명이 울리는 듯한 귀를 두어 차례 두드린 리쉐펑 소교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더니 수류탄이 터진 곳을 확인하려 몸을 일으켰다.


- 철컥!


그가 몸을 일으키자 난데없이 머리를 향해 들이 밀어진 여러 개의 총구.


아직 살아남은 일본군이 있는 줄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리쉐펑이 아차하고 있을 때 그의 귓가에 알아들을 수 없는, 하지만 일본말은 확실히 아닌 언어가 들려왔다.


“뭐야, 이건? 이 새끼, 일본놈 아닌 것 같은데?”


*


“그러니까 저 멍충, 아니 저 사람은 중국군 제25사단 기동 타격대를 이끄는 소령이라는 말씀이지요?”


김우진 대위가 습관적인 말을 서둘러 수정하며 이춘삼 중사에게 물었다.


간도에 있었던 이춘삼 중사는 능숙하지는 않지만 몇 마디 간단한 중국말을 할 수 있었다.


빠르게 떠들어대는 중국군 제25사단 소속 리쉐펑 소교의 말을 이춘삼 중사가 진땀을 흘리며 통역하자 김우진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센푸르 요새를 공격하던 일본군 제33사단에 치명타를 안긴 이청천 대령과 빅터 부대는 일본군의 퇴로를 차단할 목적으로 일본군이 눈치채지 못하게 요새를 빠져나와 그들의 배후로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러던 와중 접수된 두 가지 소식.


첫 번째는 중국군 1개 사단이 코히마에서 임팔로 내려와 연합군과 연계 작전을 펼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본군이 나타나 영인군의 정찰병과 수색대를 공격하며 보급품을 탈취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전선에 투입된 일본군 3개 사단이 심각한 전투력 손실을 겪으며 정글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고 행방이 묘연한 어떤 일본군 부대가 유격전을 펼치며 전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에 대다수의 영국군 장교들은 크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청천 대령은 달랐다.


이제 곧 퇴각하는 일본군의 후미를 공격하며 전과를 확대해야 하는 작전이 시작될 참인데 길어지고 넓어진 전선에서 적의 유격대가 아군을 괴롭히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이런 방법으로 그와 빅터 부대가 일본군을 괴롭히지 않았던가?


이청천 대령은 즉각 빅터 부대를 움직였다.


그리고 죽을 위기에 처한 리쉐펑 소교를 발견하고 가까스로 그를 구출해낸 것이었다.


“적의 정체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이청천 대령의 질문에 전사한 일본군 시신을 살피고 온 엠마 중위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길게 전투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군이 나타나자 본대는 모습을 감췄고, 장교나 부사관급의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정보라고는 전혀 없네요.”


“엥? 무조건 착검하고 돌진하는 미친놈들이 달아나?”


김우진 대위는 싸우지도 않고 일본군이 달아났다는 엠마 중위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따라붙어 볼깝쇼? 어차피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일본군 제33사단을 흠씬 두들겨 패며 한껏 고무된 김우진 대위는 지금이라도 일본군을 추격해 전과를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듯했다.


“아니야. 우리를 보자마자 달아났다면 아마도 후방을 교란하는 유격부대인 것이 틀림없어. 섣불리 쫓는 것보다는 이쪽을 수습하는 것이 나을 듯하군.”


이청천 대령은 조바심이 난 김우진 대위를 달래는 한편 멀리서 총성이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사단 본부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사단 본부 역시 왜놈들의 기습을 받았다고 합니다.”


“얼씨구, 이 새끼들 아주 신났구만!”


리쉐펑 소교의 말을 재빠르게 이춘삼 중사가 옮겼다.


“자, 어서 이동하자. 혹시 모르니 제프, 자네가 후방 경계를 맡아주게.”


갑자기 나타난 빅터를 본 후 곧장 내뺐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두 군데를 타격할 만큼 적군은 기동전과 기습 전술에 능한 군대였다.


이청천 대령은 크로포드 대위를 후미에 남겨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하도록 한 다음 공격받고 있는 중국군 제25사단 본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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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화 - 어긋난 공조 23.05.15 167 2 13쪽
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5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6 3 13쪽
116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8 3 12쪽
115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5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112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09 4 11쪽
» 110화 - 구세주 23.04.25 204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89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7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6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8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4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98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7 4 12쪽
97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6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2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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