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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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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0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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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04.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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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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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96화 - Run and hit (2)

DUMMY

어깨를 움켜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림자, 노인을 보며 차출된 일본군 병사 하나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자는 노역에 동원되었던 자입니다!”


장교가 묻기도 전에 대답한 병사의 말에 아키야마 소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껏 구출하더니 이제는 이런 용도로 폐기하는 건가?”


“폐기하다니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독전대 장교를 힐끗 본 아키야마 소좌는 답답하다는 듯 신경질 섞인 말로 대꾸했다.


“보면 모르겠는가? 하나씩 남겨 우리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 아닌가? 당장 병사들 데리고 추격해!”


아키야마 소좌의 명령에 독전대 장교는 선두에 서서 좁은 암벽 통로로 병사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협소한 길, 아키야마 소좌가 예상한 것처럼 주요 길목에 사람을 배치해 일본군이 추격하는 것을 방해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쓸모없는 늙은이가 있었기에 다행이군, 유격전에 능한 적이나 폭발물이 설치되었다면 자칫 길이 막힐 뻔했어.’


독전대 장교는 만약 자신이 도주하는 적의 지휘관이라면 요충지에 저런 노인을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다못해 적정량의 TNT만 설치했더라도 양쪽의 암벽을 무너뜨려 길을 막아버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적의 허술함에 헛웃음을 짓던 독전대 장교는 험준한 통로를 통과하며 손을 뻗어 수풀 더미를 짚었다가 뭔가 이질적인 것이 손끝에서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뭐지? ... 설마!’


손끝에 끌려온 이질적인 촉감의 무언가를 눈앞으로 가져와 확인한 독전대 장교의 동공이 확대되더니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한편 병사들이 암벽 통로로 진입하는 것을 본 아키야마 소좌는 숨을 헐떡이는 노인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불쌍한 신세로군. 이런 식으로 버려지다니 말이야.”


노인의 머리를 향해 천천히 권총을 겨누던 아키야마 소좌, 그런데 죽음을 앞둔 사람의 표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을 띠며 중얼거리는 노인, 아키야마 소좌가 혀를 차며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노인이 품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뭔가를 힘껏 눌렀다.


그리고 동시에 들리는 찢어지는 듯한 독전대 장교의 비명.


“물러서! 전부 돌아가란 말이야!”


돌아가라니? 대체 무엇을 보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독사라도 나타난 것인가?


아키야마 소좌는 방아쇠를 당기려다 미간을 찌푸리며 암벽 통로 쪽을 보았다.


질서 정연하게 통로로 진입하던 병사들은 들어가려는 사람과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뒤로 돌아 나오려는 사람들로 뒤엉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대체 뭘 하는 거야...’


짜증이 솟구친 아키야마 소좌는 기력이 다해가는 노인을 내버려 두고 통로로 다가갔다.


이 정도 병력도 통제하지 못하는 독전대 장교의 정강이를 걷어찰 요량으로 걸어가던 아키야마 소좌.


- 콰쾅!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자 아키야마 소좌는 반사적으로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민첩하게 전방을 향해 권총을 겨눈 아키야마 소좌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이 이끄는 독전대를 포함한 서른 명의 병사들이 진입한 통로는 양측의 암벽이 무너져내리며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다급하게 통로를 빠져나온 독전대 병사 서넛을 제외한 독전대 장교를 비롯한 나머지 병사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 대체 이거 무슨...”


허망한 표정으로 무너져내린 암벽 통로를 보던 아키야마 소좌는 문득 뒤에서 앙연히 울리는 웃음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노인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껄껄 웃더니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고 지껄여대고 있었다.


‘저 미친놈이... 설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병사들을 삼켜버린 통로와 노인을 번갈아 보던 아키야마 소좌는 순간 노인이 품속에 손을 넣어 더듬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연이어 그의 뇌리를 스치듯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설마 이곳으로 우리를 끌어들인 것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금 전 갑자기 신호탄이 오르던 상황.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충동적인 선택을 했다고 하기에 이들은 처음부터 도주 경로를 기만해 아키야마 소좌를 철저히 속였다.


그런 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습을 숨겨야 하는 곳에서 갑자기 신호탄을 쏘아 위치를 노출했다.


마치 여기에 있으니 잡아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신호탄이 오른 곳을 쫓다 보니 나타난 암벽 사이의 좁은 통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다시 말하면 소수의 숙련된 병사를 배치한다면 아키야마 소좌와 추격대는 꽤 큰 피해와 함께 추격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요충지에 정예병이 아닌 총을 쏘는 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노인이 버티고 있었고, 그가 엉겁결에 쏜 총에 맞은 경상을 입은 병사만 제외하면 병력의 손실은 전혀 없는 상태.


교활하기 짝이 없는 적이 어느 순간부터 최악의 수만 골라가며 선택하고 있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여겼건만, 하나씩 되짚어보니 아키야마 소좌는 그제야 적의 손에 철저히 놀아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전략과 전술에 있어서 최고라 자처하던 아키야마, 그는 우습게 여기던 적에게 또다시 희롱당했다는 사실에 치욕과 분노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들리는, 마치 철판을 긁는 듯한 쉰 목소리.


아키야마 소좌는 미친 듯이 뭐라 떠들어대는 노인을 노려보더니 떨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인을 노려보며 그의 머리를 겨눴다.


- 탕!


고요한 정글에서 총소리가 울리며 아키야마 소좌의 얼굴에 뇌수와 피가 튀었으나 그는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철수한다.”


형편없이 머리가 박살난 채 숨을 거둔 노인의 시신을 한참이나 노려보던 아키야마 소좌가 이윽고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허망한 표정으로 퇴각을 지시했다.


*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리자 우누는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자욱하게 먼지가 피어오르는 곳을 응시했다.


그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자 마을 사람 몇 명이 다가와 그를 다독이며 뭐라 말을 건넸다.


“작전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최일동 중위의 말에 이청천 대령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추격대에 덜미를 잡힐 뻔한 위기에서 나선 마을의 원로는 엠마 중위에게 자신이 적을 붙들어 놓을 것이니 사람들을 데리고 산을 넘으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암벽 사이로 난 좁은 길로 적을 유인해 암벽을 무너뜨리는 것.


하지만 이청천 대령은 노인의 제안을 수락할 수 없었다.


암벽을 무너뜨리려면 폭약을 설치한 후 누군가 그곳에 남아 격발 버튼을 눌러야 했다.


노인이 그곳에 남겠다는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이청천 대령보다 더욱 놀란 것은 우누.


자신의 아버지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말에 우누는 차라리 자신이 남겠다고 했으나 결연한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노인이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수풀을 헤치고 나타날 것 같은 아쉬움에 우누는 자리를 뜨지 못했고, 누구도 그런 그를 재촉할 수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누구도 입을 열거나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을 때 아이가 우누에게 다가가더니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억척스럽고 거친 손을 잡은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 우누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엠마 중위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더니 우누는 마을 사람들을 수습해 앞장서서 비센푸르 요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자, 우리도 이동하도록 하지.”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이청천 대령은 이윽고 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희뿌옇게 동이 트는 가운데 멀리 보이는 비센푸르 요새 그리고 그 아래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차량들.


노인이 쏘아 올린 신호탄에 화답하기 위해 출발한 구조대가 이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달아난 놈들은 아군의 작전 계획을 알고 있습니다. 대비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키야마 소좌는 다나카 중장에게 직접 보고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생포 또는 전원 사살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으나 결국 일이 틀어져 버렸으니 사단장의 질책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나카 중장의 질책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애써 수립한 작전이 물거품이 될 처지였다는 것이다.


비센푸르 요새까지 연결되는 지하 통로를 파서 공격하자는 의견을 낸 아키야마 소좌, 그는 쥐새끼 몇 마리의 분탕질 때문에 공들인 작전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못내 아쉬웠다.


“쓸모없는 놈들 몇이 도망갔다고 큰일이야 있겠는가?”


뜻밖에 다나카 중장은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허나 저들은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땅굴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작전을 재검토 하시는 것이 좋지...!”


다나카 중장은 손을 휘저으며 아키야마 소좌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끊었다.


“자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겠네만, 중요한 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저놈들이 무슨 수로 지하 통로며 위치를 알려주겠는가? 침투한 놈들을 소탕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너무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다나카 중장은 마음이 급했다.


몇 시간 전 땅굴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자 그는 한시라도 빨리 부대를 동원해 비센푸르 요새를 들이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 마음이니 강제 노역자 몇 명이 달아났다는 보고가 그의 귀에 들릴 리 만무했다.

“작전! 공격 계획 다시 보고해봐.”


“옛! 입수한 적 요새의 설계도를 보시면 아군이 준비한 지하 통로는 포병 진지로 연결됩니다. 01시를 기해 선발대가 침투하여 적 화포를 무력화하고 북서 관문을 제압하면 본대가 호응하여 요새 내부로 진입해 적 지휘부를 점령하면 작전이 마무리됩니다.”


“간단하군.”


작전 참모의 브리핑을 들은 다나카 중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부임 이후 졸전에 참패만 거듭한 그에게는 이번 작전이야말로 모든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다나카 중장과는 달리 아키야마 소좌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버마-인도 전선, 특히 비센푸르 요새 점령전에 그가 합류하면서 침체한 제33사단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기후를 이용하여 제33사단에게 가장 위협적인 수단인 셔먼 전차를 무력화하고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이동식 엄폐물이라는 것을 만들어 요새를 함락 직전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전황은 아키야마 소좌의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야심 차게 준비한 그의 이동식 엄폐물은 예측하지 못한 적의 기동과 아군 지휘관의 판단 실수로 인하여 처참하게 파괴되었고 공세 작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아키야마 소좌는 엄습하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냉철하게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지하 통로 개척 노역에 동원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단순 노무자에 불과했다.


그들이 판 땅굴이 무슨 목적으로 쓰이는지 알 리가 없었으며, 설령 짐작한다고 하더라도 다나카 중장의 말처럼 그들의 언어를 영인군이 이해할 리 만무했다.


결국 다나카 중장의 말처럼 어쩌면 한낱 기우일 수도 있는 걱정, 하지만 아키야마 소좌는 끈덕지게 달라붙은 초조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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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화 - 어긋난 공조 23.05.15 167 2 13쪽
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6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7 3 13쪽
116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9 3 12쪽
115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5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112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09 4 11쪽
111 110화 - 구세주 23.04.25 204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89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8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7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8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5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98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8 4 12쪽
»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7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3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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