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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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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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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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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7화 - 피의 요새(1)

DUMMY

1944년 5월 비센푸르 요새


‘설마 무너지지는 않겠지?’


이와쿠마 대위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덩이가 떨어지는 땅굴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가슴을 졸였다.


베어낸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기는 했으나 지휘부에서 판단한 땅굴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최대 여섯 시간, 말이 그럴싸해서 최대 여섯 시간이지 당장 무너져 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엉성한 통로였고, 일본군 제33사단 정예병들은 목숨을 내놓은 채 땅굴을 통해 비센푸르 요새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곳이 출구인가?”


차라리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이 생존율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 이와쿠마 대위는 초조한 기색으로 걷다가 어느 순간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지자 반색하며 따라오던 나카타 조장(상사)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적 포병 진지로 통하는 출구입니다.”


그의 말에 이와쿠마 대위는 뒤를 돌아보았다.


은밀한 기동을 위해 조명도 없이 컴컴한 통로에 밀집한 병력은 대략 예순 명이었다.


이 중 이와쿠마 대위가 포함된 ‘갑(甲)군’은 북서 관문을 접수하고 개방해 제33사단 본대와 합류해야 하며, 나카타 조장이 이끄는 나머지 인원은 포병 진지를 급습해 지원화기를 무력화하는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서른이라... 잠든 후방 진지를 접수하는데는 충분하겠지.’


이와쿠마 대위는 대기하고 있는 병력을 힐끔 보았다.


제대로 먹지 못해 전투력이 떨어지긴 했어도 이들은 대일본제국 육군의 정예병이었다.


영인군, 게다가 지원 부대인 포병 따위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먼저 확인한다.”


“위험합니다! 차라리 병사들을 먼저 올려보내시는 것이.”


이와쿠마 대위의 말에 나카타 조장이 다급하게 만류했다.


최악의 경우지만 만약 영인군이 땅굴의 존재를 눈치채고 근처에 숨어 있다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이와쿠마 대위는 살아남기 어려웠다.


“다른 병사가 올라가면 총알이 비껴가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위험한 일에 부하를 밀어 넣는 짓은 할 수 없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성격, 혹독한 훈련으로 원성이 높기도 하지만 이와쿠마 대위가 병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런 곳에 있었다.


잠시 후 이와쿠마 대위는 조심스럽게 파낸 입구로 가장 먼저 몸을 빼더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어둠뿐, 움직이거나 이곳을 노리는 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와쿠마 대위는 아래를 보며 손짓했다.


그의 수신호에 하나씩 지상으로 올라와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는 일본군 병사들, 땅굴로 침투한 전 병력이 나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비센푸르 요새의 영인군은 아키야마 소좌가 생각해낸 ‘작전’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확실했다.


“나카타 조장, 무운을 빈다.”


나카타 조장에게 포병 진지 점령을 맡긴 이와쿠마 대위는 자신이 인솔하는 병력을 데리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북서 관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제33사단 본대가 북서 관문 부근까지 왔을 시각, 이와쿠마 대위가 관문을 열기만 하면 사단 병력이 일제히 진입해 비센푸르 요새를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진입한다.”


이와쿠마 대위가 이끄는 병력이 사라지자 나카타 조장도 남은 병력을 수습해 무장을 점검한 다음 고요하게 잠든 포병 진지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 폭스트롯마이크 원(FM1), 폭스트롯마이크로 원, 2개조로 나뉘어 이동하기 시작함.

- 폭스트롯마이크 쓰리(FM3), 알았다. 지속 감시 바람.


나카타 조장의 일본군이 자취를 감추자 불쑥 나타난 그림자들은 누군가와 무전을 주고받은 후 서로를 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각자 탄띠에 매달려 있던 파쇄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하더니 망설임 없이 일본군이 나온 텅 빈 땅굴을 향해 던졌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어둠 속에서 흰 이만 드러낸 채 웃는 그림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낮은 폭발음과 함께 진동이 울렸다.


“완전히 무너졌군.”


“좋아, 이제 이동하자.”


땅굴을 무너뜨린 그림자는 각기 두 갈래로 길을 나누어 이와쿠마 대위가 간 북서 관문 방향과 나카타 조장이 향한 포병 진지를 향해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지하 통로가 무너졌다는 보고입니다. 다행히 투입한 병력의 손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다나카 중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급조한 땅굴은 결국 병사들이 지나간 후 자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것 같았다.


이와쿠마 대위가 이끄는 선발대가 투입되기 전 혹은 통로에 머무르고 있던 사이 무너졌다면... 다나카 중장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병력 손실은 물론 야심차게 준비한 작전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뻔했을 것이다.


“적들이 눈치채지 않았겠는가?”


“땅속에서 무너진 것이라 소리나 진동은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진 곳이기도 하니 적이 눈치챘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적진의 반응에 대해 즉각 보고하라고 지시했으니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즉시 반응이 올 것입니다.”


아키야마 소좌의 자신 있는 대답에 다나카 중장은 지척에 있는 어둠 속 북서 관문을 노려 보며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만약 땅굴의 붕괴를 적이 알아챘다면 이렇게까지 조용할 리가 없었다.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며 진지 곳곳에는 탐조등이 켜지고 병력이 부산하게 돌아다녀야 하건만 북서 관문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의 짐작대로 아직 비센푸르 요새의 영인군이 눈치채지 못한 것이 확실했다.


땅굴을 통해 정예 부대가 비센푸르 요새 내부로 진입한 상황, 이제 그들이 관문만 점령한다면 제33사단이 한꺼번에 요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예상하지도 못한 경로로 대군이 들어선 상황, 영인군이 자랑하는 방어 진지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수적 우세를 점하고 있는 제33사단이 혼란에 빠진 영인군을 제압하면 전투는 끝난다.


‘이 지긋지긋한 정글하고 천막도 이제는 끝이군.’


일반병들보다 상황이 낫기는 했으나 다나카 중장은 한시라도 텐트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다.


수시로 비가 쏟아지고 벌레가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는 것은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곧 이와쿠마의 선발대가 북서 관문으로 진입할 시간입니다.”


사단장 못지않게 초조하게 기다리던 참모장이 시간을 확인하며 보고했다.


그의 보고에 다나카 중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굳게 닫힌 육중한 철문을 뚫어지게 보았다.


저 관문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는 지체하지 않고 전 병력을 쏟아부을 참이었다.


*


“적 화포 발견!”


나카타 조장은 마치 무덤처럼 둥그렇게 솟은 화포 진지에서 어둠을 뚫고 툭 튀어나온 포신을 보며 이동하던 부대를 정지시켰다.


“확인해!”


나카타 조장의 지시에 침투한 일본군 선발대 ‘을(乙)군’이 포상 주변의 경계 초소와 경계병 배치 유무를 확인했다.


“3번 진지 전방에 초소가 있으나 경계병은 없습니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초소로 추정됩니다.”


“경계 병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속속 도착하는 보고에 나카타 조장은 주변에 적이 없음을 확신했다.


그는 네 개의 포상에 배치된 BL 7.2 인치(약 183mm) 곡사포의 포신을 파괴하기 위해 병력을 나눈 다음 3번 곡사포를 직접 파괴하기 위해 소리를 죽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카타 조장의 눈에 들어온 3번 곡사포, 그는 뒤로 손을 뻗어 TNT를 넘겨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나게 이를 부득 갈았다.


비센푸르 요새 공격에서 가장 많이 일본군을 살상한 것은 다름 아닌 눈앞의 7.2 인치 곡사포였다.


나카타 조장은 처참하게 찢겨 나간 전우들의 원한을 이제야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위장막이 덮인 화포로 다가갔다.


“... 뭐야!”


위장막을 걷고 포신에 TNT를 부착하려면 나카타 조장은 포신과 포구를 확인하더니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폭약을 떨어뜨려 버렸다.


“나카타 조장님, 잠깐 여기로 와 확인해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나카타에게 다른 포상으로 갔던 대원 일부가 돌아왔다.


고개를 돌려 그들을 살펴보니 나카타 못지않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설마, 거기에도...!”


나카타 조장이 TNT를 설치하려다 본 것이 다른 포상에도 동일하게 배치된 것인지 물어보려던 찰나, 세 방향에서 탐조등이 갑자기 켜지며 일제히 포상 안쪽을 비추자 침투한 일본군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리기 시작했다.


*


북서 관문으로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이동한 이와쿠마 대위는 잔뜩 긴장한 채 경계 초소와 기관총 진지로 접근했다.


지금까지 작전 수행은 순조로웠으나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경계 초소를 점령하기도 전에 적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애써 여기까지 침투한 보람도 없이 작전이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쿠마 대위와 제33사단 선발대 갑군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숨소리조차 나지 않게 경계 초소로 다가간 다음 문을 벌컥 열고 총을 겨누었다.


암적응을 마친 날카로운 눈으로 초소 내부를 살피던 이와쿠마 대위는 고개를 갸웃했다.


초병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지 않은가?


텅 빈 경계 초소라니, 그는 야간 순찰을 하면서 간혹 졸거나 잠시 초소를 이탈한 초병을 보긴 했으나 초소 자체가 비어 있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기관총 진지에는 지키는 병력이 없습니다.”


이와쿠마 대위가 있는 경계 초소로 보고하러 들어오던 하사관 한 명이 보고를 마치고 곁눈질로 초소를 살펴보다가 흠칫 놀랐다.


그 역시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그것도 최전방 경계 초소가 비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교대 시간일까요?”


머리를 긁적이던 오장(하사)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영인군의 독특한 경계 근무 체계가 있겠거니 하고 말했으나 골똘히 생각에 잠긴 이와쿠마 대위는 누가 보더라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세상 어느 군대에서 이런 식으로 경계 근무 교대를 한다는 말인가?


“관문 소초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초조해진 이와쿠마 대위는 가장 많은 병력을 올려보낸 관문 소초의 보고를 기다리던 그는 곧 도착한 병력에 의해 더욱 기묘한 사실을 접하게 된다.


“아무도 없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니라 아예 사람이 없던 것처럼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센푸르 요새를 지키던 병력이 하루아침에 모두 철수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포위당해 보급이 차단된 것도, 전투에서 진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이유로 영인군이 요새를 비운다는 것인가?


오히려 연이은 패전과 보급난으로 패색이 짙은 것은 일본군 제33사단이 아닌가?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전후 사정을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이와쿠마 대위였으나, 가장 중요한 관문을 지키는 병력이 없다는 것은 전혀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관문 개방해!”


이와쿠마 대위의 명령을 받은 갑군 병력이 관문으로 달려가 양쪽에서 육중한 철문을 낑낑대며 열기 시작했다.


활짝 열린 관문까지 다가간 이와쿠마 대위는 어둠을 향해 손전등으로 점멸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어둠에서 반짝이는 불빛, 이와쿠마의 신호를 접수한 제33사단 본대가 응답 신호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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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6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6 3 13쪽
116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9 3 12쪽
115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5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112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09 4 11쪽
111 110화 - 구세주 23.04.25 204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89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7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6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8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5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8 4 12쪽
97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6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2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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