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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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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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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DUMMY

“진군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릅니다.”


엠마 중위는 갈수록 벌어지는 중국군 제25사단 중앙군과의 거리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땅딸보가 아주 안달이 난 모양인데. 이 상태라면 대장 말대로 후미랑 측면이 위험할 수도 있겠소.”


만약 이청천 대령이 중국군 제25사단과 대치하는 일본군의 지휘관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냐는 엠마 중위의 질문에 그는 정면충돌을 피하는 대신 취약한 측 후방을 노릴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는 일본군이 야습과 기습을 위주로 싸움을 걸어온다는 것은 중국군 제25사단에 비해 병력이 열세라는 것을 증명하며, 그렇기에 이번에도 기회를 노려 빠르게 남진하는 중국군의 빈틈을 공략하리라는 것이 이청천 대령의 예측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청천 대령의 불길한 예측이 실현되기라도 하듯 리둥하이 소장은 중앙군을 빠르게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각 소규모 부대의 행군 속도 차이로 인하여 대열은 길게 늘어져만 갔다.


덕분에 경계해야 할 범위가 늘어났으니 중국군 제25사단의 취약한 부위는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었다.


“산등성이만 경계하면 될 것 같기는 한데 구역이 너무 넓은 것이 걱정입니다.”


엠마 중위는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산비탈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만약 강 건너에 있는 일본군이 도하할 결심을 하고 후방과 3시 방향에서까지 동시에 공격해온다면 우리는 모든 방향에서 오는 적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수풀이 우거져 병력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인 산기슭을 보며 걱정하는 엠마 중위와는 다르게 이청천 대령은 엉뚱하게도 강을 건너올지도 모를 적군에 대한 말을 꺼냈다.


“강의 폭이 넓긴 하지만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 부교를 설치하지 않고도 건널 수 있으니 적의 기습을 경계해야 하는 것 맞습니다. 하지만 강을 건너는 것 자체가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도하하는 도중 발각되어 아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적은 달아나지도 못한 채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본군으로서도 부담이 큰 선택이 될 것입니다.”


엠마 중위의 분석에 김우진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현 상황에서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수를 생각해보았다.


땅딸보, 아니 리둥하이 소장이 이끄는 중국군 제25사단 본대가 남쪽의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는 사이 미리 숨어 있던 매복군이 산기슭에서 튀어나와 중앙군의 측면을 두들긴다.


중국군이 잘 대처한다면 모를까 지난 전투를 돌이켜본다면 그들은 일본군의 매복과 양 방향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릴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리둥하이 소장의 중앙군은 무리하게 속도를 높여가며 이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갑자기 적이 나타난다면 대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가 땅딸보를 구원하러 갈 수밖에 없겠지...’


김우진 대위는 머릿속으로 위기에 봉착한 중국군을 구원하려 부대가 움직이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아군의 감시망을 피해 몰래 강을 건넌 또 한 무리의 일본군이 측면과 후방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빅터와 중국군 제25사단 좌익군을 두들긴다면?


‘흐음, 모든 방위를 뺏긴 셈이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전 방향에서 적을 상대해야 하는 빅터와 중국군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전 이래 최악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김우진 대위는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런데 엠마 중위 말처럼 왜놈들이 우리 측면과 후방을 노리려면 감시망을 피해 강을 건너야 하지 않소? 놈들이 도하할 결심을 했다면 분명 어두워진 틈을 타서 건널 것인데, 몇 군데 감시병력을 배치하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지 않겠수?”


산기슭이야 워낙 수풀이 우거져서 시야가 제한되지만, 강 옆은 충분히 시야가 확보된 상태였다.


김우진 대위가 상상한 것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 하지만 강 건너 있는 일본군의 움직임을 충분히 감시할 수만 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산기슭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왜놈들을 찾아내거나 땅딸보가 매복에 걸려 허우적대는 사이에 정면으로 치고 들어올 병력에 힘을 싣는 것이 나아 보이는데.”김우진 대위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의견을 내자 이청천 대령이 빙긋 웃었다.


“그것도 일리가 있군.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을 공략해 허를 찌를 수도 있는 법이야. 아무튼 대열이 흐트러진 지금이야말로 적군에게는 기습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에게는 최대의 위기가 될 수도 있겠지. 지금 상황에 구릉에 매복한 적을 수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 부분은 중앙군에 맡기도록 하고 우리는 강 건너의 일본군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한다. 지금부터 48시간 동안 경계 병력을 최대로 늘려 운용한다.”


*


“이번에야말로 일군을 완전히 섬멸하고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야.”


리둥하이 소장은 남진하는 부대를 지켜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가볍게 여겼던 일본군에게 쓰디쓴 패배를 당하고, 하찮은 조선의용군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 위상이 바닥을 친 마당에 리둥하이는 더는 추락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놈들이 전면전을 피한다는 것은 병력에서 압도적으로 열세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산기슭에 숨어 있는 매복만 조심한다면 걱정할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아무리 그가 아둔하다고는 하지만 리둥하이 소장 역시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지형을 살핀 그는 남진하는 경로 우측에 있는 산지를 매복 위험지로 경계했다.


“지시하신 것처럼 정찰 병력을 보냈습니다. 곧 정찰 결과를 가지고 올 것입니다.”


리둥하이 소장을 따라 중앙군에 편성된 린가오위안 중교는 자신은 쏙 빠진 채 부하 장교 두 사람과 병력을 차출해 산등성이에 매복 여부를 살피게 했다.


“보고드립니다! 지시하신 지역을 수색한 결과, 일군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매복은 안심하셔도 될 듯합니다.”


린가오위안 중교가 냉큼 정찰 결과를 받아 마치 직접 정찰한 것처럼 사단장에게 보고했다.


“이상한 일이군. 전면전을 피하는 것 같더니 매복을 한 것도 아니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정찰 보고에 리둥하이 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쭙잖은 승리에 도취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린가오위안 중교는 마치 승리를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은근한 목소리로 리둥하이 소장을 부추겼다.


하지만 남진을 서두르던 리둥하이 소장은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추가로 정찰군을 편성하여 이동 경로를 살피게 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리둥하이 소장이 그토록 수상하게 여기던 일본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두 갈래 길 중 카차이(Kachai)로 통하는 길에는 일군으로 보이는 이들의 움직임이 보였으며, 볼렌 쿠키(Bollen Kuki)를 지나는 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흐음.”


정찰 결과를 들은 리둥하이 소장은 팔짱을 끼더니 눈을 지그시 감았다.


“카차이를 지나는 길에 매복한 모양입니다. 용케도 일군의 움직임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섣불리 진군하지 않고 꼼꼼히 경로를 살핀 사단장님의 혜안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쪽 길에 일본군이 매복했다는 정찰 보고에 린가오위안 중교가 잊지 않고 리둥하이 소장을 칭송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리둥하이 소장은 그의 말에 흡족해하는 한편 고개를 젓더니 다른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흐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임팔로 가려면 볼렌 쿠키를 지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거리도 가깝거니와 길도 완만하니 피로도 또한 덜할 것이네. 그런데 굳이 험한 길에 부대를 숨긴다? 자네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하지 않은가?”


린가오위안은 사단장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한번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되물어야 할지, 아니면 사단장의 말을 무조건 찬양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할 무렵 리둥하이 소장의 말이 이어졌다.


“볼렌 쿠키를 지나게 되면 임팔까지는 지척일세. 그런 곳을 비워두고 돌아가는 길에 부대를 숨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아닌가? 이는 틀림없이 우리의 눈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임이 틀림없어.”


“기만술...”


린가오위안 중교는 아직도 그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른바 허허실실(虛虛實實), 한쪽 길에 매복한 것처럼 일부러 부대를 노출한 것이 틀림없네. 놈들은 우리가 진군하기 전에 정찰한다는 것을 짐작할 테니 매복군을 배치하지 않은 곳에 일부로 움직임을 보여줘서 그곳을 피하게 하려는 술책이 틀림없어. 카차이로 통하는 길에는 매복이 있고 볼렌 쿠키로 가는 길은 비어있다, 그러니 누구라도 매복을 피해 볼렌 쿠키로 가는 길을 택하지 않겠나? 놈들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지.”


카차이로 통하는 길에는 매복군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는 마치 그곳에서 중국군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매복군이 있는 것이니 이를 확인하면 중국군은 틀림없이 카차이 코스를 피해 볼렌 쿠키로 향한 길을 선택할 것이다.


린가오위안 중교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단장의 말을 겨우 정리했다.


“그러니 놈들의 계략을 거꾸로 이용해 카차이로 가는 길로 움직여야겠지. 일군이 짐작이나 하겠는가? 내가 저들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을!”


리둥하이 소장은 마치 적의 계책을 들여다본 것처럼 의기양양한 투로 말했다.


“그래도 너무 한쪽으로 병력을 이동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지 않겠습니까? 부대를 일부 나누어 볼렌 쿠키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한쪽에 위급함이 생겼을 때 호응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중앙군에 배속된 참모 한 사람, 그나마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 중 한 사람이 내놓은 의견에 린가오위안이 불쑥 끼어들어 그의 말을 잘랐다.


“그것이야말로 놈들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병력을 분산하여 위력이 줄어드는 것을 노리고 일부러 갈래 길에서 술책을 써 매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일군이 아무리 날뛰어봤자 사단장님의 손바닥 안이지만 말입니다.”


병력을 나누어 각 방향에서 대응하자는 참모의 말에 린가오위안 중교가 반대하자 눈치를 보던 나머지 참모들도 슬그머니 입을 닫아버렸다.


“사단장님의 통찰력이 적의 흉계를 꿰뚫었으니 이번에야말로 적을 격멸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임팔로 진격한다면 가장 빛나는 무훈은 사단장님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린가오위안의 쉴 틈 없는 아부에 리둥하이 소장은 벌써 승전고를 울리고 당당히 본국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잘만 된다면 어쩌면 스장군의 자리를 꿰찰 수도 있는 것이다.


실룩거리는 입을 간신히 억누른 리둥하이 소장은 끝까지 빈틈없는 전략을 짰다.


볼렌 쿠키로 향하는 길, 그러니까 일본군이 매복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길, 사실은 일본군이 없다고 생각한 그 길에 소규모 부대를 배치하여 아예 길을 틀어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럴 일이야 있겠냐만 만일을 대비해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지. 혹시나 이곳을 통해 본 사단의 후미를 노릴 수도 있으니 말이야.”


“과연 철저하십니다! 모든 전략이 들통난 놈들은 이제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린가오위안 중교의 아부에 고개를 끄덕이던 리둥하이 소장은 전 병력에 명령을 내려 서둘러 카차이로 향하는 길로 진군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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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23.05.12 167 3 13쪽
117 116화 - 대환장의 티키타카 23.05.09 178 3 13쪽
116 115화 - 바보와 멍청이(5) : 카라사와 vs. 리둥하이 23.05.08 169 3 12쪽
» 114화 - 바보와 멍청이(4) 23.05.04 177 3 12쪽
114 113화 - 바보와 멍청이(3) 23.05.03 185 3 11쪽
113 112화 - 바보와 멍청이(2) 23.05.02 176 3 13쪽
112 111화 - 바보와 멍청이(1) 23.04.27 210 4 11쪽
111 110화 - 구세주 23.04.25 204 4 12쪽
110 109화 - 역습(5) 23.04.24 190 4 13쪽
109 108화 - 역습(4) 23.04.24 198 3 14쪽
108 107화 - 역습(3) 23.04.20 223 4 13쪽
107 106화 - 역습(2) 23.04.19 208 4 16쪽
106 105화 - 역습(1) 23.04.17 227 4 12쪽
105 104화 - 사상 초유의 사태 23.04.14 245 3 15쪽
104 103화 - 고향의 봄 23.04.13 229 3 15쪽
103 102화 - 가스! 가스! 가스! 23.04.12 218 5 14쪽
102 101화 - 피의 요새(5) 23.04.11 228 3 14쪽
101 100화 - 피의 요새(4) 23.04.10 226 4 13쪽
100 99화 - 피의 요새(3) 23.04.06 225 5 10쪽
99 98화 - 피의 요새(2) 23.04.05 228 4 13쪽
98 97화 - 피의 요새(1) 23.04.04 248 4 12쪽
97 96화 - Run and hit (2) 23.04.03 247 4 12쪽
96 95화 - Run and hit (1) 23.04.03 223 4 13쪽
95 94화 - 위기 탈출 넘버 원 23.03.30 2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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