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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89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21 10:28
조회
1,324
추천
12
글자
18쪽

124화. 새로운 물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선정에 든 미라챠의 얼굴에 부처 같은 미소가 어린다. 2대 혈맥이 타통되자 이번에는 생사현관(生死玄關)의 얇은 막이 찢겨 나가면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드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흐린 안개와도 같고 불타오르는 불꽃을 에워싼 엷은 연기와도 같다는 그 막마저 찢겨 나갔으니······.


그러자 미라챠의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기가 모여들어 회오리 바람처럼 휘돌더니, 점점 몸속으로 스며들면서 유체를 이탈했던 의식이 다시 본체로 돌아왔다.


어느 순간, 몸은 가만히 제자리에 내려앉고, 점차 깊은 선정에서 깨어났다.


“휴우~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나니 개안(開眼)을 한 기분이고 몸과 마음도 달라졌다.


“토납술을 익힌 지 삼십오 년 만에 겨우 대주천(大周天)을 이루었구나! 이것을 가르쳐 준 쥬맥은 살아서 잘 지내고 있을까?”


미라챠의 눈에 어린 시절에 만났던 못생긴 쥬맥의 모습이 떠오르자 피식 웃었다. 야차족의 입장에서 말이다.


생기다가 만 것처럼 꼬리도 없고 털도 없는 것이 웃기는 잘하던 친구.


전신에 부스럼 같은 흉터가 가득하던 친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잘 지내고 있을까?”


미라챠가 야차족 최초로 임독양맥을 타통하고 생사현관의 얇은 막이 뚫려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니, 야차족에 새로운 바람이 예고되었다.


이제 비승야차가 미라챠의 보호 아래 제대로 성장한다면? 더구나 토납술까지 익혀서 성체를 이룬다면?


야차족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고 비월족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치 않는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월족의 주거지 비샤에서 오색비월인 금령월이 수련의 한 고비를 넘고 있었다.


비록 미라챠보다 몇 달 늦게 토납술(吐納術)에 입문했지만······.


금령월은 머리가 좋고 틈나는 대로 수련에 힘을 쏟아서, 거의 같은 시기에 대주천을 이루는 경지에 이른 것!


두 눈을 번쩍 뜬 금령월의 눈빛에 번갯불과 같은 광채가 어렸다.


“하아~ 오랜 시간 숙원하던 것을 이제야 이루었구나. 이것을 가르쳐 준 쥬맥은 잘 지내고 있을까?


커서 어른이 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였건만,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부디 전장에서 적으로는 만나지 말아야 할 텐데.”


아무리 친구라지만 세상사는 비정하여, 서로 다른 입장의 적으로 마주 서면 친구의 심장에 비수(匕首)를 들이대야 하는 것이 이 험악한 세상의 현실이 아니던가?


제발 그런 일이 없기만을 서로 빌 뿐!


* * * * *


마침내 태을 선인이 다시 축성지로 돌아왔다. 쥬맥은 단걸음에 달려가서 집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놈아! 그러다가 문 떨어지겠다. 살살 열어라.”


“하하하! 선인님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마계와 요계 수행도 미리서 예약하는 바입니다.”


“이 녀석이 욕심은 많아 가지고서는······. 축성에 문제는 없지? 또 열심히 일을 해야지. 아무튼 네 덕에 합신기를 이루었으니 고맙다.”


“그런데 이제 제가 합신기의 축하 선물은 드릴 것이 없는데 어쩌지요?”


“이미 받았는데 또 욕심 많게 뭘 바래? 됐으니 차나 한잔하자.”


둘이 마주 앉아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오손도손 얘기를 하는 모습이, 꼭 다정한 조손(祖孫)의 모습과 같았다.



요즘 환시 축성지에는 본 주거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유행(流行)이 번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갑!


베엘개구리 가죽으로 만든 여자용 장갑은 귀해서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흰 피부를 갈망하는 여자들이 좋아하였고, 손을 많이 쓰는 여무사들이나 손이 튼다고 물에 손 담그기를 싫어하는 부잣집의 마님들까지······.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구하러 들었다.


그리고 독이나 피부에 유해한 물질을 전문적(專門的)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인기가 있었고.


쥬맥도 아내 미루가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또 몇 개를 만들어서 수르네와 처갓집까지 보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귀찮던 개구리가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귀물이 되었다. 심지어는 개구리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고 말이다.


하지만 처음에 잡은 것처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베엘개구리는 흔치 않아서 가뭄에 콩 나듯이 한 마리씩 잡혔다. 그래서 더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또 하나는 초식성 동물의 똥으로 만든 땔감이었다. 그중에서도 인드리코룡의 것이 단연 인기였고!


전에는 방목장의 청결 관리가 매우 귀찮은 일 중의 하나였는데, 요즘은 아주 편해졌다.


찾아와서 배설물을 무료로 치워 주고 가져가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까.


경쟁이 생기다 보니 심지어는 그렇게 일해 주고 가져가면서, 만든 땔감까지 이 할을 돌려주는 업자가 생겼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집에 땔감이 쌓여서, 수르네도 나눠 주고 축성하는 곳의 식당까지 가져다주곤 하였다.


그래서 요즘은 식사를 준비할 때 집에서 굴뚝에 연기가 나는 집은 그리 잘살지 못하는 집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저쪽 첫 주거지에서 여기까지 땔감을 조달하는 사람도 생겨났으니······.


또 하나는 아트로노래기와 베엘개구리가 내공 축기(內功蓄氣)에 큰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천단을 전후로 전 주거지에 퍼졌다. 그러다 보니 이쪽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무사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천령대에서는 무사들의 경지를 속성(速成)으로 끌어올리고자 영물 사냥단까지 조직해서 보냈는데······.


이미 오래된 성체들은 대부분 쥬맥이 잡아서 백호대와 부족민들, 그리고 축성(築城)하는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세상의 일이란 참으로 공평하여, 음지에서 고생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보답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모두 오기 싫어했던 이곳이 이제는 희망지가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토록 기피하던 곳이 지금은 가고 싶어하는 열망의 대상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살았던 그 어떤 성도(聖都, 환시)보다도 뛰어난 최첨단(最尖端) 시설들이 축성지 전역에 깔리고 있었다.


예정지 곳곳에 아트로노래기의 단단한 껍질을 이용하여 송수관과 하수관이 설계도에 맞추어 시공 중이었으니.


나중에 성이 완공되어 입성하는 부족민들이 보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시설에 모두 깜짝 놀랄 것이다.


오늘도 백호대 일부는 전역(全域)에 땅을 파고 관을 묻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런 노역(勞役)에 동원되어도 일체의 불만이 없는 것은, 모두 이곳에 와서 고생한 만큼 더 높은 경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쥬맥의 한마디면 모두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섰다. 그것은 대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러는 중에 태을 선인과 지원하는 현자들이 또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전에는 달이 없는 밤에 어두운 거리를 거닐기가 두려웠다. 그것은 아리(峩理)별에서나 지구에서나 매한가지.


집안과 상가 앞에는 유등(油燈)을 켰으나, 잘 때나 장사가 끝나면 등을 끄니 세상이 암흑천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범죄도 많이 발생했던 것이고.


그것을 고민하던 태을 선인이 현자들을 시켜서, 쥬맥이 살던 동굴에서 주워 온 월광석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현자가 실수로 월광석(月光石)을 떨어뜨리자 월광석에 금이 가면서 그 빛이 꺼져 버렸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어차피 버린 것이니 월광석을 쪼개어 내부를 관찰(觀察)하게 되었는데······.


그 속은 조그만 두 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사이가 가느다란 금속성 실 같은 것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두 개의 칸에는 각각 음기와 양기가 충만한 음양이기가 농축되어 있어서, 그 두 영기가 금속성 실 같은 것을 통하여 만나는 지점에서 달빛과 같은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던 것!


그 구조가 깨지자 그저 평범한 수정 같은 옥돌에 지나지 않았고 말이다.


그것을 태을 선인이 현자들을 데리고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음양이기를 대체할 화학 물질을 찾아냈다.


그 두 물질과 수많은 금속을 가공하여 20년을 넘게 시험해 온 결과, 마침내 인공으로 월광석같이 빛을 내는 등을 만드는데 성공하였으니!


이것 때문에 월광석의 가치가 떨어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반대로 더 올라갔다. 그 안에 순수한 음양이기(陰陽二氣)가 농축되어 유형화(有形化)되어 있으니, 선인이나 무인에게는 무가지보(無價之寶)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선인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월광석을 대체할 등을 다 발명하십니까? 역사에 길이 남겠습니다.”


밝은 빛을 뿜어내는 등을 바라보며 쥬맥은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했다.


낮에는 빛을 가리는 덮개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빛이 나는 둥근 수정체를 신기한 듯이 계속 만지작거린다.


“인석아, 내가 한 일이냐? 저 현자들이 이룬 쾌거(快擧)이니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선인님의 지지가 없고서야 긴 세월을 어떻게 그런 일에 매달려 연구를 했겠습니까?


빨리 대량으로 만들어서 이 환시성이 완공될 즈음에는 모두 그 등으로 교체를 해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밀리에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가, 성을 완공(完工)할 때 내놓아서 깜작 놀라게 할 생각이다.


등의 빛깔도 약품에 따라서 조금씩 색을 바꿀 수가 있으니 밤에 보면 색색으로 무척 아름다울 것이다.”


“그런데 이 등의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초로 발명한 선인님의 이름을 따서 태을등이 어떻습니까?”


“인석아! 네가 준 월광석 때문에 만들 수 있었으니 쥬맥등이나 월광등이라고 해야지!”


“아! 월광등! 그것도 좋겠습니다. 그럼 월광등으로 하시죠.”


“그래! 지금부터 이 등은 월광등이다. 밤에 쓰는 월광등!”


“좋습니다! 월광등, 으하하하!”


“하하하하!”


두 사람의 기분 좋은 웃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대단한 발명이었지만 월광등의 단점은 크기가 큰 수박만 하고, 일 년 정도가 지나면 안에 넣은 두 가지의 액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수명이 겨우 일 년.


월광석은 천지(天地)의 영기 중에서 음양이기가 액체 상태로 형상화된 뒤에, 오랜 세월에 걸쳐 강한 압력으로 농축(濃縮)된 것이다. 따라서 비록 빛은 월광등보다 약간 약하지만 깨지지 않으면 수만 년을 쓸 수 있는 보물이다.


사실 등으로 쓰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값진 보물이었고······.


그러나 주위를 밝히는 등으로 쓰기에는 월광등이 더 밝고 가격도 훨씬 싸서 경제성이 우월했다. 물론 등의 수명이 달랑 일 년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연구하여 개량(改良)하면 될 일이다.


이제 환시성이 완공되면 골목골목마다 이 월광등이 배치되어 밤길을 밝힐 것이니, 아녀자나 노약자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이렇게 해서 환시성은 또 하나의 첨단 시설을 갖추게 되었고, 비밀 기지에서 월광등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드넓은 환시성 골목마다 월광등을 설치하려면 수만 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나씩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환시성도 내성부터 점점 완성도(完成度)를 높이고 있었다.


* * * * *


여기는 천인족 본 주거지.


한울 주관으로 회의를 하고 있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요즘 보돈타 대족장이 한울의 2선 용퇴(勇退)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모두 쏟아 내기 때문인데······.


어느덧 해가 바뀌어 쥬맥의 나이가 벌써 사십삼 세니, 한울의 나이는 백사십육 세나 되었다.


보통 백오십 세 전후에 용퇴를 하니 점점 통치력에 힘이 빠지면서 지도력의 공백 상태로 가고 있는 것.


차기 한울 자리를 노리는 보돈타 대족장은 사돈 관계인 야 대족장을 한편 삼아 비 대족장을 공격하기 일쑤였다.


오늘도 환시성 축성 건으로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으니······.


“벌써 종족의 인구가 육십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빨리 환시성을 건설해야 하는데 아직 내성도 제대로 완공을 못 하고 있으니 너무 더딘 것 아닙니까?”


보 대족장이 질책성(叱責性) 발언을 하자 비 대족장이 얼굴 가득히 마뜩잖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에 나섰다.


“당초 계획에 비해서 지금 진척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빠른 편이고요. 수천 년을 살 성도를 짓는 일입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확실히 기반을 다지면서 해야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우리 부족에서 인부들을 보호하러 간 무사들에게 들으니, 일은 뒷전이고 여무사들 뒤꽁무니나 따라다닌다고 하던데, 이렇게 군기가 문란하다면 사고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이 말입니다.”


“에둘러 표현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바로 하세요. 그리고, 아니 일하는 곳에 여무사들을 파견하여 여기저기 놀러나 다니니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거지요. 왜 하필 여(女)무사입니까?”


비 대족장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자, 뻔뻔스레 또 반론을 펴는 보돈타.


“아니, 우리 천인족이 언제부터 일하는 데 남녀 구분이 있었습니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지요.”


“무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금 성을 건설하는 자원을 거의 우리 부족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이제 보 대족장과 야 대족장도 좀 건설 인부들과 물자를 더 대세요. 그래야 일이 제대로 진척이 될 것 아닙니까?”


“그래요? 알겠습니다. 곧 물자와 인력을 더 보내지요. 그런데도 공사가 진척이 그대로라면 그건 모두 비 대족장님의 책임입니다.”


이렇게 큰소리를 치니···, 한울은 바라보며 얼굴빛이 어두워질 뿐이다.


······회의가 끝나고 씩씩대며 집무실로 돌아온 보 대족장은 탁상을 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능력도 없는 사람을 한울로 삼으려고 감히 나를 무시하고 있어. 두고 봐라 내가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것 같은가? 여봐라! 야탄 부족장을 불러라!”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사가 부지런히 달려가서 야탄 부족장(部族長)을 불러왔다.


주거지 내에서는 경신술을 쓰지 못하니 급하게 달려왔는지 야탄이 약간 숨찬 목소리로 물었다.


“대족장님, 찾으셨습니까?”


“문 닫고 들어와서 여기 앉아 봐.”


아무도 엿듣지 못하게 문을 닫고 맞은편 탁자 앞에 앉자, 목소리를 낮추어 속닥이듯이 대화가 오간다.


“지난번에 환시성에 보낸 반인족들은 왜 죽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나? 설마 반인족이라고 눈치챈 것 아닐까?”


“전혀 구별이 안 되니 그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발각이 되었다면 무슨 소동이 났을 텐데 조용하지 않습니까?”


“반인족과의 일은 절대로 꼬리가 잡히지 않게 철저히 해야 하네.”


“항상 조심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야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을 하니 조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믿을 만한 사람을 울트 대추장에게 보내서 지금 환시성의 축성 상황을 넌지시 알리고, 지금이 방해를 위해 공격하는 데 적기라는 생각을 심어 줘야만 하네. 만약에 환시성이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비 대족장이 한울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질 거야.”


“예, 반인족 말도 배웠고 오른팔 같은 녀석을 바로 보내겠습니다.”


“이것은 자네와 나만 알아야 하고, 만약 일이 생기면 나는 모르는 일이야. 알고 있지?”


“그야 당연한 일이니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성을 쌓는 데에 다른 대부족도 물자와 인력을 더 대라고 하니, 대충 해서 더 보내 줘. 우리가 뭐 비 대족장을 도울 필요는 없잖아?”


“알겠습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물건과 사람들을 골라서 보내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쪽에 가 있는 백호대가 강해졌다고 하니, 만약을 위해서 무사들의 수련을 더 강화하게.”


“예, 그래서 이미 더 힘든 수련으로 진행을 하고 있는데, 무사들이 너무 힘들다고 반발이 좀 있습니다.”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놈들은 모두 바꾸어 버려. 밥만 축내지 않게.”


“예, 곧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한참을 더 여러 가지 내용을 소곤거리다가 야탄이 보 대족장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다음 날.


야탄 부족장 진영에서 전에 반인족과 물물 교역소를 운영할 때 통역을 맡았던 야비룬이라는 무사 한 명이 조용히 주거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는 야탄 부족장의 사촌 동생인데, 어느 지점에 이르자 경신술로 빠르게 멀어지더니 이틀 뒤에 물물 교역소를 운영했던 바로 그 장소에 이르렀다.


이제는 폐쇄되어 울타리와 건물들만 남아 있는 곳에 천인족 같은 모습을 한 몇몇이 서성거리고 있다가, 야비룬을 발견하고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


“어서 오시옹. 전서응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송.”


“혹시 보는 눈이 있을지 모르니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함께 숙덕거리면서 비어 있는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맞이하는 이들은 모두 반인족(伴人族)인데 천인족에서 씨를 도둑질해서 낳은 후손들이었다.


“성을 쌓는 곳에 파견했던 다섯 명이 모두 죽었다는 말입니까? 혹시 그들이 눈치를 챈 것은 아니고용?”


“반응을 보면 그런 건 아니고 단순한 사고사(事故死)인 것 같소.”


“그들을 육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었는데 참으로 아깝습니당. 그럼 이쪽 주거지에 나가 있는 두 사람은 아직 문제가 없는 거지용.”


묻는 그의 얼굴빛이 마치 소중한 형제를 잃은 것처럼 처연(凄然)했다. 아마 오랜 시간 가깝게 지낸 동료들인 듯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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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9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9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6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1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1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3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4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8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8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8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0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1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1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6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6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4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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