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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5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10 10:13
조회
1,339
추천
42
글자
20쪽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과 백호대를 피하던 거인들도 점차 광기에 물들어 두려움을 잊어갔다.


쉬잉~ 슁~ 퍼버벅!


“으아아악~”


공격을 온몸으로 맞으며 휘두르는 눈먼 철구에 또 하나의 애꿎은 생명이 간다.


거인들이 핏발 선 눈으로 손톱과 무기를 휘두르며 죽자사자 덤벼드니 백호대에도 하나둘 전사자가 생기고, 싸움은 점점 막바지를 향해서 달려갔다. 생명을 잃은 육신은 힘없이 쓰러지고 갈 곳 잃은 영혼은 허공을 헤매이면서······.


마치 죽을 줄 알면서도 부질없이 불 속에 뛰어들어 몸부림치며 온몸을 불태우는 부나방처럼 말이다.


이제 적을 모두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서로 덤비니, 이것은 이성을 가진 종족이 아니라 마치 짐승의 무리나 꼭두각시와 다름없었다.


서 있는 자리가 곧 무덤이 된다는 것도 모르고, 흉신악살(凶神惡煞)과도 같은 얼굴로 서로를 죽이기에 바쁘니······.


찌르고, 베고, 또 찌르고······.


자신이 당해서 찌르고, 동료가 죽으니 복수심에 찌르고,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또 찌르고······.


쥬맥은 정신없이 진을 지휘하며 간혹 진기를 실어서 휘파람을 ‘삑익~’ 하거나 ‘삐이~삐이~’ 하고 불어 댔다.


이것은 모두 부대원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이 신호에 따라서 백호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니 그나마 피해가 가장 적었다.


위험한 곳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뛰어들어서 천둔미리탄지나 검탄으로 지원을 하니, 그것으로 목숨을 건진 부대원이 부지기수였다.


검탄을 뭉쳐서 검환으로 내쏘면 좀더 강력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지만, 일대일의 대결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내공의 소모가 커서 불리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또한 잘못하면 아군까지 다칠 우려도 있었고.


쉬쉬쉭! 파바바밧! 핏! 피비빗!


“끄아아악~”


"커억!"


동료들을 구하는 와중에도 빈틈이 보이는 거인이 있으면 번개처럼 허공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일 장 가까이 뻗어 나간 검강으로 거인들의 목을 단칼에 베거나, 지강으로 뇌를 공격하니 마치 죽음을 몰고 오는 사신과도 같았다. 지강은 거인들의 몸을 뚫고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몸안에서 폭죽처럼 터져 내부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었다.


선과 악이란 실로 구분이 애매한 것!


쥬맥에게 구함을 받는 백호대 무사들에게는 생명의 동아줄 같은 쥬맥이 더 없는 선이요, 그 때문에 무참히 죽어가는 거인들에게는 자신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흉악한 악마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하나를 두고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이리 달라지니 도대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란 말인가?


혼전으로 적아가 뒤섞여 있어서 은하무량후(銀河無量吼)를 쓸 수가 없다 보니 쥬맥은 차라리 금령파를 가지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전투는 이제 거의 끝에 다다랐다.


하나둘 파리 목숨처럼 생명을 내던지고 쓰러져 가니, 사방에는 검붉은 피가 낭자하고 수많은 시신과 머리통이 발길에 차여서 전장을 굴러다녔다.


거인들이 휘두르는 철구나 몽둥이가 땅을 쳐 대니, 먼지와 들풀들이 날아올라서 시야는 몇 장 앞도 보이지 않았고······.


그 희뿌연 먼지 속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비명 소리요 보이는 것은 죽자고 덤벼드는 아귀들의 모습뿐이라!!


쥬맥은 어차피 피하지 못할 살생(殺生)이라면 부하들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상대를 죽여야 살아남는 전장에서 어쭙잖은 자비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던가?


살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고, 또 내 편을 살리기 위해서 죽여야만 하나니!


그럼 자비란 대체 무엇인가?


그나마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두목을 없애야 한다. 그동안 여러 전투에서 얻은 경험상 말이다. 그래서 두목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니 마침 저 멀리에 율리타가 보였다.


그가 무슨 죄가 있으랴. 단지 적의 대장이라는 것 외에는. 그렇지만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그래서 번개처럼 신법을 펼치며 다가서서 가볍게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율리타가 이를 발견하고 기겁을 하면서 철못이 박힌 낭아봉을 휘둘렀다. 진즉에 괴물 같은 놈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공중에서 몸을 가볍게 틀어 피한 뒤에 길쭉한 검강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검에 목을 베었다.


“크아아아악!”


쿠웅~


비명과 동시에 육중한 소리를 내면서 허망하게 머리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를 잃은 몸도 따라서 쓰러지고······.


분노와 당혹감으로 물든 표정이 그대로 남은 채 잘린 머리가 땅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눈빛은 생기를 잃으면서 점차 회백색으로 물들어 간다.


마치 저 저승의 빛처럼 말이다. 영원한 휴식, 그 죽음을 향해서···. 쥬맥이 그런 율리타의 목을 위로 들어올리며 진기를 실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적장을 죽였다!”


대장인 율리타의 목을 본 거인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했다. 그에 반해 천인족의 무사들은 사기가 올라서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러자 이제 몇십 명 남지 않은 거인족 잔당들이 투지를 잃고, 이리저리 흩어져서 잽싸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순간 전장에는 언제 싸웠냐는 듯이 정적이 찾아왔으니······.


살아남은 거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살아남거나 부상당한 천인족과, 부상을 당해서 도망도 가지 못하는 거인들만 제자리에 남았다.


도망가지 못한 거인족 부상병들은 큰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좌불안석이다.


우리가 저들의 부상자들을 몽둥이로 무참히 때려 죽였으니 저들이 우리를 가만둘 리가 있겠는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독이 오른 보돈타 대족장은 거인족 부상자들을 하나도 살려 주지 않고 가차(假借)없이 모두 목을 베어 버렸다.


천인족은 지금까지 전투에서 부상당해 저항하지 못하는 적군을 죽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천인족 부상자들을 잔인하게 죽인 것에 대한 앙갚음인 것을! 결국 준 만큼 되돌려받은 것이리라.


살려 달라는 비명에 모두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부상당했던 동료들의 비참했을 최후를 생각하면서······.


천인족의 무사들 육백삼십여 명과 거인족 전사들 사백삼십 명 정도가 맞붙어서, 천인족은 삼백삼십여 명이 죽었고 삼백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거인족은 삼백팔십여 명이 죽고 겨우 오십여 명만 살아서 도망을 쳤고 말이다.


천인족은 무사들이라 고수일수록 더 오래 살아남기 때문에 지금 살아남은 무사들은 최고수들뿐이었다. 그러니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모두 도망을 친 것!


물론 대장이 죽은 것도 한몫했지만.


거인족 전사자 삼백팔십 명 중에서 백호대가 죽인 숫자가 백팔십여 명. 그중에 쥬맥이 부하들을 구하거나 빈틈에 죽인 거인이 백 명이 넘었다.


천인족의 살아남은 무사들 삼백 명 중에 천령대가 백오십 명, 백호대가 백 명인데, 나머지 두 대족장 산하의 무사들은 오십여 명에 지나지 않아서 피해가 가장 컸다.


부상자들 중에서 싸우기 어려운 중상자와 함께 보낸 경상자를 합하니 쥬맥의 백호대 생존자는 십팔 명이 더 늘어났다. 모두 합하면 백오십 명이 와서 백십팔 명이 살고 삼십이 명이 전사한 것이다.


초일류고수 육백팔십여 명이 죽은 큰 피해가 났지만, 보돈타 대족장은 적의 선발대를 대부분 죽이고 흩어버린 데 의미를 두면서 큰 승리라고 자평했다.


비록 천인족이 승리했다 하나 대부분의 동료가 죽어서 분위기는 무척 침울했다.


천인족이 부상자와 전사자를 거두어 떠나니 전장에는 거대한 체구의 거인들 시신만 굴러다녔다.


거기에 혈향을 머금은 한 줄기 바람이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듯이 불어왔다. 원혼들을 왔던 곳으로 다시 실어 가는 서글픈 한 줄기 바람이······.


벌써 해는 저물어 가는데, 사방에서 피 냄새를 맡고 근처의 날짐승과 들짐승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신만만하게 가족에게 손을 흔들며 출전했던 율리타도 싸늘한 시신이 되어서 짐승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전쟁이란 이처럼 참혹한 것!


몇몇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 가는 것이니. 물론 때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야 하지만 말이다.


타격대는 다시 우르고원으로 돌아와서 시원마를 타고 주거지로 돌아왔다. 몇몇 사람은 좋아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다가오고 있는 대군과의 전쟁을 생각하면 이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에 지나지 않을 것이리.


그나마 쥬맥의 비율신 대족장 부족은 사망자가 적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죽은 사람들과 다른 부족의 전사자들이 많으니 그런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정말 수고했다. 수고했어. 그리고 이렇게 살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비 대족장이 찾아와서 이렇게 일일이 손을 잡고 등을 두들겨 주며 진심으로 전하는 인사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이 무렵, 거인족 본대인 구천 명이 우르산맥과 파밀산맥의 사이를 지나서 거석군 초입에 있는 1차 거점에 도착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비거를 더 자주 띄워서 동태를 파악하고, 이번에 거인족들이 사용한 무기 등을 바탕으로 전술을 새로 보완(補完)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거인족 총대장 샤리네가 1차 거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 남은 백 명과 3차 접전에서 도망친 오십 명을 빼고는 율리타를 포함하여 태반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로(大怒)했다.


그래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도망친 오십 명을 수배하여 전원 참수하도록 본거지에 통보했다.


초반에 군기를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다. 이것을 용인하면 앞으로도 전장에서 불리하면 모두 도망칠 것이 아닌가?


선발대 대장인 율리타가 죽었으니 이제 그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었다.


쥐톨만 한 소인들이 계속 거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이참에 천인족을 멸족시키겠다고 혼자 방방 뜨면서 난리를 피웠는데······.


어찌나 분노했는지 두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벌겋게 충혈된 눈을 치켜 뜨고 흉험한 눈빛을 쏟아 냈다.


이렇게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검을 드는 자들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고, 수천수만의 생명이 덧없이 스러지는 것 아니겠는가?


2차 거점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삼천 명을 하루 먼저 출발시켜서 거점을 만들게 하고, 하루 뒤에 바로 뒤따라서 선발대(先發隊)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며칠 뒤, 거인족이 우르고원 북단(北端)에 2차 거점을 잡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한편 천인족 주거지에서는 거인족의 침략(侵略)을 막기 위한 대책 회의와 그 준비가 한창이다.


오늘도 한울 주관(主管)하에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앞날을 예상하는 듯 얼굴들이 모두 침울했다.


“결국 거인족이 일만의 대군으로 우리를 멸하고자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이번 전투에서는 이 한울도 앞장서서 우리 종족을 위해 싸우고자 하오.”


그러자 비 대족장이 그것은 안 된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한울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것이옵니다.”


“우리 종족 누구의 목숨이든 내 목숨과 목숨값은 똑같은 것입니다. 내가 나서서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지도자(指導者)된 자로서 당연히 그리해야지요.


만약을 위해서 이번에 총전투는 구자룬 총대장이 지휘를 하되, 내가 유사시에는 새로운 한울을 뽑을 때까지 비 대족장이 수고를 해 주시오.”


이에 비 대족장이 한울의 결의(決意)를 읽고 숙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아마 별일 없을 것이옵니다. 소신들이 반드시 우리 종족을 지키겠사옵니다.”


보돈타 대족장은 유사시에 한울의 대행자(代行者)로 비율신 대족장이 거론되자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거인족들이 가지고 온 무기와 전투 방법들이 그동안 모은 정보와 많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지난번에 세운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오?”


그러자 구자룬 총대장이 나서서 지금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거인들이 긴 줄을 이용한 무기나 큰 쇠못을 박은 무기들을 사용 중이며, 이번에 이동 중인 대군은 모두 얼굴이나 무릎 등 취약한 곳에 방어구(防禦具)까지 착용했다고 하옵니다.


그중에서도 큰 마차와 같은 커다란 이동용 거차(巨車)를 수십 대나 끌고 오고 있으며, 대형 활로 보이는 삼 장 크기의 물체들도 보인다 하옵니다.


거인들과는 근접전(近接戰)이 어려워서 기존의 진법들은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우선은 고수들을 내세워서 접전을 벌이고 혼전으로 접어들면 그때 전 무사들로 조를 나누어 진법(陣法)을 펼치도록 할 예정이옵니다.


보호구를 착용하였다 하나 천궁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천궁을 계속 추가 제작하여 이천 대까지 확보 중이며, 거차를 부수기 위한 투석기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사옵니다.”


총대장의 설명을 듣던 천사장이 나서서 선인들이 준비 중인 것도 덧붙였다.


“지금 선인들 중에 현자들을 모아서 폭죽을 개량 중입니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신호용 폭죽을 만드는 폭약을 불에 잘 타는 기름과 단지 안에 함께 넣어서 폭뢰를 만들려고 합니다.


비거를 타고 공중에서 투하하면 폭발(爆發)과 화염(火焰)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런데 비거의 수가 적고 또한 무거운 것은 싣고 날아오를 수가 없어서, 시험을 해 보려고 하니 천령대에서 협조를 해 주세요. 만약을 위해서 비거도 추가로 제작 중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전쟁이 임박했으니 바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천사장의 말에 구 총대장이 반색(斑色)을 하며 답했다. 이어서 신수들로 화제가 넘어가며 한울과 천사장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어쩌면 멸족의 위기가 될 지 모르는데 신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사장님 생각은 어떠시오?”


“우리 종족이 벌써 이십만 명을 넘어서니 신수들이 쉬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멸족의 위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나서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태을 선인을 보내 현무를 부르라 하였습니다. 지난번에는 해타가 나섰는데 지금 다른 신수들과 같이 마수와 요수들을 지키고 있으니 바다에 있는 현무가 좋을 듯해서 그리 조치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종족과 달라서 거대한 체구의 거인들과 싸워야 하니 미리 전장을 정하고 그 주변에 주술진(呪術陣)을 펼치기로 한 바, 그 진척은 어찌 되고 있습니까?”


“지난번에 반인족과 싸웠던 혈해(血海)는 우리 주거지와 너무 가까워서 전장을 이탈한 거인들로 주거지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혈해에서 우르고원 쪽으로 이백오십 리 지점에 전장을 준비하고, 지금 안다 선인이 현자들과 함께 주술진을 설치 중입니다. 마무리 단계이니 아마 오늘내일 중에 끝이 날 것입니다.”


“만약을 위하여 본거지 내에는 이미 은퇴한 모든 무사들을 동원하여 여(女)무사들과 함께 노약자를 지키게 합시다. 천령대와 각 부족의 무사들은 소수 지원 인력만 남기고 모두 출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女)무사들도 고수들은 모두 출전해야 하고요. 종족 전체가 사느냐 죽느냐에 남녀를 가릴 수 없습니다.”


한울의 결연한 선언에 분위기가 숙연해지고 구 총대장이 그에 대해 답했다.


“그리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이번에 동원하는 무사 수(數)가 무려 팔만 명이온대 그중에 중하급 여무사를 포함한 이만 명이 천궁이나 궁수 지원, 보급 지원을 맡고 있사옵니다.”


“그럼 이제 이틀 뒤에 출전하여 전장에 진을 치고 적을 유인해서 불러들이는 일만 남았군요. 그러나 전쟁은 누가 이기든 항상 참혹한 것이니 천사장님께서 한 번 더 나서 주세요.”


그러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천사장을 바라보았다. 그 어려움을 잘 알기에.


“이미 싸우겠다고 마주 선 상황보다는 2차 거점에 있을 때가 나을 것 같아서 내일 바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분이니 부디 몸조심 하시구요.”


“하하하! 이 몸 하나는 간수할 수 있으니 아무 염려마십시오.”


······이외에도 전쟁에 필요한 여러 가지가 오랫동안 협의되고 결정되어 시행(施行)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동안 인드리코룡 새끼 두 마리가 자라서 성체가 되었는데, 지나가는 수컷들과 교미(交尾)를 하였는지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았다.


벌써 덩치가 엄청 커서 이번 전쟁에 동원되었는데, 투석기에 사용할 무거운 돌들을 실어 날랐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도와주는 큰 역할을 한 것!


워낙 덩치가 커서 큰 돌들도 마치 공깃돌을 가지고 놀듯이 하여 힘든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사람 손에 커서 매우 순했고 친구처럼 어린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놀았다.


“일을 시킨다고 때리거나 괴롭히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 주세요. 하기 싫어할 때는 억지로 시키지 말고 잠깐 쉬게 해 주고······.”


쥬맥은 관리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평소처럼 선식으로 간단히 끝낸 천사장은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우르고원을 향하여 홀로 떠났다.


몇 걸음 걸어가는데 순식간에 축지성촌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선인 6단계 연신기(鍊神期)에서나 가능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거인군이 거점을 꾸린 우르고원 초입(初入)에 하늘에서 새처럼 한 사람이 날아내렸다.


그러자 주위에서 놀고 있던 새와 짐승들이 놀라서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날개도 없는 것이 어떻게 날아왔지?’ 하면서.


바로 눈앞에는 거인족의 거대한 군진(軍陣)이 펼쳐져 있었다. 사방에 출구가 있는데 거인들이 무장을 하고 지켜 섰으며, 지휘관들을 위한 커다란 막사용 천막과 보급 창고들이 수십 개나 줄지어 서서 그 위용을 자랑했다.


원래 거인들은 남극 가까운 한대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설인족은 전신에 털이 나서 옷을 입지 않았지만, 돌목족은 털이 없는 상체에 가죽옷을 입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열대에 들어서서 그런지 더워서 돌목들도 모두 상의를 벗었다. 병사들의 구성은 설인과 돌목이 반반쯤 되어 보였고······.


넓다란 군진 한쪽에는 거대한 거차들과 크기가 삼 장보다 큰 대력궁(大力弓)이 자리를 잡았다.


또 한편에는 커다란 원목(原木)의 양쪽에 바퀴가 달리고, 몸통에는 큰 쇠 송곳 같은 것이 빽빽하게 박혀 있는 것도 보이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마 양쪽 줄을 잡고 적들을 깔아뭉개는 데에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오싹 끼쳤다. 세상에 사람을 깔아뭉개서 죽이려고 하다니!


천사장이 가까운 출구 쪽으로 다가가자 하늘에서 날아내리는 것을 보았는지 보초병이 조심스레 앞을 가로막고,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 공손하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무슨 일로 오셨소?”


[나는 천인족의 천사장이다. 그대들의 총대장을 만나러 왔다.]


머릿속으로 말이 들려오자 초병이 움찔 놀라더니 그래도 침착하게 대응을 했다. 원래 거인들이 좀 둔한데 병사 치고는 제법 똑똑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그러면서 다른 보초병을 불러 지키게 한 뒤 안으로 보고를 하러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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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1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7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2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4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7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41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9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30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1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8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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