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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53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09 09:43
조회
1,323
추천
44
글자
19쪽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의 검강에 닿는 것은 무기든 거인이든 모두 일검에 잘려 나갔다.


때로는 앞을 막는 거인이 있으면 가볍게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단칼에 목이나 허리를 잘라 내니, 그 위용에 놀라 거인들도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고.


그 틈을 비집고 모두 신법(身法)으로 번개처럼 뒤따라 빠져나가자 무서워서 피했던 거인들이 그제서야 뒤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빨리 뒤쫓아가서 추살하라!”


“추살하라!”


고래고래 외치며 새로 만든 무기들을 들고 떼 지어 쫓아오기 시작했다. 쥬맥이 앞장서서 후퇴하는데 앞쪽 전초 기지에서 경계를 서던 거인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잽싸게 앞을 가로막았다.


이에 쥬맥이 땅을 박차고 번개처럼 단숨에 삼 장을 날아올라 검강을 뿌렸다.


그러자 검강이 조각조각 부서져서 검탄이 되더니, 앞에 있는 거인들의 머리를 향해서 사정없이 직격했는데······.


퍼버벅! 퍼벅! 퍼버버벅!


사방에서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인들이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다가 힘없이 쓰러졌다.


이번에는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천둔미리탄지를 날리는데, 다섯 손가락에서 번갈아 가며 순식간에 수십 개의 지강이 튀어나가더니 거인들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마치 유성이나 번갯불처럼 허공을 가르며.


이렇게 앞을 가로막던 이십여 명의 거인들이 쓰러졌는데도 비키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이번에는 모든 진기를 끌어올려서 은하무량후(銀河無量吼)를 시전했다.


목과 입 둘레의 스물네 개 혈을 진기로 보호하고 인후와 입안에 금속보다 강한 강기를 두른 다음, 앞을 가로막은 거인들을 향해서 힘차게 포효(咆哮)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


하단전에서 중정과 옥당혈을 거쳐 천돌혈에 응축(凝縮)시킨 진기가 순간적으로 전방을 향해 거세게 폭발했다. 마치 공간이 찢기는 것처럼!


사람의 귀로는 견딜 수 없는 음파를 앞쪽을 향해서 내뿜으니, 뇌에 타격을 입은 거인들이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그러다가 공격을 멈추고 사고(思考)까지 정지되었는지 멍한 시선으로 먼 산을 바라보듯이 그저 서 있을 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 덩치 큰 거인들도 삼 할이 넘게 뇌출혈(腦出血)을 일으켜서 자기 통제를 잃은 것이다.


쥬맥과 백호대는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번개처럼 빠져나갔고······.


“이쪽으로!”


한참을 내달리자 뒤를 쫓아오던 거인들이 힘에 부쳐서 포기하고 돌아가니 모두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모두 초일류무사들이라 그런지 다행히 전사자는 없었다. 그래도 몇몇은 심한 부상을 당했지만.


십여 명도 경상을 입었으나 전투에는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함께 공격했던 천령대 2개 부대는 이미 후퇴한 지 오래되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전투에서는 아군이 제대로 후퇴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는 것이 기본인데, 아군을 버리고 도망간 것이나 다름없는 것!


그러나 총책임자인 보 대족장이 진두지휘(陣頭指揮)를 하였으니 대놓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오늘 쥬맥이 없었다면 백호대의 소중한 초일류무사들은 수십 명이 적진에서 고혼(孤魂)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두 쥬맥을 구세주처럼 든든한 동아줄을 보듯이 바라보았다.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오면서 중상자는 경상자를 몇 명 붙여서 우르고원에 시원마가 대기하는 장소로 돌려보냈다.


사전에 약속된 집결지로 돌아오니 함께 공격했던 2개 부대는 이미 해산하여 마음 편히 쉬고 있었다. 주변에서 쉬고 있는 무사들에게 물어보니 후퇴하면서 십여 명이 사망(死亡)하고 십여 명은 크게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오늘 쥬맥의 부대가 죽인 거인만 해도 백여 명인데 그중에 절반 정도는 쥬맥의 공이었다. 2개 부대는 겨우 이십여 명의 거인들을 죽이고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거인들이니 일반적인 숫자로 따질 일은 아니었지만.


쥬맥이 보 대족장을 찾아가서 복귀 신고를 하는데, 함께 기습했던 두 부대장과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사자가 발생했는데 지휘관들이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조직이니 상명하복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지금과 같은 전시에는······.


그래서 백호대의 기습 결과를 간략(簡略)하게만 보고하기로 했다.


“저희 백호대도 복귀하였습니다.”


“아~ 어서 오게. 수고했네. 그래 성과와 우리측의 피해 상황은 어떤가?”


“거인은 백 명 정도를 죽였고, 우리쪽 전사자는 없으나 심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열 명에 경상자가 많습니다. 중상자는 다시 싸울 수가 없어서 먼저 우르고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일부러 중상자에게 딸려 보낸 경상자도 다 싸울 수 없는 무사(武士)라서 돌려보냈다고 둘러서 말했다.


전사자가 없고 거인을 백여 명이나 죽였다는 말에 모두 놀랐다. 제일 뒤에 후퇴했으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 정말 거인들을 백 명이나 죽였는데 전사자가 없다고? 정말인가?”


“예, 틀림없습니다.”


“수고했네. 그런데 앞으로 부상자를 돌려보내거나 하는 것은 내게 허락을 맡고 하게. 군율은 엄한 것이야.”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대답을 하고 바로 물러나 버렸다.


물론 전장에서 군율은 엄한 것이지만, 중상을 입어서 싸울 수 없는 부상자를 후방으로 조치하는 것 정도는 일선(一線) 지휘관들에게 주어진 권한이나 마찬가지였다. 사후 보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 대족장이 전부터 쥬맥을 탐탁지 않게 여겨서 꼬투리를 잡은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쥬맥이 돌아가자 천령대 부대장들은 모두 ‘대단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도 눈이 있으니 모를 리가 있겠는가?


습격한 결과는 곧 널리 알려졌다. 보 대족장은 마치 자신의 업적처럼 어제저녁에 거인들을 습격하여 백이십여 명이나 죽였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그중에 쥬맥의 부대가 백여 명을 죽였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무리 안에서 소문이 안 날 리가 없는 것!


금방 소문이 퍼져서 대부분이 알게 되었고, 모두 쥬맥의 백호대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니 백호대는 어깨를 으쓱이며 사기가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작전 계획대로 거석군 황야지대에서 거인족을 맞이하여 다시 일전(一戰)을 벌이기로 했다.


작전 회의를 할 때 부대장들이 각자 거인족을 맞아 싸우기 좋은 곳을 정하여 부대별 전투 위치를 결정했는데······.


쥬맥은 사전에 보아 둔 곳으로, 거석 간 사이가 넓고 그렇다고 거인족이 마음대로 몽둥이나 긴 무기를 휘두를 수 없는 어정쩡한 곳을 선택했다.


어떤 부대는 진법을 펼치려고 넓은 곳을 선택하고, 어떤 부대는 거인족의 거동이 불편한 좁은 곳을 선택했다.


모두 부대장의 능력에 따라서 자신들이 싸울 전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율리타는 천인족 기습대가 휘젓고 간 뒤에 피해 상황을 파악해 보니 무려 백이십여 명이 전사하여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어디 그뿐인가?


삼십여 명은 뇌를 다쳐서 반병신이 되었고, 같이 있던 칠십여 명도 의식에 손상을 입었는지 맛이 갔다.


그래서 반드시 앙갚음을 하겠다고 이를 갈았다. 그리고 경계 업무를 소홀히 한 부대장을 불러 죄를 물었다.


과감하게 참하여 목을 걸어 놓으니 기강이 좀 잡히는 듯하였으나, 그래도 마음 깊이 승복하는 부하들은 별로 없었다.


다행히 1차 거점은 무사히 마무리를 한지라 백 명 정도를 남겨서 전사자도 처리하고 거점도 지키게 했다.


자신은 나머지 칠백팔십 명 정도의 거인을 거느리고 2차 거점지를 향해 전진했고.


아침에 출발하여 중간에 점심을 먹고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에야 거석군 반대쪽의 끝부분에 도착했다.


거대한 바위들에 노을빛이 내려앉아서 붉게 물든 모습은 전쟁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장엄한 풍경이었다. 거인들은 모두 하늘의 아름다운 노을과 거석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 풍경을 정신없이 바라보며 터덜터덜 걷는데···, 갑자기 거석들 사이에서 천인족 무사들이 튀어나와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출발 전에 샤리네가 진군할 때는 반드시 첨병을 먼저 내보내라고 지시했건만, 실전에서의 지휘 경험이 부족한 율리타는 그것을 깜박하고 말았던 것!


할 일은 잊은 채 복수심만 불타올랐다. 이제 어제 당한 복수를 해야 한다. 밤이 아니니 이놈들 제대로 만났다!


“어젯밤의 복수를 하자! 공격하라! 각 부대장은 부하들을 이끌고 저 조그만 천인족을 쳐서 본때를 보여라!”


“공격하라! 위대한 거인들의 힘을 보이자!”


쿠앙~ 쿠앙~ 쿠앙~


마침내 여기저기에 흩어진 거석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로 눈에 불을 켜고 싸우니 금방 사방으로 피가 튀어 아수라장이 되었다.


쥬맥과 백호대도 처음에는 함께 공격을 하다가 서서히 뒤로 물러서면서 사전에 정한 장소로 적들을 유인했다.


거인들이 어젯밤에 당한 쥬맥을 알아보았는지 겁 없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다른 부대로 몰려갔다.


나름대로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오십여 명만 끝까지 뒤를 쫓아왔다. 마침내 준비한 장소에 이르자 모두 일제히 돌아서며 반격이 시작되었다.


“오행천둔진을 펼쳐라!”


무사들이 명령에 따라 빠르게 진법에 정해진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다.


좁은 곳에서는 큰 진법이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지시한 대로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서 소형 오행천둔진(五行天遁陣)을 펼쳤다.


오행의 기운 속으로 동화되어 스며드니 그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자 거인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무기를 휘두르며 거칠게 반항했지만, 하나둘 목이나 허리를 붙잡고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커흐윽~”


사방에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는데,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쥬맥은 위험한 부대원들을 구원(救援)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거인들을 공격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무기와 거인들이 함께 잘려 나가니, 아무리 덩치가 큰 거인들이라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은 다 같은 것 아니겠는가? 어느 순간부터 모두 두려움에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빠지면 몸이 움츠러들고 점점 손발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때 넓은 곳에서 큰 진을 펼쳐 거인들을 공격하는 보돈타 대족장 부대는, 거인들이 휘두르는 길고 무거운 무기들을 막느라 무진 애를 먹고 있었다.


보 대족장이 직접 뛰어들어서 동분서주하고 있었지만 벌써 십여 명이 거인들의 철구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좁은 거석들 사이에서 공격하는 야 대족장 소속 부대는, 거인들이 거석들 틈새를 양쪽에서 막고 몰이를 하는 바람에 벌써 삼십여 명이 넘게 죽어 나갔다.


물론 거인들도 여기저기에 쓰러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인들보다 쓰러지는 천인족 무사들의 수가 더 많았다.


한 시진이 채 못 되었으나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밝은 달빛 아래서 인간들이 원수인 양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투는 계속되었다.


격렬했던 처음에 비해서 이제 서로 몸을 사리며 치고 받지만, 간혹 참혹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아아악! 살려 줘!”


“크허어억~”


벌써 전장(戰場)에는 여기저기에 목숨을 잃고 쓰러진 거인들과 천인족의 무사들로 가득 찼다. 갑자기 육신을 잃으니 갈 길을 잃은 혼백들은 달빛 아래 바람을 타고 휘돌았고······.


쥬맥과 백호대가 오십여 명의 거인들을 모두 해치웠을 때, 피해 상황을 파악한 보 대족장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


“모두 후퇴하라! 다음 집결지에서 만난다. 부대별로 후퇴해!”


후퇴(後退)는 보 대족장과 야 대족장 부대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싸울 장소를 잘못 선택한 문제도 있었고, 쥬맥처럼 체계적으로 지휘하면서 위험할 때마다 적극 나서서 구명해 주는 고수가 없어서였다.


백호대는 가로막는 거인이 별로 없어서 비교적 쉽게 몸을 빼냈다. 그러나 다른 부대들은 빠져나오면서 또 여러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부하들은 부상자를 부축해서 먼저 빠져나가게 하고, 쥬맥 자신은 가장 후미에 서서 쫓아오는 거인들을 상대하니 모두 무서워서 슬슬 피했다.



다시 집결한 장소는 우르강 상류를 건너서 우르고원에 이르기 전 지점.


쥬맥의 부대가 도착하니 다른 부대들도 곧 도착하여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백호대는 사망자가 없었고 중상자가 네 명에 경상자는 열 명 정도였다.


모두 위험한 고비마다 쥬맥이 적극 뛰어들어서 구한 덕분이었다. 부대원들 중에서 한 명도 버리고 온 사람이 없었으니까!


반면에 보 대족장 부대와 야 대족장 부대는 죽거나 다쳐서 놔두고 온 사람을 합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인데······.


천령대 3개 부대는 이백여 명이 죽고 부상을 당해서 삼백 명 정도만 무사히 약속 지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금 잔뜩 분노하고 있을 율리타 부대가 부상당한 적들을 그냥 살려 둘 리가 있겠는가? 그들에게 천인족과 같은 자비심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한답시고 부상당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천인족 무사들을 더욱 잔인하게 죽일 것이다.


결국 총 삼백오십여 명이 죽고 네 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러니 1차 접전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을 포함하면, 다시 싸울 수 있는 무사는 이제 육백삼십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부대들은 부상당한 동료들을 그대로 버리고 온 것이 가슴 아팠지만, 산 사람이라도 살려면 방법이 없었다.


“부대장들은 모두 집합하라! 다시 싸우려면 부대를 재편해야 되겠다.”


이번 공격대를 총괄하는 보 대족장이 다시 부대를 재편(再編)하여 무사들의 인원 비율을 맞췄다.


보돈타와 야율린 대족장 산하(傘下)의 2개 부대를 하나로 묶고, 천령대 3개 부대를 2개 부대로 줄이니, 백호대를 포함하여 총 4개 부대로 줄어들었다.


율리타의 거인군도 이번 전투로 다시 삼백여 명이 죽고 백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일부는 부상 정도가 심각했고.


데리고 온 일천 명 중에서 1차 거점에 백 명을 남겨두고 1차 접전에서 백이십 명 정도가 죽었으니, 나머지 칠백팔십 명 정도가 2차 접전지를 출발했었다.


그런데 2차 접전에서 다시 삼백 명 정도가 죽었으니, 이제 싸울 수 있는 전사는 사백팔십 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


그중에서 좀 심한 부상자를 빼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거인은 사백삼십 명 정도로 확 줄어들었다.


잔뜩 화가 난 율리타는 부상을 당해서 도망가지 못한 천인족 무사을 모두 몽둥이로 수없이 내리쳐서 죽이게 했다.


그러니 그 비참한 비명 소리가 사방에 퍼져서 마치 인간 도살장을 방불케 했다.


차라리 죽어 버린 사람은 느끼지도 못하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지만, 자신의 동료들을 하나씩 쳐 죽이며 죽음의 사신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부상자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그곳은 생지옥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인두겁을 쓰고 저지르는 만행(蠻行)에 부상자는 치를 떨면서 죽어 갔으니······.



그래도 전투는 계속되었다. 여기는 3차 접전이 이루어질 우르고원 초입.


점심때가 막 지나고 태양이 한창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시간이다. 우르고원의 넓은 들판에서 푸른 초지를 사이에 두고 두 종족이 또 마주 섰다.


보돈타 대족장은 이번 접전으로 거인족 선발대를 멸하여 공을 세우고자 하였고, 거인족의 율리타는 이제 거칠 것이 없는 벌판에서 만났으니 요 조그만 녀석들을 깔아뭉개서 거인들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겠다고 별렀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가 자칫 모두의 무덤 자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거인족은 사십 척 전후의 큰 키에 삼 장 길이의 큰 몽둥이나 긴 줄에 달린 철구 등을 휘두르기 때문에, 천인족 무사들도 가까이 접근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른 종족들처럼 기존의 진법도 별로 큰 효과가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나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오행천둔진을 펼치게 했다.


살갗이 터질 것 같은 살기와 긴장감이 전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드디어 마지막 전투의 막이 올랐는데······.


“돌격! 목숨을 걸고 적을 쳐부숴라!”


쿠앙~ 쿠앙~ 쿠앙~


“오행천둔진을 펼쳐라! 우리는 오늘 적을 모두 죽일 때까지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서 끝까지 싸운다!”


“진을 펼쳐라!”


마주 선 두 진영이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목숨을 건 충돌이 시작되었다.


쥬맥은 운신이 어려운 백호대 중상자들을 미리 빼돌리고, 전투가 가능한 무사들만 전투에 투입(投入)하였다.


소형 오행천둔진으로 다시 큰 오행천둔진을 이루는 방식으로 서로를 감싸고 돌면서, 그 사이에 있는 적들을 앞뒤로 몰면서 빠르게 공격을 퍼부었다.


쉬앙~ 퍼벅!


쉬쉬식! 퍼버버벅!


“으아악! 살려줘!”


“위급한 동료를 먼저 살려라!”


적을 죽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위급한 동료를 살리는 것을 더 우선시했다.


쥬맥의 손에서는 위급한 동료를 살리기 위한 탄지신공의 지강이 수시로 거인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날으는 별똥별처럼 말이다.


파바바밧! 사샤삭!


“커흑! 어으으~”


사방에 비참한 비명과 피분수가 난무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족족 동료들이 죽어 나가자 거인들은 가능한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쫓아가 죽이고······.


“적이 많은 자리로 이동하라!”


“우측으로 이동! 아군을 지원하라!”


적이 오지 않으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척살(刺殺)하니, 가는 곳마다 거인들의 시신이 들판에 널렸다. 마치 커다란 바윗돌들처럼.


핏! 피비비빗! 쉬쉬쉭!


쥬맥은 오른손으로는 검을 휘두르며 왼손으로는 장을 쳐 내고···, 때로는 탄지신공(彈指神功)의 지강(指罡)을 수없이 날렸다.


때로는 적의 허점을 찾아서, 때로는 위급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동분서주(東奔西走) 하였으니.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전사자는 양측 모두 수없이 늘어났다.


그러는 중에도 평소에 훈련(訓鍊)을 엄격히 한 백호대는 동료를 지키면서 싸우니 피해도 그만큼 적었다.


모두가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겠다고 싸우는 전장에는 피바다에 비참하고 참혹만 비명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수많은 목숨이 눈앞에서 파리 목숨처럼 사라져 가니, 점차 피에 굶주린 광기가 전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오직 적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도외시한 채 달려드는 육신들. 영혼은 어데 가고 몸뚱이만 남았구나!!


그 자리를 오직 죽음만이 지배하나니······.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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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1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7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2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4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5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7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41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9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30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8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8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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