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2. 18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여섯 번째날

2012. 12. 18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여섯 번째날

1교시 아메리카 문화시간에는 곧 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의 기원에 대해서 수업을 했지만 쓰려니 생각이 안 난다. 아무튼 나는 아메리카니 미국이니 관련된거랑 절대 친해질수가 없는 운명인가보다.

2교시 생애학습론, 최악의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90분 내내 혜민이랑 수다를 떨었다. 아마 이 수업에 듣고있는 사람들은 교수를 포함해서 나를 죽도록 싫어할 것이다. 떠들기만하고 앉아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자기들 모르는 한국어로....어쩔 수 없다. 내가 살려면 이럴 수 밖에 없다. 미안하다.

“혜민아, 너 근처에 한국요리 하는곳 어디어디 있는지 아냐?”

“대장금이라는곳에 애들 제일 많이 가는데, 토가네에 한국음식점 은근히 많아요”

“뭐??? 진짜?? 대장금?? 어디야 어디??”

어제 명동이 문을 닫은 것이 어지간히 신경쓰였나보다. 나는 혜민이를 닦달했다.

“야, 니 폰 줘봐, 지도 찾아보게, 뭐야 사진버전이잖아, 빨리 그림버전으로 틀어”

“이 오빠 오늘 왜 이래”

“급하단말이야”

“가보긴 했는데 정확히는 설명을 못하겠어요, 그리고 서울이라는 가게도 있는데..”

“서울? 거긴 또 어디고”

“선피아 가까이에 있는데... 음 역시 설명을 못하겠어요”

“뭐? 선피아 가까이?? 뭐야 그런가게 본적없는데...설명 좀 어떻게 좀 해봐”

급한 마음에 내가 지도를 그렸다.

“봐바, 여기가 토가네 역이야. 여기가 선피아야. 어디야, 대장금은 어디고 서울은 어디야”

“대장금은 그러니까....봐요, 여기가 토가네 역이잖아요”

“그래”

“여기가 건널목”

“좋아좋아”

“여기 이렇게 이렇게 가서 이렇게”

선을 쭉쭉 긋고 도착이란다. 한반도 지도를 펴놓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렇게 가면 된다고 말하는거랑 뭐가 달라.

“.......장난하니”

“근데 이렇게 밖에 설명을 못하겠는걸 어떻게해요”

“미치겠다.”

“아니 근데 왜 그렇게 서둘러요”

“오늘 가거든”

“누구랑? 한국음식이 그렇게 그리웠어요?”

“아니, 친구가 한국음식이 먹고싶다고 해서”

“친구 누구요? 이히, 여자?”

“알 거 없어”

“키타다 마도카?”

“우와, 꿈 같은 소리를 하네, 야야 근데 그러면 소원이 없겠다.”

“명동은 어때요? 거긴 진짜 찾기쉬워요”

“지금 거기가 불안해서 다른곳 찾는거야, 어제 문 닫았더라고. 5시쯤이었는데. 돈 벌기 싫단 얘기지”

“어? 거기 애들 가고 그러던데”

“에, 진짜? 어때? 맛있대?”

“맛있는건 맛있는데 맛없는건 없대요. 역시 대장금이 제일 나아요”

“그러니까 그 대장금이 어딨는지 좀 설명하라고”

“설명했잖아요!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그만합시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모두와 밥을 먹을 때 광표에게 물어봤다.

“야, 너 대장금 어딘지 아냐?”

“어, 알지, 지난번에 말했잖아 츠치야 교수랑 같이 거기서 밥 먹었다고”

“오! 맛있었어?” “교수랑 같이 밥 먹는데 마냥 맛있겠냐, 부담되서 원”

“어디야?”

“피자라 알지? 거기 골목하나 나 있잖아, 거기야”

“아, 그래 고마워”

응? 바로 이해해버렸잖아. 난 혜민이를 쳐다봤다.

아침부터 자꾸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밥을 먹는중에도 또 전화가 왔다.

“이봐들, 학교에서 전화가 왔는데 과연 무슨일일까? 맞춰봐”

“인터넷비 내라고 독촉하는거 아냐?” “냈다고, 만약 또 그러면 소리를 질러버릴테다, 자, 게임이야. 맞춰봐”

맞춰보기 싫었는지 광표가 그냥 내 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눌러서 통화가 시작되었다.

“실례합니다. 조영빈씨의 휴대폰인가요? 조사이국제대학 유학생센터입니다.”

“네네”

그러니까 무슨일이신데요

“한글능력시험 감독하신 급료가 나왔습니다.”

“오오오오오오오!!!!!!! 그렇습니까!!!!!!!!!!!”

밥을 먹던 친구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에이, 이런 전화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아까부터 계속 일부러 안 받아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괜찮으실 때에 유학생센터로 오실 수 있으십니까” “네네네, 가겠습니다. 가겠습니다. 가고말고요”

살짝 잊고있어서 그런지 생각지도 못한 수입이 생긴 기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지 않고 내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대장금이었다. 위치가 어딘지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야한다.

“찾았다!!!!!!!”

응? 생각보다 가깝잖아? 오케이 좋았어!! 6시부터 영업이라니까 시간도 문제없다. 집에 돌아와서 사야코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들이 한국요리 파는곳 많이 가르쳐줬어! 그 중에서 제일 평판좋은곳 가자!’

‘오케이~!!’

‘6시 30분에 100엔샵 앞에 오케이???’

‘잠깐, 잠깐, 오늘이야?’

잉??

‘요전에 화요일이라고 말하길래 난 당연히 오늘인줄알았지. 이런..미안하다’

‘나야말로 미안’

....뭐야, 혼자 헛돌았다. 그것도 아주 전력으로...많이 허무하긴했지만 뭐, 잘됐다. 푹 쉬자!

갑자기 한가해져서 드라마를 보다가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는걸 보고 대청소를 시작하였다. 재활용쓰레기가 상당히 많이 쌓였다. 철이랑 같이 재활용쓰레기를 분류하였다.

“이게 진짜 다 우리집에서 나온거야? 사진찍어서 올리고싶을정도네”

“자랑할거리는 아닌 것 같지?” “이야, 우리집 완전 쓰레기통이였구나”

재활용쓰레기를 다 처리하고 내친김에 그동안 쌓인 박스들도 다 내다버렸다. 집이 엄청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지출 – 점심값 250엔

우유값 110엔

총 36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