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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C 님의 서재입니다.

眞삼국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AnthonyC
작품등록일 :
2013.10.14 21:46
최근연재일 :
2014.02.14 15:12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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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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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5,084

작성
13.10.2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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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 사수관 전투(2)

DUMMY

성문이 열리고 홀로 나온 화웅이 웃으며 채현에게 소리쳤다. 화웅은 전장에서 병사로 시작해 장수가 된 자였다. 이런 저런 책략같은 것은 잘 몰랐지만, 전장에서 뼈가 굵었기에 관문을 지킬 때 어떻게 행동해야 적이 까다로울 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무위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전투경험으로 인하여 쌓은 실전무예도 매우 날카로웠다. 그런 그는, 예상보다 시원찮은 손견군의 공세에 꽤 지루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화웅이 보기에 상대는 자신의 '식후 몸 풀이' 정도로 알맞아 보였다.

'좋은 몸풀이 상대가 될 수도 모르겠군'

"가소롭구나. 너의 이름정도는 남겨주마."

"나는 원소군의 채현이다!"

채현이 화웅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소리쳤다. 화웅은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서량의 장수였지만, 첫눈에 보기에 그 기세는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흥. 손가 어린아이가 보다 못해 원소군의 똘마니를 데리고 왔군."

"역적놈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는 것보다야 내가 낫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소리치는 채현이었다. 일대일의 결투에서는 무엇보다 기세싸움이 중요했고, 채현은 한 마디도 지고 싶지 않았다. 큰소리 치고 나왔는데 처음부터 꼬리 말린 개처럼 지고 들어간다면 그것도 웃기기 때문이었다.

"꼬맹아.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살려는 주마"

"빨리 관문이나 내주시지?"

순간 둘의 눈빛이 부딛혔다. 일개 병사로 시작하여 피나는 혈투 끝에 이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나 출신으로 인하여 동탁군 내에서도 무시당하며 알려지지 않은 장수인 화웅. 일찌기 문인 귀족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글을 읽은 선비이자 무인(?)인 채현. 서로 상반된 인생의 길을 걸어온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한참을 노려보았다.

"이랴!"

먼저 말고삐를 다잡고 앞으로 박차고 나온 것은 화웅이었다. 채현 역시 창을 꼬나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화웅은 순간 채현의 얼굴로 사모를 내질렀다.

"하압!"

채현은 간단하게 화웅의 사모를 피하고, 화웅의 복부를 향해 강하게 찔러나갔지만, 화웅 역시 간단하게 채현의 창을 막아냈다.

'강하군...'

몇 합을 경합해 본 결과, 채현이 느끼기론 화웅의 무위는 강했다. 그것도 매우. 전장에 처음 나와 첫 싸움에 임하는 채현과 달리, 화웅은 이런 경험을 많이 겪었으리라.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채현은 떨고 있는 자신의 속마음을 다잡았다.

"하앗!"

순간 고함을 지르며 채현은 강하게 자신의 창을 화웅에게 뻗었지만, 화웅은 그것을 쉽게 막아냈다. 순간 채현의 창과 화웅의 사모가 몇 번을 교차했다. 그 때마다, 채현은 간신히 힘겹게 화웅의 공격을 막아냈다. 머리, 복부, 그리고 다시 머리. 중요한 곳을 연속하여 노리는 화웅의 매서운 공격. 거의 열 합이나 지났을까, 대면할 때와 달리 채현과 화웅의 모습은 큰 차이가 있었다. 화웅은 태연한 모습이었고, 채현은 땀을 뻘뻘 흘리고 피를 군데군데 흘리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애송아. 한번 더 기회를 주랴?"

순간 채현에게 떨어지며 화웅은 크게 웃었다. 이자는 전투에 서투른 초행이다. 라고 전장에서 살아온 본능이 자기에게 일러주고 있었다. 화웅은 전장의 이리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토실토실한 양은 이리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양이 날뛰면 날뛸수록 이리는 사냥하는 맛을 즐긴다.

하지만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며 발악해야 정상일 양은 그저 성벽 쪽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급기야 채현에겐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크..크큭....크하하하하하!!!"

"뭐지? 미쳤나?"

"뒤나 돌아보시지."

채현의 말에 화웅은 뒤를 돌아보았다. 동(董)이나 화(華) 가 걸려 있어야 할 사수관의 깃발에는 어느새 채(蔡)라는 깃발이 올라가 있었다.

"뭐, 뭐지?!"

"돌아갈 곳이 없으니 항복하는 건 자네가 되겠군."

화웅은 당황했다. 누구지? 배신인가? 누가 날 배신한거지? 순간 화웅의 머릿속을 번개같이 스친 것은 장군 주준이었다. 출신성분이 미천한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은 동탁은 조언격으로 주준을 자신에게 딸려보냈다. 하지만 주준은 흑산적과 황건적을 토벌한, 원래가 황실에 충성하는 장수. 화웅은 그런 주준을 본능적으로 경계하여 이번 전투에 사실상 유폐시켜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현은 계략이 성공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관문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아챈 것은 채현과 화웅뿐만이 아니었다. 아슬아슬한 화웅과 채현의 일기토를 지켜보던 손견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략인가? 뭔가 성공한 것 같은데..'

"기회를 놓치지 마라! 전군 진격!"

손견은 상황이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당황해 하는 화웅을 보며 아군에 유리한 상황임은 알았다. 화웅은 앞 뒤로 적을 맞았다. 앞으로는 손견군, 뒤로는 배신한 아군 주준의 군세.

'이왕 죽을 것. 혼자 죽지는 않겠다.'

화웅은 죽음을 직감했다. 전장에 나설 때마다, 자신은 언제고 죽음을 각오했다. 사나이 전장에 나가 칼밥을 먹은 자로써, 자신에겐 전장에서 맞이하는 죽음만이 어울린다. 하지만 결코 혼자서 가지는 않으리라 각오하며, 앞에 재수없는 웃음을 지으며 서 있는 채현이 보였고, 그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으앗"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격이었다. 목숨을 건 일격. 채현은 여기서 이렇게 죽는것인가 절망하며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채현은 눈을 떳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가 없는 자신을 보며 놀랐다.

"이렇게 죽으면 어떡합니까?"

손책이었다. 멀리서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손책이 위급함을 알고 몸을 날려 화웅의 일격을 막고 곧 화웅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목숨을 건 일격을 날린 이후여서 그랬는지, 화웅은 손쉽게 손책의 일격을 허용하며 쓰려졌다. 화웅이 쓰러진 순간, 채현의 긴장은 눈녹듯 바스라졌다. 목숨을 건 도박은 끝났다.

"고맙군"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얘기해 주겠습니까?"

손책이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말했다.대체 언제부터 나와 친한 시늉을 한 거지. 채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손책과 말머리를 같이 하고 활짝 열린 관문 안으로 들어갔다.


채현은 사실 원소에게 받은 5백 군사를 손견에게 데리고 가지 않고 상단과 군수물품 수송대로 변장시켜 사수관 후방을 통해 겨우 관 안으로 침투시킨 후였다.

사실 사수관에 있는 것은 화웅뿐이 아니었다. 5만이나 되는 서량의 정예병을 화웅이라는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장수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무시되고는 있었지만, 영제 시절부터 군을 이끌며 인망있던 장수 주준 역시 사수관에 주둔하고 있었다. 화웅이 비록 동탁군을 이끄는 주(主)장이었지만, 동탁은 아무래도 화웅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어, 조언격으로 주준을 딸려보냈던 것이었다. 채현은 주준이 어떤 상황에 쳐하였는지를 우연히 들었고, 그것을 이용하기로 생각했다. 주준은 흑산적과 황건적을 토벌한 원래 황실에 충성을 다하는 장수. 내응할 수도 있지 않을까?

몰래 관내로 잠입한 병사들은 주준에게 이번 연합군의 대의를 전하였고, 화웅을 끌어낸다면 내응한다는 확답을 받아내었다. 처음부터 채현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화웅을 끌어내냐 였다. 후퇴하는 척 서영을 공격해 변장하자는 책략은 사실 처음부터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손견군 모두를 속인 것이었다. 오히려 손견이 그 말도 안되는 책략을 택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모두를 속인 것이었군"

관에 진입하여 주준을 만나고, 그간 사정을 다 들은 손견이 어이없다는 듯 혼잣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연기력이었다. 채현 본인이 원래 낸 자신의 꾀는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며 손사래쳤지만, 손견은 내심 그런 '말도 안되는 꾀' 조차 좋은 방안이라고 감탄했기에 내심 부끄러웠다. 아니, 사실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황당치 않는 법. 채현의 꾀도 사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손견은 더욱더 채현이 탐이 났다. 자신의 군사로 삼고 싶었다. 게다가 조무의 일기토 발언조차 사실 채현에게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한 후 늦게서야 깨닫고 나서 더더욱 놀랐다.

"만약 우리가 진정 후퇴하는 체 했다면, 정말로 앞뒤로 적을 맞았겠지요."


전투에서 지고 후퇴하는 적을 쫓는 것만큼 적에게 피해를 많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전장에서 질서를 지키며 후퇴하는 일은 더 어렵다. 게다가 서량의 기병은 매섭다. 손견의 강동군이 후퇴하는 순간 저 관문에서는 적병이 쏟아져 나올것이다. 서영이 있다는 측후방도 마찬가지였을 수도 있다. 양쪽으로 서량병을 맞는다면 전투는 가능하였겠지만 피해는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꾀였다. 조무가 그나마 원소와 채현을 경계하였기에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며 일기토를 이야기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뭐, 그것도 그것을 채현이 의도한 것이었지만. 손견군의 장수들 모두가 채현의 손바닥 위에 놀아난 꼴이 되어 버렸다. 손견은 그래서 더욱 채현이라는 하나의 모사가 아쉬웠다. 손견 군에 합류한다면, 범이 날개를 단 꼴이 되었을 텐데.

"솔직히, 우리에게 말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손책이 섭섭해했다. 그것을 들은 채현은 모두에게 미안해했다. 채현에게 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었다. 이들은 소박하지만 꿈을 꾸는 유쾌한 사나이들이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부터 제일 먼저 속여야지요."

"여하튼, 대단한 계략이었네."

손책은 감탄했다. 이자는 뛰어나다. 그리고 위험하다. 그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벗 주유와 견준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뭐, 실제로 만나 본다면 알 수 있겠지' 손책은 그리 생각하며 잠시간의 생각을 멈췄다. 어찌 됬건 좋았다. 모사가 없는 손견 군은 잠시간 이 자와 함께 할 것임은 분명했고, 수많은 피해를 내며 버티던 사수관은 부처님 손바닥 뒤집듯이 자신들의 손에 떨어졌으니까.


작가의말

어떤 분이 감상란에 같은꿈을꾸다 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삼국지가 워낙 유명한 내용이고, 모두가 전문가다 보니까 삼국지 관련 소설이 나온다면 더 까다로운 기준이 되시는 것 같더군요... ;;

저에게도 댓글로 이야기해 주셨는데, 사실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같은꿈을꾸다 수준의 소설이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체라던지, 표현이라던지...

문득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고, 이게 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언제 돌아보니 제 글이 신인베스트와 오늘의 베스트 등에 낮은 순위지만 올라와 있더군요. 순간 부담이 몰려왔습니다.^^;;

뭐, 연중같은건 생각도 하지 않지만. 표현이라던지 시놉시스와 스토리라인 구성에 더 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오늘도 더 열심히. 슬쩍 한 화 더 올리고 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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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21 육펜스
    작성일
    13.10.21 06:59
    No. 1

    잘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nthonyC
    작성일
    13.10.21 09:06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RockHear..
    작성일
    13.10.21 08:55
    No. 3

    화웅이 생각보다 일찍 죽었군요. 사로 잡아서 주인공의 비장의 한 수 가 되어줬어도 좋았을텐데 아쉽군요. 채현의 거취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지만 그건 결국 자체 스포가 되어버릴것 같으니 주인공을 어디로 돌리실지 기대하면서 천천히 따라가야겠어요. 이번편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nthonyC
    작성일
    13.10.21 09:04
    No. 4

    저도 그리 고민하기 했지만, 설정상 화웅은 병사에서 시작하여 칼밥먹고자란 내추럴 본 무사거든요. 동탁군에서 출신성분때문에 깎아내려지고 무시당해도 오로지 하나만 바라보는 외길인생이라 생각했습니다. 뭐, 결국 설득할 틈조차 없게 되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3.10.21 18:57
    No. 5

    첫번째부터 꾀를 내는군요
    지략가로서 커나가야 출세가 빠르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nthonyC
    작성일
    13.10.21 19:01
    No. 6

    뭐.. 무예까지 잘한다면 재미가 없지요..기본적으로 선비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별똥별임
    작성일
    13.11.25 22:12
    No. 7

    잘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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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수관 전투(2) +7 13.10.21 6,574 101 10쪽
8 8. 사수관 전투 +9 13.10.20 7,001 115 12쪽
7 7. 17로 제후군(2) +3 13.10.19 6,686 102 10쪽
6 6. 17로 제후군 +3 13.10.19 7,821 116 10쪽
5 5.가자. 기주로.(4) +9 13.10.18 8,491 133 8쪽
4 4.가자. 기주로.(3) +8 13.10.17 9,253 130 12쪽
3 3.가자. 기주로.(2) +6 13.10.16 10,168 136 10쪽
2 2.가자. 기주로. +11 13.10.15 13,286 159 12쪽
1 1. 시작하는 글. +16 13.10.15 20,629 18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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