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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C 님의 서재입니다.

眞삼국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AnthonyC
작품등록일 :
2013.10.14 21:46
최근연재일 :
2014.02.14 15:12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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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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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5
글자수 :
375,084

작성
13.10.16 23:08
조회
10,168
추천
136
글자
10쪽

3.가자. 기주로.(2)

DUMMY

채현은 누각에 홀로 앉아 발해의 풍광을 바라보았다. 고람은 별동대장으로 채용되었고, 다른 사람들 모두 각자의 능력에 맞는 적당한 직위에 채용되었지만 채현은 아직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원소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연후에 자신이 발해에서 원소를 모실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걱정이었다. 원소에 대해서 실망할 까봐 말이다. 그 때, 채현이 앉은 곳 반대편에 봉기가 급하게 다가와 앉았다. 채현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봉기는 품속에서 죽간 하나를 꺼내어 채현에게 건넸다.

"방금 들어온 소식이네. 역적 동탁이 드디어 천자폐하를 시해했다더군."

봉기는 쓰게 웃으며, 마치 올 것이 왔다는 듯 말하였다.

"천자폐하를 말인가....!"

"여태까지 제위에 계셨던 홍농왕 전하 말일세."

봉기가 '홍농왕 전하' 라는 대목에서 특히 힘주어 말했다. 봉기를 포함한 유림의 젊은 선비들은 모두 동탁의 천자 폐위를 반대하고 있었다. 채현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개 신하가 자기 마음대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천자를 바꾸는 것은 그 어떤 명분도, 대의도 없는 일. 고금을 통틀어 역적만이 할 법한 일이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폐위한 천자를 시해하다니!

"어린 천자를 데리고, 자기 마음대로 나라를 주무르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네. 각 국의 제후들이 이번 사건을 통하여 들끓고 있다네."

채현의 말에 봉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시국이 급변하고 있네. 본격적인 난세가 도래하고 있어.."

봉기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내게 이런 이야기를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원도?"

"말해주고 싶어서네."

"무엇을 말인가?"

모르겠다는 투로 채현이 말하자, 봉기가 답하였다.

"자네가 초야에 묻혀 있기엔 더이상 시대가 자네를 놓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섬길만 한 주인인 우리 명공을 찾아 기주에 온 것을 말일세."

원소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표정과 말투로 봉기가 말하였다.봉기는 알고 있었다. 원소가 꿈도. 야심도 있다는 것을. 낙양의 썩은 고관 대작들을 수없이 많이 본 그는 더이상 한의 천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한 영웅으로 원소가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봉기는 채현도 자신과 함께하여 과거 술자리에서 성토하던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 같이하기를 바랬다.

"나는 아직 원본초를 만나본 적도 없고, 대답을 듣고 결정하겠네."

채현이 딱 잘라 말했다. 봉기는 자신이 아는 자들 가운데에서도 제일 식견이 깊은 자였다. 그런 자가 왜 하필 세태를 따라 원소를 따른 것인가.

"하하하하하! 나는 자네가 명공을 만나러 오게 될 줄 알고 있었건만, 자네는 왜 내가 명공을 따른 건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니, 우리 사이에 뭔가 내가 손해본 느낌이잖은가? 내가 아는 것은, 자네도 알았기를 바랬건만..."

봉기가 말꼬리를 흐리고, 연이어 덧붙였다.

"지금 이대로로는, 한조를 바로세울 수 없네."

"그걸 누가 모르는가? 어서 연유를 말해보게."

궁금하다는 듯 조급하게 보채는 채현을 보고, 봉기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처음에 나는, 무너진 한조를 바로잡아 무너진 정치와 법통을 되돌릴 만 한 용력있고 지혜로우나 욕심없는, 인덕있는 자를 찾고 있었지.."

뒷말을 흐리며 봉기가 곧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역적 동탁을 만나 패륜을 하는데도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한 대신들을 보며 깨달았네. 한조는 너무 썩어버려서, 인의로 다시 세우기엔 늦었다는 것을."

"....!!!"

채현이 봉기의 말에 매우 놀라워했다. 한의 하늘은 이미 저물어서, 다시 세울 수 없다. 그 말은 즉, 밝은 주인을 가지고 새로운 하늘을 열겠다는 뜻이 아닌가? 봉기의 생각이 급진적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전에는 천자를 새로 하자고 이런 공공연한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자네, 변했군."

봉기의 말을 웃으며 듣고만 있던 채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급진적이라고 해도 봉기는 어디까지나 선비였다. 유학을 공부한 선비로써 현재의 한을 집어던져 버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워 보겟다는 봉기의 말은 반란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채현은 새로운 나라를 주창하는 봉기를 용납할 수 없었다. 굳어진 채현의 얼굴을 보며, 봉기가 스스로를 다잡으는 듯 매섭게 말했다.

"그럼, 나는 변했네. 동탁을 보며 좌절하지만 소리내지 못하는 대신들을 보면서 변했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바라보지만 구원해 주지 못하는 나를 보며 너무나도 슬펐네. 그까짓 힘이 무엇이라고 정의를 짓밟는 것인가? 과연 어짊으로 정치를 해서 지금의 세태를 개혁할 수 있는 것인가? 힘이 우선인가? 정의가 우선인가?

나는 좌절했네. 그리고 나는 원 공을 만나면서 깨달았네. 난세에서 진정한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말이야."

자리를 박차일어나 열정적으로 열변을 토하는 봉기가 한참을 말하더니 채현에게 물었다.

"자네는 힘이 곧 정의라 생각하나? 아니면, 정의가 곧 힘이라 생각하나?"

"인의와 같은 정의는, 그 자체가 올바르기 때문에, 힘이 되는 것이 아닌가?"

끊어 말하며 확실히 말한 채현의 답에, 봉기가 역시 그러면 그렇지 라고 조그맣게 말한 후에 말했다.

"틀렸네."

"그럼 무엇인가?그 오래 전 옛날, 맹자께서는 양 혜왕을 만나러 갔는데, 양 혜왕이 '어르신께서 천리 길을 마다않고 이렇게 오시니, 나라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하자, 답하시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길에는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 다른 것이 없다' 고 하셨네."

채현이 짐짓 꾸짖는 투로 봉기에게 말하였다. 유학을 공부한 자가 정치를 할 때에는 인과 의가 곧 정의고, 그러기에 힘이었다. 채현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이전에도 여러 번 격론이 벌어진 주제로 둘은 또 논쟁을 벌였다. 봉기가 도리어 채현을 꾸짖었다.

"공자께서는, 사람이 곧 도(道)를 크게 할 뿐, 도(道)가 사람을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네. 모든 일은 사람이 결정할 뿐. 인의라는 정의가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네."

봉기의 괴변에 채현이 도리어 화를 내며 외쳤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런 채현을 내려다보며, 봉기가 씩 웃으며 나지막이 읇조렸다.


"난세에는 말일세, 인의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이네.

조조를 아는가? 그는 원래 동탁이 신임하는 자였지만, 동탁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낙양을 떠나 자신의 고향 패국으로 가 은거하고 있네.

자네는 필시 그런 조조가 간사하다고 생각했을 때지. 인의에 옳지 않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네. 난세의 군주는 때로는 인의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가슴에는 대의를 품었지만 그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는 고된 것도 행할 수 있고, 심지어는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는 자라 생각하네. 그러고 보면, 조맹덕은 참 간특한 자인것은 사실이나, 난세인 지금에는 그런 조맹덕의 간사함이 본인 스스로를 살릴 것이지. 하지만 나는 조조와 같은 너무 간특한 자는 아무래도 정이 가지 않더군. 그래서 원 공을 따랐네.

원 공은 머리엔 큰 뜻을 품고, 가슴에는 야심을 품으신 분이시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조조처럼 간특하게는 못 하시겠지만, 적어도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분이시네. 간사함은 없으나, 용기는 있네. 그러한 점이 나는 누구보다도 마음에 드네."

봉기는 열변을 토했다.

유학(儒學)만을 진리로 알던 현명한 선비가, 난세를 직접 겪고, 여태껏 진리로 알며 행동하던 것이 실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 좌절하고, 난세에 걸맞는 모사꾼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오래된 지음(知音)인, 변해버린 봉기를 보며 채현은 눈을 감았다.

지금의 봉기는, 유약한 서생이 아니라 난세를 일통하고 사해를 정리할 만한 군주에게 헌책을 낼 수 있는 현묘한 묘사꾼이었다. 한조로서는 안 된다고 하던 봉기의 주장이 점점 급진적으로 변한 것을 보며 채현은 안타까웠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현은 봉기의 주장에 맞춰 주었다.


"좋네. 내, 자네의 뜻을 알았네. 어느 정도는, 자네의 심정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던 채현이 말했다.

"확실히 여기까지 오며 깨달았네. 인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채현의 말에 봉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채현은 평소에 '인의를 통한 왕도정치' 만이 진리라고 자주 말했었고, 그에 확신을 가져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정치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봉기는,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이 기주 발해까지 온 것이네. 자네의 선택이 옳은지, 나도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서 말이야."

채현 역시도 이곳까지 오면서 보통 각오를 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수많은 유랑민들을 보았다.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조악한 병기를 가지고 자체로 떠돌아 다니는 그들을 구제해줄 자가 누군가. 조정은 개판이고. 각 태수들은 다른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차피 어떤 방법이던 간에 세상은 바뀌어야 했다. 아직 한을 배신할 마음까지는 없던 채현이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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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가자. 기주로.(3) +8 13.10.17 9,253 130 12쪽
» 3.가자. 기주로.(2) +6 13.10.16 10,169 136 10쪽
2 2.가자. 기주로. +11 13.10.15 13,286 159 12쪽
1 1. 시작하는 글. +16 13.10.15 20,629 18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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