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172 회
조회수 :
6,266,842
추천수 :
81,805
글자수 :
758,122

작성
11.05.03 09:05
조회
31,952
추천
463
글자
8쪽

월야공자 제25화--1

DUMMY

제25화 차라리 죽여라.


진조범이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월야검객 이도립과 사흑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묵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렴풋이 월광검보를 저술한 인물이 월야검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묵상은 월광검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이제야 시간이 되었는가?”라는 말의 의미는 아마도 묵상이 월광검법의 위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달이 떠 있는 시간을 기다렸다는 의미인 듯했다.

이렇듯 묵상은 월광검법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또한 이를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광검법의 위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바로 이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그야말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결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고지식할 정도로 당당한 묵상의 모습이 진조범은 너무나 좋았다.

이런 묵상의 모습에 진조범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천천히 월광검을 아래로 내리면서 묵상을 바라보는 진조범, 자세를 취하는 순간 이미 그를 괴롭히던 상념들이 산산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진조범의 자세는 과거 채문범이 진조범을 상대할 당시 취했던 자세와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당시 채문범은 정중제동의 묘미를 살리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진조범의 자세는 일종의 호승심의 발로였다.

진조범은 이미 사천성의 비무대회장에서 묵상의 무공을 지켜본바 있었다.

묵상의 무공인 뇌음사흑강을 바탕으로 한 일견사흑도결은 그야말로 패도무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묵상이 월광검법의 위력이 한껏 고조되는 이 시간에 승부를 결하고자 하는 것처럼 진조범 역시 패도무학의 정수인 묵상의 무공에 대항해 월영보를 봉인하고 오로지 힘으로 묵상을 상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진조범, 묵상의 눈에는 이런 진조범이 마치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진조범이 선수를 양보하자 묵상은 굳이 이를 마다치 않았다.

이미 묵상의 떨림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대결의 시작과 동시에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두려움을 떨친 묵상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뇌음사흑강 특유의 뇌음이 지축을 울리고 묵상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움직였다.

이를 확인한 진조범의 눈빛이 살짝 일렁였다.

‘ 빠르다.’

일전의 비무대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빠른 움직임이었다.

일선보(一線步), 말 그대로 적을 향해 일직선으로 이동하는 단순한 보법이었다.

단순한 만큼 그 속도는 빨랐다.

좁은 비무대 위에서 펼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는 보법, 때문에 과거 비무대 위에서 묵상이 자신의 실력을 감추려 했던 것이 아니라 비무대 위에서는 이를 펼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이라면 사정이 달랐다.

일선보는 패도적인 도법인 일견사흑도결에 속도를 가미한 것이었다.

자연스레 그 위력 역시 배가되는 법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일견사흑도결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기공과 도법, 그리고 신법이 하나가 됨으로써 힘을 위주로 하는 패도무학이 완성되는 것이다.

단숨에 묵상이 지척에 접근하자 진조범의 눈빛이 번뜩였다.

“ 합.”

진조범의 입에서 가벼운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진조범 역시 묵상을 상대하기 위해 한 순간 검 끝에 힘을 집중시켰다.

기합과 동시에 꽉 움켜쥔 그의 손에 들린 월광검의 검신에 빛이 일어났다.

묵상의 손에 들린 사흑도(死黑刀) 역시 강맹한 기운을 머금은 채로 빠르게 도신이 몸을 비틀고 있었다.

“ 챙, 챙, 챙.”

도와 검이 부딪히며 한적한 야산에서 때 아닌 소음을 만들어냈다.

진조범의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원중도가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진조범의 뒤에서 있던 원중도가 뒤로 물러난다는 것은 진조범이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다경(一茶頃), 연이은 십여 수의 교환에서 진조범은 거의 20여장(丈)을 뒤로 밀려난 상태였다. 일선보의 위력이 한껏 발휘되었던 처음의 충돌로 10여장을 밀려났으며, 이후의 계속된 교전으로 다시 10여장을 더 밀려났다.

처음보다는 밀려나는 속도가 둔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진조범은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힘에서 여전히 묵상에게 압도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은 가까스로 묵상의 도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다소 불리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불리한 진조범이 아닌 묵상의 표정이 오히려 살짝 일그러졌다.

순간 진조범의 입에서 가벼운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 흡.”

기합성과 함께 진조범이 검을 힘차게 내뻗었다.

이에 질세라 묵상 역시 도를 힘껏 내뻗으며 진조범의 반격에 대응했다.

월광검과 사흑도의 검신과 도신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동시에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여전히 묵상보다 진조범이 더 뒤로 밀려난 상태였다.

그나마 묵상의 계속되는 전진에 겨우 제동을 걸었다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진조범이 묵상을 완벽하게 밀어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묵상이 조금 벌어진 간격을 이용해 다시 한 번 일선보를 펼치면서 진조범을 압박한다면 이전보다 더 유리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묵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소 분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노려보고 있었다.

비로소 진조범이 ‘아차’하는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묵상이 달밤을 택한 것은 정정당당한 대결을, 그야말로 자신이 아는 한 최고의 무공을 상대하고자 함이었다. 반면 진조범은 단순한 호승심으로 어디까지나 상대의 유리한 점만으로 상대를 제압하고자 했다.

이것은 일종의 자만이었다.

만약 이대로 대결이 지속되었다면 묵상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묵상이 그런 승리를 바랐다면 이 시간까지 기다릴 이유조차도 없었다.

묵상의 일견사흑도결이 뇌음사흑강은 물론 일선보와 합쳐지면서 그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월영보가 없는 월광검법은 진정한 월광검법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과하고 대결도중 묵상이 인상을 찌푸렸던 것도, 이렇게 돌연 움직임을 멈춘 까닭도 바로 이점을 진조범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묵상의 태도에서 진조범도 자신이 그릇된 호승심으로 상대에게 결례를 범했음을 깨달았다.

진조범은 굳이 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진조범은 발을 움직임으로써 사과의 말을 대신했다.

월영보(月影步), 진정한 월광검법의 시작이었다.

이내 묵상의 눈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그의 가문이 그토록 원해왔던 대결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었다.

묵상은 비록 자신의 뇌음사흑강이 6성의 경지에 불과했지만 상대방인 진조범의 월광심법 역시도 과거 월야검객 이도립의 경지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조금 전의 대결을 통해서 확인한 상태였다.

진조범이 이도립의 경지에 올랐다면 6성의 뇌음사흑강으로는 힘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결코 자신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문제는 월영보에서 시작되는 월광검법의 흐름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달빛 아래 번뜩이는 월광검과 월영보가 만들어내는 환영에 묵상은 쉽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선보를 시작으로 묵상이 먼저 선공을 펼쳤던 조금 전과는 반대로 진조범이 천천히 묵상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월야공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2 월야공자 제27화--1 +39 11.05.19 30,393 446 8쪽
111 월야공자 제26화--4 +43 11.05.18 29,878 477 13쪽
110 월야공자 제26화--3 +37 11.05.17 29,710 458 10쪽
109 월야공자 제26화--2 +38 11.05.16 30,176 445 8쪽
108 월야공자 제26화--1 +45 11.05.11 32,465 439 9쪽
107 월야공자 제25화--4 +40 11.05.07 31,894 460 8쪽
106 월야공자 제25화--3 +60 11.05.06 31,783 471 9쪽
105 월야공자 제25화--2 +49 11.05.04 32,176 491 9쪽
» 월야공자 제25화--1 +48 11.05.03 31,953 463 8쪽
103 월야공자 제24화--6 +40 11.05.02 31,530 470 11쪽
102 월야공자 제24화--5 +54 11.04.30 31,649 477 10쪽
101 월야공자 제24화--4 +36 11.04.29 31,150 457 10쪽
100 월야공자 제24화--3 +39 11.04.28 31,974 452 9쪽
99 월야공자 제24화--2 +31 11.04.27 31,635 435 8쪽
98 월야공자 제24화--1 +37 11.04.26 32,766 452 9쪽
97 월야공자 제23화--4 +44 11.04.23 33,814 455 10쪽
96 월야공자 제23화--3 +50 11.04.22 33,165 450 7쪽
95 월야공자 제23화--2 +46 11.04.21 34,198 475 12쪽
94 월야공자 제23화--1 +50 11.04.18 35,745 469 12쪽
93 월야공자 제22화--4 +55 11.04.16 33,804 471 7쪽
92 월야공자 제22화--3 +32 11.04.15 33,757 460 9쪽
91 월야공자 제22화--2 +44 11.04.14 34,774 467 9쪽
90 월야공자 제22화--1 +38 11.04.13 35,548 462 9쪽
89 월야공자 제21화--4 +54 11.04.12 36,495 459 8쪽
88 월야공자 제21화--3 +56 11.04.11 36,475 484 15쪽
87 월야공자 제21화--2 +91 11.04.08 36,048 500 7쪽
86 월야공자 제21화--1 +21 11.04.08 33,802 470 8쪽
85 월야공자 제20화--6 +30 11.04.08 34,372 474 14쪽
84 월야공자 제20화--5 +56 11.04.06 37,228 497 8쪽
83 월야공자 제20화--4 +42 11.04.05 36,201 50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