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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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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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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월야공자 제24화--3

DUMMY

당갑수가 현관으로 나갔을 때는 거의 천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당문의 현관 앞에 운집해있었다.

“ 당문영 나와라.”

“ 당문은 지금 즉시 음모의 진상을 밝혀라.”

사람들은 이렇게 당문이 떠나갈 듯 고래고래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출입을 제지하던 당문의 무인들이 당갑수의 모습을 확인하고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당갑수를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더더욱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 당문영을 내놓으시오.”

“ 지금 당장 당문영의 죄를 자복하고 당문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시오.”

이런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도 당갑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침착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 이 사람이 당문을 책임지는 당갑수외다.”

당갑수가 가볍게 말하는 듯 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모든 이들의 귀를 쩌렁쩌렁 울렸다. 웬만한 내공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사자후(獅子吼)였다.

‘ 과연 당문의 가주인가?’

이런 생각과 함께 사람들이 잠시 소란을 멈췄다.

자연스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 당갑수에게 집중되었다.

이렇게 당갑수는 일문의 수장답게 사자후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당갑수는 그야말로 당당한 자세로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말했다.

“ 모두들 진정하시고 제 말을 좀 들어주시오, 어제의 벌어진 일은 모두 이 당모가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것에서 비롯되었소이다. 당모는 우선 이점을 먼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이오.”

당갑수는 이렇게 순순히 아들의 죄를 인정하는 듯 말했다.

당갑수가 너무나 쉽게 죄를 인정하자 사람들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당갑수를 바라보았다.

‘ 과연 당문인가?’

사람들은 이런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당갑수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했다.

이런 사람들을 대표해서 검절 최고익이 나서며 말했다.

“ 가주께서 그렇게 순순히 자제분의 죄를 인정하시니 긴말은 하지 않겠소이다. 그렇다면 이제 당사자인 당문영을 이 자리에 불러내어 어제의 일을 소상하게 밝히고 마땅히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옳지 않겠소이까?”

최고익의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했다.

“ 암, 그래야하지 그래야하고 말고.”

사람들의 호응에도 최고익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당문이 이번 사천성 무림대회를 주관한 만큼 첫날의 승자 중에 한사람인 묵상이라는 청년의 신변에 관한일은 마땅히 당문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더구나 거기에 당문의 사람까지 관여되어 있으니 당문의 가주께서 그에 따른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심이 온당한 일이라 사료되오이다. 만약 합당한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 모두는 앞으로 계속되는 무림대회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외다.”

당갑수는 가만히 최고익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최고익의 말이 끝나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당갑수의 반응에 최고익 역시 적지 않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들의 일이거늘 이렇듯 태연하게 대처하다니 과연 일문의 수장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뜻인가?’

이런 사람들의 반응과 당갑수의 모습에 진조범은 내심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들을 위해 다른 후계자들까지 제거하고 있는 당갑수가 아들의 죄를 순순히 인정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최고익이 자못 공손하게 당갑수를 향해 말했다.

“ 허면 우선은 자제분을 이리로 불러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당갑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아무래도 무슨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급작스레 돌변한 당갑수의 태도에 최고익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오해라니요, 가주께서는 무슨 뜻으로 그리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당갑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좌중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 계속해서 그대는 마치 제 자식이 이번 일의 흉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불민한 제 자식이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는 것은 이 당모도 인정하는 바이나 그렇다고 제 자식이 흉수는 아니올시다.”

진조범의 예상대로 당갑수가 발뺌을 시작하자 진조범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번졌다.

반면 주변의 사람들은 적지 않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잠시 할 말을 잊은 검절 최고익을 대신해서 창절 윤인환이 나서며 말했다.

“ 설마 이제 와서 발뺌을 하실 생각이란 말씀이오?”

윤인환의 말에 당갑수가 재빨리 화답했다.

“ 발뺌이라니, 그 무슨 당치않은 말씀을?”

이렇게 말하면서 당갑수는 뒤에 서 있는 당천수를 힐끔 쳐다보았다. 당갑수의 신호에 당천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에 준비된 조무진의 시체를 사람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시체와 당갑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시체가 바로 당문영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검절 최고익이 시체의 얼굴에서 정교한 인피면구를 발견하고 시체로 다가가 인피면구를 벗겨냈다.

“ 육혈검 조무진!”

도절 이정이 조무진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당갑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조무진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니 이야기가 한결 편하겠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어제의 일은 조무진이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제 아들을 사칭해 벌인 것이오이다.”

검절 최고익이 당갑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 지금 그 말을 우리에게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말씀이오?”

당갑수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확실히 어제의 승자 중에 한 사람인 묵상에 관한일은 이번 무림대회를 개최한 우리 당문이 마땅히 신경을 써야 할 일, 더구나 귀하의 말처럼 그 일에 당문의 사람이 연루되어 있으니 의당 이 당모가 제대로 그 사실을 규명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해서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서 지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거늘 여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소이까?”

검절 최고익이 뭐라 말하려는 순간 당갑수가 최고익의 말을 막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 정히 그리 의심이 되신다고 하시니 또 다른 증인을 부를 수밖에요.”

이렇게 말하면서 당갑수가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당갑수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에서 당기상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당기상을 확인한 도절 이정이 또한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 당공자!”

당갑수가 당기상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

“ 기상아, 어제 네가 본 일을 사실 그대로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거라.”

당갑수의 요구대로 당기상은 어제 그가 보았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어제 자신이 진조범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으며, 술자리가 파하는 늦은 시각 조무진이 당문의 후문을 이용해 들어오는 광경을 목격했음을 진술했다.

당기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갑수는 평소 조무진이 아들 당문영과 친분이 있었음을 이용해 아들의 방에서 당문의 암기를 훔쳤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분을 위조하기 위해서 인피면구를 제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당갑수는 조무진이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 생각이었으며, 묵상이 자신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자 미연에 묵상을 제거하려했다는 동기까지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흉악한 조무진 따위의 인물과 어울리는 아들을 막지 못한 자신의 불찰을 다시 한 번 사람들 앞에 사과하며 당문영 역시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진조범은 이런 당갑수의 달변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불과 하룻밤사이에 이런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이것만으로도 당갑수가 평소 얼마나 야비하게 그의 행적을 감춰왔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어째서 당기상이 절대로 당문영에게만은 당문의 가주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지 그 까닭까지도 짐작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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