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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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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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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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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월야공자 제23화--1

DUMMY

제23화 보았는가?


잔뜩 인상을 찡그린 당기상이 입에 물었던 음식을 조용히 뱉어냈다.

당기상은 장난 섞인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이런, 두 분 귀인을 모셔두고 이렇게 대접이 소홀해서야, 제가 두 분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으니...........”

진강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당기상과 진조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이 사람 기상이, 이렇게 좋은 술이 있는데 안주가 뭬 그리 중요하겠는가? 안주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대신하면 되지 않겠는가?”

말하는 동시에 진강의 눈빛이 번뜩였다.

진조범과 당기상 역시 이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진강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개방의 장로인 진강이 이곳 사천성을 찾은 까닭은 사천성 무림대회를 통해서 과연 사천무림이 검마맹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또한 바로 오늘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진강은 당기상은 물론 진조범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진강은 당기상을 통해 동생의 부고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이후 몇 차례 당기상을 방문했다.

최후까지 동생과 함께 했던 동료에게 동생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두 사람의 친분은 돈독해졌고, 또한 서로가 뜻을 나누기 시작했다.

진조범이 채문범에게 패해 누워있는 2달 동안 두 사람에게 있었던 일이었다.

또한 진강은 이미 동생인 진승의 보고를 통해서 진조범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진강의 동생 진승은 죽기 전 보고서에서 진조범을 이렇게 평하고 있었다.

“ 아직은 가진바 역량이 부족하나 위기를 넘기고 제대로 성장한다면 능히 천하의 판세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재임.”

이것이 동생 진강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때문에 진강은 결코 진조범에 대해서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기상 역시 죽은 동생과 마찬가지로 진조범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조범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진강은 누구보다 이를 안타까워했다. 헌데 죽었다던 진조범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당기상이 이 소식을 진강에게 전했다.

죽은 동생과 아끼는 후배가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진조범, 한번쯤은 직접 진조범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직접 진조범을 대면한 진강은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었다.

진강이 생각건대 당기상은 물론 진조범도 아직은 미완의 대기였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 나갈는지는 오로지 하늘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진강은 오늘 이 자리에서 강호에 먼저 발을 들인 선배 된 입장에서, 앞으로 두 사람이 올바른 시각으로 세상을, 중원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진강은 천천히 술 한 잔을 들이키며 이렇게 운을 땠다.

“ 두 사람은 혹시 마교(魔敎)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있소이까?”

진강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에 관한 이야기는 무림에서 내려오는 괴담과도 같은 것이었다.

기록상 마교의 마지막 출현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이었다.

당연히 실제로 마교도를 직접 마주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림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아니 설사 무림에 몸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 마교의 등장은 곧 무림의 엄청난 재앙을 의미했다.

또한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항상 그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물론 진조범과 당기상도 단지 그 이름만을 들어보았을 뿐이었다.

진강이 이렇게 갑작스레 마교를 언급하자 당기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 설마 다시 마교가 준동하는 조짐이라도..........”

진강이 이를 부인하며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진강의 태도에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진강을 바라보았다.

마교의 재등장을 알리는 조짐이 없다면 대체 왜 진강이 불현듯 마교의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진강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두 사람은 500년 전 마교(魔敎)의 마지막 제3차 발호가 있었을 당시 그로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으리라 생각하는가?”

역시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의당 대답이 필요한 법이었다.

당기상이 가볍게 술 한 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 글쎄요, 세상을 그토록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10만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당기상의 대답에 진강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조범은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무런 대답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진강은 진조범의 한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입을 열지 않는 것, 이것만으로도 진조범이 검마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조심스러운 생활을 해왔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진강은 이 단순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진조범이 겪었을 고초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 본방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마교의 등장으로 죽어간 무림인의 숫자는 3만에 불과했다고 하네.”

이에 당기상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진강을 바라보았다.

“ 강이 형님, 3만이나 되는 사람을 어찌 불과라 하십니까?”

진강이 역시 이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물론 큰 희생이었지, 더구나 당시의 3만은 중원무림의 모든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네, 마교의 등장과 동시에 구파일방을 비롯한 오대세가는 물론이거니와 사도무림과 소속이 없는 낭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중원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이 3만속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그러자 진조범이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헌데 어이해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렇게 이유를 묻는 진조범을 향해 진강이 물었다.

“ 진공자, 그렇다면 그대의 생각으로는 당금 무림에서 1년 사이 죽음을 당하는 무림인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진조범이 역시 쉽게 대답하지 않자 진강의 시선이 자연스레 당기상에게 향했다.

당문에서 자란 당기상이 당문을 벗어난 것은 진조범이 있던 청해성이 고작이었다.

진조범 역시 서안에서 점소이를 하다가 청해성의 검마맹에서 보낸 세월이 전부였기에 중원 전반에 대한 자세한 사정을 제대로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이런 두 사람에게 정확한 답변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두 사람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진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 본방의 조사에 따르면 매해 거의 3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하네.”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진강을 바라보았다.

우선 3만이라는 사람들의 숫자에 놀랐다. 그리고 이를 어림짐작으로나마 추산할 수 있는 개방의 정보력에 또한 놀랐다.

개방이 아니라면 어디가 있어 이런 중원 전역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겠는가?

놀라는 두 사람을 향해 진강이 계속해서 말했다.

“ 죽어가는 사람들이 비록 뛰어난 고수는 아니지만 무기를 손에 쥐고 무림으로 뛰어든 이상 그들 역시 무림인일터 어찌 마교를 상대했던 고수들의 목숨과 이들의 목숨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중원무림은 매해마다 마교의 침공을 받고 있는 상황과 하등 다를 것이 없지를 않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진강의 표정은 다소 격앙되어 있었다.

두 사람 역시 이에 동의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비록 중원의 정세가 혼란하다고는 하지만 한 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계속해서 진강이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 그대들은 지난 10년 사이 무림인들의 희생이 가장 적은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역시 두 사람이 답을 내기에는 곤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당기상은 자연스레 소림을 떠올렸다.

“ 아무래도 소림이 있는 하남성이 아닐는지요.”

진조범도 이에 동의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두 사람의 대답은 곧 무림에서 소림의 위상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강은 이런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틀렸네, 그곳은 다름 아닌 검마맹이 위치한 신강과 청해성 일대일세. 이것은 얼마 전 검마맹에 불었던 후계자들의 내란으로 인한 피해를 포함한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일세.”

두 사람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진강을 바라보았다.

진강이 이런 두 사람을 향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 부디 천하를 넓게들 보시게. 그리고 큰 뜻을 세우시게, 나는 두 사람이 훗날 나의 적으로 그것도 가급적 강력한 적으로 다시 만났으면 하는 염원을 가지고 있다네.”

두 사람이 동시에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 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진조범의 눈에는 한순간 진강이 더없이 크게 보였다.

진강은 지금 두 사람에게 중원을 도모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개방의 일원인 진강에게 이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진강은 이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강이 왕신림을 언급한 것은 패도를 언급한 것이었다.

설사 패도의 길을 걷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혼란한 중원의 정세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광경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진강은 전국시대에 시황제가 걸었던 길을 두 사람에게 권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이런 진강의 이야기가 좀처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진강 역시도 이런 두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문조차도 또한 일신의 안위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두 사람이었기에 지금 당장은 당연히 무리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먼 훗날이라도 두 사람이 자신이 말한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달아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세 사람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사람은 역시 진강이었다.

“ 그건 그렇고 언제쯤 국수를 먹게 되려는가?”

진조범이 살짝 얼굴을 붉히자 당기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저야 진공자가 처남이 되어준다면 더 없이 기쁜 일이겠으나 아무래도 비연이 그 아이가 진공자의 눈에 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당기상이 씁쓸한 표정으로 당비연의 요리들을 바라보았다.

진강이 이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하긴 웬만한 미식가가 아니고서야 당소저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이런 진강의 농에 세 사람이 동시에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가며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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