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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작품등록일 :
2012.09.24 12:55
최근연재일 :
2016.12.22 04: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0,197
추천수 :
136
글자수 :
42,755

작성
16.10.25 01:22
조회
454
추천
6
글자
7쪽

발화 (2)

DUMMY

“꾸에에에엑”

초코바를 괜히 먹었나보다. 승민은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배가 출발하고 겨우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멀미를 시작했다. 초코바를 먹어선지 시커먼 토사물을 몇 번이고 게워냈다.

“괜찮아?”

시아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으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승민은 괜찮다며 손을 들어보였다.

“여전하구나. 멀미 심한 건.”

시아가 손수건을 건넸다.

“그래도 이젠 버스 멀미는 안 해. 배는 처음이라 그런 거야.”

승민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행이네. 버스는 잘 타니까.”

시아는 마치 어린 남동생을 대하듯이 웃으면서 승민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러자 승민은 그만하라며 시아의 손등을 가볍게 쳐냈다.

“근데 너 안 바빠? 이렇게 여행 올 여유가 있는 거야? 이번 여름 내내 빡세게 연습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내년에 앨범 낸다고 했잖아.”

승민이 손수건을 돌려주면서 물었다.

“기억력도 좋네. 일정이 조금 타이트하긴 한데 나도 좀 쉬고 싶어서 실장님께 부탁을 드렸어. 며칠만 다녀오겠다고. 대신 돌아가면 그때부터 정말 스파르타식으로 연습해야겠지. 보컬 트레이닝도 받아야하고.”

시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든 쉬운 일은 없구나. 너도 열심히 하네. 나도 분발해야겠는걸. 으랏차.”

승민이 중얼거리듯이 말하고는 난간을 붙잡고 기합을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한바탕 게워냈더니 몸이 한결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고개를 돌려 웃는 얼굴로 시아를 쳐다봤다.

“내 친구가 가수로 데뷔한다니 뭔가 실감이 잘 나지 않네.”

“나도 아직 먼 훗날 이야기처럼 느껴져.”

“힘들진 않고?”

“뭐 그냥.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생긴 거랑 다르게 멘탈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승민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내가 생긴 게 어때서?”

“뭘 그리 정색해. 나쁜 의미로 말한 거 아냐. 여리여리하게 생긴 애가 멘탈은 강철 같아서 하는 말이니까.”

그때 시아의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났다.

장석이었다.

시아도 결코 작은 키가 아닌데도 뒤에 서니 바위 같은 얼굴이 시아의 정수리 위로 불쑥 올라왔다.

“여기서 뭐 하냐, 둘이서.”

장석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남이사 뭘 하든 뭔 상관?”

시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니, 나는 그냥, 그게 그러니까······.”

장석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고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인근 학교 일진들도 상대하기 꺼려하는 싸움꾼이지만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는 수줍음 많은 사춘기 소년에 불과했다.

승민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너는 뭐가 웃기냐?”

불똥이 승민에게 튀었다. 장석은 무안함을 떨쳐내려고 승민에게 역정을 냈다. 평소라면 얼른 입을 다물고 사과했겠지만 옆에 시아가 있어선지 승민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계속 쪼갤래?”

장석이 으르렁거렸다.

찰싹. 시아가 꼬맹이를 다루듯 장석의 팔을 때렸다.

“못 써. 친구한테 왜 그러니? 네가 깡패야?”

“미안.”

장석은 금세 순한 양처럼 바뀌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사과했다. 시아가 눈짓으로 승민을 가리켰다.

“나 말고, 승민이한테 사과해야지.”

장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순순히 시아의 말에 따랐다.

“미안하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승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봐, 좋잖아.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장석은 뭐가 좋은지 얼굴을 붉히며 바보처럼 헤헤, 하고 웃었다.

‘천하의 고장석도 최시아 앞에서는 순한 양이네.’

승민은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선실에서 대승이 심각한 얼굴로 나왔다.

“야야, 너희들 폰도 안 터지냐? 게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먹통이다.”

대승의 말에 승민은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액정 맨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표시가 떴다.

“정말이네?”

다른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어? 내 폰도 안 터져. 큰일 났네. 실장님이 수시로 확인전화 한다고 했는데······.”

시아가 난감하다는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장석도 스마트폰을 꺼내보더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을 껐다 켜 봐도 마찬가지였다.

“왜들 그래?”

조타실에서 삼촌과 이야기를 나누던 기영이 고개만 내밀고 무슨 일로 소란을 피우냐고 물었다.

“전화가 안 터져.”

“전화가?”

기영이 고개를 갸웃하고 되물었다.

“어. 방금 전까지 잘만 터졌는데 갑자기 먹통이야. 다른 애들 것도 그렇고. 아마 너도 마찬가지일걸?”

승민이 직접 확인하라며 기영에게 스마트폰 액정을 보여주었다. 기영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네. 삼촌, 섬에서 전화 안 터져요?”

“아니?”

“봐요. 전화가 먹통이에요. 애들 것도 그렇고.”

규철은 그럴 리 없다면서 바지 뒷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에도 이런 적 있어요?”

기영이 물었다.

“아니, 한번도. 거 참, 이상하네. 기지국을 설치한 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문제를 일으키지.”

규철이 고개를 저었다.

“태풍 때문인가.”

승민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하늘을 쳐다봤다.

“태풍이 온다고 했어? 정말?”

시아가 자기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아이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장식과 대승은 자기들도 잘 모른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응. 그것도 슈퍼태풍이랬어.”

승민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꾸했다.

“도착하면 아버지한테 전화부터 드려야하는데.”

기영이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유선이 있으니까 전화 드리면 돼.”

규철이 조카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때 먼 바다에서 빚이 번뜩이더니 요란하게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수평선 위로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뇌우를 뿌리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맹수처럼 거칠게 포효하며 어선을 뒤쫓고 있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바람도 갑자기 거세진 느낌이었다.

벼락이 바다를 때릴 때마다 시아는 감전된 것처럼 몸을 움찔했다.

장석도 긴장했는지 입을 다물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대승은 겁에 질려 아예 선실로 도망가 버렸다.

“속도를 내야겠다.”

규철이 조타실로 돌아왔다. 바다는 변덕이 심해서 언제 심술을 부릴지 모를 일이다. 규철은 속도를 올리고 키를 잡았다. 낡은 어선이 크게 용트림을 하더니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갑자기 왜 이러지······.”

규철은 여전히 먹통인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보더니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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