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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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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작품등록일 :
2012.09.24 12:55
최근연재일 :
2016.12.22 04: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0,191
추천수 :
136
글자수 :
42,755

작성
16.10.17 03:00
조회
1,617
추천
26
글자
4쪽

프롤로그

DUMMY

기영은 조용히 눈을 떴다.

어둠이 내려앉은 검은 바다가 장막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너울이 뱃머리를 두드리는 충격이 발바닥으로 묵직하게 전해졌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얼굴을 때렸다. 덕분에 막 잠에서 깬 것 같았던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의식이 또렷해지자 이번에는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기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허벅지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 정도로 금세 진정되진 않지만 효과는 있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다 괜찮아질 거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음속 목소리가 속삭인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배를 돌리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다.

이대로 섬으로 돌아가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분명히 그 아이에게 약속했다. 반드시 구해주겠다고. 불현듯 목에 건 자그마한 십자가 목걸이가 천근처럼 무거워진다.

‘화영아, 조금만 기다려.’

기영은 가만히 십자가를 쥐었다. 목걸이의 주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끔찍한 지옥에서. 무모하고 어리석은 생각일수도 있지만 꼭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설령 최악의 결과를 맞더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았다.

“기영아, 저기······.”

승민이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조타실에서 나왔다.

기영은 승민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저 너머에서 불길한 기운을 담은 거뭇한 실루엣이 떠올랐다.

그것은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섬이었다.

“엔진을 꺼, 불도.”

기영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다?”

승민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기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승민은 잠시 주저하다가 엔진과 조명을 껐다. 하지만 승민의 얼굴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영 마뜩치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감히 기영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다. 비록 친구 사이이긴 해도 둘의 역학관계는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승민은 불만을 누르고 기영을 흘끗 쳐다봤다.

기영은 조용히 섬을 응시하고 있었다.

“괜찮을까?”

승민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누군가가 저 깊은 어둠 속에 숨어 엿듣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척 조심스러웠다.

“여기서부터는 밀물을 타고 가면 돼. 그리고 잘못하다가 ‘그것’들이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섬에 오르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죽을 수 있어.”

기영의 말에 승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

그것들,

그것들이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사이에 두 사람을 태운 작은 동력선은 밀물에 실려 천천히 섬으로 다가갔다. 아주 느릿하게, 하지만 둘이 느끼는 체감 속도는 그보다는 훨씬 빨랐다. 마치 제트 엔진이 달려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 거뭇한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섬이 시시각각 거대해진다.

두려움 때문인지 두 사람의 눈에는 섬 전체가 기분 나쁘게 수축하며 숨을 내쉬고 있는 것 같았다.

“싫어!”

순간, 알 수 없는 기운에 압도된 승민은 자신도 모르게 계기반에 손을 올렸다.

“새끼야, 뭐하는 짓이야!”

깜짝 놀란 기영이 황급히 제지하려고 했지만, 승민의 손이 더 빨랐다. 거의 기계적으로 엔진을 켰다.

번쩍!

동력선이 침묵을 깨고, 불을 환하게 밝히며 으르렁거렸다.

“멍청아!”

기영은 승민을 조타실에서 끌어내고 황급히 시동을 껐다. 그러고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섬을 쳐다보았다.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다행히 들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영과 승민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였다.

두 사람의 귓전에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초대장이었다.


까드드득!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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