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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어 님의 서재입니다.

이안(Due Cuori)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온어
작품등록일 :
2016.09.25 13:23
최근연재일 :
2017.03.29 02: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744
추천수 :
9
글자수 :
109,729

작성
17.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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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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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부 6화 이초(離初) 1

DUMMY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사내는 휘파람을 부르며 말뚝에 묶어둔 새끼줄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각종 물건과 더불어 생김새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마차 안에 실린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는 울룩불룩한 힘줄을 드러내며 말고삐를 꽉 조였다. 그때, 사내에게로 크고 작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이 마차는 어디로 가는 거지?”



가장 키가 큰 사람이 앞으로 나와 사내에게 물었다. 그는 후드를 푹 눌러쓴 이 수상한 자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케스피로 가는데, 왜 묻는 거요?”



그러자 뒤에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 로브 자락 사이로 손을 꺼냈다. 그리고 그의 손안에 은화 네 개를 쥐여주었다. 그는 손안에 든 것을 확인했다.



“거기까지 우릴 데려다줄 수 있소? 그건 선금이오.”



사내의 얼굴이 눈에 띠게 밝아졌다. 그는 얼른 돈을 주머니에 넣고 두 손을 모아 몸을 굽실거렸다.



“아이고, 나리. 당연합죠. 이, 이쪽으로 들어가심 됩니다요!”



그들은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갔다. 귀족과 같은 말투인 남자는 키가 가장 작은 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편히 갈 수 있어서 다행이오.”


“그러게. 걸어가면 하루 꼬박 걸린다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처음에 입을 열었던 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나약한 인간이나 그러지. 우린 뛰어가면 반나절도 안 걸린다고.”



그러자 다른 세 명이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한꺼번에 시선을 받은 그는 몸을 움찔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되레 큰소리를 쳤다.



“뭐, 뭐! 왜!”



일행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후드로 가려져 입이 열리는 줄도 모르게 한 음성이 낮게, 하지만 모두가 들리도록 그들 주위를 돌았다.



“텔레포트도 못하는 주제에.”



이 연타를 받은 그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텔레포트가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냐! 그건 최고위 마법이라 단신으로는 실행할 수 없는 거라고오!”


“누가 뭐래?”


“야, 야!”



여자가 남자를 무시한 채 마차 안으로 휙 들어가 버리자 그는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기분이 들어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는 이를 뿌득 갈며 여자가 들어간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저 망할 년이······!”



마차에 쳐진 천막을 걷어내려던 남자는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정확히는, 그가 떼려던 발아래의 땅이 솟아올라 그의 발에 엉겨 붙어 버려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한 늘씬한 실루엣이 후드 밖으로 손을 내밀어 긴 손톱을 허공에 긋자 금빛 마법진이 나타나 은은하게 빛을 내뿜었다. 붙잡힌 남자가 혀를 차는 사이, 남아 있던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이라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니어서 잘 모르는 것뿐이니 그대가 이해해주시오.”


“나도 알아, 안다고! 근데 저게 말을 밉살맞게······!”



그때 후드 사이로 레토의 표정이 보여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나 참, 그렇게 부드럽게 웃고 있으면 이쪽이 바보가 된 것 같잖아.



“아, 알았어. 알았다고.”



노테가 고개를 휙 돌리자 그를 붙잡고 있던 애스투트의 마법이 풀렸다. 그는 잠시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다가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레토와 애스투트도 안으로 들어갔다.



“왜 이제야 들어와? 여기 앉아.”



앉아 있던 이라가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신의 옆을 탁탁 쳤다.


마차 안은 매우 비좁았다. 고급스러운 상자들은 철장 안에 넣어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외에도 잠금장치가 모두 되어 있는 나무상자들이 마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랬기에 마차의 입구 쪽에만 겨우 몇 사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차 안에는 이미 몇 사람이 앉아 있었다. 종이를 펄럭거리며 무언가를 바쁘게 작성하고 있는 사람과 그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거는 사람은 이 마차와 관련된 사람인 듯 상자 위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이라 일행들처럼 후드를 뒤집어쓴 채 한쪽에 기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이라가 앉아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라 옆으로 노테가 앉고 그 옆으로 레토가 앉자 마지막에 들어온 애스투트는 그 반대편에 앉았다. 그러자 상자 위에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얼굴이 새카만 흑인 남자가 마차의 벽을 두 번 두들겼다.



“아저씨! 출발!”



그리고 잠시 후 마차가 덜컹거리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화물칸에 별다른 문이 없었기에 바깥쪽에 앉은 레토가 바로 옆에서 불안하게 펄럭거리는 천막을 보자 노테는 이라 쪽으로 조금 당겨 앉으며 레토를 자신의 옆으로 바짝 끌어다 앉혔다. 창밖의 풍경이 마을에서 평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라는 작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시작이네.”


“기분이 이상하지 않소?”



고개를 돌리자 레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대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으음······. 글쎄, 조금?”


“그대를 보니 내가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때가 생각나는구려. 참···이상했지. 그 기분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오.”



레토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라는 그의 탄식에 찬 목소리에서 그 표정까지 연상되었다. 그녀는 일순간 숙연해져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동안, 레토는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이 분위기를 돌려놔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입을 열려던 순간, 큰 목소리가 마차 안을 크게 때렸다.



“오! 거기 꼬마 아가씨!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가?”


“······.”


“······.”



마차 안에 조금 전과는 또 다른 정적이 흐르고, 어리둥절하게 서로를 바라보던 일행들은 일제히 이라를 보았다. 그녀는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며 자신을 가리켰다.



“저, 저요?”


“그래, 아가씨~ 이름이 뭐야? 목소리가 예쁜 게 얼굴도 예쁠 것 같은데, 그 답답한 후드는 벗는 게 어때? 실내잖아~”


“어······.”



이라는 그 속사포 같은 말에 입을 떼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상자 위에 앉아 있는 흑인 남자가 하얀 이를 내보이며 활짝 웃고 있어 그 모습이 해맑아 보이면서도 자세가 거만해 결코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라는 그 낯선 이의 참견이 익숙하지 않아 그의 수상한 의중을 파악하려고 하기도 전에 먼저 손이 움직여 후드를 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찰나, 옆에 앉아 있던 노테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뭐하는 짓이냐, 너.”


“어, 어?”



노테는 얼굴을 이라에게 바짝 붙이며 속닥거렸다.



“너 이 마을 영주 딸이잖아. 이 중에 네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리고 네가 벗으면 우리도 벗으라고 할 거 아냐, 멍청아.”


“아······. 미안.”


“어휴, 둔팅이.”



노테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 한심하다는 반응에 이라는 발끈해 얼굴이 붉히며 그에게 한소리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또다시 요란스러운 음성이 울려 불발에 그쳤다.



“이야~ 분위기 좋은데? 내 거는 남들에게 함부로 보일 수 없다, 뭐 그런 건가~?”



정말 쓸데없이 참견하길 좋아하는 남자다. 노테는 썩을 대로 썩은 표정으로 험상궂게 얼굴을 굳힌 채 그녀의 손을 팍 던지며 말을 씹듯 내뱉었다.



“좋을 대로 생각해.”



내 거는 무슨.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그 말 뒤로 낮게 읊조린 음성은 옆에 붙어 앉아 있던 레토만이 들을 수 있었다. 레토는 노테를 힐끔 보았지만, 그는 어느새 평소와 같은 약간 신경질적인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으하하! 좋을 때군, 좋을 때야. 난 셰스 체르시안, 편하게 셰스라고 불러. 저~ 북쪽 사막에서 태어난 떠돌이 용병이지. 만나서 반가워!”


“아, 네······.”



지나치게 밝아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이라는 불편한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 표정은 후드로 가려져 셰스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떠들었다.



“근데 나만 자기소개 하는 거야? 다들 한마디씩 해달라고! 그 정돈 가능하잖아~ 응?”


“쯧.”



노테가 그의 끈질김에 혀를 찼다. 마차를 지키는 처지에서 자신들의 신원을 확실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지나치게 집요했다. 마치 이라 일행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직설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은근슬쩍 반응을 유도하는 말장난은 당하는 쪽에서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대충이라도 반응해주던 이라도 쉬이 입을 열지 않고 있을 때, 조용히 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도 용병이오. 잘 부탁하오.”


“호오~ 이름이?”


“···오텔 엑시드라고 하오.”



이라는 몸을 움찔했다가 티 나지 않게 몸가짐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스스로 정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애스투트가 알려준 레토의 가명이었다. 하마터면 이상한 낌새를 보일 뻔해 이라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사이, 셰스는 레토를 계속해서 추궁해갔다.



“오텔 엑시드? 미들네임은?”


“없소. 난 평민이오.”


“흐음~? 그으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토에게 다가갔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그는 흔들림 없이 잘도 걸어갔다.



“암만 봐도 귀족인 것 같은데. 평민이라고?”


“그렇소.”


“흐으음?”



셰스는 가만히 서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하지만 여러 날을 견뎌낸 후줄근한 로브는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 고요하지만 불안한 정적이 흘렀고, 노테는 순진하게 입을 연 레토를 나무라듯 흘깃 쳐다보았다. 다만 그는 애스투트와 눈빛을 교환하고 만일을 대비해 각자의 검 손잡이를 조용히 손으로 쥐었다.


덜컹.


순간 마차가 크게 들썩거리자 모든 사람이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서 있던 셰스는 넘어질 듯 몸을 앞뒤로 휘청거렸고, 레토의 후드가 살짝 흔들려 화사한 금발 끝자락이 후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순간, 셰스가 왼발을 굴러 단숨에 그와 거리를 좁혔다. 좁은 마차 안에서 성인남성인 그가 뻗은 손은 후드에 거의 닿을 듯이 다가왔고 그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레토는 피하지 못하고 손이 다가오는 것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워워, 진정들 하라고.”



셰스의 목에는 서슬 퍼런 검 두 자루가 닿아 있어 후드를 사정없이 들추려던 그의 손은 결국 미수에 그쳤다. 그는 레토에게 뻗던 손을 거두어 머리 위로 들었다.



“으악!”



그때 상자 위에 앉아 있던 또 다른 남자가 요란하게 넘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새파래진 표정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그의 표정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이, 이종족! 이종족이다!”



노테는 바로 옆이라 무관했지만, 앞으로 급하게 튀어나간 애스투트의 후드는 마차의 덜컹거림과 함께 뒤로 젖혀져 있었다.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인간이 아닌 것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한 정도였다.


그러자 그때까지 가만히 바닥만 보고 있던 남자가 스윽, 고개를 들었다. 그의 죽은 두 눈동자에 애스투트의 여우귀가 들어오자 눈빛이 형형하게 바뀌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거친 살기를 내뿜으며 검을 빼 들어 그녀에게 휘둘렀다. 그 검을 뒤늦게 발견한 애스투트는 얼른 단검을 든 손을 들어 올리며 몸을 뒤로 뺐지만,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챙!


애스투트는 자신의 바로 앞에서 난 금속성에 눈을 떴다. 그러자 보기만 해도 묵직해 보이는 커다란 검과 그 앞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얇은 검이 서로를 맞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빠, 빨리 피해요······!”



이라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의 팔은 금방이라도 검을 놓을 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말에 애스투트가 얼른 몸을 피하자 사내는 검을 회수해 다시 그녀를 겨냥했다. 하지만 이라는 그의 검에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애스투트도 검을 인지한 이상 피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방해하지 말게!”



사내는 이라의 검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자 그녀는 버티지 못하고 점점 밀렸다. 하지만 오기가 생긴 이라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아저씨가 먼저, 윽, 시작했잖아요!!”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검에서 쩌적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니,



“앗!”



한순간에 부러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2부,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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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부 6화 이초(離初) 2 +1 17.03.29 81 1 15쪽
» 2부 6화 이초(離初) 1 17.03.25 127 0 13쪽
16 1부 후기 17.03.23 121 0 5쪽
15 1부 5화 또 다른, 시작(2) 17.03.18 213 0 12쪽
14 1부 5화 또 다른, 시작(1) 17.03.15 174 0 13쪽
13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5) 17.03.08 96 0 10쪽
12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4) 17.03.05 760 0 15쪽
11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3) 17.03.01 137 0 15쪽
10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2) 17.02.25 157 0 13쪽
9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1) 17.02.07 155 0 12쪽
8 1부 3화 그렇게, 만남(4) 17.02.04 187 0 12쪽
7 1부 3화 그렇게, 만남(3) 17.02.01 738 1 12쪽
6 1부 3화 그렇게, 만남(2) 17.01.28 156 1 16쪽
5 1부 3화 그렇게, 만남(1) 17.01.25 217 1 13쪽
4 1부 2화 그리고, 적응(2) 16.10.05 192 1 18쪽
3 1부 2화 그리고, 적응(1) 16.10.02 295 1 17쪽
2 1부 1화 마침내, 시작(2) +4 16.09.28 255 1 15쪽
1 1부 1화 마침내, 시작(1) +4 16.09.25 684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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