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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어 님의 서재입니다.

이안(Due Cuori)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온어
작품등록일 :
2016.09.25 13:23
최근연재일 :
2017.03.29 02: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742
추천수 :
9
글자수 :
109,729

작성
16.10.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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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부 2화 그리고, 적응(1)

DUMMY

십여 분이 지나자 시종들이 긴 탁자를 들고 와 이라의 앞에 놓았다. 그리고 뒤이어 한 시종이 카트를 밀며 다가왔다. 그 카트 안에는 뚜껑이 덮인 그릇이 있었다.




“올려놓을까요, 시종장님?”




카트를 밀던 시종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시종들이 탁자 위에 포크와 나이프, 그리고 그릇이 놓일 천을 깔았다. 그리고 시종장이라 불린 남자가 그릇을 천천히 이라 앞으로 내려놓았다. 이라는 그 일의 순서를 모두 지켜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릇을 보았다. 그릇의 뚜껑이 서서히 열렸다.




“맛있게 드십시오, 아가씨. 드시고 계신 동안 다음 요리를 준비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저, 잠시, 잠시만요. 대체 이건···뭐죠?”




그녀의 앞에 놓인 ‘그것’은 본격적으로 식사하기 전에 나오는 스프나 애피타이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문제 이전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곰팡이 낀 늪을 갓 퍼온 듯한 모습은 언뜻 보면 슬라임 같기도 한, 외계생물체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라는 설마 자신에게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주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본능적인 혐오감을 애써 감추고 차분하게 되물었다.




“혹시, 해물···인가요?”



“아뇨, 샐러드입니다.”



‘···이게?’




이라는 멍하니 시종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기 앞에 놓인 그것을 보았다. 이라는 헛웃음을 짓다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할지 모르는 그것에 포크와 나이프를 슬며시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나이프에 힘을 주어 썰었다.



쑤욱.



이라는 마치 브로콜리 몸통을 써는 것 같은, 생각지도 못한 느낌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러다 다시 신중하게 칼질을 했다. 먹기 좋게 썬 샐러드를 포크로 찍은 이라는 일단 냄새를 맡아보았다. 약간 달달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났다. 외향만 빼면 꽤 먹음직스러운 요리였다. 이라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집은 조각을 앙 물었다. 먼저 달달한 샐러드드레싱이 입 안을 가득 메웠다. 천천히 음미하듯 입안에 든 것을 씹어나갔다. 그러자 채소의 독특하고 고소한 향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맛있네?”




이라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시 샐러드 조각을 입에 가져갔다. 겉모습만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향긋함이 재차 느껴졌다. 채소의 겉면에 살짝 발라진 드레싱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채소의 향취를 부담스럽지 않게 감싸주었다. 이라는 요리에서 느꼈던 혐오감을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입술에 묻은 소스까지 남김없이 빨아먹은 이라는 어느덧 비워진 그릇을 내려다보며 진한 아쉬움을 느꼈지만, 별 수 없이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조금 떨어져 있던 시종장이 이라에게 다가왔다.




“맛있게 드셨습니까?”



“네! 정말 맛있었어요. 또 먹고 싶네요~”




이라가 생글생글 웃자 시종장은 하하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 요리를 내오겠습니다.”




시종장이 나가고 이라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 요리를 기다렸다. 솔직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음식이 이렇게나 맛있다니! 음식이 입에 안 맞을까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시종끼리 이야기 중인가보다, 하고 관심을 끊으려 했던 이라의 귀에 한 단어가 박혔다.




“······아가씨는······.”




내 얘긴가?



이라는 이불 밖으로 나와 문가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러자 말소리가 뚜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근데 아가씨 성격 장난 아니었잖아.”



“갑자기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면서! 뭐 잘못 먹고 회까닥 돈 거 아냐?”



“그래도 전보다는 나은데?”



“난 무서워. 저러다 갑자기 더 이상해질 것 같아.”




아무리 들어봐도 자신을 뒷담화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라는 당장 밖으로 나가 훼방을 놓을까 하다가, 이 세계의 자신에 대한 정보를 캐낼 수 있지는 않을까 싶어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아가씨 원래 자길 키우다시피 한 집사님한테도 반말 찍찍 하고 그랬었지?”



“야, 지 엄마한테도 반말하는데 한낱 집사를 존대하겠냐?”



“어찌나 말본새가 더러운지, 저번에 뭐라 했는지 알아? 자길 낳았다고 엄마라도 되는 줄 아냐면서, 한 번만 더 자기 일에 참견하면 죽여 버린다고 했다고!”



“야, 그만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라는 우연찮게 듣게 된 정보에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연기가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의 자신은 냉담하고 입도 험하며 누구와도 친하지 않은 외톨이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라 자신이 그런 성격은 아니며, 이미 밝고 명랑하고 예의바른 딸이자 영애로서 연기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연기를 이어가면 ‘아가씨가 쓰러지시더니 변했다!’라고 알아서들 오해해줄 것이 분명했다. 이라는 이곳에서의 어머니가 자신이 웃으며 말하는 것을 보고 왜 그렇게도 기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시종장이었다. 다른 시종들은 제대로 된 변명도 하지 못하고 시종장에게 한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라는 그 모습이 사뭇 통쾌해서 언짢았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엿듣고 있던 것을 들키기 전에 다시 이부자리로 돌아갔다.



곧 문이 열리고 시종장이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뒤에서는 다른 시종들이 쭈뼛쭈뼛 서 있었다. 이라는 그 시종들의 얼굴을 하나씩 자세히 보며 기억해두려고 애썼다. 그러는 사이, 이라의 앞에는 새로운 요리가 놓이고 이라는 이제 요리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라가 식탁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시종장이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숨겨진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시종장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이라는 쉽사리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그릇에 담긴 것은 죽처럼 생긴 스프였다. 스프에는 곱게 갈린 쌀알과 함께 식감과 감칠맛을 더해주는 참치와 명란이 어우러져 있었으며 매콤한 고춧가루를 넣어 심심할 수 있는 맛을 살린, 꽤나 동양적인 느낌의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겉모습이 가히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마치 밥과 참치, 명란을 따로 먹고 뱃속에서 소화되던 것을 그대로 다시 게워낸 듯한 모습은 이제 막 되살아나던, 이라의 식욕을 완전히 없애버리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방금 전 샐러드 역시 이상하긴 마찬가지였어도 예상외로 뛰어난 요리였기에, 이라는 한 번 더 요리사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라는 일단 한 숟갈을 뜨고 김을 후후 분 뒤, 눈을 질끈 감고 한 입에 먹었다. 그러자 해물향이 이라를 훅 덮쳤다.




“···오!”




먹기 전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해물육수의 시원 칼칼함이 입안을 훑고 지나갔다. 겉보기에는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입만으로 느낄 수 있는 그 깊은 맛에, 이라는 아직 더부룩했던 속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라는 언제 거부감을 느꼈냐는 듯 허겁지겁 그릇을 비웠다.




“후아!”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은 이라는 만족감과 아쉬움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시종장은 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다행히도 입맛에 맞는 모양이시군요.”



“네! 전부 너무 맛있어요. 달고 짜고 매콤한 게 딱 제 취향이에요!”




시종장은 그 말에 미소로 답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고 시종장은 이라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물러났다. 이라는 혹시 다음 요리가 온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히죽 웃을 뻔한 것을 입안을 질끈 물어서 겨우 참아냈다.



그러던 찰나,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머릿속을 맹렬하게 뒤졌다. 그러다가 아차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난···간 센 건 무조건 싫어하는데···?”




이라는 평소 남들이 딱 좋아할 만한 모든 맛을 전부 거북하게 느낀다. 싫어하는 것이 아닌, 아예 먹지 못할 정도로 속이 뒤틀린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먹을 수 있게 되다니······.




“뭐, 엄마보다 훨씬 뛰어난 요리사가 해서 그런가보지!”




맛만 좋으면 그만 아냐? 이라는 곧 생각을 접고 문 쪽을 보았다. 역시나 카트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무슨 훌륭한 요리가 입안을 즐겁게 해줄지, 이라는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곧 이라 앞에는 새로운 요리가 놓이면서 그 형체를 드러냈다.



“다 드시면 후식을 내오겠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흐음.”




이라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요리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외계인의 내장 같았던 샐러드, 누군가가 게워낸 듯한 스프, 그리고 이건······.




“거시기 같아.”




길쭉한 소시지 봉처럼 생긴 그것은 진짜 남자의 성기처럼 한쪽 끝은 둥글고 다른 한쪽 끝은 칼로 잘린 모양이었다. 먹기 좋게 익어서 갈변한 표면에는 알갱이 진 불그스름한 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이라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의 음식은 모두 괴상하게 생겼지만 맛은 아주 뛰어나다고.



이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시종장에게 물었다.




“이게 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 그것은 돼지꼬리를 통으로 쪄낸 요리입니다. 소스는 양념장과 간 돼지고기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돼지···꼬리······. 이라는 허허, 헛웃음을 지었다. 돼지꼬리 주제에 정력에 엄청 좋게 생겼네, 이라는 본인이 생각해놓고도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며 일단 식기를 들었다. 요리는 한식 같은데 식기는 포크와 나이프라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라는 일단 끝을 조금 썰어서 먹었다.



그 순간 소스의 매운맛이 뇌를 강하게 자극하면서 혀가 뒤틀리고 내장이 전부 역류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 이라를 강타했다. 이라는 헛구역질을 느껴 등으로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입을 손으로 급히 막았다. 몸속을 빈틈없이 메운 창자가 뿌드득 뿌드득 억지로 움직이면서 몸을 압박했다. 이라는 그 이질적인 감각에 더욱 헛구역질을 하며 무릎을 세웠다. 식탁이 세게 흔들리면서 그릇이 엎어져 하얀 이불 위에 나뒹굴었다. 그 와중에도 입안에 남은 음식물은 계속해서 이라를 자극했다. 이라는 입에 넣었던 고기조각을 일단 뱉었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이라는 혀를 내민 채 이불을 양손으로 더듬거렸다. 그녀의 눈가가 어느새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물 여기 있습니다, 아가씨!”




이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컵을 겨우 잡아 물을 마셨다.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물이 입 주변으로 흘러내렸다.




“헉, 헉.”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이라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왼손으로 목을 감싼 채 몸을 웅크렸다. 시종들은 엎어진 음식을 치우고 이불을 새것으로 바꾸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라는 위액이 역류하려는 역한 느낌을 억지로 참아내며 어떻게든 미쳐 날뛰는 속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때 시종장이 차분히 이라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라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숨을 크게 쉬십시오, 아가씨. 몸에서 힘을 빼면 좀 나아질 겁니다.”




이라는 시종장이 이끄는 대로 웅크렸던 몸을 천천히 펴고 등을 침대 맡에 기댔다. 시종장이 이라의 머리를 매만졌다. 이라가 시종장을 올려다보자 시종장이 생긋 웃었다.




“이제 좀 괜찮으신가요? 요리를 다시 내오겠습니다.”



“아, 아뇨. 그냥 후식 가져다주세요. 좀 싱겁게 해서요.”



“알겠습니다.”




이라는 시종장에게서 눈을 떼고 크게 심호흡했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부지런히 움직였던 다른 시종들이 물러나고 방 안에는 이라와 시종장만 있었다. 이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아직 나아진 게 아니었구나. 앞으로는 좀 조심해야지.’




이라가 그렇게 다짐할 무렵, 요리의 마지막 단계인 후식이 들어왔다. 후식은 평범한 멜론과 수박이었다. 먹기 좋게 썰린 과일들을 포크로 하나씩 집어먹으면서 이라는 메스꺼운 속을 달랬다.



후식을 다 먹어갈 즈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시종장이 이라에게 양해를 구하고 확인해보니 같은 시종이었다. 그녀는 시종장에게 어떤 말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이라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시종장을 바라보자 그는 곧 이라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것은 바로······.




“남작님께서 찾으십니다.”




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호출이었다.



이라는 시종장의 말에 무슨 말인지 순간 인지가 안 되어 멍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종장의 말을 이해하려 했다. 그러자 이 저택에서 저렇게 불릴 사람은 이 세계에서 자신의 아버지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저택 주인의 딸인 자신을 이렇게 갑자기 찾을 만한 사람은, 딸의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라는 확인 차 시종장에게 물었다. 대신, 최대한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아버지께서요?”



“네. 다 드셨으면 지금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라는 자신의 예상이 맞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겉보기에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곧 만날 생각에 잔뜩 들뜬 딸처럼 보였지만, 이라의 진짜 본심은 많이 달랐다.




‘후후,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보 좀 뜯어내야겠는데?’




이것저것 캐물으면 이상해 보일 테니 조금만 건드리면 노파심에서 여러 가지를 말해줄 상대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가령, 잔소리가 심한 부모라던가.



이라는 곧 있을 중요한 시간이 기대되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이라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복도와 똑같이 생긴 문 여러 개가 이라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라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분명 아빠 방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수상해 보일 거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방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방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




이라는 해맑은 표정으로 얼굴을 가다듬고 발랄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시종장이 이라의 침구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근데 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안내해주세요.”



“아, 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뭐 그런 걸로.”




이라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앞장서는 시종장의 뒤를 따라갔다.




“남작님께선 지금 집무실에 게십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서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류에 대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아까 왔다간 시종이 알려주더군요. 조금 심각한 문제인가 봅니다.”



“아, 네. 명심할게요.”




시종장이 이라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면서 복도 끝으로 갔다. 복도 끝에는 내려가는 계단만 있었다. 이라는 침실의 위치를 확실히 기억해두고 시종장을 따라 계단으로 내려갔다. 몇 번 다른 시종과 마주쳐 인사를 받으며 일 층까지 내려가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조가 나왔다. 이 층부터는 복도가 반대편까지 이어진 단순한 구조였지만, 일층은 다른 층보다 복도가 짧았고 그 복도 끝에는 다른 문보다 더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문이 있었다. 이라는 시종장이 그쪽으로 걸어가자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이라는 점점 가까워지는 문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종장이 가던 길을 멈추었다. 이라는 깜짝 놀랐지만, 순발력으로 시종장과 부딪치려는 몸을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시종장이 이라를 돌아보았다.




“다 도착했습니다.”



“아, 네. 다 왔네요.”




그런데 시종장이 이상하다는 듯 손으로 턱을 짚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이 방을 지나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이상하군요. 아가씨께서 집무실 위치를 모르실 리는 없고······.”




시종장이 이라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이라는 시종장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식은땀이 났지만, 애써 티를 안 내며 웃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뭐, 제가 기억이라도 잃었다는 말인가요?”



“네.”



“······!”




이라는 너무나 명료한 시종장의 말에 티가 날 정도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시종장의 얼굴을 넋 놓고 보았다. 이라의 머릿속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모면할 수 있을까 하는, 대답 없는 물음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본격 판타지 먹방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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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부 5화 또 다른, 시작(2) 17.03.18 213 0 12쪽
14 1부 5화 또 다른, 시작(1) 17.03.15 174 0 13쪽
13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5) 17.03.08 96 0 10쪽
12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4) 17.03.05 760 0 15쪽
11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3) 17.03.01 137 0 15쪽
10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2) 17.02.25 157 0 13쪽
9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1) 17.02.07 154 0 12쪽
8 1부 3화 그렇게, 만남(4) 17.02.04 18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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