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온어 님의 서재입니다.

이안(Due Cuori)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온어
작품등록일 :
2016.09.25 13:23
최근연재일 :
2017.03.29 02: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737
추천수 :
9
글자수 :
109,729

작성
17.02.25 19:37
조회
156
추천
0
글자
13쪽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2)

DUMMY

이라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무리 파티가 밤에 있다곤 해도 그 전부터 인사들이 도착하기 때문에, 프리모가의 무남독녀인 이라는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얼굴을 비쳐야 했다. 그렇게 끌려다니던 그녀는 저녁때가 다 돼서야 겨우 쉴 시간이 났다.



하지만 그녀가 방에 들어와 의자에 앉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발리아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네.”




정말이지, 쉴 틈을 안 주네.



문이 열리고, 발리아는 손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들고 들어왔다. 그 뒤로는 시종들이 손에 각종 상자를 들고 발리아를 뒤따랐다. 그녀는 이라 앞에 다가와 섰다.




“아가씨, 파티 갈 준비하셔야죠!”




발리아는 눈에 띄게 들떠 보였다. 어제 이라가 고른 옷을 보고 실망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왜 그렇게 들떴어요, 발리아?”



“그야아~”




그녀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녀 주변에 서 있는 시종들도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라는 기분이 묘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요?”



“이번 파티에서 아가씨의 부군님을 만나실 수도 있잖아요!”



“잠깐, 부, 부군?!”




이라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어이가 없다 못해 당황한 이라를 보며 시종들은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더욱 놀리기 시작했다.




“맞아요, 아가씨~ 한번 잘 살펴보세요!”



“이번 파티 초대장을 여기저기 뿌린 이유도 다 아가씨 때문이라고요!”



“맞아, 맞아. 들리는 말로는 혼담이 오가기도 했다는데에?”



“우리 아가씨 다 크셨네? 이제 시집갈 나이도 되시고~”



“그, 그만해!”




이라는 시종들의 끈질긴 놀림을 뿌리치고 옷방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준비 안 할 거야? 빨리들 들어와!”



“네네~”




시종들은 여전히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그 이상으로 이라를 놀리지는 않았다. 저 가시 많은 주인이 정말로 토라지면 고생하는 것은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얌전히 그녀를 따라 들어가 본격적인 파티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뒤로 이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 시종들에게 단장 당했다. 그렇게 그녀는 한 시간 동안이나 꼼짝도 못 하고 있으면서 그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발리아가 가져온 시나몬 쿠키를 먹으면서 시종들과 수다를 떨었다.



모든 단장이 끝나고 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주위에서는 시종들이 너무 예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제는 그렇게 실망했으면서.”




말투는 까칠해도 기분은 좋은지, 이라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검은 머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상체에는 덧대어진 살색 비단 위로 화려한 무늬가 그려져 있고, 하체는 레이스가 아닌 천이 여러 겹으로 비스듬히 덧붙여져 풍성해 보이지만 과하게 화려하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삐죽삐죽한 치마 밑단 사이로 무릎이 살짝 보였고, 그 아래로는 검은 레깅스가 종아리 가운데까지 내려왔다. 이라가 느끼기에는 바닥에 질질 끌리고 부담스럽게 화려한 드레스보다 백 배 나은 옷이었다. 나이답게 발랄해 보이고 얼마나 좋아? 이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냥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와인색인 옷에 맞춰 화장은 은은한 인상을 주도록 했고, 액세서리도 화려함보다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뿐이었다. 긴 머리는 금빛 비녀로 틀어 올려 목선을 훤히 드러내서 고혹적인 분위기도 연출했다.



이라는 꾸미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변신할 수 있는 것을 보니 화장하고 다니는 여자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 갔다. 그녀는 발리아가 준비해준 검은 부채를 손에 들고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럼 갈까?”



“네, 아가씨.”




이라가 사뿐사뿐 걸어나가자 시종들이 뒤따라 나왔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남자 시종들은 그녀가 평소 불편한 것은 싫다며 검무복이나 간편한 원피스만 입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남몰래 감탄했다. 하지만 이라는 처음 신어보는 하이힐에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저 드레스를 입은 상태에서 땅바닥을 꼴사납게 뒹굴 수는 없다는 강한 일념으로 걸음걸이를 유지할 뿐이었다.



이라는 파티장이 있는 일 층으로 내려왔다. 일주일 전, 홀에 있던 문 중 유난히 화려하고 열리지 않던 문이 바로 파티장 입구였다. 이라는 시종들이 파티장을 꾸밀 때 슬쩍 들어가 봐서 그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알지만, 완벽하게 단장한 이후에 온 적은 없어서 꽤 기대되었다.



이라가 문 앞에 당도하자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이라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문을 힘차게 열었다.




“이안 노빌따 프리모 영애님께서 드십니다!”




이라는 문틈 사이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오는 착각이 들었다. 조명. 장식.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반짝거렸다. 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마저 눈부실 지경이었다. 핑거 푸드가 놓여 있는 긴 탁자 위에는 장미꽃잎이 흩뿌려져 있었고, 홀 군데군데에도 화병이 있어서 장 내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라는 홀 안을 빠르게 살피고 프리모 남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의 주위에는 처음 보는 귀족들이 서 있었다. 그는 이라를 제법 반갑게 맞이했다.




“왔구나, 이안. 자, 인사드리렴.”



“네. 안녕하십니까. 이안 노빌따 프리모입니다.”




프리모 남작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내들은 그녀의 공손한 태도가 마음에 든 듯 껄껄 웃었다.




“참으로 의젓한 아가씨로군.”



“과찬이십니다, 어르신.”



“허허! 이것 참 딸 복 하난 부럽구먼, 자네!”




프리모 남작은 어깨를 으쓱하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만 물러가도 좋다는 눈빛이었다. 이라는 다시 인사를 올리고 조용히 무리에서 벗어났다.




“이안.”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이라는 그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 어머니.”




바로 이안의 어머니였다. 남작 부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그녀 다가왔다. 이라도 그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는 어떠니? 이 어미가 열심히 준비한 거란다. 마음에 드니?”



“네, 아주 좋아요. 어머니처럼 정말 아름다운 파티예요!”



“어머, 얘는?”




남작 부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혔다. 그 소녀다운 반응에 이라가 놀라기도 전에 주위에서 더욱 호들갑을 떨었다. 자신들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만 가는데 남작 부인만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들의 칭찬에 그녀는 더 쑥스러워했다.



지금껏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만 보던 이라도 그녀의 여성스러운 면을 보자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낯선 기분에 이라가 남작 부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데, 그녀가 다시 시선을 돌려 이라 쪽을 보았다. 그녀는 숫기 없던 표정을 지우고 어느새 어머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모습이 모두 연기로 느껴질 만큼 깔끔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이안.”



“네.”



“마음에 드는 이는 찾아보았니?”



“네?”




이라는 화들짝 놀랐다. 파티에서 남편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저의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이라는 장내를 슥 돌아보았다.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명백히 그녀를 탐색하던 눈빛이었다. 이 파티에는 혼기가 찬 영애의 수가 적었다. 대충 둘러봐도 이라의 또래는 고작 해봐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품평하는 느낌은 가히 좋지 않았다.



이라가 다시 남작 부인을 보자 그녀는 이라의 속도 모르고 쫑알거렸다.




“괜찮은 자제들이 많이 참가했으니 한번 잘 살펴보거라. 너는 우리 집안의 독녀잖니.”




주위에 있던 다른 귀족부인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름대로 기분 좋게 파티에 참석했건만, 그녀의 기분은 급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귀족들을 감상하려던 본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말이지 틀리지 않았다. 이라는 이름도 외우지 못한 여러 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남자 귀족들에게 에스코트를 받고, 일생 춰본 적 없는 춤으로 기운을 다 빼고 말았다. 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비난을 받겠지만, 그것은 정말 당해본 사람만 아는 고통이었다.



이라는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쫓기듯 발코니로 나갔다. 밖은 시원한 미풍이 불고 있었다. 발코니는 이 층에 있어서 일층 홀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하하 호호 떠드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녀는 다시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수풀 사이에서 사람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이라가 어둠에 익숙해져 가는 눈으로 수풀 사이를 살피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언뜻 보였다.




“아아-, ···님!”




어딘가 의심쩍은 소리였다. 이라는 저택 밖으로 나가 소리의 근원지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소리를 잔뜩 낮춘 두 목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렸다.




“앗! 자, 잠시만요. 여기서 이러시면······!”



“괜찮아, 올리비아. 우릴 방해할 수 있는 건 없어.”



“아아, 볼테르님······.”




오, 이게 웬 떡이람? 어디 팝콘이랑 콜라 없나?



이라가 발견한 것은 바로 두 남녀의 밀회 장면이었다. 여자는 온갖 내숭과 아양을 떨면서도 남자를 끌어안고 있었고, 남자는 황홀경에 젖은 채 여자를 애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둘 다 귀족인 듯했다.



아, 어떡하지? 훼방을 놓을까, 아니면 이 귀한 장면을 끝까지 구경할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게,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았다.

이라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반대편에서 사람 머리가 보였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낮추다가 너무 급하게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수풀을 건드려버리고 말았다.



바스락.



아주 미미한 소리였지만 주위가 워낙 조용한 탓에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라가 얼른 동작을 멈춰 더 이상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두 연인은 이미 행위를 멈추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게 누구 있느냐.”




볼테르라고 불린 남자가 꽤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라는 일단 잠자코 상황을 살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그녀의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아, 이것 참. 부러워서 어디 살겠습니까. 네? 볼테르 나리.”



“꺄악!”



“누구냐! ···헉!”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올리비아라고 불린 여자는 반쯤 풀어헤치고 있던 옷을 황급히 여몄고 볼테르는 낯선 남자의 정체를 알아본 듯 놀랐다.




“둘 다 결혼한 몸 아닙니까? 볼테르 남작, 헤르데 남작부인.”



“하, 하하하······. 이거, 못 볼 꼴을 보였군, 하하.”



“흐음?”



“큼, 크흠. 그럼 난 이만······.”




볼테르는 자신의 아래에 있는 여자를 챙기지도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남겨진 올리비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곳과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대충 여민 옷을 부여잡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라는 자신의 즐거움을 망쳐버린 남자를 속으로 욕하며, 자신도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낮게 수그린 상태로 조용히 움직였다. 그러나 남자의 말에 그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이라는 들킨 것인지 아니면 그냥 떠보는 것인지 남자의 의중을 잠시 짐작해보려 잠자코 숨어 있었다.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남자는 그 정적에 응해 말을 덧붙였다.




“이안 노빌따 프리모 영애님, 있는 거 다 압니다. 나오시죠.”




윽, 빼도 박도 못하겠네.



이라는 얼굴을 확 구겼다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고 태연자약하게 일어났다.


작가의말

나두 팝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안(Due Cuori)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2부 6화 이초(離初) 2 +1 17.03.29 81 1 15쪽
17 2부 6화 이초(離初) 1 17.03.25 126 0 13쪽
16 1부 후기 17.03.23 121 0 5쪽
15 1부 5화 또 다른, 시작(2) 17.03.18 213 0 12쪽
14 1부 5화 또 다른, 시작(1) 17.03.15 174 0 13쪽
13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5) 17.03.08 95 0 10쪽
12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4) 17.03.05 760 0 15쪽
11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3) 17.03.01 137 0 15쪽
»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2) 17.02.25 157 0 13쪽
9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1) 17.02.07 154 0 12쪽
8 1부 3화 그렇게, 만남(4) 17.02.04 186 0 12쪽
7 1부 3화 그렇게, 만남(3) 17.02.01 738 1 12쪽
6 1부 3화 그렇게, 만남(2) 17.01.28 155 1 16쪽
5 1부 3화 그렇게, 만남(1) 17.01.25 216 1 13쪽
4 1부 2화 그리고, 적응(2) 16.10.05 192 1 18쪽
3 1부 2화 그리고, 적응(1) 16.10.02 294 1 17쪽
2 1부 1화 마침내, 시작(2) +4 16.09.28 255 1 15쪽
1 1부 1화 마침내, 시작(1) +4 16.09.25 684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