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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어 님의 서재입니다.

이안(Due Cuori)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온어
작품등록일 :
2016.09.25 13:23
최근연재일 :
2017.03.29 02: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735
추천수 :
9
글자수 :
109,729

작성
17.03.1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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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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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부 5화 또 다른, 시작(1)

DUMMY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비록 좁은 골목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이지만, 갑작스러운 사태가 일어난 뒤에는 내려앉은 정적이 흘렀다. 이라는 시선을 레토에게 고정한 채 기대고 있던 팔에서 멍하니 일어났다.



“왜 여기에···어라, 누구?”



조금 정신을 차린 이라는 주위를 살필 겨를이 생겨 그의 옆에 낯선 이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라와 부딪치고도 같이 넘어지지 않고 그녀를 받혀준 사람도 레토가 아니었다. 그들은 몸 전체를 덮는 큰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있어서 외향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녀 한 명씩인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다시 보게 됐구려.”



레토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하지만 이미 기이한 분위기의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린 이라가 둘을 보자 그들도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들이 서로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에 레토가 하하 웃었다.



“서로 너무 경계할 필요 없소. 이쪽은 알다시피 이안 노빌따 프리모. 이곳 프리‧마베라의 영주인 프리모 남작의 독녀요.”



숨김없이 신분이 노출된 소개에 이라는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여자 쪽이 쿡쿡 웃었다.



“귀하신 영애께서 친히 고개를 숙여주시다니, 참 송구스럽네요?”



여자치곤 중성적이지만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가 골목 안의 정적인 분위기를 날카롭게 뚫었다. 그녀의 말투만 정중할 뿐, 말 속에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 이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를 보자 사이에 껴 있던 레토가 진땀을 흘렸다.



“왜 그러시오, 애스투트. 이안이 곤란해 하지 않소.”



그의 부드러운 설득에도 애스투트라 불린 여자는 레토 쪽을 힐끔 보기만 하고 대꾸 없이 팔짱만 꼈다. 이라는 그 오만한 자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눈썹을 꿈틀거렸다.



“레토. 내 제안은 무시했으면서 저런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는 거야?”


“이안, 그러니까 그건······.”



조용히 송곳을 꽂아 넣는 그 날카로운 분위기에 그는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서운해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되고, 방금은 아무리 봐도 애스투트의 잘못으로 보여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을 오히려 긍정으로 받아들인 이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니까, 나보다 저 사람들이 더 도움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 아냐?”


“당연하죠. 교양 넘치시는 영애께서 그런 험난한 여행에 함께 하시겠다니. 가능하시겠어요?”


“애스투트!”



그는 언성을 높였지만 애스투트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이라는 그런 그녀를 잠시간 노려보다가 레토의 팔목을 덥석 붙잡아 골목 밖으로 끌어당겼다.



“이안?”


“가자, 레토. 저런 사람들이랑 있으면 네 가치만 떨어져.”


“잠깐만 기다리시오! 뭔가 오해가······!”



그러자 이라가 얼굴을 단번에 구겼다. 순진한 레토를 대체 얼마나 꼬드긴 건지, 기분은 더욱 가라앉고 심장은 뜨겁게 달아올라 얼굴에서 김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 흥분에 들뜬 모습으로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오해는 무슨 오해! 저런 싸가지 밥 말아먹은 인간들, 내가 못 믿어! 널 이대로 저 인간들과 함께 있도록 할 것 같아? 따라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뒤로 빼는 레토를 억지로 끌고,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이라의 확고한 태도에 그는 차마 뿌리치지도, 그렇다고 이대로 끌려가기도 모호한 상황에 놓여 진땀을 흘렸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애스투트는 이라 쪽으로 손바닥을 뻗었다. 그러자 손바닥 앞에 푸르스름한 선의 조합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미풍이 불어 나와 눌러 썼던 후드가 벗겨졌다.



“조심하렴?”



경고의 의미가 무색하게, 말이 이라나 레토에게 미치기도 전에 그들의 발아래에 있는 땅이 미끄럽게 변했다.



“앗!”


“어어?”



레토는 태세를 정비하지도 못하고 미끄덩 땅에 코를 박고 넘어졌다. 이라도 앞으로 넘어지려다가 그가 먼저 넘어지자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몸이 기울었고 넘어지지 않으려 발을 동동 굴렀다. 레토가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당기고 있었기에 이라는 얼른 그의 팔을 놓고 넘어지기 전에 자세를 낮춰 어떻게든 안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니까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니.”



꼴사납게 뒹구는 것을 겨우 면한 이라는 고개만 돌려 자신들을 이런 우스운 꼴로 만들 장본인인 애스투트를 째려보았다.



“당신 대체······! 어?”



이라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이런 반응이 익숙한 듯 생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미끄러웠던 바닥이 원상복귀 되었다. 레토가 끄응 신음을 내며 일어나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시선은 애스투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그 귀······.”


“진짜 내 귀란다. 수인족 처음 보니?”



애스투트는 손을 대지 않고 귀를 까딱거리며 진짜임을 보이며 갈색 솜털이 보송보송 난 뺨을 만졌다. 그녀가 은근슬쩍 말을 놓은 것도 눈치채지 못한 이라는 어느샌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마, 만져 봐도 돼요?”


“물론이지. 대신 살살 만져줄래? 수인족의 귀는 인간 것보다 예민하거든.”



애스투트가 눈을 찡긋하며 웃자 이라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계단은 더 올라가 있는 눈높이를 배려해 허리를 숙여준 덕에 이라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귀를 손끝으로 건드렸다. 그러자 결 좋은 털이 그녀의 손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우, 우와······.”


“부드럽지?”



이라는 눈을 마주하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눈앞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귀를 보았다. 모로 보나 영락없는 동물의 귀였다. 내, 내가 살아생전에 수인족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이라는 감격스러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레토는 자신이 신성력을 보여주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를 보고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하며 큰 불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에 안심한 미소를 짓고서 이라의 앞에 갔다.



“다시 정식으로 소개하겠소. 이 자는······.”


“잠깐, 레토!”


“······?”



이라는 말을 끊고 그의 어깨를 급히 붙잡았다.



“너 코피 나!”


“어라?”



레토는 그제야 코에서 뭔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손으로 코 밑을 훔쳤다. 하지만 그 새빨간 피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아, 별거 아니오. 이 정도 상처쯤은······.”


“뭐가 별거 아냐! 어디 가서 치료라도 해야지! 쉴 곳이나 뭐 그런 데 있어?”


“여관에······.”


“안내해!”



이라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아까처럼 레토를 끌고 달렸다. 그 일련의 과정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던 애스투트는 벌써 골목 밖으로 사라지자 재밌다는 듯 웃었다.



“후후, 눈을 뗄 수 없는 아가씨네?”


“흥, 정신 사나운 거겠지.”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남자는 그녀의 말에 톡 쏘는 말투로 대꾸하고는 이미 사라진 이라와 레토가 간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머, 매정해라.”



애스투트는 다시 후드를 눌러쓰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




먼저 여관에 도착한 이라와 레토는 그녀의 주도하에 방으로 급히 올라갔다. 그 거친 발걸음이 나무 바닥을 짓밟자 삐걱대는 소리가 복도를 시끄럽게 울렸다. 안 그래도 낡은 터라 다른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걸었지만, 그러한 점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이라만이 더욱 눈에 띄어 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라는 급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이곳이오!”



앞만 보며 마구 걸어가는 이라에게 끌려가던 레토는 자신들의 방이 보이자 그녀를 멈춰 세웠다. 그러자 불도저 같았던 이라가 비로소 멈추어 방으로 들어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레토는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쉬기도 전에 이라는 그를 다시 끌어다 가까운 의자에 앉히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얼굴 봐봐. 지금은 어때? 아직도 나고 있어?”


“이제 괜찮소.”


“어, 진짜네?”



그의 말대로 피가 흘렀던 자국만 있을 뿐, 더 이상 피가 나지는 않았다. 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핏자국을 잘 닦아주었다.



“근데 원래 코피가 이렇게 빨리 멎나? 아까 엄청 세게 넘어졌잖아.”


“크흠.”



레토는 화려하게 넘어졌던 아까의 일이 떠올라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얼굴의 화끈거림이 없어지지 않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건 부끄러우니 잊어주시오······.”



이라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귀까지 빨개진 채 움츠린 토끼처럼 축 처져 있는 레토를 보고 순간 손이 꿈틀거렸다.



‘어, 어째서 내 스타일도 아닌데 씹덕이지······?’



그는 이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



“그건 내 신성력 때문이오. 내 신성력은 본디 치유와 정화의 힘이 깃들어져 있어서 이런 작은 상처는 몸속에 있는 신성력을 순환하면 가볍게 치료할 수 있소. 그래서 괜찮다고 한 것을 그대가 이렇게 끌고 왔으니 동료들이 날 얼마나 놀려댈지······.”



그가 무슨 한탄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하고 들뜬 감정만을 겨우 억누르던 이라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시에 레토에게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볼을 꽉 꼬집었다.



“으, 이게 무슨 짓이오!”


“아구, 진짜 스무 살 맞아? 콱 씹어 먹어 버리고 싶네!”


“씨, 씹어 먹는다니!”



레토가 기겁하여 발버둥 치자 이라는 몸으로 그를 짓눌러 꼼짝 못 하게 만들고 꼬집은 볼을 막 흔들었다.



“악! 그만두시오!!”


“레토는 몇 살 때부터 이렇게 귀여웠어? 태어날 때부터? 아우, 귀여워!”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톡톡 두드렸다. 잔뜩 소란을 피우던 이라와 레토는 깜짝 놀라 문 쪽을 보았다.



“아가씨, 너무 적극적이신데? 보기 부끄러운걸?”



일부러 그런 듯, 애스투트는 색기를 담아 촉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투에는 그녀를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제야 이라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레토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겨우 봉변을 피한 그는 화끈거리는 볼을 매만지며 이라를 피해 슬금슬금 일어났다. 애스투트의 옆에 있던 남자는 그런 레토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등 뒤에 숨겼다. 이라는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발끈했다.



“아니,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냐? 막말로 내가 덮쳤어? 덮쳤냐고!”


“덮쳤지.”


“아니거든!”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이라는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더욱 소리쳤지만, 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레토는 당혹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남자의 뒤에서 나와 말했다.



“너무 이안을 탓하지 마시오. 내 과실도 있는 것을···아마.”


“끝에 아마는 뭐야!”


“그러니까 내 말은······.”



이라와 레토는 아까와 같은 언쟁을 반복할 낌새를 보이자 혀를 찬 남자는 방문을 쾅 닫아 레토의 말을 끊었다.



“언제까지 이런 쓸데없는 데에 시간 낭비 할 거야? 우린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고.”



애스투트와 남자는 답답하던 후드를 훌러덩 벗었다. 이라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높고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눈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다. 하지만 그 치켜떴던 눈이 곧 동그랗게 커졌다.



“어, 어!”


“뭐. 왜.”



남자가 이라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도 그녀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애스투트의 귀를 봤을 때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이라는 손으로 입을 막고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감격스러워했다.


그녀가 판타지 세계에 가면 가장 보고 싶은 것 베스트 3 중 하나.



“맙소사, 당신···엘프였어?”



그는 바로 판타지 세계의 대표 이종족인 엘프였다.


작가의말

새로운 주요인물, 애스투트와 노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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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부 6화 이초(離初) 1 17.03.25 1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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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부 5화 또 다른, 시작(2) 17.03.18 213 0 12쪽
» 1부 5화 또 다른, 시작(1) 17.03.15 173 0 13쪽
13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5) 17.03.08 95 0 10쪽
12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4) 17.03.05 760 0 15쪽
11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3) 17.03.01 137 0 15쪽
10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2) 17.02.25 156 0 13쪽
9 1부 4화 또다시, 기다림(1) 17.02.07 154 0 12쪽
8 1부 3화 그렇게, 만남(4) 17.02.04 186 0 12쪽
7 1부 3화 그렇게, 만남(3) 17.02.01 738 1 12쪽
6 1부 3화 그렇게, 만남(2) 17.01.28 155 1 16쪽
5 1부 3화 그렇게, 만남(1) 17.01.25 216 1 13쪽
4 1부 2화 그리고, 적응(2) 16.10.05 192 1 18쪽
3 1부 2화 그리고, 적응(1) 16.10.02 294 1 17쪽
2 1부 1화 마침내, 시작(2) +4 16.09.28 254 1 15쪽
1 1부 1화 마침내, 시작(1) +4 16.09.25 684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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