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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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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7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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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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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시작이다(1)

DUMMY

건축 시작이다(1)


산서에 커다란 사건 두 개가 벌어졌다.


하나는 빈민가에서 벌어진 학살이었고, 두 번째는 흑호방의 멸망이었다.


갑자기 터진 두 사건에, 관에서 많은 이들이 투입되어 경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으.... 갑자기 이게 연속으로 무슨 일이야?”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현령이 자신 앞에 놓인 서류들을 바라봤다.


모두 흑호방과 빈민가에 관한 경위가 담긴 조서였다.


“흑호방의 놈들은 모두 사지가 절단된 채 시체가 되었고...”


현령이 다른 조서에 눈을 돌렸다.


“빈민가에 있던 놈들도 모두 사지가 절단된 시체가 있다라...”


한숨과 함께 현령이 서류에서 시선을 거뒀다.


“자네는 이게 정상이라고보나?”


현령의 말에 조서를 전달했던 위(尉)가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분명... 수상한 것은 있습니다만....”


뇌까리는 그의 말에 현령의 눈이 치켜 떠졌다.


“있습니다만?”


“그것이....”


위는 항상 저런 식이었다. 조사를 다 해놓고도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다만, 현장에서 조사하는 실력만큼은 뛰어나서, 그의 이런 점이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참고 데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비록 가끔이긴 하지만, 저놈이 뭔가 꺼림직함을 느낀다면, 필시 가벼운 일은 아닐 터였다.


계속 말을 맺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현령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해보거라!”


소리치듯 말하는 그의 말에 위가 재빠르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그것이! 빈민가와 흑호방의 현장이 매우 유사하여....”


이어진 그의 말에 현령의 동공이 커졌다.


“유사하다고?”


“예! 그렇습니다. 물론 빈민가 전부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한 골목에서 벌어진 참상과 흑호방의 괴멸 상태가 매우 유사했습니다. 심지어는...”


“심지어는...?”


위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절단된 상태가 오차도 없이 똑같았습니다... 그것은 무림인이라도 불가능합니다....”


사실 위는 빈민가를 찾았을 때만 하더래도, 그냥 미친놈이 벌인 살인이라고만 생각했다.


워낙 빈민가는 다른 곳에 비해 치안도 좋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십 명씩 죽어 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흑호방의 소식을 듣고 찾아갔을 때는 그곳을 보고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빈민가에서 목격한 시체들과 흑호방의 시체들이 너무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흉수가 한 사람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흉내 내고, 똑같은 곳을 절단했다고?


무림인이라면 쉬울까?


전혀 아닐 것이다.


비슷하게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똑같이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 수가 많다면 그 확률은 더더욱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위는 자신의 앞에 있는 상관에게 보고하면서도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현령 또한 그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의 표정이 그와 똑같아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 * *


전신을 붕대로 감은 남자가 누워있다.


그 옆자리 또한 붕대를 감은 이가 상체만 일으킨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식아. 아직 죽지 않았었구나.”


빙긋 웃으며 말하는 애꾸의 말에 누워있던 사내, 삼치가 인상을 찌푸렸다.


“상처가 보이지 않으시오? 진짜로 죽다 살아났소.”


“엄살은...”


삼치의 상처 부위였던,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찌르며 말하는 애꾸였다.


“그만 좀 찌르시오. 지금도 아파 죽겠소.”


“거의 다 나았으면서....”


그의 말대로였다. 옆구리뿐만이 아니라 전신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삼치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상처는 벌써 다 아물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자신의 상태에 더욱 놀라는 그였다.


삼치는 아직도 의문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애꾸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자.... 아니 저분은 누구시오?”


삼치는 자신을 구한, 그리고 자신을 치료해준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귀신같은 솜씨였소. 아니... 이 말은 맞지 않지. 내가 제대로 본 것은 없으니...”


그의 눈에 마당에서 춘복이와 똘복이를 가르치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애꾸도 그의 시선을 따라 그를 쳐다봤다.


“나도 모른다.”


“그럼... 아직 누군지도 모르는 자랑 같이 있었단 것이오? 나쁜 놈인지, 착한 놈인지도 모르고? 그러다가 우리한테 해를 가하면 어쩌려고 그러오?”


그의 말에 애꾸가 미소를 지었다.


“그가 해를 가할 생각이었으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겠지.”


“.....”


삼치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그의 실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말이 정말이냐?”


“어떤 것 말이우?”


“흑호방 괴멸 말이다.”


애꾸의 물음에 삼치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오. 다만 저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가 나를 구했고, 밖에 나왔더니 시체가 된 놈들이 있었을 뿐이오.”


그 말로도 충분했다. 비록 그가 싸우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분명 흑호방을 괴멸시킨 건 그가 분명했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쩔 것이오...?”


갑작스러운 삼치의 질문에 애꾸가 고민스러운 얼굴을 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럼 나랑 다시 흑호방을 세워보는 것이 어떻겠소?”


흑호방이라는 말에 애꾸의 눈이 다시 커진다.


“흑호방?”


“그렇소. 방주도 사라진 마당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소. 다시 흑호방을 세웁시다.”


“흐음....”


턱을 쓸며 고민하는 애꾸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일까? 삼치가 미간을 찡그렸다.


“뭘 그리 고민하시오? 애꾸 대장이 다시 흑호방을 세운다고 하면, 애들도 다시 모일 것이오.”


“애들?”


“모르셨소? 애꾸 대장이 사라진 후, 대장을 좋아하던 몇몇 애들은 흑호방을 그만뒀소.”


화양루 사건 이후에 삼치의 말이 떠오른 애꾸였다.


‘어휴! 난 왜 대장 같은 사람이 우리 흑호방에 방주가 아닌지 모르겠소. 만약에 애꾸 대장이 이곳에 계속 남지 않았다면, 나는 이깟 곳, 진즉에 떠났을 것이오!’


그런데 그게 삼치의 생각만은 아니었나 보다.


“다른 애들은 어디있냐?”


“나도 잘 모르겠소. 다만 산서성은 안 벗어날 거라고 했으니, 어디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지 않겠소?”


“흐음... 흑호방이라...”


“내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생각 좀 해보시오.”


그의 말에 애꾸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 * *


‘미친놈들. 흑호방을 다시 만들어?’


직접 가서 괴멸시켜놨더니, 그 당사자 앞에서 흑호방을 다시 만든다고 떠들어 댄다.


미친놈들이 분명했다.


‘요즈음 흑도 놈들은 간덩이가 부었나?’


삼치라는 저놈을 괜히 살려줬나? 싶다.


‘애꾸라는 놈도 그렇게 보진 않았는데...’


화양루에서 봤던 첫인상이 좋아서 살려줬더니만, 빈민을 죽였던 살인자 집단을 다시 만들 고민을 하다니.


‘이거 참....’


진심으로 지금 당장 그들을 죽여야 하나 고민하는 나였다.


‘흐음... 춘복이랑 똘복이 놈이 저 애꾸라는 놈을 좋아하니까, 이놈들 눈에 안 보일 때 죽여야겠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저들이 하는 짓이 그런 짓이니까 끊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쓰레기들을 다시 정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뚜벅뚜벅.


한 놈이 내게 다가온다.


애꾸였다.


“저기....”


공손하게 고개까지 숙이며 말하는 그였으나, 이미 그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뭐.”


갑자기 변한 나의 태도 때문일까? 애꾸가 흠칫 몸을 떨더니 더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저는 이제 돌아가 볼까 합니다.”


아무리 공손하더래도 저들의 뜻을 알았으니 대답이 좋게 나올 리가 없다,


“왜. 흑호방인지 사랑방인지 그거 다시 만들려고?”


애꾸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듯싶습니다.”


역시나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나였다.


그런데.


털썩.


느닷없이 무릎을 꿇는 애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삼치도 놀란 얼굴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둘이서 합의가 된 부분은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그런 나의 말에 애꾸가 바닥에 머리를 찧고는 크게 외친다.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부탁에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그를 바라봤다.


“내가 왜?”


차갑게 뱉어진 말 때문일까? 애꾸가 몸을 다시 떨어댔다.


“흑호방에 쌓여있던 보물들을 가져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의 말이 아니꼽게 들렸기 때문이다.


“뭐야? 흑호방을 만들려는데, 그 보물들을 가져갔으니 도움이라도 달라, 뭐 그런 거야?”


더 이상 안 되겠다. 목숨을 살려줬더니 내가 만만하게 보이나 보다.


지금 당장 죽일 생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려 할 때였다.


“어찌 그렇겠습니까!”


“으응?”


“이미 저희의 목숨을 구해준 몸! 그깟 재물이야 다 가져가도 됩니다! 아니! 흑호방을 다시 만들면, 매달 재물도 보내겠습니다!”


이어진 그의 말에 마당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우리 둘에게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난 그의 말을 들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이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흑도 따위를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지금도 빈민을 죽인 흑호방을 다시 만든다는 너희를 보고, 다시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뭐를 기대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살인 예고 때문일까? 그런 나의 말에 삼치와 애꾸가 두려움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러니 흑호방은 알아서 만들어. 네놈 목은 간수 잘해보고.”


“......”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렇게 나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런 나를 붙잡는 건 이어진 애꾸의 말이었다.


“더 이상! 나쁜 짓은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빈민이나 상인들을 괴롭히지도 않겠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엎드린 애꾸의 말은 계속됐다.


“흑호방은 주루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아직도 불법을 펼치고 있는 다른 흑도 놈들이 있습니다! 흑사방이나 흑곰파가 그런 놈들이지요!”


그의 말에 관심이 생긴다.


“그래서?”


“그놈들을 정리해주십시오. 제가 그 세력을 흡수하겠습니다! 이후론 인신매매나 마약과 같은 불법을 못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섬뜩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불법을 행하지 않는 흑도라...


말만 들어보면 정말로 멋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말복 아재. 산서성에 있는 흑도 놈들 모두 합치면 몇 명이야?”


이어진 나의 물음에 말복이 잠시 고민하더니 재빠르게 말했다.


“약 오백 명 정도 될 겁니다.”


“정말로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을 제외하면, 이백을 간신히 넘길 겁니다.”


두 번째 대답은 애꾸로부터 들려왔다.


나는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누구를 등신으로 아나?


“이봐. 아무리 이백 명이라고 하더래도, 고작 주루 몇 개 운영하는 걸로 그놈들을 전부 먹여살릴 수 있겠어?”


“흑사방과 흑곰파를 흡수하고 그들의 사업장을 가져오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불법은 안 한다며.”


“가능합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애꾸였다.


엎드린 애꾸의 이마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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