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13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08 18:38
조회
53
추천
0
글자
12쪽

저놈은 좀 맞아야 돼(3)

DUMMY

저놈은 좀 맞아야 돼(3)


우드득!


가장 먼저 들린 소리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그 뒤에 이어진 것은 한 사람의 비명.


“끄아아아악!”


고통에 찬 신음이 민머리의 사내로부터 나왔다.


나는 팔을 부여잡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그를 바라보다 시선을 옮겼다.


그런 내 눈에, 뒤이어 다가오는 칼자국의 사내가 보였다.


그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단도를 한 손에 쥐고는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단도?


우습다.


산과 바다를 갈랐던 천마의 검도 받아낸 게 나였다.


무공도 배우지 못한 일반인이 든 무기 정도야 나에게 감흥조차 주지 못했다.


나는 이어서 손을 뻗었다.


목표는 사내가 들고 있던 단도였다.


덥석.


손가락 두 개로 단도를 잡아낸다. 그 모습에 놀란 건, 단도를 들고 있던 대상이었다.


그는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지지 않는 무기에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챙강.


엿가락 부러지듯 너무 쉽게 부러지는 단도의 모습에,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휩싸였다.


그리고.


선방필승(先方必勝)

일격(一擊)

정권(正拳)


후웅!


바람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내가 뻗어낸 주먹이 칼자국 사내의 명치에 닿았다.


펑!


뒤이어서 공기가 터지고 사내는 눈을 까뒤집은 채 뒤로 날아갔다.


퍼석!


문을 부수고 날아간 그의 몸이, 화양루 1층에서 밥을 먹던 이들의 식탁과 함께 허물어졌다.


쓰러진 그의 얼굴 위로 갖가지의 반찬들이 덮여있는 채였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화양루를 찾는 손님들의 표정이 멍해진다.


그리고.


땡땡땡땡.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화양루 상층으로부터 일련의 무리가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대략 삼 십여 명쯤 되었을까?


그들은 저마다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화양루 바깥에 있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미소와 함께 목과 손을 풀며 손짓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행동에도 그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저마다 분노가 가득한 얼굴은 했지만, 누구의 명령이 있었기라도 하듯, 치욕을 감내하면서도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나와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저들의 대치가 이어질 때였다.


저벅. 저벅.


거침없는 발소리가 내 귓가를 타고 들려왔다.


화양루의 2층에서부터 뒤늦게 나타난 덩치 큰 남자는 나 때문에 엉망이 된 1층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1층 장사는 이걸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소. 모두 돌아가시오.”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느닷없는 그의 말에 1층에서 밥을 먹던 이들이 하나둘 따지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가 우리 돈을 내고 밥을 먹는데 왜 돌아가야 한단 말이오!”


한 사람의 용기가 도화선이 된 것일까?


뒤이어서 다른 이들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맞소! 오히려 엉망이 된 이곳을 정리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손님을 내쫓다니요!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이오!”


“맞소! 맞소!”


모두가 동의하듯 소리친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도 안대를 한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단지 불편한 콧김을 내뿜을 뿐이었다.


“흐음... 그럼 어쩔 수가 없겠군.”


수긍하는 듯한 그의 대답이 손님인 자신들의 승리로 여겨진 탓일까? 1층에서 밥을 먹던 이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안대의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제일 먼저 자신에게 따졌던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덥석.


그의 목을 잡고는 들어 올린다.


“컥컥!”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남자의 손을 잡고 버둥거리는 그의 모습이 1층 모두에게 비쳤다.


안대의 남자가 자기 손에 들린 그를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하여튼 1층에서 밥 먹는 새끼들은 좋은 말로 하면 듣지를 않아!”


그 말과 동시였다.


콰앙!


그가 손에 든 남자를 그대로 식탁에 내리꽂았다.


식탁이 부서짐과 동시에 땅에 쓰러진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안대의 남자가 그를 뒤로하고는 주위를 노려봤다.


그러자 시선을 받은 1층의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화양루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워진 1층.


안대의 남자가 밖에 선 나를 보고는 말했다.


“어디서 오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돌아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흑도 답지 않은 정중한 말투였다.


살짝 고개까지 숙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살짝 놀랐다.


‘거참... 흑도같지 않는 놈일세. 거칠어서 그렇지, 성격이 나빠 보이진 않는데.?’


흑도는 전부 양아치라 생각하던 나였다. 그런데 오늘 저놈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흑도에 관한 생각이 아~주 조~금, 바뀐 순간이었다.


나는 정중한 그의 태도에 말복이가 들고 있던 바가지를 뺏고는 그 앞으로 던졌다.


“배고파. 밥 줘.”


움찔.


안대의 남자는 자기 앞에 던져진, 때 묻은 바가지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바로 숨기고는 옆에 있던 부하 하나에게 말했다.


“이 바가지에 화양루 최고 음식들을 담아서 드려라.”


“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말 때문이었을까? 명령받은 부하가 혹시나 해서 되물었다.


“음식 말입니까..?”


하지만 안대의 남자는 말이 없었다. 다만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결국 지목받은 남자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이고는 바가지를 들고 주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을 제외한 이곳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침묵을 지킨 것은 춘복과 말복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똘복이는 기절한 지 오래였고, 현재까지의 상황을 모두 지켜본 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니 정말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는 느긋하게 화양루 1층으로 들어섰다. 말복과 춘복은 아직도 겁이 나는지 밖에 서 있을 뿐이었다.


화양루 안에 들어선 나는 한쪽에 남겨진 의자를 끌어다가 내 옆에 놓고는 그대로 앉아버렸다.


“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다리가 아프네.”


주위 눈치를 보지 않은 채 다리까지 흔드는 나의 모습에, 뒤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나를 향해 달려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느긋했다.


‘자기들이 덤벼봤자지.’


나는 사람들이 나가고 비워진 식탁에 있는 음식들을 손으로 집어 먹으며, 느긋하게 화양루 1층을 구경했다.

새하얀 벽과 은은히 붉은빛을 띠는 기둥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화양루를 더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했다.


우적우적.


생각보다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다.


‘괜찮은데?’


그렇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접시에 담긴 음식을 전부 먹을 때쯤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주방에 들어간 부하가 바가지에 음식을 한가득 담아서 밖으로 나온다.


그는 바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바가지를 식탁 위에 올려놨다. 나는 말없이 그것을 받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대의 남자는 정중한 자세로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다음에 오시면 또 드리겠습니다.”


나는 일관적인 그의 태도에 피식하고는 뒤를 돌아 화양루를 나왔다.


그때까지도 말복과 춘복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밝게 웃으며 춘복이를 향해 바가지에 든 음식을 보여줬다.


“오늘 저녁은 배부르게 먹자!”


하지만 그들은 웃지 않았다. 다만, 안도의 한숨과 함께 집으로 가는 걸음을 빨리할 뿐이었다.


* * *


모두가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1층의 화양루.


도저히 못 참겠는지 부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안대의 남자에게 물었다.


“애꾸 대장! 나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으오. 도대체 그 어린놈을 왜 그냥 보내준 것이오? 그것도 요리까지 더해서 말이오!”


그의 말에 애꾸라 불리던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딱 보면 모르겠느냐?”


“뭐를 말이오?”


“그자는 무림인이다.”


“무림인 말이오?”


무림인이라는 말에 뒤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란 얼굴을 했다.


아무리 칼밥을 먹는 자신들이지만 무림인은 다른 이야기였다.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가 어디 박살 난 흑도 무리가 한 두 개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말은 계속됐다.


“그래도 대장이 머리까지 숙이는 건 너무 과했소. 그놈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대장이랑 여기에 있는 동생들이면, 그깟 놈 하나 정리 못하겠소?”


하지만 애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 된다. 우리가 이겨도 애들은 많이 다칠 거야. 죽는 놈도 분명 생기겠지. 나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그의 말에 뒤에 있던 모두가 감동한 얼굴이었다.


“어휴! 난 왜 대장 같은 사람이 우리 흑호방에 방주가 아닌지 모르겠소. 만약에 애꾸 대장이 이곳에 계속 남지 않았다면, 나는 이깟 곳, 진즉에 떠났을 것이오!”


그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애꾸는 화를 내는 대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할 뿐이었다.


“됐다. 거기까지만 해라. 그래도 우리 방주시다.”


“어휴!”


애꾸의 말을 들은 그는 뭐가 답답한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애꾸는 그런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삼 층은 어떻게 하고 있냐?”


“뭘 어떻게 하고 있겠소? 방주가 사천성에 소속되려고, 광패문에서 온 고수를 대접하고 있지 않겠소.”


그의 말에 애꾸의 표정에 수심이 드리워졌다.


“흐음... 광패문이라...”


* * *


음산한 얼굴을 가진 마른 남자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 옆으로는 연신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한 채, 술병을 든 중년인이 있었다.


“어르신. 그나저나! 저희 흑호방이 이번에는 사천성에 이름을 올릴 수는 있겠지요?”


중년인이 자신보다 더 어려 보이는 사내를 향해 존칭을 쓴다. 하지만, 중앙의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가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동반하며 채워진 술잔을 다시 비웠다.


“흐음... 흑호방이랬나?”


“그렇습니다요!”


고개까지 숙여가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중간에 있던 남자가 비워진 술잔을 흔들며 말했다.


“글세... 사천성에 소속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그럼 저희가 어찌해야 그곳에 이름을 넣을 수 있겠습니까?”


비워진 술잔에 술을 다시 따른다.


남자는 술잔을 받아들더니 말을 이었다.


“이번에 흑호방에서 보낸 재물이 얼마였더라...?”


그의 질문에 흑호방주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은자로 팔백냥입니다!”


방주는 자신 있게 말했지만, 중앙에 앉은 남자는 살짝 조소만 지을 뿐이었다.


“팔백냥이라... 이번에 흑사방과 흑곰파는 각 구백냥, 천냥씩 냈다네.”


흠칫.


이어진 그의 말에 흑호방주가 몸을 떨더니 고개를 더욱 숙였다.


“더 준비하겠습니다!”


“흑호방의 힘으로 되겠는가?”


“시장판 놈들을 더 쥐어짜면 됩니다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든 것일까? 남자가 안주 하나를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이번에 이천냥을 채워서 올리면 내가 바로 문주께 추천을 해주지, 자네가 사천성에 속할 수 있도록 말이야.”


“이... 이천냥... 말이십니까...?”


“왜? 불가능하겠는가?”


“아닙니다!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하하하하. 기대하겠네!”


“믿어주십시오!”


‘돈만 밝히는 아귀같으니라고.’


흑호방주의 내심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그대로 표출할 수 없었다.


그의 앞에 있는 자는 광사검(狂蛇劍)이라는 별호를 가진 광패문의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고작 삼류나 언저리에 간신히 닿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자였다.


흑호방주는 내심을 숨기며 고개를 들고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여인들을 불러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였다. 방의 문이 열리더니 네 명의 여인이 들어와 광사검과 흑호방주의 양옆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시작된 광란.


그곳엔 살결에 취한 짐승 두 명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건축 시작이다(1) 23.08.18 23 1 11쪽
14 저 광경을 봤는가(4) 23.08.14 45 2 13쪽
13 저 광경을 봤는가(3) 23.08.11 46 0 12쪽
12 저 광경을 봤는가(2) 23.08.10 57 1 12쪽
11 저 광경을 봤는가(1) 23.08.09 53 0 12쪽
» 저놈은 좀 맞아야 돼(3) 23.08.08 54 0 12쪽
9 저놈은 좀 맞아야 돼(2) 23.08.07 53 1 12쪽
8 저놈은 좀 맞아야 돼(1) 23.08.03 79 1 12쪽
7 여기부터 시작이다(3) 23.08.02 79 0 12쪽
6 여기부터 시작이다(2) 23.08.01 79 0 11쪽
5 여기부터 시작이다(1) 23.08.01 88 0 13쪽
4 인연(3) 23.08.01 104 0 12쪽
3 인연(2) 23.08.01 121 2 11쪽
2 인연(1) 23.08.01 164 2 11쪽
1 프롤로그 23.08.01 169 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