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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06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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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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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저놈은 좀 맞아야 돼(2)

DUMMY

저놈은 좀 맞아야 돼(2)


달 뜬 밤의 번화가는 환상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거리에는 화려한 빛들이 축제를 열었다.


각각의 건물과 가게들에는 반짝이는 진열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것들은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불빛 사이를 누비는 모습이 더욱 활기를 띄게했다.


붉게 켜진 홍등이 달린 거리에는 저마다 다양한 악기들이 선율을 이루며, 지나다니는 사람의 취기를 더했다.


오로지 가끔 부는 바람만이 취기에 오른 이들의 열기를 식혀줄 뿐이다.


저벅저벅.


아름다운 이 시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네 명의 남자들.


그들은 무신학관의 사람들이었다.


중년의 거지 하나와 덩치 큰 거지, 젊은 거지, 어린 거지.


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똘복이가 말한 화양루를 가기 위함이었다.


지금도 주위에는 취객들이 한쪽에 여자를 하나씩 품고는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애는 이런 거 보면 안 돼.”


나는 슬며시 춘복이의 눈을 가렸다. 하지만 춘복이는 그것이 답답한지 재빠르게 얼굴을 빼내었다.


“이미 구걸하면서 몇 번 와봤어유!”


“아 그래?”


“여기가 철전이든, 음식이든 구하기가 쉽습니다.”


말복이의 말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는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 보이긴 하네.”


양옆으로 펼쳐진 객잔과 다루들. 지금도 다루에서는 옷을 얇게 입은 여자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어머~ 거기 공자님! 이곳으로 오세요~ 잘 모실게요~”


“거기 잘생긴 공자니임~? 우리 애들 얼마나 괜찮은지 아세요? 한 번 구경이나 하고 가셔요~”


그들의 영업에 몇몇 남자는 정신 차리지 못하고, 빨려들 듯 가게로 들어간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쯧쯧쯧. 고작 저런 것들에게 끌려가는 것인가?”


혀를 차는 나의 말에 말복이를 비롯한 춘복이가 놀란 눈을 했다.


“다루에 들어가 보셨습니까?”


“안에 들어가봤어유?”


“뭐. 예전에 몇 번?”


“안에는 어떴습니까!?”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똘복. 그의 눈에는 다루에 대한 짙은 궁금증이 떠올라 있었다.


아마 저런 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기에 물어본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똘복이의 얼굴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가던 걸음을 이었다.


“뭐 별거 없어. 그냥 술이나 마시고 밥이나 먹고 하는 곳이지.”


“그러면 그냥 객잔이랑 비슷한 거 아니에유?”


춘복이의 물음에 나는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미소를 지었다.


“됐다. 여기부터는 어린애가 알면 안 되는 영역이야.”


“치....”


뾰루퉁하게 튀어나온 춘복이의 볼.


하지만 정말로 알려줄 수 없었다. 그런 나의 낌새를 읽었는지, 말복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고, 똘복이는 붉어진 얼굴로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팔을 꼬았다.


그렇게 그들과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목적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 제법 큰데?”


“저도 화양루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입니다.”


“저도 그래유,”


“이... 이게 산서성 제일의 다루!”


모두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앞의 건물을 바라본다.


삼 층으로 세워진 누각, 중앙에는 화양루라는 커다란 현판이 달려 있었고, 그것을 지키기라도 하듯, 양옆으로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응?”


“이것들은 뭐야.”


그들은 자기들 앞에 갑자기 등장한 네 명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거지들인가?”


하지만 이내 끝에 서 있던 똘복이를 보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놈... 면상이 좋구나. 어디 식구냐?”


갑작스러운 물음에 똘복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나 말하는 거요?”


“그럼 여기에 네놈 말고 또 누가 있단 말이냐?”


그의 말에 똘복이가 자신의 옆에 있는 이들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 민머리 사내도 눈이 돌아갔다. 그런 그의 눈에도 다른 세 명의 남자, 아니 거지들이 보였다.


“네놈 부하들인가 보구나? 그런데 어린애까지 데리고 있다니, 인신매매를 하는 곳이라면 흑곰파 밖에 없는데, 혹시 거기서 온 것이냐?”


“흑곰파?”


궁금하듯 묻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준 것은 말복이었다.


“흑곰파라고... 이곳 산서성을 삼분하고 있는 흑도 조직 중 하나입니다.”


“그렇군.”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산서성을 삼분하는 흑도 무리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흑곰파인가 보다.


앞에 문을 지키고 있는 놈이 흑곰파를 따로 지칭하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삼분한 세력 중 하나인 것 같고.


민머리 사내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의문스러운 얼굴을 하는 우리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흑곰파가 아니야? 그럼 흑사방이냐?”


말복이 설명하듯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른 삼분의 세력입니다. 흑사방을 지칭한 것 보니, 저놈이 흑호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말복으로부터 그 정보를 전해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무슨 흑도 아니랄까 봐, 죄다 지은 이름 앞에 흑이 들어가네. 누구는 흑호방, 누구는 흑사방, 누구는 흑곰파. 왜 이렇게 다들 흑을 좋아하는 거야?”


혼자만의 중얼거림이었지만, 그걸 못 들을 민머리 사내가 아니었다.


그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시벌. 다 아니여? 그럼 니들은 뭐여? 진짜 거지들이여?”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민머리 사내가 눈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이런 시부럴 거지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여? 구걸할 거면, 이곳 말고 저잣거리로 가서 해야지, 왜 여기로 와서 장사를 방해해?”


그의 으름장에 평소에 넉살이 좋던 똘복이가, 사내에게 다가가 바가지를 내밀었다.


“헤헤. 한 푼만 줍쇼.”


하지만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그의 행동은 사내를 더욱 열받게 만들었다.


“이런 쌍놈의 거지새끼들이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민머리 사내가 화를 내며 똘복이가 들고 있던 바가지를 뺏어서 바닥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퍼석.


바가지가 그의 발에 밟혀서 부서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그 모습에 당황한 것은 춘복와 말복이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똘복이만 눈을 부릅뜬 채, 부서진 바가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장사 방해하지 말고 꺼져 거지새끼들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화가 난 똘복이가 자기의 밥그릇이 깨졌다는 생각에 민머리의 사내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후웅 쾅!


똘복이의 어깨가 민머리 사내의 가슴에 들이박혔고, 고통스러운 신음이 민머리의 사내로부터 삐져나왔다.


“크윽.”


철푸덕.


똘복이는 바닥에 쓰러진 민머리 사내 위로 올라타더니 그의 목을 조르며 외쳤다.


“내 바가지 왜 부셨어!”


아무리 똘복이가 거지고, 민머리의 사내가 칼밥 좀 먹은 혹도 출신이라고 하더래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이라는 게 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민머리의 사내는, 똘복이의 덩치에서 나오는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크으으으윽!”


그는 숨이 안 쉬어지는지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다.


그때.


“이 새끼가!”


민머리의 사내 옆에 같이 문을 지키고 있던 자였다. 팔을 걷어붙인 소매에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사내 위에 올라탄 똘복이를 발로 차 옆으로 밀어냈다.


퍽!


그 덕분에 간신히 숨을 쉴 수 있게 된 민머리의 사내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쓰러진 똘복이를 향해 바로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감히 누구를 공격해!”


그렇게 칼자국의 사내와 민머리의 공격을 받게 된 똘복이.


쓰러진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웅크리고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는 게 전부였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건 춘복과 말복이었다.


“어... 어떻게 해유!”


춘복이가 울상이 된 얼굴로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친다. 그것은 말복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복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놈은 좀 맞아야 돼.”


“네에?”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나는 짧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배우라고 할 때, 선방필승을 배웠으면 좋았잖아.”


내 말에 춘복과 말복의 표정이 멍해진다.


나는 그들의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내가 알려준 걸 배웠으면, 저런 놈들한테 두들겨 맞지는 않았겠지.”


퍽. 퍽.


여전히 그들은 쓰러져 있는 똘복이를 잘근잘근 밟고 있었다.


“저러다 죽겠어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유?”


춘복이의 얼굴에서 이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소매를 잡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나는 묵묵히 저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똘복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닥에 쓰러진 똘복이로부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그들의 구타도 멈춰졌다.


탁탁.


그들이 손바닥을 털며 미동이 없는 똘복이를 향해 침을 뱉고는 말했다.


“카악 퉤. 다음부터 여기에 한 번 더 오면 죽는 거야. 알았어?”


그 말과 함께, 그들이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본다.


“뭐해? 네 동료 무덤 만들기 싫으면 의원한테 데려가라. 물론 거지새끼들이 의원한테 데려갈 돈이 있겠냐만은 말이다. 하하하하.”


목청 높여 한껏 크게 비웃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말에도 춘복과 말복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재빠르게 쓰러진 똘복이를 부축하는 게 전부였다.


“끄으으으.”


고통스러운지 작은 신음이 똘복이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 상태를 보니 말도 아니었다.


눈두덩이는 시퍼렇게 부어올라 시야를 가리고 있었고, 입술은 다 터져서 피와 침이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자국의 사내와 민머리의 사내는 그것들을 보며, 마치 자기들 할 일은 끝났다는 듯, 비릿한 미소와 함께 다시 문 앞에 설 뿐이었다.


저벅. 저벅.


말복이와 춘복이가 똘복이를 간신히 부축하며 내 옆으로 데려온다.


“이 상태로 오늘 구걸은 힘들 것 같습니다. 이만 돌아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나선 것은 그때부터였다.


저벅. 저벅.


느긋하게 걸어서 문지기 둘 앞에 선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다가오는 나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아직도 안 간 거야? 너도 저렇게 맞고 싶어서 그래?”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나에게 있어서 맞고 싶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정파 최고수라는 불성?


마교 최고수라는 천마?


어림도 없다.


설령 황제가 와도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음이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을 지키던 두 명은 미소를 짓는 나를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머리가 아픈 놈인가? 맞고 싶냐는 말에 뭐가 좋아서 실실 쪼개?”


“그러게? 야. 그만해라. 아무리 거지여도 미친놈은 건드는 게 아니다. 이런 놈 건드리면 재수가 없다더라.”


“아 그래? 그럼 그냥 보내줘야 하나?”


그들의 대화에 나는 더욱 길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들은 왠지 모를 소름을 느끼며 손짓했다.


“훠이~ 너는 그냥 보내줄 테니까 가라.”


나는 고민했다.


‘죽일까? 살릴까?’


그들의 말에도 내가 움직이지 않자,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칼자국의 사내가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라니까!”


그와 동시였다.


내 고민이 끝난 순간이.


나도 그를 향해 마주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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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연(3) 23.08.01 10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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