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08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11 18:16
조회
45
추천
0
글자
12쪽

저 광경을 봤는가(3)

DUMMY

저 광경을 봤는가(3)


“그렇게 된 겁니다...”


누워있는 애꾸의 말은 공손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그의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


내가 그를 발견했을 때부터, 이미 삼도천을 건너기 직전이었다.


온몸에 난 자상은 둘째치고, 등에 난 커다란 도흔만으로도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태였다.


이미 출혈도 간당간당한 상황이었기에, 만약 그곳에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놈은 이미 시체가 되었을 터였다.


그런, 죽기 직전의 놈을 치료한 게 바로 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상태가 상태인지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움직일 힘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하리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우리가 그의 적이 아니라고 하늘에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말투부터 공손할 수밖에.’


“저기....”


애꾸가 다시 어렵게 입술을 달싹였다.


“왜유! 혹시 또 필요한 게 있어유?”


“말만 하십시오! 뭐든지 돕겠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터 똘복이와 춘복이만 극성이다.


애꾸 놈이 전달한 이야기 속에서의 놈은, 잘못을 뉘우친 악당이었다.


한창 협객에 대한 꿈을 키우는 똘복이의 입장에서는, 개과천선을 마친 왈패를 이미 자기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협객에게 혼나고 개과천선한 흑도 무리라.’


어린아이들의 동심을 충분히 자극하는 이야기지 않는가?


춘복에게 저 애꾸 놈은 그런 녀석이었다.


‘아니 그런데 똘복이 저놈은 왜 감동을 받은 거야?’


하지만 이내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흑흑! 정말로 깊은 우애십니다! 동생이 형을 구하려고 적에게 같이 맞서 싸우다니!”


아~ 너는 그쪽이었어?


그 또한 아직 성숙지 못한 애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형을 위해 적과 맞서 싸운 동생.


지금 저들의 상태를 보니, 이미 둘은 애꾸를 한 가족처럼 여기는 듯했다.


지금도 춘복이와 똘복이는 애꾸에게 필요한 게 없는지 계속 물어보며, 세심하게 그를 챙기고 있었다.


“귀엽지 않습니까?”


말복이의 말이었다.


“아니. 전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귀엽다고? 뭐가?’


그런 나의 대답에 말복이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비록 저 사람의 이야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순수하지 않습니까?”


말복은 저 아이들의 모습에서 순수함을 봤나 보다.


‘나는 덜떨어진 모지리들로 보이는데.’


나는 그의 말을 단번에 무시하고는 턱짓으로 똘복이를 가리켰다.


“그런데... 말복 아재는 똘복이 저놈 괜찮아?”


갑작스러운 질문임에도, 말복은 그 뜻을 이해한 것인지, 쓴웃음만 지을뿐이었다.


“어렸을 때의 실수 아니겠습니까?”


그의 대답에 나는 ‘속 좋네.’ 중얼거리며 그들을 쳐다봤다.


“저게 원래 저놈의 모습이었겠지요.”


나는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 모습? 나는 그런 거 믿지 않는다.


똘복이는 비록, 말복을 직접 때린 것은 아니었으나, 부하들을 시켜 그를 괴롭혔다.


그랬던 놈의 모습은 진실이 아니라고?


다른 의미로는 어른보다 어린놈들이 더 영악하다.


오히려 배우지 못했기에 정도를 모르고 더한 짓을 할 수 있는 게 그들이었다.


어린아이들은 원래 착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인간은 모두가 선악을 함께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말복은 똘복이가 보여준 악을 못 본 척이라도 하려는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것 같았다.


그는 지금 보여주는 저들의 모습만 눈에 담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말복이의 물음이었다.


“뭐를?”


“저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동생을 도와달라고 부탁까지 했고요.”


듣긴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나 통할 만한 이야기지, 나에겐 아무런 감흥도 없다.


“글쎄. 나도 고민 중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도와줘야 하나 싶어.”


“도와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굳이? 왜?”


“학관을 위해서입니다.”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던 몸이, 학관을 위해서라는 말에 반응한다.


“학관?”


“네. 관주님이 지으실 무신학관 말입니다.”


무신학관이라는 현판이 머릿속을 맴돈다.


“무신... 학관?”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리는 내 모습에, 말복이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 * *


타타타타탁.


“여기에 흔적이 있습니다!”


“어디냐!”


한 남자의 외침이었다. 그 소리에 한 무리의 남자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이곳입니다!”


소리를 지른 남자가 핏자국이 가득한 바닥을 가리켰다.


“아마 애꾸 대장이 여기에 있던 것 같습니다.”


“대장?”


그의 말에 흑호방주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표정을 읽은 남자가 몸을 떨며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우리 흑호방의 소속이었던 놈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 놈을 대장?”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애꾸는 흑호방을 대상으로 반란을 일으킨 자였다.


비록 자기를 포함한 몇몇 부하는 그에게 큰 원한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흑호방의 사람으로서 방주 앞에서 그를 두둔할 수는 없음이었다.


“조심하거라.”


흑호방주가 일갈한다. 그의 모습에 남자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넵!”


흑호방주가 그를 한 번 노려본 후, 주위에 대고 말했다.


“이곳에 애꾸가 있었다. 아마 그 몸으로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찾아라. 만약 걸리적거리는 이들이 있다면....”


그의 눈에 공포에 떠는 난민과 거지들이 보였다.


흑호방주가 그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죽여라.”


“넵!”


그의 명령에 흑호방에 소속된 이들이 빠르게 주위로 퍼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민가는 그들의 들쑤심에 쑥대밭이 되기 시작했다.


* * *


펑! 쉬익~!


애꾸는 연신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춘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제 스스로 상체를 일으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몸을 회복한 상태였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느새 말복이 다가와 애꾸의 옆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하지만 애꾸는 춘복을 바라보던 시선을 옆으로 돌리진 않았다.


“잘 가르쳤군요. 공격이 어린아이치고 매섭습니다.”


“애꾸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습니까?”


애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수련을 열심히 한 게 보입니다. 저 정도 실력이라면, 저희 애들 세 명 정도는 충분히 눕힐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애꾸의 말에 놀란 얼굴을 한 것은 말복이었다.


고작 배운지 한 달이 살짝 넘은 애가 벌써 성인 세 명을 눕힐 실력이라고?


말복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정말 입니까?”


오히려 그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 애꾸가 바라봤다.


“네. 혹... 모르셨습니까?”


말복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애꾸는 이내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뭐... 무공이나 이쪽에 관심이 없다면 충분히 모르실 수 있습니다.”


“아... 예.”


말복은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탄탄히 잘 가르친 게 보입니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몇 년은 가르쳤겠지요.”


“며... 몇 년이요...?”


말복의 표정이 더 이상 놀랄 수 없을 정도로 다시 변하기 시작한다.


‘몇 년이라니...’


저 아이가 배운 기한이라고 해봐야 한 달이다.


그런데 지금 저 실력이 다른 아이를 몇 년 가르친 실력이라고....?


말복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아이가 배운지... 고작 한 달입니다....”


조용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 이번에 놀란 것은 애꾸였다.


“하... 한달이요?”


말도 안 된다. 한 달이라니.


누가 있어서 어린아이를 한 달 만에 성인 장정을 때려눕힐 실력으로 키운단 말인가?


대문파에서 키우는 제자가 아니고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저 춘복이라는 아이의 형편이나 모습을 보면 대문파의 제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애꾸는 이내 어느 한 곳을 떠올리더니 외쳤다.


“아! 개방!”


그렇다. 개방이란 곳이 있었다!


거지들이 모여 이뤄진 문파!


구파일방의 한 축으로, 정파의 정보를 담당하는 그곳이라면 충분히 저 정도 실력의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그 거지들과 내 제자를 비교해!”


애꾸의 얼굴이 돌아갔다. 거기에는 뭔가 심술이 난 듯한 얼굴의 남자가 서있었다.


‘뭐? 개방? 감히 그런 거렁뱅이 같은 놈들과 내가 키운 제자를 비교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솔직히 개방에서조차도 저렇게 빨리 실력을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마교나 소림사, 더해봤자 무당, 그들이라면 모를까.’


항상 돈에 쪼들리는 개방으로는 키울 수 없는 수준의 제자였다.


그런 무신의 제자를 개방의 제자로 오해하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그런데 저놈은 왜 이렇게 실력이 안 늘어?’


시선이 다른 쪽으로 넘어간다.


거기에는 두 번째 표본이 연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벌써 형을 전부 익힌 춘복이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제자였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애꾸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봐. 내 제자를 가지고 그런 거지 놈들과 비교하지 말아라.”


이어진 나의 말에 애꾸가 나를 아래위로 훑는다.


“나는 거지가 아니니까 그렇게 훑지도 말고.”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애꾸는 연신 나를 거지로 오해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가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다.


‘구걸하러 화양루에 오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의 눈빛을 마주 보며 말했다.


‘구걸이 아니라 강탈이다.’


애꾸가 살짝 눈가를 찌푸린다.


‘크흠.... 강탈이라... 믿어드리지요.’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강탈이 맞아.’


그렇게 눈빛을 교환한 나와 애꾸는 이내 춘복이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로 개방의 제자가 아니십니까?”


못 믿겠다는 듯 이어진 물음이었다.


나는 짜증내듯 외쳤다.


“아니라니까!”


애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애꾸의 입장으로서는 여전히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남자가 화양루에서 보여준 실력. 그리고 이곳에 와서 본 춘복이의 수준.


개방이 아니라면,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런 곳에서, 실력을 쌓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옆에 있는 이 남자가 왜 자꾸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자기만의 사정이 있겠지 싶은 애꾸였다.


“어쨌든 한 달 만에 저 정도의 수준을 만들다니, 대단하십니다.”


나는 득의양양한 얼굴을 했다.


“당연하지! 내가 가르쳤는데! 저 정도는 당연한 거다!”


하지만 애꾸는 비릿한 미소로 시선을 옆으로 돌릴 뿐이었다.


그의 눈에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허우적대는 똘복이가 들어왔다.


“스승님이 잘났다고 하기엔.... 둘의 차이가 심한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제자끼리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스승님이 잘 가르쳤다면, 이 정도까지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애꾸의 생각이었다.


“이익! 그건 저 똘복이 놈이 너무 멍청해서다!”


나는 화내듯 말했지만, 내심 가르치는 것에 소질이 없는 것인가? 스스로를 의심하던 중이었다.


애꾸의 말대로 둘의 수준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천재와 범재가 있고, 바보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심했다.


무신이라면, 범재도 천재처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바보도 잘 가르쳐서 고수로 만들어야 하는 게 스승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표본 두 개를 함께 내보일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나는 내가 세울 계획에 변수가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떻게 똘복이를 더 빨리,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 했다.


‘가르침을 바꿔볼까?’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으아아악!”


갑작스러운 비명들이 골목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비명들은 한 사람으로 시작해,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건축 시작이다(1) 23.08.18 23 1 11쪽
14 저 광경을 봤는가(4) 23.08.14 45 2 13쪽
» 저 광경을 봤는가(3) 23.08.11 46 0 12쪽
12 저 광경을 봤는가(2) 23.08.10 57 1 12쪽
11 저 광경을 봤는가(1) 23.08.09 53 0 12쪽
10 저놈은 좀 맞아야 돼(3) 23.08.08 53 0 12쪽
9 저놈은 좀 맞아야 돼(2) 23.08.07 53 1 12쪽
8 저놈은 좀 맞아야 돼(1) 23.08.03 79 1 12쪽
7 여기부터 시작이다(3) 23.08.02 78 0 12쪽
6 여기부터 시작이다(2) 23.08.01 78 0 11쪽
5 여기부터 시작이다(1) 23.08.01 87 0 13쪽
4 인연(3) 23.08.01 104 0 12쪽
3 인연(2) 23.08.01 121 2 11쪽
2 인연(1) 23.08.01 164 2 11쪽
1 프롤로그 23.08.01 168 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