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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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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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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8.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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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나는 고금제일인이다.


태어나자마자 축기를 했고.


세 살이 되던 해부터 무공을 익혔으며, 다섯 살이 되던 해에는 모든 무공의 파훼식을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스스로의 힘을 깨닫게 된 시기가.


지학에 이르러서는 파훼식을 토대로 독문 무공을 창안했으며 이를 가리켜 무훼(武毁)라 이름 지었다.


약관이 되었을 때는 천하십대고수를 찾아갔으나, 그들은 십 초를 버텨내지 못했고, 이듬해에는 일마, 일신이라는 자들과 대결을 펼쳤지만, 나의 오 초를 받아낼 수 없었다.


항상 남들 위에서 오만한 시선을 내보이는 그들이, 살려달라고 울고, 불고 매달리는 모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일 것이다.


일신과 일마가 동시에 패배한 시기.


세상은 이때를 정마혈겁이라 칭하였다.


세상의 어떤 천재도 나의 앞에서 천재라 할 수 없었으며, 천무지체, 천마지체를 가진 이들도 나의 앞에서는 그 잘난 몸뚱어리와 오성을 자랑할 수 없었다.


이후로는 편안한 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정마혈겁 이후로 시간이 조금 지나자 사건이 또 하나 생겼다.


황제가 당대의 천하제일인이 궁금하다며 찾는 것이다.


천하제일인? 그게 누구인지는 입만 열면 아프다.


자고로 천하제일인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는 법.


해서 나는 황제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채, 보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서신을 보냈다.


그런데 무슨 일에서인지 오라는 황제는 안 오고, 병사들이 내 집을 찾아와 나를 겁박하는 게 아닌가?


아무것도 모른 채, 명령만 따르는 군사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령을 내렸던 황제를 혼내줄 심산으로 궁을 찾아가 그가 기거하는 곳의 지붕을 날려버렸다.


세상은 이 사건을 황궁혈겁이라고 칭하였고 나는 고금제일인이 되었다.


이 사건 후에는 황제가 미안하다며 내게 금자를 관으로 내어주었다.


그것은 오로지 내 배를 채우는데 들어갔다.


어제 먹었던 산삼 먹인 오리가 맛있더라.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냐고? 그냥 할 일 없는 고금제일인의 심심함을 풀어보고자 벌인 짓이다.


현재 나는 가장 난해한 적을 마주하고 있었다. 단연코 말하지만, 역사상 최악의 적이었다.


그것은 바로 심심함이라는 놈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곤란한 적을 만난 적도, 싸워본 적도 없었다.


몇 년 전부터 불현듯 찾아온 이 녀석은 나 스스로도 상대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고금제일인은 원래 이렇게 심심한 것인가?


일마와 일신, 황제를 넘어 새외까지 한 번 둘러보고 오니까, 이후로는 할 게 없었다.


세상이 평안하니 나를 찾아오는 이들도 없었다.


자기들 어려울 때는 온갖 것을 받치며 부탁 하더니....


결국 나는,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산책이라도 할 겸 다시 무림을 찾았다.


그런데 나를 마주한 모두가 내 눈치를 보는 것이다.


정파, 사파, 심지어 마교까지.


그들은 어떻게든 내 기분을 맞추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해서 이후로는 무림에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집에 혼자 남게 된 나는 매일매일을 이 심심함과 싸우는 중이다.


“아... 심심하다....”


원래 고금제일인은 고독한 것인가?


짙은 무료함이 담긴 목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새하얀 백의를 입은 미남자. 얼굴이 어찌나 아름답게 생겼는지, 잘못하면 여자로 오해받을 정도였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말을 잇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에휴...”


남자가 한참을 집 앞 정자에서 하늘만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이내 머리를 벅벅 긁더니 몸을 돌려 자신이 기거하는 초옥으로 들어갔다.


쿵.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마당의 오리들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꽥. 꽥. 꽥


초옥 옆에 지어진 우리에는 오리들이 산삼을 주워 먹고 있었다.


시간은 그렇게 유수같이 흘렀고, 계절은 몇 번이고 바뀌어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림에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고금제일인이 죽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믿지 않았지만, 무림맹 측에서 공식적으로 무신의 죽음을 발표하면서 소문은 사실이 되었다.


소문을 접한 자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영원을 살 것 같던 그가 죽다니!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는 들뜨며 감정을 고조시키는 자들도 있었다. 바로 정, 사, 마 무림인들이었다.


그동안 너무 평화에만 찌들어 있었다. 무림인이란 자고로 죽음을 옆에 두고 사는 존재들.


전투와 기습에 항상 노출돼있는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생명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그런 생활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게 자신들을 더욱 열심히 살도록 했고,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한 것이다.


항상 전쟁과 전투를 달고 사는 그들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평화는 독약과 같았다.


더 이상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모두가 안정감을 느꼈지만, 길어진 평화는 그들에게 살아갈 의욕을 잃게 했다.


그런 그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는데, 무신이 죽은 이제야 심장이 뜀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여태까지 정, 사, 마, 평화를 지킬 수 있던 게 바로 고금제일인 천우영 때문이다. 정, 사, 마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는 신과 같은 무력으로 자신들을 억제했다.


무신 스스로는 눈치를 못 챈 것 같지만 말이다.


그가 무림에 나올 때마다 우리는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가공할 그 무력에 대응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인군단, 그런 말로는 부족했다. 그는 진정 신이었다.


그렇기에 정, 사, 마 모두가 힘을 합쳐 그를 막았다.


무림에 나오지 못하도록.


심지어 그가 제자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뒤에서 작업도 해놨었다. 그가 사는 곳을 금지로 정하고, 산에 오르는 자들을 미리 제거한 것이다.


욕심이 없던 천우영이기에 지금의 균형을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혹여나 천우영과 같은 무력을 가진 자가 또다시 나타난다면,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터였다.


무신이 가르치는 만큼, 그 제자 또한 대적 불가의 존재로 성장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천우영이 키운 제자가 중립이 아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가치관을 갖는다면, 막을 길이 없는 무림은 말 그대로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거대한 무력은 인류의 재앙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신이 죽은 것이다.


물론 정, 사, 마 몇몇 고수들은 아직도 그의 죽음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들도 무신의 초옥에 들러 그의 시체를 확인하므로,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시체가 있던 것이다.


차갑게 식은 무신의 몸뚱어리가.


무림에서는 신으로 칭해지던 그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심지어 무신이라 불린 것 치고, 사인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고독사.


혼자가 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죽음.


무신의 시체를 발견한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무신을 홀로 고립시킨 것으로 자신들이 그를 죽였다고.


최후의 승리자는 결국 자신들이라고 스스로 자위했다.


천하제일인을 넘어서 고금제일인이라 불렸던 무신(武神) 천우영.


그는 그렇게 정, 사, 마의 합작으로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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