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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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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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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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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시작이다(2)

DUMMY

여기부터 시작이다(2)


세상을 살아가려면 눈치라는 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하든 빌어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생명줄도 길어지고 말이지.’


하지만 내 앞에 있는 놈은 그런 눈치가 없나 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잔뜩 성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말이다.


‘하긴... 지금 내 꼴이 거지나 다름없긴 하지.’


때가 묻은 백의는 이미 흑의가 됐고, 옷의 한쪽 소매는 춘복이가 뜯어먹어서 영락없는 거지 차림이었다.


“내가 분명 눈에 띄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는 나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명백한 무시.


반대로 그의 시선을 받은 춘복과 말복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춘복은 두려움에 떤 얼굴을 하면서도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대장 거지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곳은 원래 우리 집이었어유!”


“우리 집? 거지들한테 언제부터 집이 있었어?”


일견 타당해 보이는 그의 말에 춘복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분하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오히려 말복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그곳은 분명 우리가 먼저 발견했고, 선점을 한 곳이오.”


“선점? 그거 좋지. 그런데 원래 세상은 선점이든 뭐든, 강한 놈이 다 가져가는 거야!”


그가 가슴을 피고는 남들보다 큰 덩치를 자랑하듯 앞으로 나섰다.


그 뒤를 다른 거지들도 따른 채였다.


다시 한번 겁을 주려는지 대장 거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에 말복과 춘복은 긴장이 되는지 침을 삼켰다.


대장 거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런데 그가 느닷없이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뒤에 있던 거지 하나를 보고는 물었다.


“야. 근데 저놈 거의 죽어간다고 하지 않았냐?”


그의 말에 질문을 받았던 거지가 황급히 말복을 바라본다. 그리곤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 아니... 저놈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분명 그때 거의 반 죽여놨었는데?”


그의 말에 대장 거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쯧.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내가 확실하게 해결하라고 했지?”


“아니 분명히 확실히 해결을..,”


“말대답하냐?”


“죄송합니다.”


“네 눈엔 저게 확실히 해결한 걸로 보여?”


손가락으로 말복을 가리키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뒤에 있던 거지도 억울한 표정을 했다.


분명 그는 확실히 했는데, 멀쩡하게 일어나 있는 말복이 이상한 까닭이었다.


‘의원한테 데려가도 당장 일어날 수가 없을 텐데... 하물며 거지가 의원을 찾아갈 돈이 어딨어서 치료를 받은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


멀쩡하게 서 있는 말복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였다.


우드득. 우드득.


하지만 대장 거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보란 듯이 손가락과 목을 꺾으며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악스러운 덩치에 그런 짓(?)을 하니,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겁에 질릴 수도 있을 만한 광경이었다.


일반인이라면 말이다.


그를 보니 덩치가 어느 정도 있는 게, 힘 좀 꽤나 쓸 것 같았다.


‘그놈 참.... 귀엽네. 짐꾼이나 청소꾼으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라며 스스로를 칭찬하고는 대장 거지놈의 앞을 막아섰다.


내가 그의 앞을 막자 대장 거지가 ‘이놈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야.”


짧은 반말에 대장 거지의 표정이 굳는다.


“야?”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 너.”


“너어~? 이런 개호로쉐....”


“너는 이제부터 우리 학관의 청소 담당이다.”


이어진 나의 말에 어이가 없는 것인지, 대장 거지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뭐? 뭔 담당?”


나는 미소와 함께 다시 대답해줬다.


“청소 몰라? 바닥 쓸고 닦는 거 있잖아. 그거.”


“아~아~ 그 청소? 알지. 그건 내가 아주 잘 알지~”


“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본다니까! 그러니 이제부터 네가 청소 담당이다.”


“크크크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내가 바닥은 잘 못 쓸어서? 대신 다른 청소는 할 줄 알지.”


“무슨 다른 청소?”


“사람 청소다 이 새끼야!”


그 말과 함께 대장 거지가 주먹을 휘두른다.


휘이익.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 주먹에 춘복과 말복이 놀란 얼굴을 했다.


물론 나는 아니었지만.


‘더럽게 느리네.’


다가오는 주먹 속도에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흐음... 검지에 있는 털이 스무 가닥... 엄지에는 열일곱 가닥...’


다가오는 주먹을 바라보며 그 손에 있는 털들을 하나하나 셀 때였다.


‘오호~ 모두 합쳐서 약 백삼십이 가닥 정도 되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대장 거지의 주먹은 어느새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흐음... 이걸 손으로 막아야 하나?’


거지라 그런지 손에 때가 많이 보였다. 굳이 그 주먹을 내 손으로 잡고 싶지는 않았다.


내공을 일으킨다. 마음을 먹은 순간 이미 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니 넘어섰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내공을 일으킴과 동시에 전신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무림에서는 이것을 호신강기라 한다.


대장 거지의 주먹이 내 피부에 닿기 전, 내가 일으킨 호신강기와 맞부딪혔다.


그리고.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대장 거지가 뒤에 있던 거지들을 쓰러뜨리며 함께 날아갔다.


간신히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건 거지무리 중에 양 끝에 서 있던 두 명뿐이었다.


춘복과 말복을 포함해 살아남은 거지들은 놀란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나는 느긋하게 몸을 돌리고는 춘복과 말복을 마주했다.


“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오...?”


“뭐... 별거 아니야. 호신강기라는 건데....”


“호신강기!!!!”


말복이가 놀란 얼굴로 외친다.


“방금 그게 정말 호신강기란 말이오!?”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묻는 말복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나였다.


“그렇긴 한데....”


“호신강기는 절정고수들 이상만 펼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왜! 그것을 먼저 설명하지 않았소!”


갑자기 태세를 바꾼 그의 태도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내 절정고수인거랑 학관이랑 무슨 상관...”


“당연히 상관있소! 학관은 관주의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란 말이오!”


“실력에 따라...?”


나는 말하면서도 이해가 안 가는 것들 투성이었다.


공(空)을 보여줄 때는 살짝 놀라기만 했으면서, 오히려 호신강기를 펼치니까 이렇게 반색을 하다니.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혹시 검기 같은 것도 쓸 줄 아시오?”


그들은 무엇이 더 높고 대단한 것인지 가릴 수 있는 경험과 눈이 없던 것이었다.


그래서 세상에서 말하는 검기니, 호신강기니 하는 것들만 듣고,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공(空)의 경지를 못 알아보지.’


무로써 극에 이르러야만 볼 수 있는 경지였다.


물론 공(空)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중요한 건, 너무 높은 경지의 것은 아무리 보여줘도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춘복과 말복이 딱 그런 상태였다.


나는 말복의 물음에, 대답 대신 검지에서 강을 뽑아내 보여줬다.


시리도록 푸른 기가 뭉쳐지고 유형화 되어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말복과 춘복의 표정이 더욱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딱딱딱딱.


거지패가 날아가고 남은 두 명은 이제 턱을 떨기까지 하고 있었다.


“정말 검기라니....”


기가 아닌 강이었지만, 구태여서 정정해주진 않았다. 그냥 알아서 생각하라고 말이다.


강을 뽑아낸 내 모습에 말복이 확신에 차듯 말했다.


“이 정도면! 학관! 성공할 수도 있겠소!”


* * *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로 마당을 쓸고 있는 거지들이 보였다.


맨 처음 춘복이와 말복이가 나를 이끌었던 곳이었다.


집은 다 무너지고 터만 남은 곳.


거지패들이 빼앗으려던 곳.


왜 그런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이곳이 꽤 괜찮은 곳이지 않는가?


일단 집은 없었지만, 전에 있던 집이 컸는지 터가 넓었고, 그 앞으로는 마당까지 있었다.


골목에 모인 집들에 비해 이 정도 크기라면 대장원이라 할 만했다.


그곳을 거지패들이 쓸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나와의 사건을 겪은 후, 내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똘복아.”


나의 중얼거림에 ‘똘복’이라는 거지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이 터를 빼앗으려던 거지패의 대장놈이었다.


그는 내 앞에 서더니 감히 고개를 들지는 못한 채,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나는 짚을 깔아놨던 방에 누운 채, 똘복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충 마당은 깨끗해진 것 같으니 모두 돌려보내라.”


나의 말에 똘복이의 표정이 밝게 펴졌다.


‘드디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괴물 같은 무림인을 잘못 건드렸다가 죽을 뻔하고, 지금은 여기서 마당을 쓸고 있다.


빨리 이 청소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열심히 했는데, 그것이 이제야 마무리되는 건가 보다.


똘복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가 환한 미소와 함께 크게 대답하더니 다른 거지들이 있는 곳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대장님께서 그만하라고 하신다! 모두 정리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커다랗게 외치는 똘복이의 말에 다른 거지들의 표정이 환해지며,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빗자루들을 한쪽에 쌓아놓고는 외쳤다.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하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대답 대신에 손을 휘휘 젓고는 몸을 돌렸다.


거지들이 내 손짓을 알아듣고는 줄지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똘복이었다.


“저도 가보겠습니다!”


“넌 어디 가냐?”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똘복의 표정이 당황스럽게 변했다.


“네?”


똘복이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혹시 다른 시키실 일이 더 있으신지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넌 남아.”


“혹시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넌 앞으로 여기서 허드렛일을 담당한다.”


이어진 나의 말에 똘복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허... 허드렛일이요...?”


“그래. 고마워해라. 너는 정규직이니까.”


“저... 정규직이요...?”


“그래. 다른 애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정규직이다. 그걸 널 시켜주는 거니까 감사하게 받아라.”


똘복이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찌 그런 귀한 걸 저를 시켜주신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정규직은 저 말고, 다른 더 좋은 사람에게 맡기시지요. 가령 대장님 뒤에 계신 말복 아재나, 춘복이 말입니다요.”


“이미 둘은 정규직이야.”


나의 말에 당황하는 똘복.


“이... 이미 정규직이라굽쇼?”


“정확히는 말복 아재만 정규직이지. 내가 만들 학관에 총관을 맡을 거거든.”


똘복은 시선을 돌려 재빠르게 그 옆에 있던 춘복이를 가리켰다.


“그럼 춘복이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춘복이는 우리 학관의 첫 제자다.”


“제자요? 무슨 학관이길래....?”


“무신학관(武神學館)이다.”


“무... 무신학관이요...?”


“그래. 어린애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무신학관, 난 여기부터 시작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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