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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15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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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저 광경을 봤는가(1)

DUMMY

저 광경을 봤는가(1)


네 명이 모여 밥을 먹는다.


어느새 똘복이도 기운을 차리고 함께하고 있었다.


말복이는 밥을 먹다가도, 옆에서 함께 먹는 똘복이를 멍하니 쳐다보기 일쑤였다.


“정말로.... 신기하군요. 분명 오늘 안으로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벌써 기운을 차리고 저렇게 쌩쌩한 모습이라니요.”


그의 말에 나는 입에 음식을 집어넣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별거 아니야. 저놈 몸이 애초에 강골(强骨)이기도 했고, 내가 저놈 신체를 조금 다르게 바꿔놔서 보통 사람보다 회복이 더 빨라진 것뿐이야.”


나의 말에 말복이가 놀란 얼굴을 했다.


“몸을 바꿨다고요?”


“그런 게 있어.”


밥을 먹다가 설명하기가 귀찮아진 나는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분명 무척이나 궁금해하는 거 같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는 밥을 먹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흐음. 아까 화양루에서 먹었는데 또 먹어도 맛있네.”


“화양루 음식이 산서 제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겁니다요.”


똘복이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첫 번째는 아니더래도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춘복이도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는 기분 좋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있는 자국만이 춘복이가 눈물을 흘렸었구나,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오랜만에 맛있는 걸 먹은 탓일까? 포식한 탓일까?


비워진 바가지 뒤로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얼굴에 짙은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배가 부른지 모두가 하늘을 보며 바닥에 몸을 누였다.


그런 우리 위로 수 많은 별이, 밤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기분을 안 좋게 만든다.


나는 바로 옆에 누워있던 말복을 향해 조용히 물었다.


“말복아재. 그나저나 우리 학관 어떻게 할 거야?”


갑작스러운 질문 때문이었을까? 말복이가 움찔하더니 멋쩍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크흠... 그럼 저는 잠을 청하러 먼저 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나는 그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무신학관 어떻게 번영시킬 거냐고!”


커다란 나의 목소리에 그가 다시 한번 움찔하더니, 걸음을 빨리해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밖에서도 안이 보이는 구조.


벽도 없이 바닥에 깔린 짚들이 방이라는 구분을 해줄 뿐이었다.


“이제는 내가 거지인지 학관의 관주인지 모르겠다.”


한숨 섞인 나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일까? 하늘을 바라보던 춘복이가 말했다.


“좋은 일이 생길거에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후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더 길어지자 몸이 슬슬 노곤해지는 게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미 춘복이와 말복이는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다.


똘복이만이 유일하게 무엇을 고민하는지 뒤척일 뿐이다.


그렇게 모두가 밤을 이불 삼아 꿈에 빠져들 때였다.


잠을 자기 위해 별을 세던 나도 눈꺼풀이 점점 닫혀옴을 느꼈다.


그런데.


“관주니임!!!!!”


갑자기 들린 커다란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상체를 일으켰다.


“뭐야!”


적인가 싶어 바로 공격할 준비까지 마친 나였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적은커녕, 있는 것은 나처럼 잠이 깬, 춘복이와 말복이 뿐이었다.


“아놔.... 뭐야? 잠자기 직전이었는데 왜 깨워?”


깨운 대상을 바라본다.


똘복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말복과 춘복 또한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똘복이는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크게 외쳤다.


“저한테 선방필승(先方必勝)을 알려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부탁이었다. 하지만 나는 팔짱을 낀 채 그를 쳐다만 봤다.


내가 대답하지 않은 것에 불안함을 느낀 것인지, 똘복이가 다급히 말했다.


“정말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제발 알려주십시오!”


절까지 하며 부탁하는 그였지만, 오히려 나는 콧방귀를 꼈다.


“참나. 내가 배우라고 할 때는 마당 쓸겠다고 도망간 놈이, 이제 와서 다시 배우겠다고?”


똘복이가 사정 사정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저 녀석이 저렇게 나오는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다.


‘아까 그놈들한테 맞은 게 못내 서러웠나 보군.’


이대 일로 싸웠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가 그것을 보고 치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게 목숨을 건 전투였다면, 일 대 일이고 뭐고 똘복이는 죽임을 당했을 터였다.


치사? 이기는 게 장땡인 법이다. 죽고 나서 치사하다고 해봤자, 그들은 듣지 못한다.


아마 똘복이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진짜로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자기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걸.


그래서 그는 청한 것이다.


배움을.


하지만 그런다고, 도망갔던 놈을 다시 받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안 받아주는 척하며 어찌 이놈을 골려줄까 고민했다. 그런데 무심코 이놈의 눈을 봤다.


배움을 청하는 진지한 눈.


진지한 저놈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알아볼 겸, 그를 좀 더 자세히 살폈다.


눈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좋은 눈이었다.


강함에 정신이 팔려 무공을 익히게 되면, 나중엔 미친놈이 되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놈 중에서도 몇몇이 있었다.


하지만 살고자 하는 놈들은, 힘을 쉽게 내비치지도, 휘두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놈들은 약하냐?


전혀 아니다.


오히려 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더 광적으로 무공을 판다.


무공을 배움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의지의 발현이었다.


나는 이것을 이렇게 칭한다.


재활(再活)


다시 산다는 뜻에 재활.


나는 똘복이의 눈빛에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재활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똘복이는 그런 내 모습 속에서 불안함을 느꼈는지 흠칫 몸을 떨어댔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똘복이를 바라봤다.


“정말 다시 배우고 싶으냐?”


대답은 바로 나왔다.


“무조건 입니다!”


“재활할 준비는 됐지?”


재활이라는 말에 똘복이의 얼굴에 의문이 생겨났다.


“재활이 뭡니까...?”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그런 게 있어.”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한 똘복이었다.


‘아... 씨... 괜히 배운다고 했나?’


찰나의 순간, 후회가 밀려왔지만 기분 탓이겠지 생각하는 그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똘복이었다.


나는 미소 지었다.


‘제대로 재활시켜주마.’


이제는 포기하겠다고 해도 놔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미 늦었음이다.


* * *


애꾸가 화양루 삼 층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방이 다섯 개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애꾸는 기척이 들린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 앞에서 애꾸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방주님 들어가겠습니다.”


안으로부터 기척은 있었지만, 답은 없다.


애꾸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똑똑.


“방주님 들어가겠습니다.”


여전히 답이 없음에 이상함을 느낀 애꾸가 조심히 문을 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드르륵.


애꾸는 문을 열자 펼쳐진 장면에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안에는 깨진 접시와 안주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고, 같이 있어야 할 여자 넷은 가슴에 피를 흘린 채 죽어있었다.


그 사이에서 흑호방주만이 전신에 피를 묻힌 채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애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재빠르게 안에 들어가 문을 닫고는 흑호방주에게 물었다.


“방주.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


방주는 대답이 없었다. 단지 충격받은 얼굴을 한 채,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괴... 괴물이야...”


* * *


애들을 시켜 방을 정리한 애꾸는 심각한 표정으로 밖을 나왔다. 그 옆에는 자신이 아끼는 동생, 삼치가 함께였다.


“형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닌 밤중에 살인이라니요!”


애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재빠르게 삼치의 입을 막고는 말했다.


“조용히 해라. 주위에다가 화양루에서 살인이 났다고 광고라도 할 셈이냐?”


화내는 듯한 애꾸의 말에 삼치가 눈을 크게 뜨고는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애꾸가 그런 그의 눈을 마주하며 조용히 말했다.


“진정이 됐으면 고개를 끄덕여라.”


그의 말에 삼치가 마음속으로 오 초를 세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꾸가 그런 삼치의 행동에 입에서 조용히 손을 떼었다.


“오늘 여기서 일어난 일은 비밀이다.”


애꾸의 말에 삼치는 찝찝한 마음을 숨긴 채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애꾸가 살짝 삐진 듯한 삼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시 화양루로 들어갔다.


밖에 혼자 남게 된 삼치가 중얼거렸다.


“이런 시부럴!”


* * *


똑똑.


“들어가겠습니다.”


애꾸의 요청에 방 안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와.”


드르륵.


방에 들어가자 애꾸는 정리된 방에 홀로 앉아있는 흑호방주를 볼 수 있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건지, 그의 얼굴은 지금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애꾸가 흑호방주의 옆자리에 앉더니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


애꾸의 물음에도 흑호방주의 입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모습에 한숨을 쉬는 애꾸였다.


“뭐를 알아야 제가 돕지 않겠습니까?”


피식.


갑작스러운 조소.


흑호방주를 바라보는 애꾸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조소를 짓는 흑호방주의 얼굴.


흑호방주의 얼굴이 ‘고작 네까짓 게?’라고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흑호방주는 말없이 술잔에 술을 따라 입으로 가져갔다.


그가 그렇게 술을 연거푸 들이켜더니 말했다.


“그놈들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괴물들이다. 심지어 손을 쓰는 수법도 잔악하기 그지없지. 우리와는 다른 인간들이다.”


그의 말에 애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걸 아시는 분이 어째서 사천성에 들고 싶어 하는 겁니까?”


“왜 들고 싶어 하냐고?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애꾸의 물음에 느닷없이 크게 웃기 시작하는 흑호방주였다. 애꾸는 기분이 나빴지만, 다음 말이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흑호방주는 한껏 웃어 재끼더니 바로 표정을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입을 여는 그의 얼굴엔 어느새 광기가 들어차 있었다.


“왜 사천성에 들고 싶냐고? 당연한 것 아니냐? 더 많은 재물! 더 많은 여자! 더 강해진 흑호방! 더 강해진 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천성에 비하면 우리는 그저 그런 흑도 방파에 불과해! 하지만! 사천성... 그래! 사천성. 사천성 말이다! 그곳에만 든다면, 우리 흑호방은 더욱 날개를 크게 펼칠 수 있어!”


미친 듯이 쏟아내는 말에 애꾸가 흠칫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흑호방이 가진 재산이 이제 얼마 없습니다. 언제까지 그들에게 돈을 상납해야 사천성에 들 수 있는 겁니까?”


흑호방주는 별거 아니라는 듯 나직이 말했다.


“은으로 이천냥이다.”


액수를 들은 애꾸의 눈이 커진다.


“이천냥 말입니까? 이천냥이면 흑호방의 반 년치 예산입니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준단 말입니까!”


“그게 왜 말이 안 되느냐? 어차피 저자에 있는 상인놈 몇몇만 쳐 죽이면 나머지는 무서워서라도 전 재산을 내놓을 것이다.”


“방주님!”


애꾸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의 모습에 방주의 표정이 흉악해졌다.


“네놈! 나를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하지만 이번엔 애꾸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외쳤다.


“이번엔 진짜로 안될 말입니다!”


“이놈이!”


흑호방주가 재빠르게 뒤에 있던 거대한 도를 꺼내 들었다. 그것에 맞춰 애꾸도 재빠르게 품에 있던 단도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보던 흑호방주의 얼굴이 흉신악살로 일그러졌다.


“네놈. 어쩐지 요즈음 눈빛이 이상하더라니. 뒤에서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애꾸는 말이 없었다.


흑호방주가 외쳤다.


“네놈 실력으로 반란이 성공하겠느냐!”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요!”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그 말과 동시였다. 흑호방주의 도가 애꾸에게로 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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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저 광경을 봤는가(3) 23.08.11 46 0 12쪽
12 저 광경을 봤는가(2) 23.08.10 57 1 12쪽
» 저 광경을 봤는가(1) 23.08.09 54 0 12쪽
10 저놈은 좀 맞아야 돼(3) 23.08.08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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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저놈은 좀 맞아야 돼(1) 23.08.03 79 1 12쪽
7 여기부터 시작이다(3) 23.08.02 7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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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연(3) 23.08.01 104 0 12쪽
3 인연(2) 23.08.01 121 2 11쪽
2 인연(1) 23.08.01 1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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