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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07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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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저 광경을 봤는가(2)

DUMMY

저 광경을 봤는가(2)


아침이 되었다.


어제부터 쭉 제자가 되고 싶다는 똘복이의 부탁을 못 이기는 척 들어줬다.


물론, 내가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한다는 약속이 전제조건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계약(?)이 체결되고, 나는 나대로, 똘복이는 또 똘복이대로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야. 삐졌냐?”


“됐습니다요!”


달래려고 똘복이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오히려 몸을 돌리고는 나를 쳐다본 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미안하다니까?”


“흥!”


나는 고개를 떨궜다.


‘아니 무슨 애도 아니고....’


아! 어린애 맞지?


미리 말하는데. 저놈. 지학이란다.


삭은 얼굴에 덩치 때문에 나랑 비슷한 또래인 줄 알았는데, 내 제자가 된 후 나이를 물으니 나보다 젊은 놈이었다.


그런 놈이 예의범절을 잘못 배워서, 덩치만 믿고 뼈 소리를 내며 흑도 흉내를 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탄도 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다른 거지패를 이끌고 다닌다는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거랑 상관없이 나이를 생각하니, 지금 삐지는 저 모습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어휴, 어제의 사건이 문제지.’


어제의 사건.


바로 화양루에서 똘복이가 구타당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환골탈태까지 받고 무공을 배우지 않겠다고 하는 똘복이가 괘씸해서 일부러 도와주지 않았는데, 그것이 못내 서운했나 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 자기가 도망가지 말던가.’


똘복이가 선방필승을 배우기 싫다고 도망가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였다.


내 관원이라면 당연히 내가 지켰을 테니까.


그런 나한테 어제의 똘복이는 무공을 배우기 싫어서 도망간 못난 놈일 뿐이었다.


사실 그런 놈을 다시 받아준 나에게 오히려 똘복이가 감사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당연한 건데 말이지....’


그는 여전히 심술이 난 듯, 나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으득.


갑자기 이가 갈린다.


‘하아~ 나한테 배우는 아이들이 많았다면, 저런 놈은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아직 학관도 짓지 못한 내게 한 명 한 명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춘복이를 잘 가르쳐서 표본으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원래 남에게 보여주는 표본이 많을수록 신뢰감도 높아지기 마련 아닌가?


이왕이면, 학관에서 잘난 제자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나오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말복의 생각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귀한 표본(?) 하나가 저리 삐쳐있으니 나로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에휴~ 나도 모르겠다. 네 맘대로 해라.”


나는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렸다.


애초에 애를 대하는 건 불편하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경험도 없고.


계속 저렇게 삐쳐있는 놈보다, 열심히 하는 놈을 더 잘 가르치고 싶은 게 내 생각이었다.


쉬익! 펑. 펑.


봐라!


지금도 춘복이는 열심히 마당에서 허공에 눈 찌르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알려주는 건 열심히 하는 놈이었다.


쉬익!


‘옳지! 낭심차기! 기가 막힌다!’


누가 가르쳤는지는 몰라도 잘 배웠다. 나는 열심히 수련하는 춘복이에게 느긋하게 다가갔다.


“춘복아. 열심히 하는구나.”


흡족한 마음으로 칭찬을 해본다. 그런 나의 말에 춘복이가 하던 것을 멈추고 인사를 했다.


“다 스승님 덕분이에유!”


“푸흡!”


내면의 흡족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키야~ 이게 제자 키우는 맛이구나!’


예의 바른 제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애써 담담한 척을 했지만,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을.


‘크흠. 스승이 이렇게 가벼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지.’


헛기침을 몇 번 해본다. 그리곤 무게감 있게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커흠. 그래. 그 정도면 된 거 같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꾸나.”


내 나이 약관, 하지만 말투는 여느 문파의 장문인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춘복이는 그런 나의 모습에도 여전히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알겠어유. 스승님.”


새로운 것을 알려준다는 말 때문일까?


어느새 똘복이 놈도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와 기웃거렸다.


“뭐냐? 계속 구석에 처박혀서 내 탓만 하지 그래? 삐져있을 때는 언제고 뭐가 좋다고 와서 기웃거려?”


게슴츠레한 눈으로 묻는 나의 말에 똘복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수룩한 모습을 보였다.


“저도 배우려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똘복이놈이 삐져봤자지.’


그에 대한 무공의 열정은 이미 확인했던 나다.


무공이야기를 하면, 다시 올 것이라 어느 정도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지만.’


나는 표본이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는 춘복이만 진도를 나갈 거다.”


협박 아닌 협박에 똘복이가 표정을 풀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바탕의 소동(?)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가르침에 들어갈 수 있었다.


* * *


“끄으으...”


“헉. 헉. 헉. 형님! 정신 차려보시우!”


삼치가 피를 철철 흘리는 애꾸를 부축한 채,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곳이면, 흑호방주도 우리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것이오.”


땀을 흘리며 말하는 삼치의 상태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왼쪽 옆구리에 난 상처에서는 연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삼치는 약간의 인상만 찡그릴 뿐, 애꾸를 부축하는데 더욱 신경을 쏟았다.


‘이러다가.... 형님도 위험한데....’


심각한 얼굴로 애꾸의 상처를 바라본다.


등에 길게 난 자상에는 연신 피가 흘렀고, 다리와 팔에도 칼에 베인 자국들이 수없이 나 있었다.


이미 그것들로 인해 전신은 피칠갑을 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만히 놔둔다면, 애꾸는 과다출혈로 생을 마감할 터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흑호방에서 자신들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 정도?


빈민가.


사회에서도 집이 없는 자들이나, 거지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일반인들도 들어오기를 꺼리는 이곳은, 오직 국가에서만 특별히 관리하는 지역이었다.


삼치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왠지 모를 위협에 대비하고 있었다.


“형님.. 아직 죽으면 안 됩니다요.”


그의 말을 들은 것일까? 애꾸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를 버리고 가지 그랬냐. 그러면 너는 다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삼치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일부러 무시했다.


“일단, 형님의 상처가 먼저예요. 빈자리를 찾으면 형님을 내려놓고 저는 의원을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그의 말에 애꾸도 뭐라 말을 더하고 싶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그는 입을 열 기운조차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삼치가 이내 어느 한 자리를 발견하고는 애꾸를 데리고 바로 이동했다.


“이곳이면 될 것 같습니다!”


삼치가 재빠르게 구석에다가 애꾸를 내려놓는다. 주위에 있던 거지들은 피를 흘리며 등장한 그들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피했다.


삼치는 간신히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애꾸를 바라보며 재빠르게 말했다.


“저는 흑호방의 눈을 피해 바로 의원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때까지 꼭 버티셔야 합니다!”


“그냥... 도망....”


하지만 삼치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그곳을 벗어났다.


혼자 남은 그의 몸에선 점점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죽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였다.


주위로부터 인기척이 들려온다.


간신히 눈을 뜬 그의 주위로 여럿의 거지들이 보였다.


그리고.


주섬주섬.


눈치를 보던 거지들이 쓰러진 그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애꾸는 화를 내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한 까닭이다.


평생 굶주려 살았을 것이다. 남들의 도움은 기대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의원의 도움조차 받지 못한 그들에게 남들의 죽음은 큰일이 아니었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그들이 남의 시체를 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행동이라 할 수 있었다.


‘일생에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마지막에는 이런 죽음도 나쁘지 않겠지.’


평생 남을 괴롭히며 살아왔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죽을 때만이라도 저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평안함을 느끼는 애꾸였다.


‘지옥은 면치 못하겠지만, 이것을 가지고 본래 받을 벌에 대해서는 염라대왕과 협상할 수 있겠구나.’


삶의 최후를 느끼며 눈이 스르륵 감길 때였다.


“뭐야 이놈. 화양루 놈이 왜 여기에 있어?”


갑작스러운 목소리였다.


* * *


“으으으으.”


고통 섞인 신음과 함께, 애꾸의 눈이 뜨였다.


“어!? 일어났어유!”


익숙지 않은 아이의 목소리였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애꾸는 사람을 부르는 아이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타타타타.


이내 발걸음 소리는 가까워졌고, 애꾸는 자신의 앞에 등장한 세 명을 볼 수 있었다.


* * *


애꾸의 눈이 중년인에게로 향한다.


“흐음~ 정말로 괜찮은 거 맞습니까?”


“맞다니까? 말복 아재도 내가 살렸는데, 나를 못 믿는 거야?”


그의 말에 애꾸의 눈이 젊은 남자에게 옮겨졌다.


‘화양루에서 봤던 무인이로군...’


분위기를 보니 이 자가 자신을 살린 것 같았다.


“아니 그런데? 왜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는 겁니까?”


애꾸의 시선이 이번엔 덩치가 큰 거지에게로 향했다.


그는 이상하다는 듯, 자신을 이곳저곳 살피는 중이었다.


“설마 식물인간이 된 겁니까?”


이어진 그의 말에 젊은 남자가 한숨을 내쉰다.


“너는 저게 식물인간처럼 보이냐?”


“몸은 안 움직이고 눈만 붕어처럼 껌뻑껌뻑하는데 식물인간이 아니고 뭡니까?”


“똘복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남자의 말에 덩치 큰 거지가 뭐 씹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불만이 많아 보였다.


젊은 남자가 말한다.


“야. 목소리 나오는 거 아는데 뭐라도 이야기해보지?”


* * *


‘이 녀석 봐라? 일어나자마자 당황이 아니라,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는 건가?’


붕대에 감긴 남자는 연신 아무 말도 없이 우리의 대화를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양루에서 봤을 때부터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히 상황을 바라본다고?’


눈에 보이는 이들이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기에 먼저 피아식별부터 하려는 행동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어림없지.’


이미 수없이 많은 무인들을 봐왔던 나였다.


무신인 내게 처세술을 펼치는 이들이 없었을까?


정치력이나 경험으로 따지자면, 저자와는 차원이 다른 이들을 경험한 나였다.


‘그런 내게 저런 놈쯤이야.’


나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상황 파악을 끝낸 그가, 어떤 이야기를 지어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정보를 제대로 캐내고 싶다면,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 질문을 하고 물어봐야만 했다.


“야. 목소리 나오는 거 아는데 뭐라도 이야기해보지?”


나의 말에 애꾸 남자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짓고는 이어서 말했다.


“어쭈? 말 안 한다 이거지? 안 되겠다. 똘복아 가서 고기 써는 칼 좀 가져와라.”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똘복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고기 써는 칼이유? 우리한테 그런게...”


하지만 똘복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느새 나타난 말복이가 그의 입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말복과 눈빛을 교환한다.


‘역시.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다니까?’


말복이도 내 눈빛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말복과 나의 대화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있는 애꾸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 말하겠습니다!”


놀란 듯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 말복과 내가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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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연(3) 23.08.01 104 0 12쪽
3 인연(2) 23.08.01 121 2 11쪽
2 인연(1) 23.08.01 1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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