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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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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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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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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연(3)

DUMMY

인연(3)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근래에 들어 한숨 쉬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아직도 춘복이라는 거지 꼬맹이는, 말복이라는 중년 거지를 보살피며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울고불고 매달리면서까지 살려달라 하더니...’


지금은 마치 사기꾼 보는 듯한 눈초리를 하고 있다.


저렇게 변한 이유?


‘이놈에 입이 문제지.’


내가 왜 거기서 무신이라고 했을까?


무신이 죽은 지, 이미 몇 년이나 지난 후인데 말이다.


물론 소문으로 말이다.


모두가 그렇게 믿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거기서 덜컥 ‘내가 무신이오!’하면 누가 믿겠는가.


더군다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한 나였다.


과거의 행적을 지워도 모자란 데, 스스로 무신이라 밝히다니.


실수였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점도 있었다.


‘진짜 무신인데.’


무신이라서 무신이라고 자연스럽게 밝힌 걸 가지고, 마치 나를 사기꾼 보듯 하다니.


그것은 그거대로 상처였다.


“하아.”


다시 내뱉은 한숨이 허공에 퍼져 사라졌다. 하지만 재빨리 내가 받은 충격(?)을 추스르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흙바닥에 앉고 싶지 않아서 쪼그리고 있었는데, 계속 이런 자세로 있으려니 불편하기 그지없던 까닭이다.


나는 여전히 사기꾼 보듯 하는 춘복의 시선을 마주하며 쓴맛을 다셨다.


‘뭐 무신이라 불릴 때는 기분 좋긴 했지만, 그깟 별호쯤이야.’


남들이 치켜세우며 부르던 무신이라는 별호쯤은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무림에 나가서 몇 번 손짓하면 다시 무신이라는 별호를 얻을 터였다.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편하게 살자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의 중얼거림을 들은 걸까?


춘복이 내 쪽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꼬맹아.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


춘복은 잠시 고민했지만, 의심은 여전히 지우지 않은 채 말을 꺼냈다.


“혹시. 무림인이에유?”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보시다시피.”


물론 뒤끝도 빼놓지 않았다.


“누구는 믿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이어진 나의 말에 춘복이 흠칫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그... 그거야. 아저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런 거 아니에유!”


“그래그래 알았다. 결국 무신인지는 뭔지는 못 믿겠고, 무림인이라는 말은 믿는다는 거 아니냐?”


“당연한 거 아니에유? 무신이 죽은 지 벌써 사 년이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누가 나타나서 무신이라고 하면 당연히 의심부터 하지 않겠어유?”


“그래 너 잘났다.”


그 말과 함께, 나는 제자리에서 기지개를 켜고는 슬쩍 중년 거지를 눈으로 훑었다.


‘이 정도면 이제 깨어나겠군.’


물론 이제라고 해도 말복은 아마 한 시진 후에나 일어날 것이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몸 성하게 살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다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있었다.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춘복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아저씨는 어쩌다가 그 꼴이 된 거냐?”


나의 질문에 춘복의 얼굴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나는 차분히 기다려줬다.


춘복은 이내 결심한 것인지, 작은 입술을 달싹이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에유....”


그렇게 시작된 춘복의 이야기는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저번에 나를 끌고 갔던 장소가 거지촌에서 터가 가장 좋은 곳이란다. 그래서인지 그곳을 노리는 거지들이 많았고, 그곳을 지키려고 싸우다가 결국 그들의 수를 이기지 못하고 뺏겼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말복이라는 저 아저씨가 저렇게 된 거고.


하지만 나는 춘복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아저씨나 네가 무림인도 아니고, 그런다고 제 한 몸 지킬 힘도 없으면서, 왜 굳이 그곳을 지키려고 고수한 거냐? 그냥 내줬으면 적어도 저렇게 죽도록 맞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 때문인가?


춘복이가 울상을 짓더니 이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 모습에 당황한 것은 나였다.


“야... 야! 갑자기 왜 울어!”


“으아아앙. 죄송해유. 다 저 때문이에유! 저 때문에 아저씨가 이렇게 된 거에유!”


“야.. 춘복아. 울지 말고 차근차근, 차근차근 말해봐.”


이어진 나의 말에도 춘복이의 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으아아앙! 으아아앙!”


어린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니... 울지 말라니까... 좀!”


난관이었다.


무신 시절에는 굳이 어린아이를 마주할 일이 없었기에 이런 일을 겪을 필요도 없었다.


나를 마중하거나 함께한 놈들은 모두 나보다 나이가 윗줄이거나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경험이 없던 나는 한참을 허둥대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척.


“응?”


하나의 손이 춘복이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춘복이 네 잘못이 아니다.”


그 손의 주인은 힘겹게 눈을 뜬 말복이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였을까? 따듯한 손길 때문이었을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보여준 말복의 목소리와 손길은 마치 술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춘복의 울음을 바로 멈추게 했다.


한편 말복의 손길을 받은 춘복은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안도로 바뀌었고, 이후 춘복은 올라오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아저씨!”


누워있던 말복을 와락 끌어안는 춘복.


아직 완치된 것이 아니기에 말복은 갑작스러운 포옹에 고통을 느꼈지만, 이내 그 모습을 빠르게 숨기고는 말했다.


“나 때문이오.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거지.”


“아니에유! 저 때문이유! 제가 괜한 말을 해서....”


“아니다. 나 때문이 맞아...”


“아니에유. 저 때문이에유.”


남 탓을 하지 않고, 서로 자기의 잘못이라 하며 상대방을 위하려고 말을 꺼낸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화목해 보이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아니라니까!?”


“저 때문 이라니까유!”


“나 때문이 맞다고!”


“아니 나 때문이라니까유!”


나는 팔짱을 끼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둘이 하는 꼴을 조용히 지켜봤다.


서로가 자기 때문이라며 언성을 점점 높이는데, 결국 둘이서 싸운다.


이게, 살짝 뭐랄까?


감동은 있는 것 같은데 웃긴 모습이랄까?


마치 한 편의 경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때문이라고유!”


“내가 욕심부려서라니까!”


여전히도 싸우는 중이다.


‘저 싸움이 오늘 끝나려나?’


지금 상황을 보니 글러 먹은 것 같다.


결국, 한숨과 함께 내가 나서기로 했다.


“하아... 둘 다 그만하고....”


하지만 그들은 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자기의 주장만 내세울 뿐이었다.


“저 때문이라니까유!”


“아니다! 나다! 나다! 무조건 나야!”


불끈.


이마에 핏줄이 솟는다.


오랜만에 느끼는 답답함과 깊은 빡침이었다.


나는 이 비슷한 상황을 아주 많이 겪어봤다. 그렇기에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오오오오.


살짝 내공을 일으킨다. 그러자 몸 주위로 대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것은 진동으로 변하고 주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춘복과 말복이 대화를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딸꾹.


딸꾹.


동시에 시작된 딸꾹질.


심지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지... 지진이다!!!!”


한 사람의 외침이었다. 그것은 이내 삽시간 만에 주위로 퍼졌고, 골목 안에서 같은 진동을 느끼던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골목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지진이다!”


“모두 피해!”


“도망가!”


하지만 대피하라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말복과 춘복은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비록 개방에는 포함되지 못하는 거지지만, 눈치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자신들이었다.


구걸도 눈치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누가 동전을 던져주는지 누가 밥을 주는지 구분하고 하루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로 쌓은 육감과 눈치가 지금은 매섭게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앞의 존재에게.


비릿한 미소로 차갑게 웃는 남자.


그것만 봐도 이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그들을 마주 봤다.


이제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로 기운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땅을 울리던 진동도 멈추고, 공기를 울리던 소음도 사라졌다.


딸꾹.


딸꾹.


지진으로 오해하고 모두가 밖으로 빠져나간 이 골목에 남은 사람은, 말복과 춘복이 전부였다.


그리고 나까지.


나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이제야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네?”


딸꾹. 딸꾹.


그들은 여전히 두려움과 경악이 담긴 눈초리로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그들에게 나는 한숨과 함께 손가락을 쳤다.


딱!


검지가 엄지를 스치며 소리를 내자,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전보다는 나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 진짜... 무신이에유....?”


갑작스러운 춘복의 물음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어 보였다. 오히려 그 모습에 말복은 더욱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럴 리가... 무신은 분명 죽었다고....?”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춘복과 말복이었지만, 나한텐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 됐고. 내가 무신이든 아니든 그것은 알아서 생각하고, 어떻게 된 건지나 말해봐.”


이어진 나의 말에 춘복과 말복이 동시에 대답했다.


“저 때문.”


“나 때문...”


“스읍?”


내가 다시 아니꼬운 표정을 짓자 그들이 다시 입을 다물고는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말복이를 직접 지목하자, 그제야 그에게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춘복이의 꿈 때문이오.”


“꿈?”


내가 되묻자, 답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 있는 춘복에게로 나왔다.


“제 꿈이 학관에 다니는 것이에유.”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는 춘복이의 모습에 나는 의문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학관? 설마 그 글공부하는 곳 같은데 말하는 거야?”


“그렇소. 하지만 글공부하는 서원은 아니고, 무림학관을 말하는 것이오.”


“무림... 학관?”


“설마... 무림학관을 모르는 것이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학관? 그게 뭔데?


내가 아는 학관은 글공부하는 곳이 전부다. 그런데 지금의 설명을 들어보면 꼭 그런 학관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말복도 내가 무림학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낌새를 느꼈는지, 재빠르게 설명을 이었다.


“무림학관은 아이들에게 무공과 함께 인성과 품성도 함께 키워주는 곳이오.”


“무공을 가르쳐?”


“그렇소. 학관은 그들의 무공과 인성을 바르게 키우는 일을 하오. 그리고 학관을 졸업한 제자는 무림에 나가 명성을 쌓고 집과 학관을 빛내는 게 그들의.... ”


사실 그 뒤엣말은 들리지 않았다. 나한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하나였기 때문이다.


‘무공이라니!’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게 무엇인가?


바로 무공이 아닌가?


그래서 무신으로 불리는 게 본인이었다.


‘가지고 있던 돈도 빼앗겨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그런데 무림학관이라니!


무신인 내가 무공을 알려준다면, 그깟 황금? 금방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무신이 가르친다는데, 자기들이 안 배우고 배겨?’


잘하면 황금으로 금자탑도 쌓을 수 있을 터였다.


행복한 미래와 상상을 그리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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