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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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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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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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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저놈은 좀 맞아야 돼(1)

DUMMY

저놈은 좀 맞아야 돼(1)


伐毛洗髓(벌모세수)


뼈를 바꾸고 골수를 세척한다는 의미이다.


대문파라는 곳에서는 보통 어렸을 때부터 제자에게 추궁과혈을 통해서 이것을 행하지만.


나에겐 굳이?


나는 자연에 퍼진 기들에 집중했다. 그리곤 그것들에 나의 관념을 집어넣고는 이끌었다.


자연기(自然氣)는 내가 이끄는 대로,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며 앞에 선 춘복과 똘복의 주위를 기웃거렸다.


‘이게 바로 무신표 추궁과혈이다.’


후우웅!


자연기를 춘복과 똘복이의 칠공에 막무가내식으로 집어넣는다.


아주 무식한 방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칠공은 상단전과 가까이에 있어, 뇌를 잘못 건든다면 백치가 될 정도로 매우 위험했지만, 시전자가 세심한 운용을 할 수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보낸 자연기가 칠공을 통해 똘복이와 춘복이의 사지백해로 퍼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조하며 기를 계속해서 이끌었다.


막힌 혈을 뚫고, 노폐물을 태우며 춘복이와 똘복이의 몸을 새로 조립했다.


‘임독양맥을 뚫고, 생사현관을 타통시킨다.’


그러자....


투둑. 투두둑.


뼈가 뒤틀려간다.


환골탈태.


고절한 내공과 깨달음이 더해져야 가능하다는 환골탈태를 강제로 시키는 능력.


이름하여.


무신표 강제탈태.


“으아아! 이게 뭐야!”


“으어엇! 내 뼈가 왜 이래유!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이는구먼유!”


갑작스러운 뼈의 이동에 춘복이와 똘복이가 화들짝 놀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내 편안한 표정을 짓고는 그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원래의 환골탈태는 큰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무신표 환골탈태에는 고통이 없지.’


자연기를 통해 통각을 마비시키고, 뼈와 근육들을 보호한 채로 억지로 바르게 맞춘다.


그러니 고통을 느낄 수가 없었다.


환골탈태를 이룬 춘복이와 똘복이는 전과 다른 몸 상태를 느낄 수가 있었다.


“몸이 너무 시원해유!”


“엇? 거북목이 고쳐진 것 같습니다요!”


거북목과 척추가 바르게 펴져 키가 삼치(9cm)가량 늘어난 똘복이었다.


원래도 큰 키에 큰 덩치였건만, 이제는 거의 칠척(2m10)에 달한 키를 가지게 된 그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근육도 좌우 대칭이 맞으면서 더 멋지게(?) 변해 있었다.


꿀렁. 꿀렁.


괜히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을 움직여본다.


나는 갑자기 달라진 상태에 신기해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좋으냐?”


“네! 키도 자랐고, 뭔가 몸도 시원해진 기분이고! 막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요!”


“저도 그래유!”


춘복이는 바뀐 몸을 연신 돌아보고 있었고, 똘복이는 이상한 자세를 취하며 자기의 근육들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몸을 바꿨으니, 이제는 제대로 무공을 배울 차례다.”


무공이라는 말에 그들의 시선이 바로 돌아간다. 열정 가득한 두 쌍의 눈이 나를 향했다.


“무공이유?”


“정말입니까?”


“그렇다.”


춘복이는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켜내고는 다급히 물었다.


“무슨 무공을 배우는 건가유?”


똘복이도 묻지는 않았지만, 춘복이와 마찬가지로 많이 궁금한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둘의 모습에 품 안에서 하나의 책자를 꺼내어 보여줬다.


겉표지에 쓰인 글이 춘복과 똘복이에게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글을 모르는구먼유.”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고백에 나는 당황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글을 모른다고?”


그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떻게 글을 모를 수가 있는 거야?’


하지만 이내 바로 납득해버렸다.


‘아... 거지들이었지...?’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을 터였다. 글을 배울 형편이었다면, 거지로 살지도 않았을 테니...


‘이걸 어찌한다...? 무공의 이름도 멋들어지게 지었는데...’


서책에 적힌 멋진 이름을 보고, 놀랄 모습을 상상하며 밤새도록 궁리해서 짜낸 이름이건만, 정작 배울 놈들이 글을 모르다니....


예상 밖의 난관이었다.


어떻게 이들에게 이걸 전수할지 고민할 때였다.


“선방필승(先方必勝)?”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내 뒤에서 나타난 말복은 어느새 내가 만든 서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책을 열어젖히고 읽는 말복이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었다.


“흐음. 호오? 아닛! 이건! 허. 허. 허.”


다양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마지막까지 읽은 말복이 나를 보더니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것이 정말... 관주님께서 쓴 내용이란 말입니까?”


나는 기쁜 얼굴로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놀란 얼굴을 보니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리라.


나의 끄덕거림에 말복은 더욱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슬쩍 봤지만 아주 실용적이고 쉬운 내용입니다.”


“그렇지?”


“그럼요. 첫 장을 넘기자마자 보인 글귀에 가장 먼저 눈이 갔습니다.”


“오호 알아보는군!”


말복이가 주먹을 들고는 열정 가득하게 외쳤다.


“먼저 공격해라. 성공한다면 오 할은 먹고 들어간다.”


나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더군다나 두 번째 장은 어떻고요. 눈을 찔러라! 성공한다면 이길 확률이 칠할로 올라갈 것이다!”


흥분하듯 연신 책의 내용을 펼치며 외치는 말복이었다.


그렇게 서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며 끝까지 읽던 말복이 마지막 장을 덮고는.


“이런 건 못 가르치겠습니다.”


휙!


서책을 등 뒤로 던지는 그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는 재빠르게 책을 받아내고는 외쳤다.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그런 나의 말에도 말복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혀만 찰 뿐이었다.


“우리 학관에 들어온 아이들을 모두 흑도로 키울 작정이십니까?”


“흑도?”


“요즈음에는 흑도도 그 정도는 아닐 겁니다요.”


똘복이의 말이었다.


어느새 열정 가득한 모습은 사라졌고, 오히려 한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로지 춘복이만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을 이어갈 뿐이었다.


나는 말복과 똘복이의 말에 반박하듯 외쳤다.


“흑도라니! 이게 얼마나 대단한 무리가 담겨 있는 무공인데! 흑도 같은 놈들은 감히 보지 못할 무공이란 말이다!”


하지만 말복이는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네네. 그러시겠죠. 그러니 처음 저희한테 보여준 것도, 검은 공이랑 하얀 공을 만드는 것이었겠죠.”


“이이익!”


분노와 치욕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 모습에 말복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무공을 다시 만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해결이 안 되면 학관의 미래도 없으니까요.”


그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버린 말복.


“제 주제에 무슨 무공입니까! 저도 마당이나 쓸랍니다.”


빗자루를 들고는 다시 구석으로 가서 마당을 쓸기 시작하는 똘복이었다.


‘똘복이놈. 감히 나한테 환골탈태까지 받고 무공을 안 배워? 먹튀를 한다 이거지?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혼자 각오를 새기며 화를 가라앉힌다.


결국 모두가 사라지고 마당에 남은 건 춘복이 하나뿐이었다.


나는 애원하는 얼굴로 춘복이를 바라봤다.


‘너도 가려느냐?’


나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춘복이는 빠르게 표정을 풀고 밝게 웃으며 외쳤다.


“저는 배워볼게유!”


나는 열의를 다졌다.


반드시 말복과 똘복이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들에게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 순간이었다.


‘두고 보자!’


* * *


무공수업이 제대로 시작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여전히 똘복이는 학관 주위를 쓸고 닦고 있었고, 말복아재는 회색 종이에 앞으로의 할 일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라면 아직도 관원이 한 명이라는 것 정도?


원래는 춘복이에 똘복이까지 두 명이었는데, 선방필승의 내용을 듣고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똘복이었다.


춘복이의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펑!


공기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제법 자세를 잡을 줄 아는 춘복이었다.


쉬익!


춘복이의 검지와 중지가 바람을 가르며 매섭게 허공을 찌른다.


아마 그 앞에 상대가 있었다면, 실명을 면치 못할 강맹한 공격이었다.


똘복이는 마당을 쓸면서 연신 이곳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미소가 지어진다.


딱 봐도 춘복이의 변화를 느끼고는 배우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춘복의 성장은 말복의 관심까지 끌어낼 정도였다.


“이...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바람 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방문을 빠르게 나서는 말복이었다.


그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감추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십니까? 저는 무공을 가르쳤을 뿐인데요?”


말복은 여전히 떨리는 손가락으로 춘복이를 가리키며 외쳤다.


“정말로 저게... 그 흑도보다 더 치사하게 공격한다는 선방필승(先方必勝)이라는 무공이 맞는 겁니까?”


선방필승의 무공을 수식하는 단어들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왜요? 직접 보니까 달라서 놀랐습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춘복이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공격하는 방법은 치사할지언정 거기서 풍기는 기세와 힘은 어린아이가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펑. 쉬익!


연신 춘복이가 움직일 때마다 공기 터지는 소리와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지켜봤다.


‘동공의 묘미를 잘 살렸지.’


선방필승(先方必勝)


내가 만든 이것은 지독히도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무공이었다.


오로지 상대방을 이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무공.


물론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동공으로, 움직임이면서도 행공을 할 수 있게 한 고절한 무위였다.


‘움직일수록 성장하는 무공!’


보통은 운기를 따로 하여 내공을 채우거나, 무기 수련을 따로 해서 형을 다듬어 가지만, 내가 만든 무공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움직임으로 운기를 할 수 있게 하고, 육체의 훈련까지 하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무공!


그게 바로 선방필승이었다.


‘꽤 괜찮은 무공이지.’


내가 만들었지만 좋은 무공이라 생각했다. 개미처럼 열심히 수련하다 보면 어느새 고수가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공이 좋은 것과 다르게, 나는 춘복의 성취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작 한 달 만에 모든 형을 다 익혔을 줄이야...’


보통 아이는 가질 수 없는 성취였다.


‘기재라는 건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정말로 기재인지는 앞으로 두고 보면 될 일이다.


아직 나의 가르침은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형을 다 익혔으니 이제는 그것을 조금 더 가다듬고 수련만 하면 된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할 때가 되어서야 다음 무공으로 넘어갈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선방필승만 제대로 익혀도 비슷한 나이 또래한테는 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무신학관을 제대로 홍보하려면, 적어도 천재라 불리는 다른 문파의 제자놈들을 찜쪄먹을 정도는 돼야지.’


다시 한번 열의를 다지는 나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춘복의 수련은 노을이 질 때쯤이 돼서야 끝이 났다.


우리는 떨어지는 노을 뒤로 다시 마당에 모였다.


“오늘은 어디로 가지?”


“오늘은 화양루(花梁樓)로 가보는 게 어떻습니까요?”


“화양루?”


“오늘은 화양루에서 돈 많은 공자들이 연회를 한다고 합니다요. 가면 뭐라도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똘복이의 말에 우리 셋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 목표는 화양루의 음식이다!”


“좋습니다요!”


“좋습니다!”


“좋구만유!”


그들의 힘찬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짓고 외쳤다.


“그럼! 지금 바로 출동이다!”


“출동!”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무신학관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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