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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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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추천수 :
13
글자수 :
78,330

작성
23.08.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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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연(2)

DUMMY

인연(2)


스아아악~


바람이 귓전을 때린다.


주위로는 환경이 빠르게 변해갔다.


‘조금만 있으면 도착하겠네.’


지금 가고 있는 곳.


그곳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곳에 묻힌 황금만 찾는다면 앞으로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크흣! 금으로 뭘 하지? 객잔을 차려볼까? 아니면 상단을 하나 꾸려볼까? 아니면 그냥 장원 하나 지어놓고 돈 많은 백수 행새를 해버려?’


나는 연신 황금을 휘두르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발을 놀렸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에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나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초옥 주위로 나무마다 붉은 천을 길게 엮어놓은 모습 때문이었다.


마치 들어가면 안 되는 금지처럼 진법까지 둘러놓은 채였다.


진법을 설치한 건 제갈세가가 분명해 보였다.


“제갈세가 이 개새x들...”


설마 그 좋은 대가리로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후로 나는 더욱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제갈세가의 진법 안에 숨겨진 불길한 기운까지 느껴진 까닭이었다.


‘마뇌... 이 씨벌X’


마뇌.


정파의 제갈현과 더불어 최고의 전략가라 불리는 놈이었다.


그런 놈이니만큼 진법에 대한 소양도 제갈가 못지않은 녀석이기도 했다.


내가 화난 건 다름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놈들이다.


그런 놈들을 데리고 화해시키고 서로 싸우지 않게 만든 게 본인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새끼들이 힘을 합쳐서, 우리 집에 진법을 설치한 것이다.


이런데도 화가 안 난다면 거짓말 이리라.


“참나... 이런 경우도 있나?”


없겠지. 없을 것이다.


무고한 희생을 막았던 나를 기리기는 못할망정 이런 식으로 막아놔?


“이것들을 찾아가서 다시 담가버려?”


그런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내가 삼 년을 버틴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함이다.


죽음을 위장하여 저들의 머릿속에서 나를 지우고, 이제는 그들이 모르는 내가 되어 새 인생을 사는 것!


그거 하나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웬만해서도 그들과는 얽히지 않을 예정이었다.


‘암! 새로운 인생인 만큼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야지!’


그런 다짐을 굴에 있을 때부터 수천 번이나 했건만, 겨우 내 집을 이런 꼴로 만들어놨다고 그들을 찾아갈 수는 없음이다.


나는 살짝 욱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고개를 숙여 붉은 천을 넘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발동된 진법.


후우웅!


바닥으로부터 환한 빛과 붉은빛이 동시에 뿜어졌다.


나는 한껏 그 빛들을 받으며 천천히 초옥을 향해 걸어갔다.


한 발짝 떼었을까?


갑자기 위로부터 누르는 힘이 느껴졌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발을 뗐다.


그러자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땅에서 뿜어진 붉은 빛과 하얀빛이 더 강렬해짐은 물론이었다.


세 발짝을 떼자 마당에 있던 커다란 돌덩이가 짓이겨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겨우 이거야? 머리 좋은 놈 둘이 짠 것 치고는 생각보다 별론데?”


그 말과 동시에 네 발짝을 뗄 때였다.


쿠우우우웅!


땅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아니 진동이 아니었다. 위에서 내리누르는 진력이 더 강해지며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내가 살았던 초옥마저 버티지 못하고 삐그덕 거리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퍼서어억!


무너져 내리는 집.


산삼 먹인 오리가 있어야 할 우리도 이미 부서진 후였다.


나는 그 장면에 놀라고 말았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내가 집을 저렇게 약하게 지었었나?”


고개를 갸우뚱한다.


물론 집을 만들 때 내구성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다 만들어놓고는 나름 스스로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었나 보다.


저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 걸 보면 말이다.


뭐. 그래도 나한테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안마 수준이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진법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보니 이게 마지막인 것 같았다.


천뇌와 마뇌가 설치한 진법에 관한 흥미는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런 내 손 주위로 흑(黑) 과 백(白)의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세상에서는 이것을 음과 양이라 부른다.


그리고 무당에서는 태극이라 칭하기도 했다.


기운이 모인 그것들은 이내 검은색 구와 하얀색 구를 만들어내더니,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겨난 하나의 구(球)


회색빛을 띄는 그것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 구와 하얀 구가 합쳐져 만들어낸 그것을 나는 이렇게 이름 지었다.


공(空)


있으나 없고, 없으나 있는 것.


만물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것.


시작이라는 이름 이전에 공(空)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존재해온 것.


다만 사람들은 시작이라는 단어에 가려져 이전(前)을 생각하지 못했을 뿐, 공(空)이라는 것은 태초부터 있었다.


내 손에 있던 회색의 구(球)가 천천히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곤 이내, 어느 한 지점에 이르러 움직임을 멈추고는 주위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떠한 소리도,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저 무색무취무변으로 모든 걸 흡수할 뿐이었다.


()


그렇게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어느새 진법 안에 있던 기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초옥의 잔해만이 설명의 전부였다.


나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부서진 초옥 앞에 섰다.


무너진 집이 눈에 들어왔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바로 아래 숨겨진 비밀창고다.


나는 재빨리 잔해를 옆으로 치워놓고는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없... 없잖아...?”


없었다. 없었다고! 나의 황금이!


혹시나 내가 비밀공간을 착각한 것인가 싶어서 기를 퍼트려 주위를 살폈지만, 여전히 비밀공간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씨벌.”


메마른 욕지거리만 빈 허공만 때릴 뿐이었다.


* * *


터벅. 터벅. 터벅.


얼빠진 눈은 허공을 향하고, 발걸음에는 힘이 없다.


그저 허망한 얼굴로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내.. 돈.. 내.. 돈..”


내 돈이 어디로 갔단 말이냐.


그것이 스스로 발이 달려서 움직인 것도 아닐 텐데.


범인은 보나 마나 뻔했다.


“정파, 마교, 이 사악한 새끼들...”


물론 내 잘못도 있긴 했다. 돈을 비밀공간이랍시고 집 아래다가 묻어둔 것 말이다.


그러니 그놈들이 발견하기도 쉬웠겠지.


사실 내 잘난 무공으로 숨기고 제대로 위장까지 했다면, 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신의 집에는 아무도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돈을 잃게 한 것이다.


“하아.... 꿀밤 마렵다.”


항상 말을 안 듣는 놈들에게는 꿀밤을 쥐어박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벌써부터 스스로와 한 약속을 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깽판? 치는 거야 쉽지.


하지만 그놈들이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어떻게 될까? 나를 처음 볼 때처럼 덤벼들까?


전혀 아니다.


다시 숨을 것이다. 그리곤 또 내 눈치를 보며 피해다니겠지.


나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 이번엔 그들과 최대한 엮이지 않으며 내 인생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황금을 잃은 것이 쓰라리긴 했다.


돈이 없는 만큼, 내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사실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건, 무공이 전부였다.


일이라는 것을 해본 경험도 없다.


그냥 필요할 때 무공을 펼쳤고, 그러다 보니 명성이 쌓이고 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점소이를 할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털어 생각을 지웠다.


무신의 자리에 오른 내가 고작 점소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호위를 해봐?”


내 실력이면 금방 유명해져서 돈도 금방 모일 터였다.


정체야 가면으로 가리던가, 축골공을 써서 얼굴을 바꾸면 되니까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것도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무신이 호위라니.


누군가를 쫓아다니며 뒷바라지하는 것은 사절이다.


‘무신의 체면에 맞지도 않고.’


결국 나는 뭐하나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골목길에 들어섰다.


내 손을 잡아끌던 거지들이 있던 곳이다.


나도 내가 왜 이곳으로 향했는지는 모르겠다.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치며 걷던 도중, 문뜩 내 귓가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으어어엉. 누가 좀 도와줘유! 누가 우리 아저씨 좀 살려줘유!’


익숙한 목소리와 말투였다. 나는 울음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아이!”


내 손을 잡아끌던 아이였다. 분명 이름이...


‘춘복이!’


나는 재빠르게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러자 골목 전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골목을 살펴보던 나의 눈에, 쓰러진 중년 거지를 붙잡고 흐느끼는 아이가 들어왔다.


‘저기다!’


생각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마음을 먹자 어느새 몸은 앞으로 쏘아졌고, 이내 목적한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살려줘유! 누가 우리 아저씨 좀... 살려주세유!”


“무슨 일이야!”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 때문일까?


춘복이가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뒤로 몸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중년 거지를 자기의 몸으로 덮어 그를 가린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어른의 몸을 전부 가릴 수 있겠냐만, 춘복이는 그런 게 상관없다는 듯, 중년 거지의 몸 위로 자기의 몸을 덮고는 나를 쳐다봤다.


경계와 두려움이 느껴지는 눈빛이었지만, 이내 나를 알아보고선 눈물을 흘리며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아저씨! 우리 말복 아저씨 좀 살려줘유! 제발유! 아저씨가 숨을 안 쉬어유!”


다급한 춘복이의 말에 나는 재빠르게 중년 거지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얼마나 맞았는지, 몸은 피멍으로 가득했고, 부러진 곳도 대부분이었다.


빠르게 조치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려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가야 할 터였다.


몸을 살피던 나는 그의 몸에 기를 주입했다.


‘중요한 것부터 차례대로 해결한다.’


첫 번째로 한 일은 뼈를 맞추는 것이었다.


부러진 채로 둔다면 뼈가 내장을 파고들어 더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공을 일으켜 뼈를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곤 부러진 곳에 뼈를 붙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신경이 끊어진 곳, 그곳을 다시 엮는다.’


내공이 말복이의 몸 곳곳을 훑으며, 끊어진 신경을 한올 한올 다시 이어간다.


의원들이 봤다면 놀라 자빠질 정도의 기예였다.


‘이걸로 어느 한군데가 장애가 생기는 일은 없을 터. 마지막은 원기 회복. 원기만 다시 회복시킨다면 이후에는 몸이 알아서 깨어날 것이다.’


기를 퍼트려 얼마 안 남은 말복의 선천진기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러자 처음엔 미동이 없던 진기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계속 자극하자, 선천진기가 완전히 되살아나더니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게 마지막 조치까지 끝나자, 말복의 얼굴이 눈에 띄게 편안해져 갔다.


춘복이도 그 변화를 느낀 것인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호... 혹시 의원이셔유?”


나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무신(武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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