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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이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은 학관을 경영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하늘나이
작품등록일 :
2023.08.01 18:06
최근연재일 :
2023.08.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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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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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시작이다(1)

DUMMY

여기부터 시작이다(1)


나는 연신 행복한 상상을 하며 말복 아재의 설명을 들었다.


“크고 유명한 학관은 무공뿐만 아니라, 학문 선생도 초빙해서 같이 가르치기도 한다오.”


“오호! 그거 좋은 방법인데?”


“하지만 글 선생을 초빙하려면 그만큼 돈도 더 많이 드오. 그래서 보통은 엄두도 내지 못하지. 아마 그럴 수 있는 학관은 성마다, 하나가 있을까 말까 할거요.”


“뭐 돈이야 벌면 되는 거고.”


“자신 있나 보오.”


나는 대답 대신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자신감으로 받아들인 것일까? 말복은 오히려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진 않을 것이오. 사실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학관에서 잘 큰 제자는 보통, 다른 이름 있는 문파로 가는 경우가 많다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다른 곳으로 보내? 굳이 왜? 아까는 학관에서 키운 다음에 무림으로 보낸다며.”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그렇다는 게 아니오. 자식이 재능을 보이면 누구나 더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소.”


“그건 그렇지...”


“이건 당연한 거요. 아무리 학관의 교육이 좋고 잘 가르친다고 해도, 대문파에 비할 바가 되진 못하니 말이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대문파? 대문파 같은 소리하네.”


건물만 크게 지을 줄 알지 무공은 쓸모없는 놈들.


그게 지금의 내 평가였다.


오죽하면 잠시 무림에 나왔을 때, 그들이 펼치는 무공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직접 개량해주기까지 했을까?


매화만 날리던 화산파에, 뿌리가 없다며 나무를 심어준 게 나였고.


껍데기뿐인 무당에게 혜검의 심득을 제대로 심어준 게 나였다.


그것뿐일까?


소림의 칠십이종절예를 개편하고 연환식을 만들어 그들의 무학을 백 년 앞당겼고, 혼탁한 마기를 다루던 마교의 교주놈을 순수한 마(魔)로써 탈피시킨 것도 나다.


그런 나한테 배울 아이들이 다른 문파로 간다?


오히려 그것은 아이들을 퇴보시키는 길이 될 터였다.


“암암. 어림없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피던 중, 내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것을 듣던 말복이 잠시 이상한 사람 보듯 나를 쳐다봤지만, 그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하여튼 중요한 건, 우리 춘복이가 그런 학관을 다니고 싶어 한다는 것이오. 춘복이의 꿈은....”


“협객이에유....”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꿈이라는 말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말에서 의문스러움을 느낀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데 춘복이의 꿈은 꾼은 꿈이고, 그거랑 그 집 같지도 않은 집을 뺏긴 거랑은 무슨 상관인데?”


이어진 나의 질문에 말복이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다.


“그곳에 춘복이를 위한 집을 지어주려고 했소이다.”


“집? 무슨 집?”


“어린아이지 않소. 그냥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춘복이가 평범하게 밥 먹고, 평범하게 학관에 다니게 하는 것은 내 꿈이오.”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저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건가?’


어렸을 적에 있던 부모는 나를 버렸기에 알지 못한다. 다만, 부모가 있다면 저게 진짜 부모지 않을까? 생각하는 나였다.


나는 그런 말복을 비웃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피우지 못하고 저물어 가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던가....


는 개뿔.


나는 그런 거 모른다.


다만, 꿈을 꾸는 어른과 아이를 비웃고 싶진 않았다.


‘나는 꿈이 없었으니....’


나를 낳은 부모에 대해서는 모른다.


말이 트이기 시작할 때부터 어떤 이름 모를 할머니의 손에 주어져서 키워졌다.


애초에 몸이 안 좋았던 할머니는 내가 여섯 살 적에 돌아갔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재능이라는 단어로는 감히 갖다댈 수 없는 괴물 같은 능력이 시작된 시기가.


사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짙은 고양감은 그 이전에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그것들이 할머니에게 어떤 해로 다가올지 몰랐기에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더 이상 보호라는 울타리를 쳐줄 어른이 없는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능력을 내비쳐야만 했다.


그 후부터는 쉬웠다.


비록 세상은 당시의 나를 괴물이라 손가락질해댔지만 무시했다.


이미 그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품고 있는 건, 세상 누구라도 해를 가할 수 있는 것.


오로지 제어하고 억제하는 건 스스로가 해야만 했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을 경계했다.


그리고 본 힘에 제동을 걸고자 무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만 쓰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무훼(武毁)였다.


하지만 만들고서 후회했다.


만들고 보니 터무니없는 게 탄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힘을 제하기 위해 만들었건만, 그것은 오히려 나를 한 차원, 아니 두 세차원 성장시켰다.


그래서 이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스스로가 두려웠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이후엔 세상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거나, 맛있는 걸 찾는 것에 몰두했다.


하지만 세상사가 전부 그렇듯, 내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유랑 중에 본의 아니게 싸움이 일어났고, 결국 그들을 쓰러뜨리면서 원치 않는 명성을 쌓게 됐다.


다른 이들은 명성을 쌓으면 좋아했지만, 나는 딱히 기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른다.


그게 목표가 아니었기에 그런 기분을 느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 없이 어중간히 쌓은 명성은 많은 이들이 나에게 도전하도록 했고, 나는 결국 그들과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끝이 없는 이 싸움을 끝낼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스스로 절대고수가 되면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실력은 충분하다 여겼다.


필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자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절대고수를 찾아가 그들을 때려눕히고, 이어 일마와 일신까지 눕혀버렸다.


그리고 무신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이후부터는 감히 건드는 자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을 괴물로 손가락질받았던 아이는.


무신이 되었다.


느닷없이 왜 지난 삶을 회상하냐고?


무신이 되는 게 내 꿈이 아니었단 말을 하고 싶은 거다.


그저 부딪힌 상황에 충실하다 보니 무신이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협객이라는 꿈을 꾸는 춘복이와 집을 짓고 싶은 춘복이를 비웃지 않았다.


다른 의미로는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춘복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춘복이는 더욱 붉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좋다. 결정했다! 네 꿈 내가 이뤄주마.”


“네!?”


깜짝 놀라듯 되묻는 춘복.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말복 또한 마찬가지였다.


“네 꿈을 이뤄주는 김에, 내 꿈도 하나 이뤄야겠다.”


“네? 아저씨의 꿈은 뭔데유?”


나는 더욱 미소를 진하게 했다.


‘네 꿈을 이뤄주는 것.’


“무림 최고의 학관을 설립하는 거다.”


나의 말에, 춘복과 말복의 동공이 풍랑을 맞은 듯 거칠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 * *


불편한 침묵이 사위에 내려앉았다.


말복과 춘복은 한숨과 함께 연신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학관을 지을 돈이 없다는 거 아니오?”


“아니라니까! 있었는데 어떤 도둑놈의 새끼들이 가져간 거라니까?”


따지듯 반박하는 나의 말에 옆에 있던 춘복도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니까유... 결국에는 지금 없다는 거 아니에유.”


나는 대답 대신 불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지...”


“사기꾼.”


“사기꾼이라니!”


갑작스러운 춘복의 읊조림에 나는 발광하듯 다시 외쳤다.


“진짜라니까? 황금이 반 관이나 있었는데, 정파랑 마교놈들이 가져갔다고.”


“어련하시겠어유.”


“아으 속터져! 정말이라니까!”


“됐다. 어차피 돈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말복이가 춘복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손길이 좋은지 춘복이의 입에서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어차피 학관을 꾸려나감에 있어서 중요한 건 무공이오. 좋은 무공은 어린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지. 어린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돈은 금방 벌 수 있을 것이오.”


무공이라는 말에 몸이 바로 반응한다.


무엇보다 내가 자신있어하는 게 무공이 아닌가.


나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렇지! 무공. 무공이 중요하지. 어차피 내 무공을 보면 다들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 날걸?”


하지만 말복은 여전히 의심이 걷히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무공을 보여줄 수 있겠소?”


“그게 뭐 대수라고.”


정말로 별 대수가 아니었다. 다른 무인들은 자기의 무공을 비전이라며 숨기기 급급한데, 나는 아니었다.


어차피 내 것은 보여줘도 따라 하지 못한다.


나는 도리어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들의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들자, 손아귀에서 검은 기운과 하얀 기운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겨난 검은색 공과 하얀색 공.


춘복과 말복은 갑작스레 생겨난 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로 말했다.


“어때?”


이어진 나의 물음에 춘복과 말복의 표정이 바뀐다.


말복은 ‘설마 아니겠지?’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의문이 생긴 건 나였다.


“뭐야?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말복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손 위에 만들어진 공 두 개를 가리킨다.


“서... 설마 그게 전부요?”


나는 그의 질문에 오히려 더 환하게 웃었다. 한쪽 손은 허리에 얹은 채였다.


“설마! 내가 겨우 이런 것만 할 수 있을까 봐?”


이어진 나의 말에 안도한 것은 말복이었다.


“휴우~ 정말 다행이오. 설마 그것만 할 줄 알았다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소.”


나는 미소와 함께 잘 보라는 듯, 두 구(球)를 회전시켰다.


맹렬히 회전하던 두 구는 이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하더니 짙은 회색의 구(球)를 만들어냈다.


공(空) 이었다.


나는 놀라 까물어칠 그들의 표정을 기대하며 어떠냐는 듯, 조금 더 가까이서 그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춘복과 말복의 표정은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지만, 처음 보여줬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상함을 느낀 것은 나였다.


“뭐야? 이걸 보고도 그런 얼굴을 한다고?”


말복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시 묻는다.


“설...마 그게 전부요?”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몇 개 더 있는데... 다른 건 전부 쓸데없는 것들이라...”


사실 알고 있는 무공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무림을 다니면서 남들이 펼치는 무공을 본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


심지어 자기의 독문무공까지 보여주면서 무엇인 문제인지 의견을 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만큼 머리에는 수만 가지의 무공이 들어있지만, 정작 쓸모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하지만 그런 나와 저들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망했구만.”


“그러게유... 설마 할 줄 아는 게 공 만드는 게 전부라니 말이에유...”


그들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나였다.


“아니 다들 반응이 왜 그래? 이게 얼마나 놀라운 건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됐구먼유.”


“그만하면 된 것 같소. 학관은 다시 생각해봅시다... 그것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니... 차라리 묘기를 부리는 쪽으로 간다면 입에 풀칠은....”


실수였다.


저들에게 이것을 보여준 게.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저들은 일반인이었다. 무공을 제대로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 일반인.


아마 경험이라는 것은 다른 무림인이라는 놈들이 칼을 들고 허우적대는 게 전부일 것이리라.


‘이걸 어찌한다....?’


무공이야 머리에 든 게 많으니까, 어느 것을 써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학관에서 내가 직접 가르칠 텐데 조잡한 걸 알려줄 순 없지.’


결국 내가 조금 더 수고하기로 했다.


‘흐음... 뭐가 좋을까?’


머리에 든 수없이 많은 무공을 떠올린다. 그리곤 이어서 찢고 붙이기를 반복했다.


‘거기에 내가 원하는 묘리를 살짝 섞는다면!’


그래서 탄생한 무공은 이름하여....


“뭐야?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네?”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


눈을 치켜뜬다.


‘어떤 놈이 새로 만든 무공의 이름을 짓고 있는데 방해를...’


고개를 재빠르게 돌리자, 그곳에는 거지패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황금을 가지러 집으로 향할 때, 골목에서 마주친 이들이었다.


대장처럼 보이는 거지놈이 앞으로 나왔다.


그가 내가 아닌, 내 뒤에 있는 말복과 춘복을 바라보며 외쳤다.


“내가 분명히 다시는 눈에 띄지 말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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