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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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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30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9.27 14:12
조회
116
추천
2
글자
5쪽

옥상에서의 휴식.

DUMMY

'상관없다. 어차피 일방적인 약속이었으니까.'

삽시간에 비어 버린 물병을 내려놓은 한서준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거 같은데.》


권지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담서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응? 왜?"

소시지를 잘라 먹던 담서은이 한서준을 올려다봤지만 한서준은 별다른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의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내 화장실과 출입금지 팻말이 달린 문 하나가 복도의 전부였다. 한서준은 화장실 문에 등을 기대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래.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가 뭐냐?"

출입금지 팻말의 일부분이 일그러졌다. 허공 중에 나타난 검은색 액체는 위쪽에서부터 채워지기 시작했고 고양이의 눈을 가진 머리만 덩그러니 그려 놓고 사그라들었다. 머리는 공중에 둥둥 뜬 채 뾰족한 이빨들을 씩 드러내었다.

"꽤 모습이 좋아졌군, 한서준."

"···너도 마찬가지다. 뭐냐 그 꼴은."

"간단하다. 인간들은 장난을 좋아하지."

'그'의 눈동자가 가로로 확장됐다 세로로 좁아졌다.


《그렇다면··· 엄청 재미없는 아저씨네.》


권지아가 말했다.

"···다시 묻지. 왜 따라온 거냐?"

한서준이 한숨을 내쉬고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것도 간단한 질문이지. 대화다."

'그'가 말했다.

"내 이름을 알려줄 때가 온 것 같아서 말이야. 그간 궁금해 하지 않았나, 한서준?"

"이름. ···그래, 이름···. ···이름이 뭐지?"

'그'가 좀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데이볼로프 카텀 데이볼로스."

"그게 어느 나라 이름인지도 알고 있나? 처음 듣는 단어들 같은데."

"그것까지는 모른다. 나도 이번에 알게 됐으니까."

"···좋아. 그래서, 이제 무슨 대화가 남았지?"

"이런, 못 본 새에 꽤 급해졌군. 저 인간 꼬마 때문인가? 한서준?"

'그'가 담서은이 앉아 있는 장소를 바라봤다. 한서준이 기댔던 등을 떼고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다시 한 번 이빨을 드러냈고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답이군. 하지만 걱정마라.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인간들을 이유없이 죽이지 않으니까."


《···Messorem은 처음 보는데. ···뭔가 그냥 껄끄러운 이웃집 아저씨 같네.》


권지아가 말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다음 대화라··· 솔직히 말하면 없다, 한서준. 신원 불명자들에 대해 알아낸 게 없으니까. 그러니··· 차라리 내가 묻지. 지금 러시아로 가고 있나?"

"그래."

한서준이 팔짱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군. 한서준, 전에 만난 인간도 러시아에 간다고 했었다. 신원 불명자들을 조사하던 인간이었지."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지?"

"나야 모르지. 하지만, 러시아로 간 건 확실하다."


《···음? 지금··· Messorem이 말하는 사람··· 마이클 딘인데?》


"···마이클 딘?"

한서준이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게 그 인간의 이름인가? 미안하지만 그것까지는 모른다. 난 그 인간의 능력을 양도받기 위해 찾아갔었던 것 뿐이니까."

'그'가 말했다.

"아무튼··· 그 인간은 러시아로 갔다. 일주일 전에."

"일주일 전이라···."

'저 말이 맞나?'

한서준이 머릿속으로 물었다.


《응. 근데··· 분명 실종된 지 두 달이 지났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이 두 달 가까이··· 마이클 딘은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지? 위치 추적기도 소용이 없었다고 했잖아. 거기다 일주일 전에 러시아로 갔다면··· 출국 기록 때문에라도 ESP가 모를 수가 없을··· 아, 아니다. 출국은··· Messorem이 관여했어.》


"···네가 옮겼나?"

한서준이 벽에 기대고 서서 물었다. '그'는 한서준의 의족을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잘 맞추는군. 네 말이 맞다, 한서준. 그 인간은··· 나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손가락 하나를 주는 대신··· 누구도 모르게 러시아로 이동시켜 달라 했지. 재밌더군. 그래서 옮겨줬다."

'그'는 눈을 들고 한서준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은 이제 잊어버린··· 러시아의 네오 메트로. 알고 있나? 꽤 재밌는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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