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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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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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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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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8.09.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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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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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5쪽

옥상에서의 휴식.

DUMMY

"마이클 딘. 독일로 파견을 나갔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한서준은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찬 용지를 위에서부터 훑어 내렸다. 안경을 쓴 흑발의 여성이 입술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그 이상의 정보는 없습니다. 마지막 통신을 봐도 그냥 저녁 인사뿐이었으니까요. 한마디로 밑도 끝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한서준의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용지를 훑어보던 담서은이 문득 손을 들었다. 타탸나 위트니가 눈짓했다. 담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석의 사람들을 쓸어봤다.

"실종된 건 알겠고··· 독일까지 간 건 알겠는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그러니까··· 이런 실종 사건은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까지 요원이 파견된 적은 없었던 문제예요. 인원상의 문제로 말이죠. 그리고 그 인원상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왜 요원들을 투입하려 하는 거죠? 앞뒤가 맞지 않네요."

담서은이 말을 늘어놓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네."

상석에 앉은 세 사람 중 왼쪽에 있던 노인이 말했다. 흰색 정장을 입고 흰색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노인은 안경을 고쳐 쓰며 한서준을 똑바로 보았다.

"아직 저 요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네. 이건 일종의 능력 검증이야. 아무리 여기 있는 존 위트니 국장의 직접적인 추천이 있고, 저 요원이 네이쳐라고는 하지만···,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가 확실히 검증된 건 아니라서 말일세. 물론 저 요원이 벌인 일은 알고 있네. 사정을 두었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래서 이번 일을 추친한 걸세.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저 요원을 기쁘게 받아들이기 위해. 거기다, 지금껏 우린 실종된 요원을 단 한 명도 찾지 못했다네. 지난 세 달 동안, 마흔여덟 명의 요원들을 찾지 못했지.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네. 그러니··· 이번 투입은, 기존의 방법과 다르게 해 본다는 실험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어. 실종자 수색에 있어 누가 더 뛰어난가란 주제로 말일세. 그래서··· 저 요원의 능력도 검증할 겸···, 이번 작전을 추친한 걸세. 일종의 시발점이란 거지."

노인은 한 번도 눈을 감지 않고 말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서준은 고개를 들어 노인을 보았고 노인은 초록빛 눈을 깜빡였다. 담서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참 쓸데없는 이유야."

담서은이 속삭였다.

"그냥 아저씨를 인정하기 싫다는 거잖아. ···어린애도 아니고. 엄청 쪼잔하네."

"···가만히 있어라."

한서준이 말했다.

"그럼··· 계속하지요."

타탸나 위트니가 용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한서준은 시선을 내렸고 담서은도 입맛을 다신 뒤 종이에 눈길을 드리웠다.

타탸나 위트니의 브리핑은 빠르게 끝이 났다. 한서준은 별다른 의견 없이 임무를 받아들였다. 그는 회의가 끝나자 브루클린 지부에서 나와 존 위트니가 배정해 준 호텔로 걸음을 옮겼다.


《잘됐네.》


권지아가 말했다.


《독일이면··· 거의 러시아 옆이잖아. 중간에서 빠지면 되겠어.》


'하지만··· 이건 이용을 당하는 거다. ···함정이야.'

한서준이 생각했다. 그는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인도를 따라 걸었다.


《응. 맞아. 함정이야. 근데··· 딱히 상관은 없어. 당신과 내 일에··· 방해되지만 않으면 되니까.》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멈췄다. 빨간색 신호가 그의 눈동자를 물들였다.


《거기다 원래... 좀 더 많은 대를 위해선 약간의 소가 죽어줄 필요가 있거든. 그래야··· 일이 쉽게 풀리는 법이야.》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눈동자를 자극하는 초록빛 신호를 받고 발을 움직였다.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군인과 경찰, 정장 차림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건물이 환하게 빛을 뿌렸다. 밤하늘의 별이 지워졌고 땅의 별이 빛을 발했다. 황금빛 테두리가 건물 위로 그려지기 시작했지만 한서준은 쳐다도 보지 않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한서준은 뒤를 돌아보았다. 지부에서부터 따라온 담서은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서준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낙엽 한 뭉치가 그의 발 아래에서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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